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낱말퍼즐 3-2 - 3학년이 꼭 알아야 할 가로세로 낱말퍼즐
그루터기 지음 / 스쿨존(굿인포메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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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게임으로 만들어서 학습하면 보다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걸 가리켜서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3학년쯤만 되어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이걸 가로세로 퍼즐을 통해 공부할 수 있으면 머리 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23에 나오는 퍼즐은 저하고 함께 공부한 초등학생이 제법 어려워했습니다. 특히 가로 1번 "이제까지 내내"의 설명이 무엇인지 아주 어려워하더군요. ㅎㅎ 저도 바로 생각이 안 났는데 세로 2번의 설명이 말하는 걸 해결하고 나서야 답이 풀렸습니다. 이 책에 나온 단어들 중 진짜 어려운 건 개념어인 명사 같은 게 아니라, 이건지 저건지 헷갈리는 순우리말 부사어 같은 답이었습니다.

p60에서도 가장 늦게 생각난 단어는 "세로 1번, 작은 구멍이나 틈 사이로 조금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긴가민가 했는데 이 문제는 하나의 힌트가 될 2번 가로조차 부사 접미사 "~히"로 끝나는 거라서 다른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서도 여전히 어렵더군요! 가로 8번은 그 비슷한 말인 "깨끼발"이 어려워서 그렇지 문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초등학생이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깨끼발은 어른인 저도 어려웠습니다. 무슨 말인지 혹시 짐작들 하실 수 있을지 ㅎㅎ

p76에서도 "억지를 부려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를 학생이 많이 어려워했습니다. 어려울 때는 다른 열쇠를 먼저 풀고 거기서 힌트를 얻자!고 애한테 말했는데 이게 잘 안 통할 때가 많았습니다.

p108에서 "예전에 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나오던데 두 글자입니다. 혹시 답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어서 뒤의 해답지를 잦아 보고 알았습니다. 답은 뒤에 몰려 수록된 게 아니라, 이 책이 총 8주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주차의 말미에 나눠서 나옵니다.

p46에서 가로 1번의 풀이가 "어떤 것이 가지고 있는 일정한 역할이나 능력"인데 두 글자입니다. 답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후.. 이건 초등 3학년이 풀기에 좀 많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뜻을 알면서 공부를 해야 할 텐데 뜻 자체가 하나의 암기가 되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로세로 퍼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림과 함께 단어를 맞히는 "놀이터"도 유익합니다. 초등학생 3학년생에게 난이도가 그리 낮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단어가 많은데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서 배움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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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자영업의 미래 - 팬데믹, 온텍트 창업 시장이 불러온 전환창업의 시대
김상훈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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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자영업의 미래는 한국에서 매우 어두웠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편의점은 8년 동안 두 번 주인이 바뀌었으며, 어느 슈퍼마켓은 세 번째 새 주인을 맞이하는데 과연 이번 사장님은 얼마나 버티실지 걱정이 되기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돈 버는 건 부동산뿐이라는 말도 있고, 기본적으로 시장 진입자는 너무 많은데 인구는 갈수록 감소하며 지갑 사정은 더욱 나빠져가고 소비자의 기호는 더욱 까다로워져 가는 통에 어떤 출구가 안 보인다는 진단이 우세합니다.

이런 판에 코비드 19까지 덮쳤으니 가뜩이나 우울하던 자영업의 장래가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건 짧은 임대기간인데 일본의 경우 30년에 달하는 수도 있다고는 합니다(p68). 저자는 무형문화재 제도를 언급하는데 한 가게에서 수십 년을 영업하는 풍조가 자리잡아야 참된 맛집, 명소가 생겨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임차료를 고려는 해야겠고 아무래도 여러 모로 한국의 사정과 일본의 그것이 같지 않음을 비교형량할 필요는 있지 싶습니다.

프랜차이즈는 물론 자영업자가 어떤 단합된 힘으로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를 강하게 인식시키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폐단도 적지 않습니다. 신규 창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치고빠지기식 영업을 강요(p50)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소비자, 고객을 오래 볼 게 아니라 단기간에 단물만 빼고 나간다는 식으로 대하는 풍토입니다. 아직도 이런 식으로 후진국형 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예전에 백종원씨도 제발 신중하게 창업하라고 TV에서 권한 적 있지만, 주식 투자도 그렇고 새로운 창업도 너무 분별없이, 막연한 느낌만으로 함부로 도전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 역시 잘못된 모습입니다. 책에서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한 후 가게를 차려도 차리라고 권하는데 많게는 수억 원을 날리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p155). 좋지 않은 장소에 가게를 내고 그렇다고 뚜렷한 전략도 없으면서 남들 하는 대로 관성으로 개업하는 건 정말로 위험하고 무모합니다. 남이 주식 투자를 이렇게 했으면 반드시 지적을 하고 비판을 가했을 거면서 말입니다.

이 책에는 성공적인 창업을 하신 사장님들의 성공 사례가 아주 많이 나와 있습니다. 어떤 정밀하고 화려한 이론보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나처럼 고민하다가 이렇게 성공했다는 어떤 실제 사례처럼 도움이 되는 게 또 없습니다. p221에는 메인초밥보다 사이드디시로 큰 인기를 끈 엄경식 주원초밥 대표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도 한 4년 전에 모 피자 브랜드를 메인 메뉴보다 사이드 디시인 콘치즈 그라탕이 더 맛있어서 자주 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정면 승부도 좋지만 선수는 본래 링 위에서 스트레이트 말고도 매서운 잽을 자주 구사해야 더 쉽게 이기는 법입니다.

요즘은 샵이나 레스토랑, 바에 들어가도 밥이나 술만 먹고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재미의 코드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는 p284에서 하노이, 호치민(물론 베트남입니다)에서 한국 상점들은 대개 천편일률적이며 어떤 재미의 코드가 없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당연히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창업에도 타당한 말이겠습니다. 소비는 요즘 1차적인 감각 만족 말고도 다른 방향과 농도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것은 특정 경로 외에도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습니다. 사장님부터가 괴짜스럽게 특이한 방식으로 손님들과 교감하며 소통하려 들 때 창업의 새로운 활로가 개척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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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손실 제로의 법칙 - 손실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극대화하는
시미즈 가쓰히코 지음, 권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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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현장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건 비용과 원가의 절감입니다. 혁신이나 새로운 발명 같은 건 물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도약입니다만 그런 이벤트는 자주 발생하는 게 결코 아니죠. 결국 매번 일상에서 부딪히는 애로나 장애를 빨리, 저렴하게 해결하는 게 제일의 방책인데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무엇이 가장 자주 맞이하는 루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문제는 선택입니다.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없으니 하나(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버리고 하나만을 취해야 합니다. 이때 어떤 대안이 주는 효용이 100이라 해도, 이 대안 때문에 포기한 것이 주었을 효용이 101이나 뭐 그 이상이라면 이런 선택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요즘 기회비용이다 뭐다 해서 특정 주식을 빨리 손절하는 게 더 낫다고 평가하는 건 바로 이런 사고를 일상의 선택에 도입한 결과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어떤 이론상의 가능성이라든가, 현실에서 마주할 확률이 매우 낮은 어떤 안의 상정은 그닥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해당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이해하며 내가 근무하는 바로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p31).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제"를 리더는 미리 파악하여 다른 구성원들이 그로 인한 애로를 느끼기 전에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p33에서 "니머지는 해결하고 싶지 않으나 국민투표에 부치자"며 현실을 도피했던 데이비드 캐머런의 예를 듭니다. 그는 영국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총리직에까지 오른 정치인이었으나 현재 영국과 유럽이 직면한 브렉시트 등 모든 난제를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젖힌 과오가 있습니다.

한때는 일본이 세계 전자 제품 시장 대부분을 석권했고 반도체 시장 역시 대부분을 좌우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 p98에는 대만 패블리스 기업의 예가 나오는데 요즘 한국 경제 미디어에서 fabless를 "팹리스"라 쓰고 이를 자음동화 과정을 거쳐 "팸리스"로 읽는데 대단히 잘못된, 무식한 관행입니다. 엄청난 투자를 거쳐 거대한 설비를 갖추었으면 그로부터 무엇인가 본전을 단단히 뽑아내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렇다고 거대한 설비를 폐기하자니 너무 아까워서 묵혀 두는 걸 콩코드 효과라고 하는데 본전 생각이 나서 쓸모 없는 걸 계속 유지하는 아주 잘못된 결정입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매몰비용효과"라고 부르는데, CEO는 즉각 이런 것을 폐기해야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몇 년 전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이란 짐 콜린스의 책이 큰 인기를 끈 적 있습니다. 오야마 겐타로 회장은 이런 기준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인품이 첫째, 의욕이 둘째, 그 다음이 능력이다(p131)." 보통 오야마 회장 같은 사람은 첫째도 둘째도 능력을 보고 사람을 뽑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인품, 우리 요즘 자주 쓰는 말로 "인성"이 나쁘면 어디에도 그런 인재는 쓸 데가 없다는 겁니다.

요즘은 어느 조직에서도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책에서는 특히 중요도와 긴급도를 구분(p149)하라고 강조하는데 중요한 일이라도 지금 당장의 시급성에서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하합니다. 전체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보여도 당장 지금 이 일을 해 두지 않으면 모든 일의 처리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긴급도입니다. 요즘 개인적으로도 부쩍 절감하는 게, 이런 일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놓지 않아서 벌어지는 갖가지 비능률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한때 시사주간 TIME으로부터 "컴퓨터 칩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포테이토 칩처럼 팔아제치는 놀라운 회사"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최고 경영자를 임명할 때 "내가 새로운 CEO라면?" 같은 역지사지의 발상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새로 검토하는 전략인데, 이런 근본적 의심을 품어 버릇해야 현재 추진하는 안의 타당성과 합리성 여부를 효과 있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과제를 그저 입맛이나 보듯 건드리기만 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입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어떤 일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며, 나는 여태 시작을 하고 중도에 그만 둔 적이 없을 만큼 집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요령을 갖고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며, 우선순위를 잘 정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위에 오야마 겐타로 회장의 말처럼 인품, 인성을 갖춘 인재가 흔히 그러하듯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끈기 있게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결국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 하늘의 도움이 함께한다는 동양의 격언도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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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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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현병"이란 말을 씁니다만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란 말을 사용했었죠.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일조하기 위해 가능하면 순화된 용어를 쓰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만 사실 조현병이란 말은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형태소를 분석해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튼 어떤 사람에게건 그 식구가 몸이 아프다는 건 참 견딜 수 없는 비극입니다. 이런 비극은 또 참 갑작스럽게 닥칩니다. 몸이 아픈 것도 돌보기가 어려운데 마음이 아프다면, 또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가 있다면 정말로 당사자와 가족이 힘 듭니다. "아무도 예감하지 못했던 그 병은 도둑처럼 스며들었다(p31)." "아이는 얼굴이 백설같이 희고 인형같이 예뻤다(p35)." "투정하는 둘째 아이와는 달리 늘 양보하고 배려 있고 잘 웃는 아이였다(같은 페이지)." 이런 아드님을 슬하에 첫 자녀로 둔 부모는 참으로 복 받은 분들입니다. 아기들이라고 다 순하고 영리한 게 아니라, 속 썩이고 말 안 듣고 정신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여튼 이랬던 아이가, 갑자기 "도둑처럼 찾아온 조현병"에 의해 영혼을 도둑맞았다면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보통 가정 같으면 이런 크나큰 시련을 맞고 머지않아 풍비박산이 났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 이런저런 사고를 친다 등등 해서 얼마나 속을 썩고 아픔을 겪습니까만 이만큼이나 큰 시련을 겪는 부모 입장이라면 감히 상상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는 난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는 부모의 이야기인 <로렌조 오일>이란 영화를 본 적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께서는 대체 조현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연구를 하신 결과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라는 점을 배우셨다고 나옵니다. 후.... 따지고 보면 그 복잡한 인체에서 특정 호르몬, 물질 분비, 대사가 자칫 조금만 지장이 생겨도 이런 몹쓸 병이 찾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보면 말라키아 수도사가 "하늘은 위에, 땅은 아래에, 이야말로 기적 중에 기적이로다." 라고 되니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몸의 장기, 체액 등이 그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곳에 제대로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님 입장에서는, 평소에 이상 행동을 하고 셩격이 드세고 자기 욕심만 부리고 하던 애가 병을 일으켰다 해도 아 성격이 그러니 이런 병도 자기 스트레스를 못 이겨 걸리는구나 하며 뭔가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실제로 제 주위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얌전하고 착한 아들이 정말 느닷없이 마음이 아픈 병으로 고생을 하니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을지.... 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네요.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날밤 아내는 밤새 꺼이꺼이 울었다.(p40)" 이 문장은 어느 교회를 찾아가서 목사님과 상의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는 대목 바로 뒤에 나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그저 교회의 영업만을 계산하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이들도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런 목사님을 만나셨다는 사실 자체도 어찌 보면 행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우리 주변에는 이런 남의 고통과 불행을 두고 은근히 즐기는, 남의 말 하기 좋아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상상도 못할 저질의 인간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부분은 남이 자신을 공감 능력 가득한 사람으로 봐 주기를 원하는 가공할 위선자들이죠. 그런 사람도 자기 자신의 고생, 억울함을 이야기할 때는 닭똥 같은 눈물을 짐짓 연극적으로 떨구면서 자기만의 감상과 도취감에 빠져듭니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있다면 그 역시 행운이라면 행운입니다.

위에서 제가 "조현병은 (그런 용어를 도입한 사회공리적 목적이 무엇이고 얼마나 크건 무관하게) 말이 너무 어렵다"고 했는데 이 책 p72에 보면 그 용어 개정의 취지가 설명됩니다.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정신의 음색이 고르지 않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하시는데 그 뒤에 또 추가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정신세계가 총체적으로 망가져서 도덕감과 윤리의식까지 마비된 비인간적인 사람"을 연상시키는 게 구 용어 "정신분열증"이었다고 합니다. 정작 이런 사람은 따로 있고, 단지 특정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뿐 남에게 해를 전혀 안 끼치는 사람이 그런 취급을 받는 게 모순된 현실이죠. 사실 한국에는 별반 지식과 소양도 없으면서 자칭 의학 전문가 행세를 하며 가당치도 않은 우월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신분열증"이란 말은,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 흉내를 내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단죄하는 어설픈 사이비 전문가들에게나 불어야 할 병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장애인을 두고 비교적 최근에 "챌린지드 맨"이란 용어를 씁니다(p98). 그 이전의 디스에이블드나, 핸디캡트 같은 말이 좋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이죠. 이 "챌린지"라는 말은 물론 우리가 다 알고 있듯 "도전"이라는 뜻입니다. 남들이 운 좋게 피해간 시련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고, 그 도전을 현재 이겨 내는 중인 사람이라는 뜻이니 참으로 적절합니다. 사람들이 참 자기 일에나 온전히 신경 쓰면 될 텐데 구태여 "저 집에는 아이가 왜 집에만 있냐"며 이상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죠. 그래서 저자님과 그의 가족들도 이사를 갔고, 아드님의 체형을 보다 멋지게 만들기 위해 보디빌딩을 시작했는데 이게 효과가 좋더랍니다. 역시 마음이 우울할 때 이를 다잡고 극복하는 방법 중 운동만 한 게 또 없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시련은 사실 한두번 강한 마음을 먹는다고 쉽게 극복이 되는 게 아니죠. 아이 역시 쪽지를 남기며 "교회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한 적이 있으며 저자님과 그 아내분 역시 같이 세상을 떠야겠다는 마음을 품은 게 여러 번이라고 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후 나같으면 벌써 세상을 떴을지도 모른다고 쉽게 말하곤 하는데, 이런 말이 그만큼 저분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자기 딴에는 합리화하는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타인의 고통을 타자화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의도가 다분한 언사입니다. 그런 말 쉽게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가장 지독한 천벌이 머리에 떨어지길 바랍니다.

"회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회복이 있다. 회복은 인간(人間)에게 있었다." 이 말은 p125에 나오는데 역시 "인간"이란 한자어의 중의성을 되씹게 해 주는 문장입니다. "인간"의 첫째 의미는 개별적인 사람을 뜻하는데, 그게 알고 보니 "사람(의) 사이"였다는 게 놀랍죠.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만 사람이기에, 역시 사람의 병도 상처도 사람 사이에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닐지...

저자는 예전에 어떤 50대 아주머니가 20대 아들을 파출소(당시 용어이겠습니다)에 데리고 오면서 "증세가 너무 심해서 집에 데리고 있지 못하겠다"며 하소연하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청년은 당시 해맑게 웃으면서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는데, 그때 저자는 "왜 정신병은, 똑똑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가?"하고 의문을 가지셨다는군요. 그런데 사실 운동 많이 하는 사람이 다치기도 자주 하듯, 정신을 많이 쓰는 사람이 정신에 타격을 받기도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 역시 머리 좋은 사람이 업보처럼 이겨내야 할 도전인데, 간혹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사이코패스처럼 남을 이용만 하며 살살 빠져나가는 근성이 몸에 밴 것도 본 적 있습니다. 물론 멍청한 인간도 그것도 머리랍시고 그 나름 머리를 써 가며 온갖 못된 짓을 하며 못된 인성을 증명하는 것도 부지기수로 봅니다. 인생은 참 이래서도 어렵고 저래서도 어렵습니다.

"한 번도 정신이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돌을 던져라(p155)." 그런데 애초에 정신이 한 번도 안 아파 본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 감사하며 절대 함부로 남을 비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 자신이 뭔가 정신에 단단히 결함이 있기에 easy victim을 찾아서 막 목소리를 높이는 거죠. 우리 나라에는 이렇게 좀 근본적으로 정신이 비뚤어지고 남 탓을 습관적으로 하면서 매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말은 이런 사람들한테나 갖다 붙여야 마땅한데도 말이죠. 한국처럼 나쁜 환경에서 소중한 자녀를 온갖 불리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함께하시는 용감한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내며, 병 자체보다 남 일에 주제넘게 끼어들며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인간들 때문에 더 힘들어하실 가족들께 저부터라도 대신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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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발칙하게
원진주 지음 / 미래와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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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송이건 간에 프로그램 말미에는 그 방송 제작에 기여한 이들의 이름이 죽 나옵니다. 이를 두고 크레딧 롤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우리 시청자들 중 이런 명단을 유심히 지켜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 같습니다. 때로는 별스러운 마음이 들어 눈여겨 챙기려고 해도(?) 하도 빨리 지나가는 통에, 이 롤을 꾸민 분도 역시 방송국 직원이실 텐데 너무 성의 없는, 혹은 너무 수줍거나 겸손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저자는 방송국 구성작가라고 하시네요. 구성작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도 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이 직종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방송국 일은 참 편하지 않을까, 선망하던 연예인 얼굴도 실컷 구경하고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겠다 착각하던 분들은 이 저자분의 표현 한 단어에 아마 흠칫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 "정글." 방송국은 정글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한국 사회가 짧은 시간 안에 엄청 풍요로워졌습니다만 먹고사는 문제는 여전히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지금 간신히 지켜 온 자리를 유지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또, 영위하고 있는 직업도 갈수록 더 창의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요구하기에 어떤 노련미로 승부하는 것도 점점 더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 갑니다. 어떤 직장이라도 마찬가지이며, 일도 일이지만 사람 상대하는 일도 정말 피곤합니다. 일보다 사람하고 부대끼는 과정이 더 피곤하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숙직실에서 잔다, 과거에는 사실 직급이 높아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지금은 이른바 워라밸이라고 해서 야근 자체가 금기시되는 풍조입니다. 야근을 당연히 여기는 직장은 결코 좋은 곳이 아닙니다. p30에는 저자가 숙직실에서 잘 때, 어느 PD와 겪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저자분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작가분의 고충도 고충이겠으나, 이런 작가분과 일하는 PD분의 입장도 장난 아니겠다 싶은 게 독자로서 솔직한 느낌이었습니다.

교사 일도 그렇고 사실 우리 나라 직장은 메인 업무, 보조 업무, 원칙적으로 내가 할 필요가 없는 업무가 뒤섞여 어떤 선이 참으로 불분명하다는 게 아주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p20에는 이 "구성작가"라는 일이, 메인 업무 말고도 자잘하게 챙겨야 할 일이 아주 많으며, 잘 살펴 보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되어 이런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네요. "작가가 아니라 '잡가'다.(p21)" "출연진의 아침 기상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면?(p23)" 혹은 그날 비가 오기라도 한다면? 일정은 모두 취소되며 이런 일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게 구성작가의 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내가 이러려고 작가가 되었나?" 그런데 사실 어지간히 일류직장이 아니고서야 한국에서 이런 잡무를 거부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비교할 대상이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택배 기사 화물 분류 문제도 현장에서 당연시되던 게 지나치게 과중해서 살고 죽는 이슈로까지 번지니까 이번에 저렇게 해결되었다고 하죠.

일을 하다 보면 고소장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ㅎㅎ 한국이야 워낙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나라이니 이 정도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이죠. 그런데 이 책 저자분이 받은 고소장은 그런 게 아니라 말하자면 고용자 측에서 날아온 것입니다. 시청률 저하 때문에 해고가 되었는데(그러니까, 날아온 건 해고장[?]이 먼저였던...), 저자분을 비롯하여 여러 작가들이 단합하여 투쟁한 결과 해결이 되었고 단 사측에서 이 사실 자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을 걸 종용했으나 외부에 결국 누출이 되었고, 이걸 놓고 "명예훼손"으로 다시 고소장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사태까지 잘 해결하고 "우리 작가들도 칼 한 번 뽑으면 제대로 썬다"고 하시는데 본래 약자들도 힘을 합치면 무서운 법이기는 하죠.

요즘 부쩍 "아픈 손가락"이란 말이 자주 들리던데 저도 얼마 전에 설거지 하다가 계란 껍질에 오른손 엄지 손톱 밑을 찔려서 고생좀 했습니다. 물론 그런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고, 저자는 자신에게 아픈 손가락이 "엄마"라고 하시네요. 아마 어렸을 때 이혼을 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낳아 주신 분을 아픈 손가락이라 부른다는 건, 아마 뒤에 참 아픈 사연이 깔려 있지 않을까 짐작이 되는데 학창 시절을 참 힘들게 보내셨다고 뒤에 나옵니다. 역시 이 책 작가님의 남다른 근성, 끈기, 의지 같은 게 그런 시련이 다 자양분이 되었던 게 아닌가 짐작하지만, 일이 잘 되고 난 후이거나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후라야 남들한테 그런 속 편한 소리도 나오기 마련이죠.

자연인은 MBN에서 론칭한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자 경쟁 종편, 또 지상파 방송에서도 비슷한 포멧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p179에는 어느 자연인(?) 할머니를 섭외해야 하는데 이장님한테까지 전화를 했건만 끝까지 실패했다고 하시네요. 그러다가 피붓과 전문의를 통해 간신히 통화에 성공했는데... 사실 사회 생활 하다보면 의외의 인맥이 있어서 내가 못 해 낼 일에 도움을 주곤 합니다. 인맥이라는 게 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젊고 패기넘치는 저자의 좌충우돌 도전기 같지만 방송 관계 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일에는 학교에서 학과 문제 풀듯이 어떤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임기응변으로 닥치는 대로 해 내야 합니다. 이렇게 비포장도로에서 어찌하건 간에 목적지까지 운전해 내는 게 사회생활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정신으로 일에 임해야, 조직에서 욕 안 먹고 자리를 지켜 내며 마침내 나만의 보람도 뿌듯하게 찾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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