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합당한 행복감이 찾아오지 않고, 그렇기는커녕 피로감과 허무함만이 엄습할 때 우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되짚게 됩니다. 이 책은 여성 저자 제이미 배런(그래픽 디자이너 등 많은 경력을 쌓은 분입니다)에 의해 쓰였으며 그녀는 자신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한테 아무 필요도 없었던 온갖 강박과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법을 독자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부터 런웨이에 지나치게 깡마른 모델들만이 서는 관행을 금지하고 미디어에 너무 슬림한 여성들만이 노출되는 현상을 아예 법제 차원에서 막으려 들었습니다. 이런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저자가 몸매에 대한 강박을 완전히 버리고 자신에게 참된 자존감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파리 한복판(p70)이 아니라 해도, 나의 자존감을 찾는 발버둥은 얼마든지 뜻깊어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세상 멋쟁이들이 다 모이다시피한 파리에서 다진 자존감이기에 마치 한겨울 강원도 최전선에서 유격 훈련이라도 한 듯 더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겠네요.  

저는 우리 나라에서나 그런 종류의 강박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p100을 보면 저자 역시, 나이 몇 살 때까지 이러이러한 업적을 쌓거나 이 정도 지위에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 대부분은 사회가 개인들에게 부여한 저런 공연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가 비로소 해방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에게 괜히 가혹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외부에서 마련된 기준이 나한테 행복을 갖다줄 까닭이 없는데, 필요 없이 나한테 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다가 이루는 건 그것대로 없고,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엉뚱한 일이 몰입하다 다시 좌절을 맛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먼저 무엇이 내게 참 행복을 가져다 줄지를 먼저 성찰해 봐야 했었습니다.      

강박은 수치심(p146)을 낳습니다. 물론 수치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줄을 당연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내 몸매가 저 깡마른 모델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강박, 매체나 어떤 상업적 이미지가 억지로 형성한 기준이 내게 부여한 수치심은 하루빨리 걷어내는 게 나 자신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애초에, 극소수만이 도달 가능한 몸무게와 체지방 지수를 내가 갖춰야 한다는 자체가 무리입니다. 날씬함은 그저 건강함을 유지할 정도로만 갖추면 충분하지 읺습니까. 

저자 제이미 배런의 근황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그리 뚱뚱한 분이라는 인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과 3년 전인 코비드 팬데믹 시기에 폭식 장애를 겪고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이 수치심을 낳고, 억지로 버티다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목표를 어겼으며, 그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아주 익숙하게 겪었던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단 먹는 문제뿐은 아닙니다. 어떤 프로젝트(p176) 같은 걸 맞닥뜨렸을 때, 무작정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지배당하면, 그 성과라는 게 나의 포텐도 제대로 발휘 못 한 채 끝나버리기가 쉽습니다. 

남다르고 대단한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보다, 작은 성취라도 꾸준히 내어 버릇하자는 다짐을 마음 속에 두고 작은 성취라도 끊이지 않고 이뤄낸다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남다를 수 있습니다. 행복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끊이지 않고 가꾸는 게, 나 자신의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금 모르면 해외구매대행업 절대로 하지 마라 - 똑같은 매출인데 왜 내 세금만 더 많을까?
서정민.서정무 지음 / 라온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외구매는 이미 그 길이 열린 21세기 초부터 한국인들도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저만 해도 아마존닷컴을 통해,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외서를 구매했었으며(만약 교보에, 어느 업자가 대량으로 들여온 물량이 론칭되었다면 거기가 싸지만),  제 선배님은 이미 1999년경 아마존 초창기부터 직구를 일상처럼 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직구를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으며, 이런 분들을 위해 구매대행이라는 업도 생기는 건데, 의외로 이쪽이 복잡한 법률 문제가 얽혀 있어서 자칫하면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습니다. 두 분 저자는 세무 분야 전문가로서, 구매대행 절차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이 책에 집중적으로 담았네요.  

개업 세무사가 매우 많습니다만 정작 찾아가서 뭘 좀 물어 보면 의외로 대답이 시원하게 안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책에 나오는 지식만 알 뿐, 요즘 급변하는 산업 행태를 잘 알지 못해, 이에 적용되는 신규 법제 역시도 잘 몰라 고객들에게 불충분한 응대만 하고 마는 답답한 전문가들도 있어서입니다. 이 책 p49에도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소개되는데, 사실 일 잘하는 전문가는 고객한테 뭐 하나라도 빠진 게 없나 더 챙겨 주려 드는 게 보통입니다. 그게 프로페셔널의 본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세무사라고 해도 능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업 하나 하는 데에도 골머리가 아플 업자들에게 행여 추가 수고를 안 끼칠 진짜 실력자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필요도 없이 세금을 더 냈다면 돌려받는 게 좋으며 이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경정청구를 대행으로 해 주는 업자들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저는 이 책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일을 전업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p61). 그런데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요건이 (잘 따지고 보면) 충족 안 되는데도 실적만 올리려고 무작정 들이대다가 결국은 세무서에서 퇴짜를 맞는다든가, 사후 관리가 안 되어 오히려 더 불이익을 받는다든가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애초에 정확하게 세무 처리를 했으면 사후 경정이고 뭐고가 안 생긴다는 통렬한 지적을 합니다. 처음부터,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전문가를 찾아가면, 어설프게 형식적으로 일하는 서투른 사람을 거치고 겪게 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찾아와서 세금 좀 줄일 방법이 없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하는 내용은, 그 전 연도에 발생한 사실들에 대한 신고이며,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나중에 어떻게 해 보려는 건 대단히 무익한 시도라고 꼬집습니다. 있지도 않은 비용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도 하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이 위법한 탈세 시도일 수 있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결과가 나올 뿐이라고도 합니다(p101).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소부터 세무 전문가들에게 합리적인 관리를 받으면, 법을 지켜 가면서도 세금은 세금대로 아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매대행이 지금은 대부분 부업으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데, 점차 규모가 커지다 보면 직원을 두려는 생각도 들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에서 직원을 둔다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됩니다. p165에도 나오듯 4대 보험도 부담해야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가족 등을 직원으로 두는 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이 경우 두루누리 등 시스템이 지원하는 다양한 헤택도 감안해야 한다고 충고하네요. 특히 특정 근로자의 경우 채용 시 혜택을 (생각지도 않게)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대체로 해외구매대행은 중소기업 규모이리라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규모의 기업에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도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p208을 보면 본래 해외구매대행만을 위해 마련된 제도는 아니지만, 이 업자들에게 적용되어 알맞을 제도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능하면 나의 사업에 최대한 혜택을 주는 시스템적인 요소를 잘 알아서 나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겠으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 평생 사랑할 너에게
김새벽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 사랑이고 그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증오(p59)로 바뀔 수도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정반대로 이 감정을 투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친 듯 미워해 본 적이 있겠으며 그 계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그보다 전에 내가 미워했던 그 누군가가 했던 짓을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면? 아마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사랑하던 사람에게마저 만정이 떨어져 내 미움의 대열에 합류하기. 다른 하나는 거꾸로, 이전의 미움조차 이제 이해(사랑까지는 턱도없겠으나)되는 감정으로 바뀌기. 저자는 후자에 속합니다. 내 마음에서 미움의 감정이 사라지면 그 사라진 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의 힘이라는 게 이처럼 강력하기에 그 지독했던 미움의 감정에 이해의 첫발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나 상황이야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이 책 p46에서의 배경은... 책 전체를 읽어 보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이때, 사랑하는 마음, 아무리 무조건적으로 향하던 마음이라 해도, 마음은 계산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하는 너도 이기적이지만, 이런 계산을 하는 나 자신도 무척 이기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독자가 보기에, 과연 이런 것도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너를 당황시키지 않으려는, 끝까지 이타적인 마음이 느껴져 더 안타깝고 안쓰럽지 않습니까? 이런 대책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똑같은 이기심의 레벨로 애써 포장하여 상대가 이기적임을 가려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 독자의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무엇이 특별하고 무엇이 흔한 걸까? 저자는 특별함이라는 걸 길꽃(p71)에서 찾습니다. 크고 예쁘고 특별한 건 꽃집에서 쉽게 살 수 있기에 이미 특별한 게 아니다(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길가에 핀 꽃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자신만의 사연을 혼자 힘으로 꽃피운 아이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귀하다는 것이며, 사실 이 꽃을 그 침침한 구석에서 발견을 해 낸 저자의 안목과 사연, 그에 투영한 감정이 더 특별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흔해서 더 특별하다는 역설인데, 이걸 이렇게 있는 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니까 과연 사랑하는 사이가 맞긴 한가 봅니다. 만약 사랑의 농도가 덜하다면 '뭔 헛소리?'라며 콧방귀를 뀌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숨결 하나도 특별합니다. 

오랜 동안 사랑하며 같이 살아 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놀랄 만큼 서로 닮습니다. p91에서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간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 보면 사실 두 사람이 그리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이에게서 (전에는 없던) 나의 감정 표현이라든가 개성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나의 빈 곳을 상대의 장점으로 채워가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나도 그만큼 뿌듯해지고,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려 드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고 그만 있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있어 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확인, 증명(p118)이 가능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곁에서 누가 둘의 하나됨을 방해하는 중일 수도 있겠으나, 커플은 이런 도피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더 사랑을 굳건히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 치는 남자(p131)가 좋다고 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서투른 소리가 듣기 싫었을까요? 그녀는 나가 버리고 나 혼자 뜯던 현은 뚝 끊어져 버립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잦은 위기를 겪지만, 때로 통 조율도 해 가면서 그렇게그렇게 항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랑은 때로 평생을 지속하나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2023)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각처에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갑자기 긴박해졌습니다. 하마스가 이런 기습을 감행한 배경에는 중동 전체에 해빙 무드가 찾아오며 팔레스타인 실지(失地) 이슈가 잊혀지는 데 대해 경각심을 부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되었으며 실제로도 하마스 측에서 그렇게 밝혔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작년(2023) 5월에 발간되었으니 이-팔 간의 전면 재충돌이 벌어지기 훨씬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날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상세하게 팔레스타인 이슈의 근원을 짚고 있으며, 왜 느닷없이 하마스 측이 기습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해 원인(遠因)을 상세히 파헤칩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의 기조에 의하면 오히려 가해자라 평가할 수 있는 혈통의) 유대계 저자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따라서 그만큼 더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있겠습니다. 

p20을 보면 에드워드 자이드 교수의 의미심장한 언급이 눈에 띕니다. 중동에서 모든 분쟁의 배경에는 지난 시대의 잔혹한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리엔털리즘의 창시자로 인지도가 높은 자이드 교수는, 시온주의,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일련의 움직임을 태동케 한 것이 결국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라고 파악합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거세게 일어난 민족주의는 결국 반유대주의를 낳았고, 약육강식에의 무리한 옹호와 사회적 진화론이 가세하여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선주민에 대한 혐오에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오니즘 자체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데에 자이드 교수 견해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p84를 보면 참으로 충격적인 서술이 나옵니다. 2021년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구금하고 헌법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당시 세계적인 범위에서 지탄을 받았더랬습니다. 이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 고위층과 접촉하여 여러 군사 노하우를 전수 받았는데,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은 국가 내 소수 집단, 소수 민족을 집중적으로 탄압하여 하나의 주류만이 그 세력권 안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들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회동한 배경이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라는 점도 개탄스럽습니다. 나치로부터 홀로코스트를 당할 뻔했던 민족이, 이제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향해 훨씬 개량되고 교묘해진 절차와 기법으로 자국 내 소수 집단을 향해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정황이 보이니 말입니다. 바로 앞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자국 내 반군(대립의 역사가 아주 깁니다)을 탄압할 때 역시 이 이스라엘로부터 유용한 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찹니다. 하물며 이 두 국가의 경우 중국 정부와 암암리에 협력하던 경향인데, 정작 이스라엘은 중국과 적대하는 스탠스이니 대체 국제정치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p193을 보면, 미국이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매우 위선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있습니다. 왜 하나의 억압(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정당화되고 다른 억압(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규탄되어야 하냐는 골자입니다. 

드론은 한국에서야 취미 활동의 수단이지만 국제전에서는 이미 고도의 효율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정착한지 오래이며 사실 본래부터 전쟁 수단 용도로 개발된 면이 있습니다. p148을 보면 유럽의 프론텍스에까지 수출되는 고성능의 드론이 세계 각처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지에 대해 다양한 출처를 인용하며 독자에게 그 실상을 전달합니다.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삼고, 그간 온갖 무기와 전술을 개발하여 자체 전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타국에 수출까지 하여 자금까지 확충합니다. 무기와 전법의 수출은 효율적인 폭력 행사의 확산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나치도 세계 전쟁을 일으키기 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 측에 대고 마치 실험실에서처럼 각종 첨단 무기와 전술의 활용을 테스트한 적 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멕시코와의 긴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재임 중 일부 실천에 욺긴 적 있습니다. p196을 보면 마갈 솔루션즈라는 글로벌 보안 회사의 행적이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이스라엘에서의 분리 통치 과정에서 그 효능을 입증한 장벽 건설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며,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짓겠다던 시설 소식을 듣고 큰 기대에 부풀었다고도 나옵니다. 엘빗이란 회사의 행적도 소개되는데.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서 크게 활약하면 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건 아메리카 선주민 활동가들이라고 합니다. 과거, 레저베이션이란 미명 하에 설정된 좁은 구역에 몰려 겪었던 그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여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이지만 그 컨텐츠에 대해 적용하는 정책이란 모호하기 쩍이 없습니다. p270을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많은 영상들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구글 측에 의해 삭제되거나 기타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추측에 의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구글 측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동이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한 나머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사실 팔레스타인 이슈를 떠나, 구글은 어느 나라에서나 컨텐츠 규제를 좀 모호한 베이스에서 돌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구제도 시원찮으니 과연 거대 미디어 그룹이 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어느 종족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명을 타자화하여 그저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폭력을 가하며 그로부터 나온 성과를 이론화, 시스템화하여 타국에 수출까지 하는 행태는 만인의 규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화해와 평화만이 인류가 공영하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으며, 아울러 하마스 측도 분쟁과 전혀 무관한 타국인들을 함부로 인질로 잡아 가해하는 못난 행태를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든 국내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증보2판) - 국내 4500 여개 여행지를 담은 우리나라 국내 여행 바이블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이라는 나라도 얼마든지 찾아보고 톺아보고 살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뻔한 여행서나 프로그램, 컨텐츠의 부실한 소개 때문에 엉뚱한 곳에 가서 고생하거나, 제대로된 관광지에 도착하고도 그 참된 매력을 맛보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에이든에서 연속으로 펴내는 여행책, 지도책을 보고 이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게 있구나 하는 감탄, 만족감을 독자로서 느꼈는데, 이 800여쪽에 달하는 책을 보고서야 국내여행의 확실한 컴패니언을 마련했다는 느낌에 아주 뿌듯했습니다. 

p100, p101을 보면 충청과 전라 지역을 다룬 정밀지도가 나옵니다. 지도는 한번 제작, 마련된 후에 끝이 아니라 그후에 일어난 많은 변화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가 있어야만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만족한 부분이 이 충청, 전라 지역 지도였습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티맵이나 네이버 지도 등을 참조하며 관광에 활용하겠으나 때로는 혼란을 겪고, 때로는 불충분한 정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책이 그런 어플리케이션보다 낫기란 대단히 어렵지만(업데이트 문제 때문에), 공을 들여 만들고 여행자들의 불편 사항 호소를 충분히 경청한 여행서라면 때로 더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상세한 정보가 많아서 저는 당장 이번 연말에 있었던 연말 개인 일정 소화에도 무척 요긴하게 써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p266을 보면 경기도 포천의 사항들이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 포천이라고 하면 대뜸 떠오르는 몇 가지 지역적 개성과 랜드마크 외에 뭐가 딱히 있을까 싶어도, 어떤 지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합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 숲카페 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핫플이지만, 책에서는 꼼꼼한 텍스트 팔로스루를 통해 여태 독자가 모르고 지나쳤던 디테일을 매우 세심히 짚습니다. 설령 포천에 거주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몰랐을 만한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제 지인은 이 대목을 읽고 앞으로 시도할 창업에도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강원도 춘천이라고 하면 대번에 닭갈비 같은 걸 떠올리겠으나 근래 도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서울에서 한층 거리가 가까워진 춘천은 그 외에도 많은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 카페는 아마 방문해 본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최근에 말끔하게 새단장한 곳이기도 해서 더욱 찾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책에서 제시한 정보가 아주 상세하여 이미 여길 찾아봤던 이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포인트를 책에서 발견하고 다음 번에 유념하여 즐길 수 있겠습니다.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라는 삼악산에 대한 소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p422를 보면 충청도(대전과 세종시 포함)에 소재한 여러 맛집들의 먹거리가 소개됩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지루하게 교통 경로만 따라가며 단선적으로 사항들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을 커버할 때 맛집이면 맛집, 먹거리면 먹거리 하는 식으로 따로 몰아서 정리를 해 주고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태안의 박속밀국낙지가 소개되었는데 저도 이번에 먹어 보고 최고라고 생각들기도 했던 메뉴입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할 만큼 인구가 줄어드는 경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고장이기도 합니다. p514를 보면 해당 지역의 명소 혹은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여러 명물이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책에서 추천하는 곳은 경천섬인데, 상주시 소재이며 낙동강변에 위치했다고 합니다. 저도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인데 사진이 멋있게 찍히기도 해서 꼭 한번 찾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넣기도 했네요. 

역시 음식 하면 전라북도이며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재미있게 본 파트는 고창의 장어요리였습니다. 풍천장어라고 할 때의 풍천부터가 이 지역의 한 명산 근방에서 유래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이처럼 인문적 지식과 한국 고유의 풍취를 고스란히 담아 독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그저 정보로서의 여행서가 아닌 살아 숨쉬는 가이드와도 같이 독자를 이끌어 주는 점이 최고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