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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03  문학성다양성참신성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이 펼쳐 가는 경장편 시리즈

 


 

 

 

“어느 오후의 거대한 쓰나미 아래서, 그곳의 모든 생활들이

갑자기 점. 점. 점. 으로 끊어졌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윤고은이 펼치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

‘재난 여행’ 상품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재난 사용법

 

 

 

  윤고은이 마지막으로 남겨 두고 싶었던 유토피아와 결별하는 소설적 공간이며

지독한 현실의 중압감을 다른 방식으로 허구화한 첫 작품이자 자신의 어떠한 문학적 기록을 거절하는 첫걸음.

단언컨대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의 소설적 세계의 전회이자 또 다른 도약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우리는 『밤의 여행자들』 이후 달라진 윤고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유정(문학평론가)

 

 

 

“상상력이라는 것이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을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 라고 하는 절박한 인식의 방법임을 분명히 보여”(문학평론가 김경수) 준 소설가 윤고은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문학평론 가 이명원)다.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오늘 의 젊은 작가’ 03으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1인용 식탁』 이후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 이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단언컨대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의 소설적 세계의 전회이자 또 다른 도약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우리는 『밤의 여행자들』 이후 달라진 윤고은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상찬했다. “기발한 인공 현실의 창안과 신랄한 현실 비틀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온 작가 윤고은의 아주 특별한 재난 여행기”(문학평론가 백지은)이며, 또한 EBS 「라디오 연재소설」 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작품이기도 한 『밤의 여행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더욱더 놀랍고 독특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경험케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독자들이라면 단언컨대, 진한 감동과 전율의 소용돌이에서 한동안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하며 버라이어티한 윤고은의 아주 특별한 재난 사용법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 차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녀가 이번에 향한 곳은 사막의 싱크홀 ‘무이’다.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여행지에서 고립되며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작가 윤고은은 어딘지 불미스럽게 재난과 여행을 한데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말 의 위기의식, 묵시록적 음울함 등으로 채색된 흔하디흔한 종말 서사들 틈에서 윤고은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확실히 자별한 데가 있다.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내 삶에 대한 감사→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 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61쪽


윤고은은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의 이미지가 상품이 되는 세상을 통해 묵시록적인 세계를 그려 낸다.

중요한 것은 윤고은이 그려 낸 이 공간이 단순히 재난을 추앙하는 종말의 묵시록 이 아니라, 그마저도 이미지로 소유하고 상품으로 소비하는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섭리를 형상화
했다는 사실이다. 재난 여행이란 허구는 이곳의 현실보다 더 개연적이며 때로 핍진하다.여기의 일상이 정글의 각축장인지, 저기의 여행지가 정글의 미로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길을 떠난 주인 공 요나와 함께 독자들은 ‘예기치 않은 하루’들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상품 사회의 풍속도에 민첩한 이야기인가 싶으면, 어느덧 설렘과 낯섦, 흥겨움이 생생하게 풍기는 여행기 안에 들어와 있다. 한 치 앞을 추측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 들이 드라마틱하게 밀어닥쳤다가는, 어느새 땅이 휘말려 들어가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추락하고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어 대는 재난의 한복판이다. 이 버라이어티한 소설을 횡단하는 동안 우리가 익히게 되는 것은 재난 대처법이 아니라 재난 사용법이다. 그녀와 함께 길을 나서자 곧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질문들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재난이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자연의 재해인가, 인간의 파국인가. 재해의 ‘불운’과 그 불운이 비껴간 ‘행운’을 공존시키는 이 사태는 불가피하므로 공정한 것인가, 불가피 하지만 불공정한 것인가. 그 무차별성은 신의 섭리인가, 예기치 못한 운명인가. 혹은 그 차별성은 인간의 기획인가, 예기한 필연인가. 재난이라는 시나리오 안에서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엑스트라 인가. 누가 불행하고 누가 불행하지 않은가. 재난 안에서 ‘나’의 재난과 ‘남’의 재난은 구별될 수 있는가. 과연 재난이란 무엇이고 재난 아닌 것은 무엇인가. 정글은 어디이고, 또 정글 아닌 곳은 어디인가. 재난과 재건의 한복판에서 이토록 괴이쩍은 모험에 동승한 우리 모두에게 부디, 희망 있으라.

 

추천의 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밤의 여행자들』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어디에도 있지 않은 이야기다. 책을 덮고 눈을 감으니 ‘무이’의 파도 소리가 들리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하늘의 별들이 그려진다. 소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섬무이를 배경으로 한다. 실재 하진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미지의 섬. 무이의 풍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수록 그곳에서 벌어지는 음모의 윤곽도 뚜렷해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 위협을 받기 시작 하면서 ‘요나’의 여행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람들이 조장한 무시무시한 사건을 외면한 채 나의 안위만 생각하던 등장인물들은 결국 인간이 꾸며 낸 일보다 훨씬 더 거대 한 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들의 모습이 마치 나 혹은 우리와 같아서 소름이 돋는다. 장을 넘
길 때마다 퍼즐이 맞춰지듯 명확해지는 소설. 작가의 치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나(영화배우)


 

 

■ 작품 해설 중에서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이 마지막으로 남겨 두고 싶었던 유토피아와 결별하는 소설적 공간 이며 지독한 현실의 중압감을 다른 방식으로 허구화한 첫 작품이자 자신의 어떠한 문학적 기록 을 거절하는 첫걸음이다. 단언컨대 『밤의 여행자들』은 윤고은의 소설적 세계의 전회이자 또 다른 도약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우리는 『밤의 여행자들』 이후 달라진 윤고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유정(문학평론가)


 

■ 본문 중에서


북상하는 것.
고기압, 벚꽃, 누군가의 부음.
남하하는 것.
황사, 파업, 쓰레기.


지난 한 주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 것은 부음 소식이었다. 발인이 지나면 효력을 잃어버릴, 유 통기한이 짧기에 신속한 것.

소식이 시작된 곳은 경남 진해였다. 하필 벚꽃의 발원지와도 같은 곳. 어느 오후의 거대한 쓰나미 아래서, 그곳의 모든 생활들이 갑자기 점. 점. 점. 으로 끊어졌다. 꽃 마중을 갔던 사람도, 걷던 사람도, 일광욕을 하던 건물도, 해변의 가로등도, 모두 점. 점. 점. 난파당했다.                -9~10쪽

그때 김이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탔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요나에게 말했다.
“존슨이 자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군.”
“누구요?”
“존슨 말일세, 내 존슨.”
김의 손가락이 가리킨 건 자신의 사타구니였다. 그곳은 21층에서 3층을 향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이었고, 김과 요나 두 사람만 있었다. 김의 손은 요나가 놀랄 틈도 주지 않고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요나의 엉덩이였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고, 고의인 것을 들켜도 상관없다는 투의 몸짓이었다.
“자네 아직 젊지 않나? 근데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요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김의 손길을 피했다. 이번에는 김이 요나의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요나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김의 다른 모습을 봐서가 아니었다. 상사에게 성추 행을 당해서가 아니었다. 요나가 아는 바에 의하면, 김은 늘 퇴물들만 성추행 대상으로 삼았다. 옐로 카드를 받았거나, 곧 받을 예정인 사람들. 어쩌면 김의 성추행자체가 옐로카드인지도 몰랐다.      -18~19쪽


사막의 싱크홀은 5박 6일짜리 상품이었다. ‘무이’라는 곳이 목적지였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인터 넷으로 조금 찾아봐야 했다. 무이는 크기가 제주도만 한 섬나라였다. 무이로 가려면 베트남 남부를 거 쳐야 했다. 비행기를 타고 호찌민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다시 해안 도시인 판티엣으로, 그리고 판티 엣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야 다다를 수 있었다. 왜 이 상품이 인기가 없는지 알 것도 같았다.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를 들여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다른 재난 여행 상품들보다 미약해 보였다.
상품 이름처럼 사막에 싱크홀이 생긴 것은 사실이고, 홍보물에 쓰인 설명처럼 그것은 꽤 ‘두렵고 슬 픈 풍경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게 지금은 호수로 변해서 딱히 무서워 보이거나 독특해 보이지 않 는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싱크홀’이라고 하면 적어도 2010년 과테말라 시티에 생겨난 깊이
500미터의, 도심 한복판을 강타한 괴 구멍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과연 이 지역이 그런 기대감을 충족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

재난이 한 세계를 뚝 끊어서 단층처럼 만든다면, 카메라는 그런 단층을 실감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카메라가 찰칵, 하는 순간 그 앞에 찍힌 것은 이미 인물이나 풍경이 아니다. 시간의 공백이다. 때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보다 짧은 공백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요나는 생각했 다.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 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 를 확인하는 일일 뿐.                                              -33~35쪽

세상에는 하인리히 법칙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의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고 작은 수백 가 지 징조가 미리 보인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재난의 발생에 주목한 것일 뿐, 재난을 당하는 사람 입장 에서는 그런 규칙이 있을 리 없다. 재난은 그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어느 날 발밑이 갑자기 폭삭 무너지는 것처럼 우연이라기엔 억울하고 운명이라기엔 서글픈, 그런 일. 그런데 그런 일을 인위적으 로 만들 수 있을까.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는 사진을 찍었죠. 원본을 카메라로 찍는 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서 별로 흥 미가 없었고, 그래서 전 그 반대를 하기 시작했죠. 사진을 보고, 원본을 복원해 내는 거죠. 한때는 인터넷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디카를 들고 와서 그대로 이미지를 복원 해 달라고 한다든지, 인테리어를 재현해 달라고 한다든지, 어떤 경우는 비슷한 사람들을 섭외해서 디카 속 졸업 사진 현장을 복원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이젠 재난 재해 쪽에서 일을 하죠. 싱크홀도 처 음은 아니에요. 모든 재난 재해가 다 신의 영역은 아닙니다. 그 밑에는 인간의 지분도 있게 마련이죠.”

(……)

“불안하지 않나요?”

“예술가에게 불안은 신발 같은 거니까요. 어딜 가든 걸으려면 신발이 필요하죠.”

“나중에 싱크홀의 원인에 대해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원인은 기초공사죠. 요나 씨, 난 아마추어가 아니에요.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지반이 약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지진 등의 내부 충격 때문에도 일어나고,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가뭄으로 땅 속이 메마를 때도 일어날 수 있죠. 그 모든 것들을 조합해서 원인을 만들었습니다. 탑 공사 말입니다.

 


저 탑이 우리의 알리바이가 될 거예요. 탑 공사 때 실제로도 사막에 많은 무리가 갔다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말이에요. 인공적으로 만든 건데도, 저 구멍들은 처음 우리가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커졌어요. 직경도 깊이도 훨씬 커져 버렸단 말입니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쉽게 진행돼서 우리도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원래 싱크홀이란 게 석회암 지대에서 잘 발생한다고도 합니다만, 석회암이고 뭐고를 떠 나서 땅 자체가 구멍을 파는 데 그렇게 어려운 지질이 아니었어요. 이거 뭐 그냥 둬도 언젠가 진짜 뻥 뚫리는 거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만치 솟아 있는 탑이 불안해 보일 지경이었죠. 반은 인
간의 노동력이, 그리고 반은 사막 스스로가 만들어 낸 거라고 봅니다.”

                                                                          -122~124쪽

무이는 각본대로 움직였다. 적절한 긴장감이 땅과 바다에도 찰기를 부여하는지 그물에 걸려드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어부들은 난데없는 풍년에 다소 놀랐지만 나쁠 것은 없었다. 죽은 물고기가 가득 한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로 길이 조금 붐비기도 했다. 사막의 탑과 도로 일부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 식하듯 CC카메라를 매다는 사람들도 보였다. 경보기도 번식하듯 늘어났다. 모든 것이 착실하게 진행 되는 가운데 사소한 문제들도 생겨났다. 몇 사람이 사라졌다. 죽었거나 떠났거나, 어떤 사유인지는 정 확히 알 수 없었다. 남자 11과 여자 15, 여자 16의 자리가 비었다. 그러나 부품 몇 개가 없다고 돌아가지 못할 기계는 아니었다.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채웠다.

요나는 몇 건의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처음만큼 충격적이지 않았다. 다만 방 금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좀 더 낯익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들 중에는 언젠가 요나를 찾아와 악어들 에 대해 묻고 묻던 여자도 있었다. 그 여자가 노란 트럭에 치인 것을 목격하고도 요나는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아마도, 확실히 사라진 것 같았다. 종종 리조트 내에서 유령처 럼 떠돌던 여자의 실루엣이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밤에 매니저의 방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하 고 있었다.

“악어들을 풀면 됩니다. 미끼를 던지면 다들 모일 거예요. 안 움직이고 배기겠습니까. 그들이 원하 는 건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거주 허가지요.”

여자가 알아내고 싶어 했던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매니저의 말들은 요나의 머릿속에서 점점 큰 그림으로 맞춰지고 있었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 무뎌 지기 위해 요나는 애썼지만, 종종 8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 꿈에 나타났다. 운동회보다 두 시간 먼저 소집된 악어들이 거주 허가를 얻는다는 사실에 들떠 있을 때, 그들의 발밑이 지옥처럼 무너지는 꿈을.그건 꿈이 아니라 며칠 후 일어날 현실이었다.

요나가 그 현실로부터 가벼워질 수 있는 시간은 럭에 대해 떠올릴 때뿐이었다. 물론 완벽한 건 아 니었다. 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또 악어들이 떠올랐다.                              -190~191쪽

 

북상하는 것.
저기압, 장마, 누군가의 부음.
남하하는 것.
파업, 쓰레기, 이야기.

이야기.

 

지난 한 주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인 것은 부음 소식이었다. 발인이 지나면 효력을 잃어버릴, 유 통기한이 짧기에 신속한 것.

소식이 시작된 곳은 무이였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지명. 어느 밤의 거대한 쓰나 미 아래서, 그곳의 모든 생활들이 갑자기 점. 점. 점. 으로 끊어졌다. 그곳 무이의 해변에 좌초한 쓰레기 섬은 점. 점. 점. 흩어졌다. 난파당한 선원들처럼 한국어가 찍힌 플라스틱들이 그곳 해변에 나뒹굴
었다.                                                          -223~224쪽

 

 

■ 차례

1 정글 7
2 사막의 싱크홀 37
3 끊어진 열차 75
4 3주 후 99
5 마네킹의 섬 131
6 표류 167
7 일요일의 무이 201
0 맹그로브 숲 221

 

■ 줄거리

 

재난과 여행의 결합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 잘나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쳐온다. 상사인 ‘김조광’ 팀장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를 노골적으로 성추행한 것. 그러나 성추행 자체보다 더 문제적인 것이 있다. ‘김’이란 인간은 여태껏 자리가 위태로운 사람들만 골라 성추행을 일삼아 왔기에 그것은 일종의 옐로카드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퇴출 위협을 느끼는 요나. 그렇다고 계속되는 김의 성추행을 참아 주고 있을 수만도 없다.
모 아니면 도다. 요나는 결국 사표를 제출한다. 뜻밖에도 김은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요나에게 한 달간의 휴가를 제안한다. 다섯 개의 퇴출 후보 여행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소비자 입장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장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요나는 사막의 싱크홀 ‘무이’로 떠난다. 5박 6일 일정으로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무이를 여행 하면서 그녀는 그곳이 왜 퇴출 후보지인지 절감한다. 그런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 로 가던 중 요나는 일행에서 낙오되고 만다. 열차의 앞뒤가 분리되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순간에 2번 객차의 화장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자리인 7번 객차로 돌아가기 위해 5번 객차의 끝 문을 열었을 때, 요나 앞에 펼쳐진 것은 긴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는 빈 철로뿐이었다.
짐도 일행도 저편으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요나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묵었던 리조트벨에포크’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요나가 정글의 직원임을 알 게 된 벨에포크의 매니저는 퇴출 위기에 놓인 무이를 되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시나리오에 그녀 가 동참해 줄 것을 제안한다. 디데이는 8월의 첫 번째 일요일. 계획은 차근차근 준비되고,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인데…….

 

 

■ 저자 소개


윤고은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과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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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3.0 - 우리는 차이나 3.0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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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 치는 큰데, 하는 짓은 성숙해 보이지 못해 뒤뚱뒤뚱거리는 거인한테 신경깨나 쓰이는 건 우리네 입장만이 아닌가 봅니다. 중국과 장차 지구의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하거나, 최소한 여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세계를 반분(反分)해야 할 입장으로 몰린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닌가 봅니다. 중국이란 나라를 그 덩치와 위상에 맞게 연착륙(軟着陸)시켜야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건, 오히려 산업 혁명 이후 본격적인 근대로 접어 들면서 더 오랜 시간 세계를 경영해 온 구(舊)세계, 유럽의 입장에서 더 절실한가 봅니다.


이 책은 그런 위기의식, 혹은 의무감에서, 최고의 서구 지성인들이 자진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를 깔끔하게 집필하여 낸, 압축적인 연구 보고서입니다. 중국에 대한 정보는 사실 양적(量的)으로는 많았으나, 그 방향과 관점이 너무도 혼란스러운 형편이었고, 때로는 기본 사실 관계마저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자의 시대 구분>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시기

지도자

특징

비고

차이나 1.0

1949~78


* 계획경제,

레닌주의,

공산혁명의

글로벌 확산

小康

차이나 2.0

1979~2008


* 관치금융, 수출주도형 성장

 

* 대외적으로 저자세 외교, 평화안정 환경 조성


 (이른바

 도광양회 노선)

溫飽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 안정 추구 노선이 수뇌부의 합의로 자리잡음

 

차이나 3.0

2009~


* 베이징, 워싱턴 그 어느 컨센서스도 무너진 상황에서, 불확실성만이 상존.

 

 

*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이익 집단 타파에는 정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음.

大同


“개혁개방시대의 종언”,”사회주의 3.0”으로 규정하는 입장도 있음.


閻學通 등의 입장:

*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의 정치적 비전에 경제가 조력해야 한다.”

* 미-중 양극체제의 당연한 가정화

* 러시아와의 동맹

* 대외적 개입주의 노선


그렇다면, 시 진핑 영도 하의 이른바 차이나 3.0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밟아 나갈 것이며, 그 전망은 과연 낙관적일까요? 이에 대해, 서방 어느 날카로운 안목과 감각의 지성인 못지 않은, 명철하고 중립적인 중화권 지성인 15인(한 사람은 필명을 서양식으로 쓰지만, 중국인입니다), 그리고 유럽인 3인(서문과 후기를 쓴 3인)이 내다 본 종합적인 비전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시진핑의 중국이 직면한 세 가지 위기>라는 제목을 단 서문이 상당히 길다는 점입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가 쓴 이 글에서는, 중국의 위기로 풍요의 덫, 안정의 덫, 힘의 덫 세 가지를 언급합니다. ㉠풍요의 덫은 주로 경제 성장의 문제를 가리킵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고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이고, 혹여 가능하다고 해도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를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 안정의 덫은 정치 체제의 진로 결정 문제입니다. 중국은 잘 알려진 대로 대중의 평등, 도농과 내륙-해안의 격차를 해소하자는 좌파와, 그 반대편에 선 우파의 대립상이 뚜렷하고, 현재는 후자가 주도권을 쥔 상활입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제 2의 천안문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인민의 정치적 욕구를 효윻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춥니다. ㉢힘의 덫은 당연히, 과거와는 현격히 위상이 달라진 중국이, 손에 쥔 막강한 힘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그 방향과 진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았습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대륙 내에서, 또 홍콩이나 대만, 그 외 지역 거주의 화교들 간에, 첨예하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필자 마크 레너드는, 이 서문에서 전체 책의 논의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중립적 심판의 입장에서 유럽인이 관찰하고 전망하는 비전을 압축적으로 서술합니다.


<본문 내용 도식>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범주

제목

논자

주장

경제구조

개혁의 고통, 그리고 구조조정

위용딩(余永定)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무리한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지속 가능한 건실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지속될 성장, 그리고 잠재력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

향후 10년에도 중국은 고도성장이 가능하다.

자율과 경쟁, 특권사회에서 민권사회로의 전환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하며, 자유,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중국식 사회주의 3.0, 복지의 시대

왕샤오광 (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

중국식 사회주의는 인류 체제의 새로운 대안.

중국이여, 개혁을 멈추지 마라

후수리(胡舒立)

〈財新>발행인

문혁에 대한 반성의 기조는 계속되어야

정치체제

우칸 모델과 중국 민주주의의 잠재력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

우칸촌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해결 모델정립

공동체 부활과 중국식 사회 안정

판웨이(潘維)

베이징대 교수

우시현의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의 중요성 부각

선거 없는 중국식 민주주의 실험

마쥔(馬駿)

중산대 교수

언젠가는 선거 중심의 체제로 이행되어야

중국 정치의 미래, 대중의 힘

왕후이(王暉)

칭화대 교수

신좌파의 입장에서 충칭모델 부각. 신자유주의(신우파)를 경계.

21세기 홍위병, 웨이보크라시

마이클 안티(趙靜)

저널리스트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 강조

외교노선

존중받는 외교, 창조적 개입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교수

이른바 창조적 개입을 통한 적극적 외교 노선

·중 양극 체제의 도래, 그리고 중국의 탈도광양회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교수

초강경 민족주의

공격적 외교 노선

신중한 외교, 문제는 중국 내부에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역량을 보강하고, 국제평화주의 신중한 노선 필요

국가모델

충칭 모델: 아직도 진행 중인 혁명

추이즈위안(崔之元)

칭화대 교수

대외 의존 탈피,

자생력 강화 중시

광둥 모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도전

샤오빈(肖濱)

중산대 교수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後記

차이나 3.0 시대와 西方

요나스 파렐로 플레스너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수석연구원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

 

이상에서 본 바처럼, 현재 국가의 원대한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서도, 각 정파와 논객들 간에 입장이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우리가 여태 추측해 온 것처럼, 주도권 다툼을 놓고 벌이는 단순한 양극 구도가 아니라(이런 병폐는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 나라에서 더 심하죠), 진지하고 애국적이며 전세계의 이해관계도 동시에 고려하는, 대국적 견지의 건설적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중국이 이만큼이나 이론적 근거를 갖춘 자신감을 회복했나 생각이 드는 치밀한 자국우선주의 이론가도 있도, 폐쇄적 민족 감정이나 쇼비니즘보다 국제 공영을 더 우선시하는 통 큰 국제주의자의 정의롭고 논리적인 주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저 입장이었다면, 과연 저만큼이나 성숙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을까요?)


이 책 한 권에는, 어떤 의미에서 춘추전국의 재현이라 할 만큼, 나름의 확고한 정당성과 논거를 구비한 입장들이, 도도하고 정연한 논지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중 어느 가닥이 향후 전개될 차이나 3.0, 나아가 신(新) 중화제국의 펀더멘탈을 차지하게 될 중심적 기조로 자리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이 중에 분명히, 이후 20년, 30년의 미래를 틀지을 거대 물줄기가 그 성장의 기운을 조용히나마 떨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속의 어느 태아가 용으로 승천하고, 어느 녀석이 이무기로 떨어질 지는 지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 그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책을 꼼꼼히 읽고 또 읽어서, 미래에 펼쳐지는 경우의 수를 최소한으로 압축하여 면밀히 주시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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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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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이라는 대단한 문제작을 써 내었던 나심 탈레브의 대단한 역작입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전작에서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력과 열정을 이 저자가 쏟은 바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저술에 힘을 기울이고 나면, 다음 번은 "쉬어 가는 타임"이 되기가 쉽던데요. 하지만 이 책은 두께도 이처럼 두껍고, 내용도 <블랙 스완>에서 보던 것, 혹은 그로부터 추론 가능한 부연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이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독자를 다소 피곤하게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피곤하다는 건, 즐거운 노동, 자발적인 기쁨을 얻는 과정에서도 나오는 그런 피곤함입니다. 소모적인 피곤함이 아니고요.


비 록 빼어난 저자, 혹은 그 누구를 부치는 지적 능력으로 좇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지친 몸을 단시간의 휴식을 통해 회복하고, 그 후에는 더욱 넘치는 정신적 활력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안티프래질함"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그래서, "안티프래질"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책이기도 하고, 독서 과정을 통해 실제로 "안티프래질"능력을 배양해 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명칭과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 명실상부의 "안티프래질"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유리처럼 깨지는"이란 뜻입니다. fragile이라는 영어 단어는 그런 뜻인데, anti-fragile이라는 말은 그럼 뭔가. 그런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개념이나 상태의 삼각 구도식 배치를 즐겨 고안하는 편인데요. 서두, 그리고 책의 내용 내내 안티프래질을 둘러싼 세 개념의 팽팽한 대립을 독자에게 계속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합니다. fragile, robust(충격을 받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는. 다른 말로 "맷집 좋은") 이 두 개념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이 이분법에 새로 추가하여 전체적으로 삼분법으로 만든 다른 제3의 개념은 바로, anti-fragile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쉽게 예상하는 것처럼, "웬만한 충격에는 상처를 입지 않고 견뎌 내는"의 뜻이 아닙니다.(그건 robus죠) 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방을수록, 충격을 양분으로 먹고 자라서 더 강해지는"의 뜻입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는가, 물리계의 법칙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진화"입니다. 생존을 위한 변화라는 의미로 진화를 좀 넓게 받아들이신다면, "진화"와 "안티프래질"이 서로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음을 알 수도 있습니다.


"안티프래질"이 저자의 독창적인 개념 고안이라면, "진화"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활력과 영감의 원천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진화"는 수백, 수천 세대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지질학적, 생물학적 변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마음만 바꿔 먹으면 돈오(頓悟)의 기세로 우리 내면에서 체험 가능한 흐름이고 각성이기도 하다는 거죠.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그건 바로 이노베이션, 혁신이 됩니다. 그 생존에의 몸부림은 타율적 탈피, 마지못한 이끌림이 아니라,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됨을 몸으로 느끼는 데서 솟구치는 폭발적인 희열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이 책 내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채 알아채지도 못한 상태로, 우리는 그러나 언제나 이것을 몸 속에 지녀 왔다." 안티프래질은 이 책의 저자처럼 소수의 선택 받은 천재나 제 정신의 특성으로 구현하는 덕성, 장점,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우리 누구나 생각만 바꿔 가지면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는(아니, 이미 우리 것으로 되어 있는) 자질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신들린 어조로 풀어 주는 안티프래질로의 엘리베이팅 메쏘드가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각성이 아니었으면 저자가 이처럼이나 신명을 발휘하여 이렇게나 긴 이야기를 저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벌써 5D로 탈바꿈한 채 온갖 가능성의 파노라마를 시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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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Cross Border 국제인수합병 - 글로벌 M&A
CCTV(국제인수합병) 프로그램 팀 지음, 류정화 옮김 / 가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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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세(國勢)는 단지 싸구려 물품 시장을 뒤덮다시피 한 물량공세나, 축구 거대 리그의 주경기장 광고판을 도배하듯 점거한 그 다양한 디자인의 한자 물결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어제까지 세계 굴지의 상표와 브랜드로 빛나던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오늘 갑자기 국적을 중국으로 갈아탄 채 머쓱한 모습을 내밀고 있는 미디어의 기사, 사진에서도 절감할 수 있어요. 세계 인구의 1/5이 거주해 왔고, 이 제 그 덩치값을 하느라 미국을 넘어 경제규모 1위, 그리고 동아시아의 패권자 위치를 향해 발돋움하는 모습이란, 개인적으로 달가워하든 그렇지 않든, 받아들여야 할 냉정한 현실입니다. 지록위마의 기만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하겠죠. 우리 지척에서 거인의 키높이로 저만큼이나 솟아 오른, "진격해 오는" 실체를 애써 부인하는 일은 바르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합니다.


오랜 기간 이른바 "도광양회"를 모토로 숨 죽이며 실리를 다져 왓던 중국은, 흔히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고비로 본격적인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들 말합니다. 그 러나 이 책에서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듯, 중국은 이미 그보다 다소 앞선 시기부터 넉넉히 축적해 둔 외화를 밑천으로, 세계 금싸라기 기업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AS 좋고 디자인, 성능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IBM(국내에선 한때 LG와 파트너십을 맺었죠. 알짜 노하우를 잘 배워 나간 LG는 이후 엑스노트라는 고급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요)은, 놀랍게도 자사 간판 부문 중 하나인 노트북 사업을,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레노보"라는 회사에 넘깁니다. 아마 국내 마니아들도 당시 충격깨나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일은,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책을 보면, 911 이후(미국이 본격 "중국"에 대한 무력 견제에 들어간 시점이 이 때라서, 기준으로 했습니다) 위기의식과 자신감을 동시에 갖게 된 중국이, 얼마나 글로벌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텃밭"을 넓혀 나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레노보의 예는 그저 드러난 일각에 불과합니다. 책을 보시면, 어지간히도 세계의 노른자를 이들이 탐욕스럽게(자본주의는 본디 탐욕을 그 추동력과 영혼으로 삼습니다) 잠식해 나갔는지, 다큐를 보듯 실감 가능합니다(본디 다큐 대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제가 문장의 주어를 자꾸 "중국"이라는 추상명사(?)로 잡아서 오해가 있으실 수 있지만, 공산당 1당이 영도하는  폐쇄적 정치체제를 가진 이 나라의 일이라고 해서, 국가 주도로 모든 일이 일어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 있지만(이런 걸 배우려고 이 책을 읽는 거겠죠), 주인공들은 역동적 기업인들이고, 이들은 (물론 당국의 규제와 감시를 상대적으로 받는 편이지만, 탄탄한 인맥- 소위 "꽌시"-에 의해 비껴나갑니다. 그것도 사업 수완, 룰의 일부입니다) 대단히 탁월한 수완과 과단성, 속도감 있는 결단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프로젝트를 실현해 나갑니다. 이 책은 주로 중국 굴지의 재벌들이 어떻게 글로벌 기업을 식성 좋게 꿀꺽해 나가는지 그 스토리를 담은 책입니다.


중 국 기업에 한(限)한 이야기들인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비사, 그리고 그 뒷이야기(대실패로 끝난)도 실려 있죠, 이는 널리 알려진 스토리라 새로울 건 없지만, 이 사태를 "중국"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는 소재가 됩니다. 같은 국적의 두 기업이 합병해도 기업간 문화 차이 때문에 트러블을 겪는데. 하물며 후진 중국이 세련된 유럽-미국 기업을 "먹는" 사례에 있어서 그 갈등과 알력이 어느 정도겠습니까. 말이 좋아 문화 차이로 얼버무리고 말죠. 제 경험으로, 아직 중국은 평등한 개인 사이의 계약 문화, 리걸 마인드가 정착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볼 보와 지리(吉利) 합병의 이야기가 재미있죠? 요즘 차를 몰다 보면 옆차선에 Volvo라는 트레이드마크가 새겨진 중장비가 지나가는 걸 종종 볼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대로, 세단 부문(Volvo Personvagnar)은 이미 포드에게 넘어갔고 그 포드가 다시 지리(Geely)에 지분을 넘긴 거죠. 볼보 본사는 이 책에 나오는 대로, 현재는 상(商)용차 제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따분한 이야기, 예컨대 미국은 스톡홀더의 이익을 중시하는 반면, 독일은 스테이크홀더의 입장을 중시한다 같은, 너무 자주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것 같은 이야기도 박스로 쳐 두고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


각 장의 제목도 따분하게 붙여진 것도 있지만, 예를 들어 5장을 보시면 Capital Vehicle이라고 붙여져 있네요. 한국어 번역(중국어?)은 "자본의 동맹"이랍니다. 영어 제목은 저게 CVM이라는 유명한 회사 고유명칭이기도 해서, 묘한 레토릭의 즐거움을 줍니다.  여기보면 치파(이탈리아 기업이므로 "치"라고 읽어야겠죠)의 CEO로 페라리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페라리라고 했다가 페라레라고 오타를 냈다가 해서 헷갈릴 수 있지만, Maurizio Ferrari라는 인물이 지금도 (직위만 바뀐 채) 재직 중입니다. (자동차 이름과 철자는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할 건, "아 중국이 이탈리아 콘크리트 제조사도 사 들이는구나. 돈 많군." 정도가 아닙니다. 미국은 몰라도, 특히 이탈리아 세습 귀족 특권층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지분은, 미국 사업가들에게도 잘 팔지 않습니다. 하물며 중국인이라면, 비드만 쎄게 제시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그간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죠.


인수합병의 사례, 실례만 재미있게 풀어 주고, 이론화한 정식을 제공하지는 않는가? 깊이 있는 이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내용은 교과서를 찾아 봐야겠죠. 그런데, 보통 documentary book이 그렇지만(제가 두 달 전에 쓴 <퍼펙트 베이비>도 그런 구성이었는데요), 방송 회분이 종료되면 한 장(章)도 끝나는데, 각 장의 말미에 <심층 분석>섹션이 꼭 부록으로 붙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요건 볼만합니다. 학자와 연구원, 정책 결정 고위층의 논문, 르포를 전재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방송 스크립트다 보니 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서플먼트라서 그럭저럭 깊이가 있습니다.


<심층분석>이 라고 해서 다 읽을만하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건 중국 저작 특유의, 유아적 인상 비평으로 가득해서 또 한번 실소가 나오는 것도 있었죠. 보고서라든가 실용 문건은 자신의 주관이나 감성을 최대한 자제하고, 수치나 통계 등 객관적 지표를 우선해야 하는데, 마치 무협지에서 절대 선(善)으로 설정된 주인공이 악당을 향해 장엄한 단죄, 선고나 내리듯 평가어 일변으로 일방을 옹호, 타방을 매도하는 품이 우스웠습니다. 미숙한 정신의 고유한 특징이고, 이런 점에서 아직도 중국은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 중국인 저자 일변인가? 그렇지는 또 않아서,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의 회고담을 옮겨 놓은 것도 있고,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인 잭 웰치의 인터뷰를 실어 둔 것도 있습니다. 후자는 <21世紀 經濟報導>의 인터뷰를 재인용한 것입니다. 원문은 http://www.21cbh.com에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아직 유치한 걸음마를 떼지는 못 했지만, 나름 치열한 고민도 적잖게 하고 있는 중임을 엿볼 수 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번역이 너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에 원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입니다. 문장 교열이 부실하고, 개념어의 번역도 대단히 어지럽습니다. 역자는 중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옮겼다고 하는데, 이런 책을 옮기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확립된 용어가 무엇인지나 파악하고 나서 작업에 손을 대어도 대어야 할 겁니다.


p83:7 스티글라츠 → 스티글리츠. 이 줄에서는 띄어쓰기도 엉망입니다.


p120에서, 1988년이 아니라 1998년입니다.

이 때는 리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 리빌딩을 막 끝낼 무렵인데, 다임러와의 합병 같은 걸 꿈이나 꿀 수 있었겠습니까. M&A 관행이 아직 성숙기도 아니었음은 당연하구요. 단순한 오타가 아니라, 국제 M&A  역사에 대한 기본 인식이 안 되어 있는 소치입니다.


p110 64억이 맞습니다. $85억은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모르겠네요.

p38 일본인은 한때 더없이 풍경이 아름다웠다..... → 말도 안되는 문장의 개입입니다. 아마 "더없이 낙관적인 장밋빛 전망을 가졌다." 정도로 오역한 것 같습니다.


p39 미국 뉴스워크 지 → 뉴스위크 지

p56 에 보면, 1915년 독일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을 두고, "적과의 조례 교섭"이라고 옮기고 있습니다. 이건 사람이 한 번역이 아니라, 기계의 솜씨 같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Trading with the Enemy Act of 1917를 두고 한 말 같은데, 불특정 독자들이 읽는 책에는 최소한의 성의가 들어가야 합니다. 저술이란 장난이 아닙니다. 이런 건 학부생 레포트라 해도 F 맞습니다.


p122에 보면 "감사위원회" 가 나옵니다. 이는 독일어 Aufsichtstrat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절치 않습니다.  한국어 위키에 보면 '감독위원회'가 나오는데 이게 그나마 무난합니다.  참고로 저 위키 페이지는
Aufsichstrat라고 오타를 냈는데, 이것 역시도 틀린 겁니다. Aufsicht가 "감사, 감독"의 의미이고, Rat가 "의회, 회의"의 뜻입니다. Bundesrat 같은 단어에서 흔히 보는 거죠.


독일의 Aufsichtstrat는 우리나 미국, 일본의 감사하고는 다릅니다. 노동자의 참여Mitbestimmung 가 보장된 점에서이죠(주주 아닌 채권자도 들어갑니다. 그래서 스테이크 홀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한, 미, 일의 감사는, 물론 이사나 주주도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한 제 3자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Aufsichtstrat 를 감사역회라고 번역하는 곳도 있는데, 정확하지도 못할 뿐더러 일제 잔재 용어를 의식 없이 쓰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입니다. "~역"은 대개가 다, 순화되지 못한 일본식 용어입니다. ("취체역"이라고 할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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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음, 전강수 옮김 / 돌베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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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주님, 언제 대체 저희가 주님께서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게 되신 걸 보고도 주님을 돌보아 드리지 않은 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잘 들어 두어라.

너희 중에 가장 힘없고, 가난하며, 미천한 자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은 물론 기독교 성경 마태복음 25장 41절에 나오는 말입니다만, 이 헨리 조지의 불멸의 고전 그 맨 앞의 발문으로도 인용되고 있습니다. 헨리 조지라고 하면, 과격하기 그지없는 토지 단일세의 도입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으려 했던 과격분자로 당대에 매도당하곤 했으며, 심지어 지금에 이르러서도 "현실을 모르는 몽상가", "marx의 뒤에 출현했으나 만약 앞 시대의 사람이었으면 그로부터 '공상적 사회주의자' 정도로 비판 받았을, 치밀하지 못한 문학적 성향의 이론가" 정도로 인식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이름을 처음에 접한 것이, 고등학교 때 읽은 유시민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 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 책 제목은 내용을 오도하는 면까지 있는데요. 비록 초급 단계의 경제사상사를 다루고 있어 다양한 사상가들의 주장과 이력을 소개하는 책이었다고는 하나,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해법과 진실을 찾아 나가야 할 학문의 과제가, 얕은 상대주의의 장벽에 의해 영원한 분단이라도 겪어야 하는 것이 운명이나 되는 듯 착시를 유발하는 점에서요. 읽어 보면 내용도, 이런 예단과는 정반대의 논지에 가깝다는 사실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아무튼, 이 책의 후반부에서, 한 챕터를 할애하여 헨리 조지를 설 명하고는 있었으나, 당시의 저는 그다지 강렬한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토지단일세라는 한 가지 수단으로 어떻게 일거에 사회 모순과 불의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방법이 단순한 것도 문제고(복잡한 문제가 단순한 해법으로 해결되길 기대하는 건 무모하고, 요행 심리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점에서요), 세제의 개편은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근본의 방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그간의 오해를 완전히 바로잡게 된 건 신선한 쾌감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른바 진보 진영의 입장에 서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도, 계급 일반을 목적어로 들거나("자본가 타도!" 등), 주체로 띄우는 편("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등)이 부담이 덜합니다. 계층(막스 베버적 의미) 아니라 계급(marx적 의미)이라고 해도, 여전히 그 개념의 공명은 추상적입니다. 반면, 세제(tax system) 지엽 부문을 건드리는 지적이나 논변은, 이에 해당하는 직접 영향권의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구체적인 반발, 반격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 행동가에게 더 구체적이고 어려운 과제를 주기 마련입니다. "폼이 나"지는 않으면서도, 실천에 옮기기는 또 어려우니, 행동보다 말로 하는 선전을 좋아하는 위선자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밖에요.


이 책의 소개글에 보면, "한때 Marx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고, 톨스토이로 하여금 생의 후반을 georgist로 살게 했던" 이란 수식어가, 헨리 조지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습니다. 지금 감각으로는 "뭘 그렇게까지나?"하는 회의적 반응이나 불러일으킬 것 같지만, 그런 막연한, 그리고 잘못된 선입견은 이 책을 읽으면서 깨어지리라 기대합니다. 그가 제시한 토지단일세제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근본의 불의를 제거하는 발본색원의 처방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물론, 이를 단시간에 전면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습니다. 꼭 심술쟁이 빌프레도 파레토 할아버지의 강력한 훼방에 발목이 잡혀서가 아니라, 그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무리한 독재적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까.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고,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고의 선과 가치라 해도 정의라는 낮은 단계의 관문을 거치지 않았다면 없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세제 대원칙, 즉 "발생하는 소득과 부가가치를 우선적으로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는 명제는, 이 책에서 헨리 조지가 통렬히 비판하고 있듯, "열심히 흘린 땀과 창의력"을 모욕하고, 억제하며,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느 인디언의 말처럼, "신이 인간과 동식물에게 내린 무상의 축복인 대지에, 어떻게 사람이 인위적으로 금을 그어 배타적인 소유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런 백인의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생각은, 대지에 두 발을 디디고 오로지 지구의 중력에만 복종할 의무를 지닌 채, 사슬에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우리 인간이 당연히 그 머리와 영혼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공감의 대상입니다. 대 체 어느 공동체가, 노동과 창의적 사고를 장려하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그에다 벌칙을 부과할 수 있습니까? 공공의 서비스 기능을 가동하기 위한 재원인 조세의 징수는, 육체적, 정신적인 그 어떤 노동이나 기여도 하지 않는 블로소득, 자산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이뤄저야 함이 당연합니다. 이는 (헨리 조지의 말처럼) 자연의 정의인 것입니다.


Marx 는 말하기를 "종교는 아편."이라고 했습니다. 현실의 문제에 대해 그 원인과 구조를 직시하지 않고, 도피적 환상에서 그 탈출구를 찾는 일체의 행태를 두고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비유이자 경구라서, 딱히 종교를 모욕했다는 식으로 편협하게 받아들일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헨리 조지는, 이 책 도처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들 중 가장 낮은 자의 모습을 하고 지상에 내려온 구세주의 가르침을, 그가 본디 말했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왜곡 없이 실천에 옮기자."는 취 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본디 무력과 폭력, 기만과 착취, 억압과 모멸로부터 헤방되고자 했던 민중의 의존처였는데, 이것이 어찌하다 가진자, 지배층의 편한 도구로 타락하여 지상에서 정반대의 기능을 하고 있으니, 헨리 조지, 그리고 그와 뜻을 같이했던 수많은 행동가, 그리고 베링 해, 시베리아를 사이에 두고 다른 대륙으로부터 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던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의 개탄 대상이 되지 않았겠습니까(톨스토이는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구두수선공이 만난 예수> 같은 감동적안 동화를 창작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마태복음의 저 구절이 모티브죠). 이에서 알 수 있는 바처럼, 헨리 조지는 사회 모순의 지적과 그 근본적 해소를 주장하는 점에서 Marx와 공통적이나, 그 방법론에 있어 보편적 휴머니티에 더 깊은 뿌리를 둔다는 점에서 Marx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진보와 빈곤>은 현재 한국어판으로도 여러 책이 나와 있고, 헨리 조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우리의 뇌리에 새겨진 터라 모르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헨리 조지의 삶과 사상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이자, 실천적 조지스트로 꼽힐 만한 전강수 교수님의 번역으로 이번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전강수 교수님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김수행 교수님의 제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하고, 김수행 교수님이 언제나 견지했던 글쓰기 원칙 중 하나인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문장"의 구현에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아 오신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말 그대로 소설처럼 잘 읽힌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첫째, 헨리 조지 자신이 워낙 막강한, 감동적이고 호소력 짙은 문장을 구사하는 필자이기도 했고, 둘째, 이 전강수 역자가 헨리 조지의 사상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사실, 마지막으로, 전강수 교수님 본인이 빼어난 문장가이자 박식한 저술가라는 사실에 크게 힘입습니다. 소설처럼 잘 읽히는 문장에, 풍부한 역주까지 달려 있기 때문에, 고전을 읽는다는 부담이 전혀 없이 마치 진보언론의 칼럼이나 독파하듯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잘 넘어가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매 페이지마다 사회 모순과 인간성 본연의 문제에 대한 각성을 쉼 없이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은 헨리 조지의 문장가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 줄 만큼, 빼어난 창작 문장과 명구의 인용으로 가득합니다. 그는 루이 블랑의 유명한 경구 "능력에 따라 생산하며,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를 제가 영어 원서에서 찾아 보니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ies; to each according to his wants,라고 되어 있더군요(루이 블랑은 물론 불어로 저 말을 했겠지만). 영어로 읽으나 한국어로 읽으나 입에 착착 감기는 참 아름다운 레토릭입니다. p121 중간 쯤에 보면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가 있죠? 이는 구약 신명기 25장 4절에 나오는 말입니다. "밟아 떤"다는 건 탈곡 작업을 말합니다.


이 책은 역사서로서의 면모도 지니고 있습니다. 책에는 당시 폭력적이고 파렴치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른바 robber baron들의 이야기가 가득 나옵니다. 벤더빌트 제이 굴드, jp 모건... 그런가 하면 극심한 기근이 덮친 고향을 떠나  대거 신세계로 들어 와서 사회 최하층부를 구성했던 아 일랜드 이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실려 있죠. 헨리 조지는 이들을 가리켜, "인간 쓰레기"라며 다분히 역설적인 호칭을 부여합니다. 물론 그 동기에는 정의로운 분노가 깔려 있죠. "어떻게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동족을 이처럼이나 비참한 지경에 방치할 수 있는가?"


130여년 전의 책이 현 사회에 무슨 개선에의 시사점을 던져 줄까? 같은 회의가 드는 분은 이 대목을 읽어 보십시오.


p32:9
소규모 가게주인과 소상인들은 대기업의 영업사원이나 직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석훈이나 김용민, 김어준 책에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130년 전에 저술된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고전은 무엇을 고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바로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도 퇴색하지 않고 유효하게 적실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책 아니겠습니까.


이 책의 원제는 social problems입니다. 그렇죠. 그저 <(제반)사회 문제>입니다. 대단히 겸손하고(?) 온건한 제목입니다. 한국에서 헨리 조지에 가장 정통한(이론과 실천 모든 면에서) 전 교수님이 옮긴 이 한국어 번역본은, 보시다시피 <사회문제의 경제학>입니다. 진보 경제사상가의 고전은 거개가 사 회적 문제 논의에 초점이 맞춰진 성격이므로, "경제학'이라는 말은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에게는 "사회학 = 경제학"의 등식이 성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예컨대 "두 분야의 만남" 같은 규정은 그 인식의 깊이 없음을 드러냄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 책은 사회적 문제를 논급하며, 기초적 수준의 시장 원리 지식을 분석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번역판의 저 제목은 자칫 소활해 보이는 첫인상을 만회하기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전강수 교수님의 문장이 참 좋습니다. 예를 들어,  p197:9의 긴박(緊縛) 같은 단어를 보십시오, 토지에 예속된 농노 등의 처지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저는 이 단어를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 보기까지 했습니다. 사전의 정의로는 "[명사] 꽉 졸라 얽어맴"이라고 나옵니다. "와, 어제 준플레이오프 긴박감 쩔?便?여? " 할 때 그 긴박迫은 아닙니다. 이처럼 교수님의 문장은, 잘 읽히면서도 적확한 어휘를 구사하시고 있다는 점이, 독자로 하여금 고마움과 즐거움을 느끼게까지 하는 부분입니다.


고 전을 읽다 보면, 특히 그것이 경제문제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면,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기가 쉽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손쉽고 경박한 비판을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과 재발견의 자세로 독서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고전에서 허점을 찾아 내는 일은, 마치 청출어람의 분위기처럼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의 뿌듯함을 실감할 수 있어 지식 쌓는 보람을 느끼게도 해 줍니다.


p160 이하의 12장 "과잉생산" 챕터를 보십시오. 헨리 조지는 이 장에서, 어느 한 섹터의 생산이 증가하면, 그 재화의 가격은 하락하며, 이 내려간 재화를 구입하게 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게 되어(쌀값이 만원에서 9천원으로 내려갔다면, 개인은 [가처분]소득이 1000원만큼 증가한 셈이겠죠?), 다른 재화를 구입할 여력이 늘어납니다. 이는 다른 재화의 소비까지 촉진하게 되고, ... 이 선순환은 끊임 없이 이어져, 사회는 공황이라는 것을 모르게 된다는 주장입니다(헨리 조지의 시대에도 대규모 불경기는 주기적으로 사회를 엄습했습니다). 어떠신지요? 네. 느끼신 대로, 이 주장은 지나치게 나이브하고, 다양한 내외생변수의 개입을 무시한 단순화입니다. 이 당시에는 (정치하게 이론화된 상태로)알려져 있지는 않았겠으나, 재화의 가격 하락은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를 동시에 부릅니다. 이것이 당해 개별 재화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정확히는 알 수 없고(대부분은 수요 증가로 나타나겠지만), 하물며 타 생산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올바로 계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헨리 조지는 놀랍게도, "그 재화를 사용하는 다른 생산분야의 원가 하락"마저 유발하여, 이 지복(至福)의 파장이 그칠 줄 모르고 확대된다고까지 하나, 이는 그야말로 과격한 일반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재화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예라면, 아마 석유 하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티셔츠, 피자, 운동화, 영화관람료처럼 대중적인 소비 섹터에서도, 그런 "일타삼피"의 꽃놀이패를 찾는 일이란 극히 어려울 뿐입니다. 현대의 네트웍이나 산업 연관 관계의 복잡성은, 그런 단순한 처방을 거부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세분화한 개인의 개성 발달도 이에 한몫합니다. 오늘 당장 토니모리의 50%세일이 개시된다고 해서, 바로 인접한 못된고양이 매장의 매상고가 과연 조금이라도 증가할지의 여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런 주장은 마치 "정직이 최상의 책략이다." 같은 속담의 타당성만큼이나 현실에서의 힘이 약합니다. 우리는 정말 타인의 검은 속셈을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은 채 신사협정을 맺고 혼자 준수할 수 있을까요? 나 혼자 깨끗하다고 모든 일이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최악의 사기꾼에게 좋은 일만 시켜 주는 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의 대가에게 그 좋은 점을 칭찬해 줘 봐야, 상대는 좋은 과실만 챙기고 입을 씻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이 사람은 이미 선행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나 같습니다. 악에 어리석은 방법으로 공헌한 자도, 똑같은 악행의 실천에 공범으로 가담한 것이기 때문이죠. 헨리 조지의 저 아이디어(12장에서 논한)가 문자 그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동시간대에 모든 인류가 휴머니즘으로 제 영혼을 정화하고,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일체의 경제적, 사회적, 개인적 부조리와 악덕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서 악과 이기심이 일소되고,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복귀했다는 전제 아래 저 처방은 타당합니다.


다만 헨리 조지의 아이디어는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다 줍니다. 우선 그보다 앞선 시대의 경제학자인 세이가 주장한 (이른바) 법칙의 내용을 보십시오, 터무니없게도, 이분은 "모든 상품은 결국 시장에서 청산되게 운명지어져 있으며, 일반적 과잉생산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죠. 겉으로 봐서 후대의 헨리 조지가 한 말과 표현이 똑같습니다. 다만 세이가 한 말은, 시장의 전지전능성을 강조한 극단적 보수파의 입장이고, 헨리 조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독점자본가의 탐욕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아주 선명한 대척을 이룹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유와 배경이 전혀 다르나, 결과적으로 동일한 명제를 논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물론 현실은 이러한 순진한, "숭고한"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합니다.


다 음으로 다른 시사점도 있습니다. 헨리 조지보다 한참 뒤의 사람인, 케인즈를 떠올려 봅시다. 이 사람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뭡니까? "경기가 나쁘면 돈을 찍어내 뿌려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서야(아베도 요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죠)지, 시장만 믿다가는 다 죽는다."죠. 근데 이 이야기도, 저 위에 제가 적은 대로(당연히 이 책에 나온 대로), 헨리 조지의 주장과 통합니다. 이것은 개별 명제의 우연적 일치가 아니라, 아예 기조와 본의까지 일치하는 것입니다. 다만 케인즈의 생각은 "가난한 다수를 구할 수 없는 사회는 부유한 소수도 구할 수 없다."는, 소수 귀족 엘리트의 체제 수호 본능과 우수한 지성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번 역에서 몇 가지만 지적했으면 합니다. p33 중간 쯤에 보시면 아서 대통령의 언급이 나옵니다. 체스터 a 아서는 미국의 21대 대통령인데, 영화 <다이하드 3> 중에서 "퀴즈"의 소재로 잠시 언급되기도 했습니다(폭발물이 설치된 학교 이름). 첵에는 역자의 보충 설명을 통해, "낙선한 아서가 낚시를 하러 가자 철도회사들이 가차없이 잘라버렸다."고 나와 있습니다만, 이는 잘못입니다.


체 스터 a 아서는 일종의 정치 청부업자 같은 유형으로 수완이 좋아 대통령까지 된 사람인데요(영화 <다이하드 3>에서는 새뮤얼 잭슨의 입을 빌려 "세무공무원이 대통령까지 출세한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국세청장직은 엽관행위로 따 낸 자리였습니다), 이 사람은 자본가들의 후원을 받아 부통령 지명을 따 내고, 가필드 대통령의 암살 후에 그 직을 승계했으나, 대통령이 된 후에는 대중추수노선을 걷습니다. 유명한 조치로, "기차에서 흑인들도 차별 없이 좌석에 앉을 권리"를 법제화한 일이 있죠(이게 현실이 되려면 이후 백 년이 더 지나야 했지만요). 이 조치로 특히 철도회사에서 치를 떨었습니다. 그래서, 업무가 산적한 현직 대통령이 플로리다로 낚시를 떠난다고 하자(당시에는 워싱턴에서 플로리다까지 가려면 대단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들 철도회사들이 보복 차원에서 직무 태만을 걸고 언론을 통해 그를 집중 비난하고 나선 것입니다. 결국 이 일로 체스터 a 아서는 정치적으로 재기불능이 됩니다. 원문의 deadhead는 이 사실을 지적한 것이고, 역자의 설명은 틀린 것입니다.


p119의 아래 8째 줄을 보십시오. 잘 이해가 되십니까? 이 문장은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re are those who constantly talk and write as though whoever finds fault with the present distribution of wealth were demanding that....


이 문장을 본 뜻이 살아나게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의 부(富) 분배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마치 예외 없이 ....... 를  일치되게 주장하기라도 하는 양,

덮어놓고 매도하는 필자와 논자들이 있다.


이렇게 쓰면 전혀 오해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책의 그 번역은, 전 교수님이 올바로 이해하신 바를, 독자로 하여금 다른 방향으로 오도할 모호성을 띠고 있습니다.


p116의 "미드 나이트 미션"은, 한국어나 영어나 아무 이유 없이, '미드-나이트'로 띄어쓰기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여기서 띄어쓰기를 하면 다른 뜻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고유명사이니만큼 그 중요성은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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