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철저반복 100칸 문제집 1 - 7~10세 예비초등 수학 1
가게야마 히데오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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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리츠메이칸 대학 교수였던 가게야마 대표는 본디 야마구치 초등학교, 스치도 초등학교에서 교사로도 근무했다고 합니다. 이때 그가 계산 능력이 다소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안한 게 100칸계산법인데, 이 책 p5에 보면 특별히 부모들을 위한 제언이 나옵니다. 

 

원래 이 계산법은 고학년인데도 또래들보다 계산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서, 이 계산법을 유치원생, 초1 등에게 적용하면 애들이 좀 어려워하는 수도 있다고 그러네요(p5). 그래서인지 이 책 두번째 권 뺄셈편(ISBN 9791170185888)에는 책 제목 앞에 6~8세용이라는 안내가 붙었었고, 지금 이 책은 7~10세용이라고 따로 나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한글도 세 살 정도에 이미 뗀 아이들한테는, 6세라고 해도 바로 뺄셈을 이 계산법으로 가르치고, 그 책 마스터한 후에는 이 문제집으로 연습시켜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애들이 재미있어 하고, 안그래도 잘하는 애들은 어 이렇게 하니까 더 쉽네? 하면서 의욕을 더 내는 거 같습니다. 한글하고 함께 진행해도 무리가 없고, 계산법 배우는 요령이 한글 깨치는 법과 비슷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기더라는 게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먼저 이 시리즈 2권(ISBN 9791170185888)을 다 공부하고 나서, 그 다음에 후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책(문제집)을 진행해야 최대한 능률이 생길 겁니다. 

 

이 문제집 pp.6~19을 보면 받아올림이 없는 덧셈, 받아내림이 없는 뺄셈 문제가 죽 나옵니다. 이미 뺄셈을 공부했고, 이 책은 뺄셈편(ISBN 9791170185888)과 자매편인 책인데도 덧셈이 또 나오는 이유는, 복습을 시키는 목적 외에도, 덧셈과 뺄셈이 본래 원리가 같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내면화하여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 같아 보입니다. 받아올림, 받아내림을 애들이 그새 잊어버렸을까봐 책 하단에는 그 원리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저자 가게야마 대표가 본인이 직접 어린이들을 다 가르쳐 본 경험이 있으니까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하는 거겠고 말입니다. 

 

p22부터는 "10의 덧셈", 10의 뺄셈" 편이 나옵니다. 앞서 제가 쓴 리뷰( https://blog.naver.com/gloria045/222320781237 )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게 예전 식으로는 "보수(補數)"라는 개념이죠. 이걸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통해 확실하게 마스터해야, 다음 레벨인 100캰 연산이 자유자재로 행해질 수 있습니다. 



 

pp.30~40에 받아올림 있는 덧셈, 받아내림 있는 뺄셈이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페이지수로는 11쪽밖에 안 되지만 이걸 7일치 분량으로 책에서는 잡고 있습니다. 반면 그 앞 과정은 pp.6~29까지 24페이지나 되지만 날 수로는 7일분으로 제한합니다. 이 책의 중요한 파트는 "받아올림 있는 덧셈, 받아내림 있는 뺄셈"이라 봐야 하기 때문에, 여기를 보다 정성들여서, 또 집중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이거는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pp.6~40은 그냥 문제 풀이 파트입니다. 그리고 pp.41~60이 "100칸 계산법"의 진수가 뭔지 제대로 보여 주는, 이 네번째 책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뭐 그런 부분이고요. 그러면, 제 생각에는, 오히려 후반부인 pp.41~60을 먼저 마스터하고 나서, 그 다음에 다시 전반부로 돌아온 후, 이제 백 칸 예쁜 레이아웃(혹은 일종의... 알고리즘?)의 도움 없이도 아이 혼자서 얼마나 계산이 잘 되는지, 빨리 풀리는지, 점검해 보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후반부 10칸, 100칸 덧셈표 뺄셈표를 보면. 7일차까지는 더하는 수 더해지는 수(혹은 뺄셈의 앞의 수 뒤의 수)를, 색깔을 달리해서 구분을 해 놓았습니다. 뺄셈의 경우 앞의 수를 빨간색, 뒤의 수를 파란색으로 칠했는데, 이러던 게, 덧셈 뺄셈 모두 8일차부터는 색 구분이없고 모두 백색 바탕에 검은색 숫자로만 처리합니다. 아이들한테 점점 터프한(?) 포멧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차 적응시켜 나가게 하려는 배려이겠습니다. 수능이나 학교 시험에서 누가 색깔을 칠해 가며 애들을 안내해 주겠습니까. 

 

p61 이하에 본문구성과 똑같은 레이아웃으로, 다만 글꼴 크기와 장평만 줄여서 친절한 해답이 나옵니다. 이런 친절하고 예쁜 편집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취학전 아동이나 저학년한테는 공부의 외관에 겁을 안 먹게 하는 게 의외로 중요합니다. 잘할 수 있는 애들도 책(의 편집)이 불친절하면 지레 공부에 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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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우는 1등 연산 100칸 계산법 뺄셈 편 - 6~8세 예비초등 수학 2
가게야마 히데오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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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가게야마(陰山)히데오(英男), 가게야마 연구소 대표입니다. 일본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교수이기도 했던 이분은 "100칸 계산법"의 창안자인데, 이게 실제로 일본에서 여러 아동들에게 교습하여 큰 효과를 본 방식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창의력과 상상력, 연결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도 많죠. 그러나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나도, 이를 뒷받침할 기초적인 연산, 계산 능력을 제때 갖추지 못한다면 그 창의력이라는 게 얼마나 겉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산수, 수학 정규교과과정에서 요구하는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은, 예를 들어 2학년이면 2학년, 3학년이면 3학년에 다른 아이들만큼은 능숙히 해 내게 도와 줘야 하죠.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고 와도 나중에 혼자 힘으로 해 내지 못하면 부모님이 도와 줘야 합니다. 요즘은 이런 것도 "(가정 내) 피드백"이라 부른다는데 피드백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 공부는 앞으로 발전이 이뤄지기가 매우 힘듭니다. 

 

예전에 나이 많은 세대들은 그들의 어린 시절 주산학원, 속셈 학원 같은 곳을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이때 학원에서 가르치는 기초 개념 중 하나가 "보수(補數)"라는 것인데, 예를 들면 3의 보수는 7, 그리고 2의 보수는 8, 또 4의 보수는 6, 뭐 이런 식입니다. 더해서 10이 되는 상대방 수를 가리키는 거죠. 아무리 뺄셈을 어려워해도 이 정도 개념은 어떤 아이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보수"라는 개념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이걸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계산을 쉽게 접근시킵니다. 


 

p7을 보면 가로 두 구역, 세로 두 구역으로 이뤄진 네모 상자를 제시하여, 윗줄에는 파란색 숫자, 아래 왼쪽 줄에는 빨간색 숫자를 써 놓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후, 빨간색 숫자에서 파란색 숫자를 빼게 한 후, 그 결과를 큰 구역 안에 써 넣게 합니다. 빨간색 숫자, 파란색 숫자 모두 한 자리 숫자이며, 이 정도는 어떤 아이라도 어려움 없이 해 냅니다. 책에서는 이걸 "1칸 뺄셈"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 "1칸 뺄셈"이, 앞으로 이어질 계단식 뺄셈, 10칸 뺄셈, 30칸 뺄셈, 50칸 빨셈, 100칸 뺄셈 등의 기초가 됩니다. 일본 민담에서, 마당에 작은 나무 하나를 심은 뒤, 그 나무가 아주 조금씩 자라는 동안 매번 뛰어넘는 연습을 하여, 나중에는 몇 척 높이로 크게 자란 나무도 붕붕 뛰어넘을 줄 알게 된 어느 무사가 둥장하는 게 있습니다. 물론 신체능력에는 임계치라는 게 있으므로 조금씩 증분하는 방식이 무한정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이 민담은 "조금씩 단계를 높여 나가는 연습의 무서운 힘"을 비유적으로 설명합니다. 1칸 뺄셈이 쉬워지면 계단식으로 나아가고, 계단식도 잘 하게 되면 10칸, 30칸, 급기야 100칸으로 차차 레벨을 높여 자신감도 키우고 계산 실력도 완성하게 됩니다.


 

p15를 보면, 가로 열 줄, 세로 두 줄 박스에 먼저 앞의 수(예를 들어 11)만큼 파란색을 칠한 후, 뒤의 수(예를 들면 9)만큼 빨간 금으로 지워나갑니다. 이렇게 하면 남은 칸이 두 칸이며, 그래서 답이 2가 됨을 아이한테 아주 쉽게 이해시키고 있네요. 머리가 좋은 애들은 이렇게까지 계산과정을 도해화하지 않아도 잘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애들(머리가 늦게 트이는 애들 포함)은 이런 과정을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사진처럼 다른 보조 도구 없이 숫자와 연산기호만 제시된 "시험 문제 유형" 앞에서도 떨지 않고 능숙히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제 10칸 뺄셈으로 난도를 좀 높여 보십시오. 마치 아이들에게 한글을 깨치게 할 때, 가로줄에 자음(닿소리), 세로줄에 모음(홀소리)들을 나열하여 이를 조합한 글자 하나하나를 정확히 발음하게 하는 그런 도표들과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아이가 뺄셈을 못한다고 마구 다그치기만 할 게 아니라, 계산의 모양을 이해하기 좋게 만들어서 아이가 그 이치를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도와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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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즐거운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 단단하고 행복해지는 중년, 삶의 새로운 속도와 리듬
전윤정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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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영생을 혹 절대자가 준다고 해도 그리 반갑지 않을 거라 말합니다. 늙고 병든 육신으로 백이십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도 별 의미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파우스트 박사도 그 엄청난 지적 성취를 이루고 나서도 영혼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 팔아 청춘을 되찾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크림 오브 더 유스, 혹은 베스트 이어즈 오브 마이 라이프, 다시 안 올 청춘을 행복하고 보람 있게, 혹은 원 없이 즐겨 봐야 회한이 안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젊은 시절을 (저런 두려움 때문에) 아무 계획 없이 낭비하며 흥청망청 보내는 것도 무책임하고 우스운 일입니다.

앞으로 남은 생이 그저 나이 들고 무거워진 육신만 끌고 가야 할 뿐이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어차피 정신의 평온에 의해 모든 기분이 좌우되며, 카리브해 호화 리조트에서 미녀들에 둘러싸여 환락을 즐긴다 해도 (무슨 이유에서건) 마음이 열등감과 좌절감, 피해의식, 불안에 지배된다면 그걸 두고 무슨 기쁨이나 호강을 누린다 평가할 수 없습니다. 나이 들면 젊은이와는 또 다른 계기와 노력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오히려 이것이 젊었을 때 누리는 말초적 쾌락보다 더 근원적인 보람의 확인 지점인지도 모릅니다.

저자께서는 각별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 큰 지분은 아마 외할머니에 빚지셨나 봅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보면 근거 없는 피해의식에 젖어 남의 행복한 가정을 파탄 내고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만 채우려 드는 나쁜 여자가 등장하는데, 이런 사람이 이런 삶을 사는 것도 (본인 말로) 어려서 사랑을 못 받고 자라 그렇다고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상처, 분노, 열등감 따위를 자신의 내면에서 삭이거나 잘 다루지 못하고 엉뚱한 남에게 분풀이하는 것만큼 한심하고 못난 짓이 없습니다.

"능력 있는 산파". 사실 전근대의 기술을 다룰 뿐인 인력이 아무리 유능해 봐야 뭐 어느 정도일까 여겨도, 이 책에 나오는 저자분의 외조모 같은 분을 보면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거꾸로 앉아 있긴 해도) 제가 알아서 자리를 잘 잡으려고 하는 거다." 참 놀랍지 않습니까?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의 효율과 마력이 이 정도까지나 멀리 뻗칠 수 있습니다. 작가분은 외조모님이 가진 분유를 몰래 먹을 때 일종의 "길티 플레저"를 느꼈다고 하지만 독자인 저는 그 외조모님의 정성, 성실함, 타인(특히 임산부)를 대하는 진심과 정성 등이 심지어 그 보유한 분유에까지 스며든 효과가 아닐까 하고, 물리학적, 약리학적(혹은 그 무엇이든)으로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허구의) 인과과정까지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애도 나오듯, 사랑의 힘은 심지어 시공간의 장벽마저도 초월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년 이상의 연령층은 갱년기를 겪으며 각별히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조금만 덥거나 추워도 큰 불편함을 느끼며, 그 와중에 여성은 월경이 중단되기도 하는데 또래 사이에서 여전히 그 주기를 지킨다는 선언이 부러움을 사기도 하나 봅니다. 작가분은 "지성 피부라서 로션 하나로 평생을 살아 왔으나 갈수록 피부가 건조해져 영양 크림을 꼭 바른다"고도 하십니다. 중년이 지나며 겪게 되는 설움과 불안감의 크기와 색깔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흐린 날씨에는 온종일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는데, 그러나 이런 건 여성이면 심지어 10대때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여튼 여성분들의 경우 이렇게 월경을 멈추는 걸 "완경"이라 부르는 듯한데, 저자분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월경을 완주(完走)한 우리가 다시 한 번 뛰어갈 새로운 트랙을 대해. 눈부신 시작에 대해." 참 멋진 말입니다. 또 폐경은 폐경(閉經)이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폐경(廢境)으로 새겨야 한다는 홍이현숙씨의 말도 인용되네요.

제 주변에도 최근 간 질환 때문에 결국 타계하신 어르신이 있는데, 이 간 관계 병질은 갑작스럽게 악화되고 안타까운 죽음도 예기치 않게 당사자를 찾는 경향이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할 듯합니다. 저자께서 물론 효녀이셨으리라 사료되지만 어떤 자녀라 해도 부모의 죽음에 임해서는 "자신이 잘못한 일만 생각나기 마련(p149)"이라서 더 이처럼 극진한 슬픔을 표현하게도 됩니다. 특히 어르신 수발 할 때는 용변의 처리 등에 있어 마음 안 상하시도록 주의해야 할 듯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으나 그렇게 안타깝게 가시면 남은 생 동안 후회와 자괴감은 모두 자식의 몫 아니겠습니까.

어떤 자는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사서 걸쳐야 한다고도 떠드는데, 정작 명품의 본고장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분수에 맞지 않게 과시적 소비를 하는 풍조를 몹시 경멸"한다는 게 작가분 지인의 관찰 결과라고 합니다. 사람이 보잘것없는데 어울리지 않게 명품을 걸쳐 봐야 무슨 폼이 나겠으며, 물질뿐 아니라 정신까지 빈곤하니 저런 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목청 높여 내뱉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이 일탈행위도 서슴지 않으며 명품을 탐내는 것도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의 나쁜 본을 받은 결과이겠으나, 한편으로 학교에서 야무지게 공부하며 커리어를 잘 가꿔 나가는 젊은이들도 많으니 지나치게 메리토크라시의 큰 병폐를 지적할 건 또 아닐 듯도 합니다.

전자사전, 나아가 앱을 이용한 영어 공부보다, 고색 창연한 종이사전을 옆에 끼고 공부하던 시절의 낭만을 아는 게 또 중년 세대이기도 합니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며, 젊은이보다 더 세심하고 더 부지런하게, 생의 소소한 기쁨과 보람을 찾아 나가는 인생이 있다면 한창 싱싱하게 피어나는 청춘이 구태여 부럽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순간이 내가 가장 젊은 지점이라는 점 잊지 않고,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의 찬란하고 생생한 기쁨을 놓치지 않고 나꿔채는 열정과 정성이 중요한 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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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의 오해와 진실
김현영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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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요즘 각종 투자의 바람이 크게 부는 상황입니다. 암호화폐, 주식, 선물, 부동산...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니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이런 돈이 투자 섹터로 몰려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 다른 실물로 흘렀다면 생필품 등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크게 고생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풍부한 유동성이 아니었다고 해도, 원래부터가 한국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통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니 부동산 투자에 대해, 근거 없는 오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거시경제에 해롭기까지 한 착각,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가계와 개인의 피해를 부르고 국민 경제를 좀먹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요즘처럼 수도권, 혹은 일부 지방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에는 더욱 그 투자 속성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의 노련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독자의 그런 필요를 잘 충족시켜 주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소유와 거주가, 어느 정도 중산층 소속 여부를 밝히는 지표 구실을 합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형성하는 주택 집단도 무슨무슨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아파트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일반 주택이 아닌 아파트군이 이런 지위를 차지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책 p30에는 아파트의 원조라 할 만한 고대 로마 제국의 "인슐라"가 나오는데, 이런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동 주택의 전형에 불과했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부유층은, 오늘날 우리가 서초동 등에서 볼 수 있는 단독주택형인 "도므스(도무스)"가 주된 거주 형태였죠.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정발되어 큰 인기를 끈 콜린 매컬로 여사의 소설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를 읽어 봐도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슐라"는 원래 "섬"이란 뜻입니다. 슬럼 등이 현대 도시에서도 "섬" 취급을 받으며 경원시되는 건 사정이 그때나 같습니다.

책에는 과연 부동산 전문가의 내공이 잘 배어나는지라 한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아파트가 무엇이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아파트가 서민, 중산층의 선망 대상이 되었는지가 재미있게 잘 설명됩니다. 현재 부동산 관련 책이 시중에 여러 권 나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독자가 논의 대상의 지난 연혁까지 잘 파악할 수 있게끔 근본 있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 좋더라구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아파트가 주거의 주류로 부상하는 건 꼭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2000년대 이후 초고속 인터넷망이 새로 등장했고, 이런 인프라(사설이건 공영이건 간에)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특히 효용이 높으리라는 점은 전에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현상이었습니다. 한국은 가뜩이나 아파트의 비중이 높았기에 이 점이 폭발적 시너지를 내게 되었죠. 한때 IT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아파트 중심의 주거 구조가 한몫을 한 게 또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위주의 주거 문화가 사실은 보편적 패턴과는 거리가 먼 한국 고유의 현상이기도 하기에, 책에서는 여러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 사진을 보여 주면, (남북의 군사적 대치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것이 군사시설이 아니냐는 오해 가득한 답도 돌아온다고 합니다. 사실 내국인이 봐도, 예를 들어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목동, 분당 수내동 등의 아파트단지는 특히 밤에 보면 약간 무섭기까지 합니다(그나마 수내동이 좀 낫지만).

이어서 책에서는 위정자들의 잘못된, 혹은 정직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그들이 올려 온 부당한 이득, 또 이와 동전의 앞뒤를 이룬다 할 서민들의 피해에 대해 논합니다. 또 아파트는 미등기 전매 등의 방법으로 탈세의 수단 노릇을 하기도 하는데, 탈세가 워낙 만연하다 보니 정직하게 세금 내는 서민들에게 부과되는 세율이 또 높아지게 되는 부작용마저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보다 훨씬 떨어져도 조용히 묵인하는 풍조마저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에 건축, 분양된 몇몇 아파트의 경우 부실 하자가 심각한데도 주민들이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무서워" 쉬쉬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왜 당당히 하자 보수를 청구하지 않으며, 시공 분양사도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건, 이런 말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폭탄돌리기 패턴이 되풀이되며 피해를 끝에 가서 입는 건 실거주자들입니다.

저자는 "진짜 고소득자는 세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져 보면 낼 걸 다 내는 게 오히려 유리하며, 얄팍한 탈세 시도는 다음 번에 반드시 발목을 잡게 되어 있으므로, 투자가 가져다 줄 적극적 이익에 더 주목합니다.

또 "진정한 투자자는 (전국) 지도를 가까이한다"고 합니다. "지도는 많은 정보가 숨어 있는 보고(寶庫)"이며, 확실히 노련한 부동산 투자자는 지도를 끼고 살며 아예 머리 안에 맵 하나를 그려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국토 종합 계획도", "수도권 정비 계획도" 등입니다. 사실 정말로 체계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전략적으로 임하려면, 건축법 등 관련 강행법규에서 토지와 건물 규제를 어떻게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책 pp.138~146(제9장)에 공유수면매립법, p221 이하에 농지(제15장) 등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습니다.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는 닮은 데가 있으면서도 매우 다르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선 주식 투자는 큰 욕심 안 부리고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이 널리 통합니다. 만약 발바닥에서 사려 들면 결국 매수 시점을 놓치거나 아니면 하락세로 치닫는 종목에 물리기나 쉽습니다. 머리에서 팔려 들면 이 역시 매도 시점을 놓치고 큰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주식은 수시로 매수매도가 이뤄지지만, 부동산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은 사이클에 따라 가격이 한없이 추락했다가 오르지만, 그래도 부동산은 (적어도 한국의 경우) 일단 사면 가격이 잘 내리지 않습니다(그런 구간도 있었습니다만).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사이비 전문가들"의 마수에 속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덧붙입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아파트는 불패 신화를 뽐내 왔으나(특히 지금처럼 아파트 값이 최고점에 달한 판이면...) 앞으로는 자연 경관 등 여려 입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투자해야, 향후 불의의 손해를 보지 않으리라고 저자는 예측합니다. 사면 무조건 오르던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간다는 거죠. 또 타운하우스 등 외국에서 고가 주택 포맷으로 자리잡은 곳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특정 시점에서 절대 진리로 통하던 바가 앞으로도 계속 유효성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식이건 간에 "원칙론"이 중요합니다. 한국적 현실, 또 어떤 특정 시대의 제약 조건 때문에 예외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앞으로 세계적 보편에 수렴되면 더 이상 과거처럼 지배적 트렌드가 될 수는 없죠. 책에서는 이런 "원칙"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접할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 투자시에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지 점검할 수도 있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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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 - 현안 스님의 미국 찬禪 메디테이션 이야기
현안 지음 / 어의운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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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으로 척박한 비즈니스계(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도놀랍지만, 세속의 성공이 결국은 공허하다는 점을 깨닫고 제행무상 제법무아의 도를 만인에 공히 일깨우고자 출가를, 그것도 미국에서 감행하셨다는 사실 역시 매우 놀랍습니다. 이 책의 저자 현안 스님의 사연이 그러합니다.

미국에는 의외로 참선과 명상을 중시하는 유파, 모임이 많습니다. 아마도 서양권 문화 전통에서 이런 방식으로 수도를 권하는 가르침이 극히 드물기에, 동양의 이런 독특한 전통이 그들의 갈증을 채워 주어서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아무튼 이 중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교식으로 참선, 명상을 이끄는 곳은 의외로 또 아주 그리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한국이야 워낙 불교의 전통이 깊기에 참선 하면 바로 불교를 떠올릴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이것이 불교 법문이라는 점도 잊었다." 저자 현안 스님은 한국인이면서도 참선과 법문을 대뜸 불교와 연관시키질 않으셨나 봅니다. 그만큼 "현지인, 미국 사람이 다 되어서"일 수도 있겠죠. 혹은, 일단 내 영혼의 갈증을 채우려다 이것이 너무 좋아서 이끌렸는데 그게 바로 불교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무엇인가에 입문하는 게, 어떤 다른 동기나 합리화 같은 게 끼어들지 않아서 더욱 좋습니다. 정말로 순수하게 "내가 좋아서, 내가 필요해서" 받아들인 것이니 말입니다.

"수행하는 데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역시 독자인 제가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우리 한국에서 무슨 불교식 수행을 한다고 하면, 미리 내 자신이 어디서 어설프게 들은 선입견이나 지식에 따라 이후의 수행을 끼워 맞추려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을 배울 때, 나아가 무엇을 깨달으려 할 때에는 그야말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천진무구한 백지에 깨끗한 그림을 그러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게 참 힘듭니다. 그런가하면 스님들과의 관계, 인사치레 이런 데 더 신경이 쓰이다 보니 마음 공부, 수련, 이런 건 어느새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산중에 있어도 풍진 세상 한복판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저자의 말씀대로 "수행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떤 지식이 필요 없으며",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모든 수행은 지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는 멈출 지(止)이고, 관은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하나에 집중하는 것(p89)"이라고 합니다. 특히 후자에 대해 "마음챙김"이라 하여 mindfulness라고 영어로 표현하는데 영미권에서 불교에 대해 대단히 큰 호응을 보이는 게 이 부분이라고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동양인들이 허식에 치우쳐 정작 간과하고 넘어간 부분을, 그들이 예리하게 통찰해서 재정리한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책 저자님(스님)부터도 한국 분이신데도 미국에서 출가를 하셨으니 말입니다.

마스터 스님인 영화스님은 오히려 "mindfulness"라는 번역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보이시네요. 영화 스님의 의견에 따르면 이 개념은 정념(正念)에서 유래했는데, 이건 proper thought라고 옮겨야 맞다고 말씀(p143)하십니다. right가 아니라 proper라고 하신 점이 눈에 띄는데, 이 깊은 뜻은 독자인 제가 두고두고 더 생각해 봐야 할 듯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중풍은 정말 무서운 적입니다. 원영연 선생은 한국에서 열린 불칠, 선칠 프로그램에 멀리서부터 와 참석하셨는데, 영화 큰스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p134). 이미 신심이 깊은 분이셨는지 평소에 대화할 때는 항상 온화한 표정을 지으셔서 눈치챌 수 없었는데, 사실은 이미 신체의 절반이 중풍의 침노를 받아 자유롭지 않았으며, 가끔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몸을 가르고 지나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는 장기간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끝에, 지금은 온몸이 같은 감각으로 돌아온 편이라고 합니다. 이러니 편안한 마음, 수행 끝에 안식을 찾은 영혼의 치유력이 얼마나 강한 위력을 갖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고통스러운 가부좌 자세 끝에 이런 효험이 나타났다고 하니 말입니다.

사실 요즘은 입식 생활이 주류이기 때문에, 특히 가부좌 자세를 취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오래 버티질 못하고 다리에 쥐가 납니다. 이런 와중에 산중의 절에서 이 자세로 수행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힘들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행, 참선에 진정 깊은 뜻을 두었다면 낯선 자세가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을 듯합니다. 책에는 20대 후반의 청년, 필라테스에 큰 관심을 갖던 이선미씨라는 여성분, 필리핀 출신의 30대 후반 여성 등등 면모도 매우 다채롭습니다.

저자께서는 수행을 지도할 때, 우리가 흔히 쓰곤 하는 "행복, 사랑" 같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스님 말씀은, 이런 단어는 매우 주관적일 뿐 아니라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담게 되므로 어차피 무의미하다는 취지입니다. 부처님도 그의 제자 마하가섭을 향해 불립문자, 심심상인, 염화미소의 가르침을 전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천이요 행동이지, 번잡한 말이 아닙니다. 말은 오히려 감옥이고 혼선의 근원입니다. 세속에서 이룰 수 있는 성취를 웬만큼 다 이루고 돈도 원 없이 벌어 보신 성공한 사업가의 생생하고 실감나는 "친근한 법언"이라 더욱 집중하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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