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살아남기 - 나는 박봉에도 대출 없이 기부하며 미래를 꿈꾸며 산다
김수연 지음 / 이비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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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기가 좀 시들하지만 한때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공무원 시험에만 몰려 우려를 빚은 적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은 인기 직종이며, 그런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막상 자리에 임해 보니 기대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 실망하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전직 퇴직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 책 저자 김수연님은 웹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의 꿈을 뒤로 하고 안정성에 끌려 9급 2년 공부하고 바로 합격한 분이며, 초고속으로 6급까지 승진한, 많은 공시생이나 저연차 공무원분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입니다.  

칼출 칼퇴는 ㅎㅎ 모든 직장인이 꿈꾸지만 함부로 실천에 옮길 수는 없는 과감한(무모한?) 행동입니다. p32를 보면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말이 나오네요. 민원인은 관공서가 9시에 연다고 하면 그 시각에 맞춰 방문합니다. 그런데 공무원이 정각 9시에 출근한다면 아마도 그 민원인(들)은 자기 일을 제 시간에 끝내기 어렵겠습니다. 이 일은, 미리 와서 업무를 준비하던 다른 동료 공무원의 몫이 될 수 있는데, 내가 칼출만 고집하면 그 동료 공무원이 피해를 보는 셈 아니겠습니까. 이는 공무원뿐 아니라, 접객 요소가 있는 어떤 직장(은행 등 금융기관)에라도 통하는 이치이며, 나아가 업무 분장(分掌)이라는 게 있는 모든 조직, 직장에 두루 적용될 사리(事理)입니다. 저자는 직장 분위기를 잘 살피고, 물 흐르듯 가자고 제안합니다. 

책표지와 앞날개에도 나오듯 저자는 시장 수행비서까지 거쳐본 경력입니다. 그런데 수행비서로 발탁되기 전에는 같은 직원 신분이다가 이제 처지가 다르게 되었으니 상대하기가 약간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p71에 자신이 수행비서가 되고 난 후 어떤 요령으로 다른 직원들을 대했는지 상세한 회고담, 관련된 팁들이 나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요청을 칼 같이 거절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러고 그냥 방치하면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릴 수 있습니다. 메신저나 쪽지 등의 방법으로 더 오해가 쌓이지 않게 풀라고 조언하는데 직장 생활하는 이들이 염두에 두면 좋을 방법입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나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인사이동 때 꼬박꼬박 화분을 챙긴다든가 이런 형식적인 수고는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신, 챙겨야 할 하람에게는 진심을 담아서 대하라고 조언하네요. 이 말이 100% 진리까진 아니라고 해도 한 번 정도 우리가 곰곰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이라서 그냥 해야 한다... 아마도 사기업과 관공서가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사기업이라고 해도 제대로된 시스템이 돌아가는 곳이라는 전제가 깔리지만 말입니다. MZ세대라고 해도 "공무원 사무실이 터가 안 좋은지(p125)" 아무리 뚜렷한 주관을 가진 이도 공무원만 되고 나면 좀비로 변하는 딱한 풍조를 저자는 꼬집습니다. 과연 이 사업이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을 위해 꼭 예산을 소모해 가며 시행되어야 하는지 검토하는 건 공무원의 사명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p165)." 이 말은, 설령 팀장 등 위에서 시키는 방향에 강한 반대 의사가 있더라도, 최대한 상사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돌려서 말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p165에 이렇게 듣고 이렇게 읽으시라는 뚯으로 여러 표현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 역시 사기업에서도 두루 쓰일 만함 요령이며, 어느 공부보다도 사람 사이에서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처신하는 게 어렵다는 게 여기서도 증명이 됩니다.  

아주 미묘한 관계가, 공무원과 용역사(用役社) 사이의 관계입니다. 공무원은, 당연히 만능의 존재가 아니니 자체적으로 모든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없고 비용이 보다 적게 들면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용역사를 동료로 대하려면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p184)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특히 예산 같은 건 해당 사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 게시되어 있으므로 어설프게 거짓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가장 한심한 사람들이,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사회 생활의 윤활유 정도로 여기고 저차원의 술수를 대단한 기술 정도로 뿌듯하게 착각하는 이들입니다. 

공무원 생활의 다양한 애환에 대해 엿보며 공감하고, 만만치 않은 인생사의 여러 단면이 공무원 사회라고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던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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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커스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통합 기본서 최신기출유형 + 실전모의고사 - 온라인 시험 대비ㅣ수리논리·추리ㅣ모의고사 5회분ㅣ전 회차 온라인 응시 서비스ㅣ무료 바로 채점 및 성적 분석 서비스
해커스 GSAT 취업교육연구소 지음 / 해커스잡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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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이제 타 대기업과 비교할 때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상대가 안 될 만큼이 되었습니다. 이런 삼성이라서인지 타 그룹과 달리 아직도 상당한 규모의 공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GSAT는 한국에서 인재 평가의 한 기준이 되다시피한 현실입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해커스에서 나온 교재가 수험생들에게는 가장 믿음을 주는 듯합니다. 이 최신판도 2023년 하반기 기출을 다 반영하여 최신 경향이 수험생들 머리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배려했습니다.(특히 최신기출동형 코너) 

p136을 보면 추리 영역인데 기출을 살짝 변형하여 선지(5개) 진술들의 참/거짓을 가리게 합니다. 01번의 경우 지구과학 관련 내용인데, 사실 해당 지식은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다루는 내용이므로 지식만 갖추고 있어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문항의 취지는 형식논리상의 오류를 판별하는 것이므로 실제 과학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GSAT에서 과학적 오류를 전면에 내세우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p137의 02번도 생명과학 내용이며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반면 p147의 18번 같은 문제는 명백하게 형식논리상의 진위 판별이며 제시된 조건들을 침착하게 따져 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p161의 45번은 난이도가 ★★★로 이 교재에서는 최상급입니다. ①선지는 무조건 참인 게,  만약 연진이 가방을 받았다면, 명오는 "연진이와 나 모두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이 정직하든 거짓말쟁이든 간에, 그 입에서 "나는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연진이는 무조건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연진 관련 진술부터 하나하나 가려나가면 되죠. 해설은 별권 p47에 나오는데, 그냥 ①은 참이라고만 해서(정답이 ②인 이유는 아주 자세합니다) 제가 몇 마디 덧붙여 봤습니다. 참고로, 이 문제는 주어진 조건들로부터는 너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와서, 선지 다섯 개부터를 개별 접근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p104에 나오는 문제는 명제추리인데, 출제빈도는 ★★★로서 잘 익혀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이어그램으로 그리면 너무도 간단히 풀립니다. p105에 나오는 해설도 그렇게 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필요조건, 충분조건만 잘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p55에 있는 23번 문제는 정석대로 계산을 해서 풀 수도 있지만, 왜 15와 25를 섞었는데 17이 나오는지 그 비율을 생각해 보면 암산으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15와 25을 섞어 17이 나왔으니 15로부터는 2칸, 25로부터는 8칸이 이동한 셈이죠. 그럼 15%짜리가 양이 네 배 많다는 뜻입니다. 15%짜리가 소금 36g이라 했으니 25%는 9g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5%짜리가 15%보다 농도가 5/3배 높으므로 9 곱하기 5/3 하면 15g이 나오고 답은 그래서 ①입니다. 

확률은 순수 IQ의 영역이므로 사실 머리가 좀 좋지 않으면 고교 수학이라 해도 반복 학습만으로 쉽게 해결이 안 됩니다. p33을 보면 출제빈도가 ★★★입니다. 그런데 고교 과정에서 중복순열을 안 배웠으면 그리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닙니다. 일단 모든 경우의 수는 4의 3제곱으로 64개입니다. A가 적어도 한 번 출장을 간다면, 전체 경우에서 A가 한 번도 안 걸릴 경우만 빼면 됩니다. 그 경우는 3의 3제곱, 즉 27이죠. 여사건으로 문제를 푸는 이런 방식은 사실 EBS 수능특강에서 너무도 많이 다루므로 수능 수험생 시절을 거친 사람이라면 못 풀 이유가 없습니다. 

p287 이하를 보면 인성검사 파트가 이어집니다. p288에 나오듯 이런 검사는 일관성이 중요하며, 만약 비슷한 항목에 답이 다르게 나오면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또 책에서는 삼성이 원하는 인재상을 미리 읽어 두면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점수가 나오게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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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의 법칙 - 대한민국 0.1% 영재들의 교육 비법
송용진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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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하대 수학과 교수님이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팀을 20년 동안 이끈 분입니다. 그 어렵다는 위상수학의 권위자이며 해러의 추측 문제(Harer Conjecture)도 그 증명에 성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수학자로서 난제를 해결하고 연구 업적을 쌓는 것도 대단하지만 학교에서 지역에서 난다긴다 하는 영재, 수재들을 가르쳐 세계 무대에 내보내어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는 분이니 절로 존경심이 듭니다. 

이 책 p188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학생들에게 올림피아드란 단순히 경쟁하여 상을 받는 경시대회로서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답고 어려운 문제(어떤 난제는 어려운 만큼 아름답기도 합니다)를 다루며 열정도 불태우고 세계 각처에서 온 학생들과 문화적 교류도 나누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빛나는 재능을 가꿔 온 아이들이라야 커서 세계를 누비며 타국의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우려스럽게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의대로만 편향되게 진학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대생들은 학과 공부와 전혀 무관한 수학 책(학부 2, 3학년 정도 과정. 실해석학이나 미분방정식 등)을 부모님 몰래(!) 공부하기도 하는데, 마치 읽다 만 소설책 후반부를 읽어나가듯 그들에게는 심화 고급 수학 문제 풀이가 그렇게나 재미난 것입니다. 일부 병적으로 과열된 사교육 클래스와는 달리, 진짜 영재들은 스스로 advanced course를 찾아가며 공부를 진행하는데 p189에도 그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진심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관심사를 진행시키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인내심도 키우고 나중에 송용진 교수님처럼 진짜 학자가 되고 나서 필요한 덕목들을 함양하는 거죠. 

이 책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본 대목은 p87, 진짜 영재들은 겸손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영재들은 남 앞에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을 뿐 아니라 남의 장점을 기꺼이 배우려 드는 열린 마음까지 가졌습니다. 이 책 곳곳에 설명되듯이, 요즘은 수학이라고 해도 분야가 너무 다양해지고 넓어져서 대체 "수학"이라는 전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학자가 잘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아무리 좋은 머리를 타고났더라도, 다른 동료의 의견과 장점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자신의 분야에서조차 대성하기 어렵지요. 학문적 완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성공에 있어서도 겸손은 필수 덕목입니다. 

p117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참고해야 할, 특히 좋은 말씀이 나오네요. 영재가 성공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은 겸손, 개방성(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승부욕, 인내심, 체력 등이라고 하십니다. 승부욕과 겸손은 어찌보면 상충되는 가치처럼도 보입니다. 그러나 송 교수님은, 적절한 승부욕이 있어야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질 수 있고, 겸손과 더불어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게 돕는 상호보완적인 미덕이라고 강조하십니다. p95의 참된 자존심에 대한 언급도 같이 참조할 만합니다. 

수학만 잘하지 다른 분야는 영 꽝인 천재, 과연 그런 타입이 있을까요? 윈스턴 처칠도 역사, 국어(영어)를 빼고는 열등생이었다고 하며 아인슈타인도 자기 관심사 외에 별 소양이 없어 천재 티가 안 나는 괴짜 유형에 가까웠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 별 근거 없이 자신의 희망을 담아 만든 편견에 가깝습니다. 저자께서는, 수학을 적당히 잘하는 레벨까지라면 모를까 아주 잘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역시 전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쪽에 가까운 주장(p164)을 하십니다. 편향된 재능은 온전한 재능이 아니라는 뜻도 되며, 그래서 참된 영재일수록 겸손한 것입니다. p69에도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p89, p178, p242를 보면 최근 한국인 최초로 필즈메달을 받은 허준이 교수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뛰어난 수재 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세우는 건 그 한 사람의 영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수만 명의 다른 사람들이 먹고살 거리를 만듭니다. p115를 보면 방 안에 앉아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신체 활동도 할 것을 권하는데 실제로 저자 송 교수님도 학문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 능한 분입니다. p47을 보면 저자께서는 나이 50이 넘어 중국어를 공부하였으나 지금은 읽고 말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영재는 물론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두뇌의 뉴런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 가지 고정된 방법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천재더라 영재더라 하는 평판에 일일이 휘둘릴 게 아니라(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인재들의 예도, 평자에 따라 과연 진짜 인재인지 아닌지가 의견들이 다 갈립니다), 정말로 행복하게 자신의 과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게 성공한 교육 아닐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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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위로 - 음식과 연결된 우리의 삶
김경희 지음 / 이비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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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빚던 맛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어느 명 셰프가 체계적이고 우아하게 만들어낸 풍미라 해도 투박한 엄마의 손맛에 비길 수가 없겠는데 마치 배가 아플 때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쓸어 주시던 그 체온이 어느 수액, 진통제보다도 효과가 좋던 현상과도 비슷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낫우는 핵심의 감정선이 무엇인지, 어떤 추억이 내 영혼에 근원적인 힐링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의 세월호 사건은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과 상실감을 남겼습니다. 이 책 p35를 보면 그 일이 있은지 1개월 9일째 되는 날 갑자기 조카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크게 당황했던 저자 부부의 사연이 나옵니다. 큰 참사가 벌어지고 나면 내 주변 역시 저런 뜻하지 않은 큰 비극과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감과 긴장을 놓을 수 없게도 됩니다. 아이들이란 돈가스를 원래 좋아하고, 당시에는 아직 신메뉴에 가까웠던 치즈돈가스(애들 식으로 줄여서 부르길 "치돈")를 또 각별하게 좋아하던 조카, 그 어린 나이에 참척을 당한 부모님들은 얼마나 절망하셨겠습니까. 사랑하던 사람이 가고 나면 그 자취를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 대신 채우기도 하는 현상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님을 품은 강렬함이란 몸 속에서 활화산이 끓어오르듯 뜨거운 마그마가 온몸을 들썩거리게 한다(p63)." 이 문장에서 님이란, 우리가 모두 짐작하듯 사랑하는 그 님이라고 해석해도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님은 본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께 달구며 찾아오고, 그 님이 이렇게 뜨겁게 찾아오기에 님이 떠난 후에는 마치 총맞은 것처럼, 혹은 몸에서 엔진이 통째 빠져나간 듯 허탈하고 허망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책의 이 대목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건 그게 아니라 코비드19 감염이었습니다! 이러니 가족과 지인을 만날 수도 없고... 저자는 이 와중에도 루꼴라 새우죽을 만들며 고독을 달래고 다시 만날 그 아늑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p70을 보면 루꼴라 새우죽을 만드는 간단한 레시피가 나오는데 저자는 겸손되이 이를 "주먹구구식 요리법"이라 이름 붙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대체로 이런 식인데 그래서 수필집이기도 하고 요리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저자께서 아리까리한 중의법을 자주 구사해서 독자는 의외의 반전 때문에 즐거워지곤 하는데, p94에도 그런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진주가 하나 있는데 조개의 눈물이라는 그 진주가 아니라" 키우시는 강아지를 가리킵니다. 강아지도 어린이와 같아서 키우다 보면 온갖 배려를 다해야 하는데 분리불안 같은 걸 겪으며 낑낑대는 걸 보면 키우는 분들이 아닌 그저 지나가던 사람도 마음이 다 안쓰러워지죠. 에휴... 사람이나 개나 어쩌다 험한 세상에 태어나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 중인지...  그러나 소중하게 주어진 생명이니 만큼 누구라도 최선을 다해 제 생을 살아내야 합니다. 이 꼭지에서 소개되는 메뉴는 북엇국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아침형 인간, 다른 사람은 올빼미형이라면 서로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그 어떤 벽도 넘기 마련입니다. p143을 보면 저자님과 남편분이 서로 사이클이 달라서 약간 고생하는 사연이 나오는데 이 와중에 남편께서 잠시 입원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부부의 사랑은 간병 중에도 그 순도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제3자가 보기에도 그 좋은 금슬이란 뿌듯합니다. 다슬기탕이라는 메뉴가 생각 밖으로 조리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마마라고 하면 누구나 "엄마"를 떠올리지만 연말 케이팝 시상식이 생각날 수도 있고 p212에서 MAMA는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금산사 가는 길목의 명물 카페 이름이라고 나오네요. 한국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저자는 카페인 울렁증 때문에 못 마신다며 대신 쌍화차(!)를 드시는데, 말만 들어도 좀 분위기가 올드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대목에서 언급되는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 전전 대통령 사르코지의 와이프인데 물론 Stand by your man은 태미 와이넷이 오리지널입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메뉴는 다소 깨는 듯한 오리주물럭인데 아무튼 저자가 끌어내는 결론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안온한 상황을 꾸려 줄 수 있는 여성만의 특권, 기쁨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음식은 그저 신체에 기초 대사량만 제공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안정과 평화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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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3 : 고객편 -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 장사다 장사 교과서 3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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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권에 이어 이 책은 자영업자 사장이 어떻게 나의 고객들을 분석하고 응대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책 앞표지에는 저자가 직접 쓰신 글씨체로 "이 책이 당신의 앞날에 등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그만큼 장사는 현장에서 매우 절박하게, 많은 사장님들이 자신의 앞날을 걸고 치열하게 벌이는 전투와도 같습니다. 경쟁자들에게 밀리면 죽는 것이며 한번 말아먹고 나면 재기도 힘듭니다. 성공한 분의 상세한 회고담을 듣고 나는 과연 무엇이 잘못되거나 좀 부족했는지 복기해 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장사 교과서 시리즈 전에도 저자는 자신의 안경점이 특별한 성공을 거두었던 비결을 정리한 <안경 혁명>이라는 책을 쓰신 적 있고 저도 리뷰를 남겼었습니다. 이 책 p59를 보면,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의 복장이나 분위기 등을 보고 얼마나 예산을 갖고 무슨 생각으로 여기 들어왔는지 빠르게 살펴 보는 저자의 노련한 안목이 서술됩니다. 돈이 많지 않은 분에게 고가의 상품을 권해 봐야 소용 없겠고, 반대로 넉넉한 형편이 한눈에도 척 보이는 이에게는 그 임하는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재미있는 대목은, 겉으로 보아 어떤 부류인지 내게 감이 잘 안 오는 고객에게는, 가장 최상의 제품을 나중에 척 권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대목입니다. 이 파트에서도 유능한 영업사원이 얼마나 큰 몫을 해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소개됩니다. 이래서 잘하는 직원은 사장이 직접 가서 스카우트도 해 온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시켜야 한다(p98)." 이 파트에도 사장님들이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할 포인트가 많이 나옵니다. 한 예로, 닭갈비를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사장님이나 셰프가 공을 들이는 만큼에 비례하여 고객들이 그 수고와 탁월성을 일일이 알아봐 주지는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다른 가게들도 다들 자기 방식대로 맛있게 만들고, 사람의 입맛이란 게 다 다른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닭갈비집은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어 고객들이 더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저자께서는 자신의 안경점에 미용실 의자를 도입하여 색다른 효과를 내었고, 아드님이 갖고 놀던 건담 모형들을 죽 전시하여 분위기를 살짝 바꾸기도 했습니다.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건 돈이 들어 못 한다는 반응도, 이처럼 돈이 적게 드는 아이디어 현출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은 생리적으로 돈 쓰는 걸 아낍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무조건 "우리 집이 싸다(p121)."라고 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왜 여기서 물건을 사야 당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그 고객의 논리와 입장에서도 수긍이 가게 설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안경은 5년을 못 쓰느냐?라고 묻는 고객한테 가장 소중한 눈 건강에 월 만 원 투자하는 셈치라는 설득은 언제나 잘 통했다고 합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착용감이 좋으면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포인트도 고객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는데, 역시 사람 상대하는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이 다시 확인 가능합니다. 

p136을 보면 참 민감한 이슈가 나옵니다. 공장에서 출고된 안경테에 흠이 발견되고(즉, 안경점 사장의 잘못은 아님) 이걸 이미 다 찍어나온 상태에서 고객에게 정직하게 말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줬다가 나중에 고객이 클레임 걸면 그때서야 처리를 해 줄 것인가. 도의상으로야 당연히 전자로 나가야 합니다만 이 경우 고객들은 불안해하거나 오히려 해당 안경사를 질책한다고 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일단 거래가 이뤄진 후이기 때문에 고객은 보다 조심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려 오니, 사장은 전자를 택할 수 없지 않냐는 건데요. 이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죠. 저는 소비자들도, 저런 경우를 맞닥뜨렸을 때 역지사지하여 오히려 "착한 사장님(즉 전자)"한테 고마움을 표시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는 편이, 다음에 이 사장님을 만날 때 여전히 정직하게 대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그가 나를 대하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며, 만약 내가 짜증만 낸다면 아 역시 장사는 사기치면서 하는 게 맞구나 하는 확신을 그 사장한테 심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역시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잘 녹아 있는 책이라서 재미있게도 읽히고 많은 점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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