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의 오해와 진실
김현영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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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요즘 각종 투자의 바람이 크게 부는 상황입니다. 암호화폐, 주식, 선물, 부동산...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니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이런 돈이 투자 섹터로 몰려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 다른 실물로 흘렀다면 생필품 등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크게 고생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풍부한 유동성이 아니었다고 해도, 원래부터가 한국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통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니 부동산 투자에 대해, 근거 없는 오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거시경제에 해롭기까지 한 착각,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가계와 개인의 피해를 부르고 국민 경제를 좀먹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요즘처럼 수도권, 혹은 일부 지방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에는 더욱 그 투자 속성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의 노련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독자의 그런 필요를 잘 충족시켜 주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소유와 거주가, 어느 정도 중산층 소속 여부를 밝히는 지표 구실을 합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형성하는 주택 집단도 무슨무슨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아파트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일반 주택이 아닌 아파트군이 이런 지위를 차지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책 p30에는 아파트의 원조라 할 만한 고대 로마 제국의 "인슐라"가 나오는데, 이런 아파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동 주택의 전형에 불과했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부유층은, 오늘날 우리가 서초동 등에서 볼 수 있는 단독주택형인 "도므스(도무스)"가 주된 거주 형태였죠.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정발되어 큰 인기를 끈 콜린 매컬로 여사의 소설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를 읽어 봐도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슐라"는 원래 "섬"이란 뜻입니다. 슬럼 등이 현대 도시에서도 "섬" 취급을 받으며 경원시되는 건 사정이 그때나 같습니다.

책에는 과연 부동산 전문가의 내공이 잘 배어나는지라 한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아파트가 무엇이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아파트가 서민, 중산층의 선망 대상이 되었는지가 재미있게 잘 설명됩니다. 현재 부동산 관련 책이 시중에 여러 권 나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독자가 논의 대상의 지난 연혁까지 잘 파악할 수 있게끔 근본 있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 좋더라구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아파트가 주거의 주류로 부상하는 건 꼭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2000년대 이후 초고속 인터넷망이 새로 등장했고, 이런 인프라(사설이건 공영이건 간에)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특히 효용이 높으리라는 점은 전에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현상이었습니다. 한국은 가뜩이나 아파트의 비중이 높았기에 이 점이 폭발적 시너지를 내게 되었죠. 한때 IT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아파트 중심의 주거 구조가 한몫을 한 게 또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위주의 주거 문화가 사실은 보편적 패턴과는 거리가 먼 한국 고유의 현상이기도 하기에, 책에서는 여러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 사진을 보여 주면, (남북의 군사적 대치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것이 군사시설이 아니냐는 오해 가득한 답도 돌아온다고 합니다. 사실 내국인이 봐도, 예를 들어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목동, 분당 수내동 등의 아파트단지는 특히 밤에 보면 약간 무섭기까지 합니다(그나마 수내동이 좀 낫지만).

이어서 책에서는 위정자들의 잘못된, 혹은 정직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그들이 올려 온 부당한 이득, 또 이와 동전의 앞뒤를 이룬다 할 서민들의 피해에 대해 논합니다. 또 아파트는 미등기 전매 등의 방법으로 탈세의 수단 노릇을 하기도 하는데, 탈세가 워낙 만연하다 보니 정직하게 세금 내는 서민들에게 부과되는 세율이 또 높아지게 되는 부작용마저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보다 훨씬 떨어져도 조용히 묵인하는 풍조마저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에 건축, 분양된 몇몇 아파트의 경우 부실 하자가 심각한데도 주민들이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무서워" 쉬쉬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왜 당당히 하자 보수를 청구하지 않으며, 시공 분양사도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건, 이런 말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폭탄돌리기 패턴이 되풀이되며 피해를 끝에 가서 입는 건 실거주자들입니다.

저자는 "진짜 고소득자는 세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져 보면 낼 걸 다 내는 게 오히려 유리하며, 얄팍한 탈세 시도는 다음 번에 반드시 발목을 잡게 되어 있으므로, 투자가 가져다 줄 적극적 이익에 더 주목합니다.

또 "진정한 투자자는 (전국) 지도를 가까이한다"고 합니다. "지도는 많은 정보가 숨어 있는 보고(寶庫)"이며, 확실히 노련한 부동산 투자자는 지도를 끼고 살며 아예 머리 안에 맵 하나를 그려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국토 종합 계획도", "수도권 정비 계획도" 등입니다. 사실 정말로 체계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전략적으로 임하려면, 건축법 등 관련 강행법규에서 토지와 건물 규제를 어떻게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책 pp.138~146(제9장)에 공유수면매립법, p221 이하에 농지(제15장) 등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습니다.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는 닮은 데가 있으면서도 매우 다르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선 주식 투자는 큰 욕심 안 부리고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이 널리 통합니다. 만약 발바닥에서 사려 들면 결국 매수 시점을 놓치거나 아니면 하락세로 치닫는 종목에 물리기나 쉽습니다. 머리에서 팔려 들면 이 역시 매도 시점을 놓치고 큰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주식은 수시로 매수매도가 이뤄지지만, 부동산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은 사이클에 따라 가격이 한없이 추락했다가 오르지만, 그래도 부동산은 (적어도 한국의 경우) 일단 사면 가격이 잘 내리지 않습니다(그런 구간도 있었습니다만).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사이비 전문가들"의 마수에 속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덧붙입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아파트는 불패 신화를 뽐내 왔으나(특히 지금처럼 아파트 값이 최고점에 달한 판이면...) 앞으로는 자연 경관 등 여려 입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투자해야, 향후 불의의 손해를 보지 않으리라고 저자는 예측합니다. 사면 무조건 오르던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간다는 거죠. 또 타운하우스 등 외국에서 고가 주택 포맷으로 자리잡은 곳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특정 시점에서 절대 진리로 통하던 바가 앞으로도 계속 유효성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식이건 간에 "원칙론"이 중요합니다. 한국적 현실, 또 어떤 특정 시대의 제약 조건 때문에 예외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앞으로 세계적 보편에 수렴되면 더 이상 과거처럼 지배적 트렌드가 될 수는 없죠. 책에서는 이런 "원칙"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접할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 투자시에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지 점검할 수도 있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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