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통력 공부 - 아이의 인생에 나침반이 되어줄
현진아 지음 / 라온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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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공부를 기대만큼 잘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도 걱정이고 고민입니다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회적 관습을 빨리 익히지 못하는 것도 큰 근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주로 후자에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사회성 떨어지는 아이에게 엄마 입장에서 주로 케어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심도 있게 설명하지만, 상황에 따라 아빠 역시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가 가장 만나는 사람은 엄마이며, 아빠는 그에 비해 거리가 좀 있습니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아빠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도와 줘야 하며,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 자신이 아빠와 친밀한 소통을 보이는 모범(p37)이 되는 것입니다. "아빠 회사 다녀오세요 빠이빠이~" 어린 아이를 안고 보통 엄마가 아이를 대변(?)해서 이런 말을 해 주는데 이게 그냥 엄마 재미있으라고 혼자 어떤 놀이를 하는 게 아니고 알고 보면 아이한테 교육을 시키는 의의가 또 있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야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지만, 아빠는 약간 낯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엄마가 아빠한테 무관심하거나 데면데면하면 아이 역시 사회성이 조기에 심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경각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역시 엄마는 차라리 다정다감하고 유난스러운 편이, 그 반대인 편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네요.

"크면 알겠지(p26)"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뭔가 서투른 모습을 보일 때, 엄마가 그저 외면하고 싶거나 케어할 마음이 안 내키면 이런 합리화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아이의 사회성 형성에 크게 해로울 수 있으며, 이상한 면이 있으면 즉각 행동에 나서서 문제를 교정하려 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지금 안 되는 건 제법 커서도 안 될 수 있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지경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대처가 아이의 사회성을 결정한다" 꼭 염두에 둬야 할 말입니다.

예컨대 TV 프로그램 <슈돌> 같은 걸 보면 저자는 도경완씨의 리액션, 육아 방법이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엄마, 혹은 육아하는 부모의 풍부한 표현력은 곧 이를 모범으로 삼는 아이의 표현력으로 연결되며,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가 대체로는 사회성도 뛰어나게 크기 마련입니다.

"순한 아이가 순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커뮤니티 같은 데에 엄마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아이가 순한 아이라서 다행"이라는 글을 종종 봅니다. 반대로 말하면 "순하지 않은 아이"는 엄마 입장에서 참 힘든 과제, 대상일 수도 있다는 뜻이죠. 책에서는 아이가 반응하기 전에 미리미리 우유 주기, 기저귀 갈기 등을 예정 시각에 딱딱 기계적으로 해 주는 부모가,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적당히는 주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투정할 시간도 주지 않고 너무 따박따박 용돈을 잘 주는 엄마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좀 더 커서도, 아이 입장에서는 투정하는 재미, 또 그를 통해 엄마와 더 밀접히 소통하는 재미가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에서 항상 강조하는 건, "부모와 애착이 밀접히 형성된 아이가 바람직하다"입니다.

앞에서도 "아이를 너무 자주 안아 주면 버릇을 망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은 아이를 자주 훈육하는 건 바람직하다는 뜻도 됩니다. 물론 혼만 낸다고 능사가 아니며, 책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훈육은 "아이가 납득하는 훈육"입니다. 이게 잘 이뤄지면 무작정 싸고도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어서 책에는 "원하는 대로 다 들어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이 아이에게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장자크 루소의 명언도 인용(p130)됩니다. 대체로 이처럼 아이한테 뭐든 베풀어주는 방식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편의를 위해 이뤄지는데 이런 점에서도 아이한테 해롭고 부모에게만 이기적으로 편한 방식입니다. 특히 저자는 스마트폰이 아이한테 엄청 해롭다고 말하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건 순전히 부모 편하자고 내리는 결정이라고 지적합니다.

화가 나면 엄마를 때리는 아이도 있는데(...) 저자는 "화가 난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엄마를 때리는 게 잘못인데 이를 납득 못 시키고 무작정 혼을 내면 아이는 둘 중 무엇이 잘못인지 배울 수 없게 된다(p140)"고 합니다. 사실 애를 안 키워 봐서 엄마를 때리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는데, 여튼 육아 과정에서는 별 일이 다 생기기 마련이므로 엄마는 일이 닥쳐서 충격 받지 말고 미리미리 이런 책을 보고 대비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없이 잘 성장기를 넘기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말입니다.

피아노는 어려서 누구나 배우다시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떨어지곤 하죠. 사실 저는 어려서의 이 경험 때문에 "참고 배울걸" 하는 죄책감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아무튼 아이가 흥미와 적성이 없는데 억지로 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그만해도 괜찮아"를 가르쳐 주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언사를 함부로 하여 "스티그마 효과"를 남기는 걸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군요. 반대로 긍정적인 말을 해 줘서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념하라고도 합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자율성과 자기조절력"을 심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아이가 큰 후에 뒤늦게 자율성을 요구하는 게 과잉부모의 특징(p205)"이라고 합니다. 참 생각할수록 아이러니입니다. 스스로 클 기회, 배울 기회를 주지 않고 나중에서야 "넌 왜 스스로 하지 못하니?"를 추궁하다니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잉부모"가 스스로나 혹은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교육에 지극정성인 좋은 부모로 비춰진다는 사실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행복회로만 돌린다면 문제지만 아직 감정이 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한테는 이런 과정도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평생 불행한 사람으로 남을 테니 말입니다. 관계 맺기가 서투른 아이한테 역으로 어떤 강박관념을 주는 것 역시 해롭다고 합니다. 크면 알아서 해결하겠지 처럼 방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이는 알아서 크는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야 적절한 모방 본능, 학습 능력으로 이리저리 보고 배우며 해 내겠지만, 사회에서 성공하거나 혹은 스스로 행복해질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는 건 또 별개 문제 아니겠습니까. 공부 잘하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어른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행복을 찾을 줄 알고, 어떤 상처에 내내 시달리거나 하지 않는, 그런 원만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 구체적 각론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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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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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했나?" 같은 표현을 쓰곤 하지만 나라를 구하는 행운과 영광, 축복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또 이성계라는 무장에 대해서도 위화도 회군을 통해 이른바 역적절을 한 당사자로 쉽게 폄하하지만, 실제로 그는 해당 사건으로부터 12년 전 "나라를 구한" 극적인 공로를 쌓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황산 대첩입니다.

황산은 현재의 전북 남원에 소재한 곳인데 계백 장군의 황산벌 전투하고는 한자가 다르며 (당연히) 소재한 장소도 다릅니다. 황산벌은 누를 황(黃)을 쓰며, 이때의 황산은 거칠 황(荒)을 씁니다.

일본은 이 무렵 그들 남북조 시대의 대대적 혼란을 겪는데 아마도 그 싸움의 패잔 세력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대군이 다만 정규군의 모습만 결한 채 한반도 남부에 산발적으로 왔습니다. 이 왜구가 수십 년 동안 모이고 모여 드디어 남원 황산에 진을 치게 됩니다. 산발적으로 넘어 왔던 왜구의 폐해도 극심했는데, 이제 아주 큰 세력까지 이뤄 결집했으니 앞으로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판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규모와 해악이라면 이미 "왜구"라 부를 단계를 넘어섰고, 우습고 안타깝지만 고려는 나라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습니다. 나라가 내외의 도적떼에 의해 망하곤 하는 일은 역사에서 의외로 흔합니다.

황산 대첩은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절 예컨대 북방의 큰 위기에서 비롯한 귀주 대첩, 살수 대첩 등에 비해 결코 못할 바가 없던 엄청난 전과였습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더 시시한 상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이때 준동했던 왜구를 한몫에 처치하지 못했다면 고려가 당장 망할 수도 있었을 뿐더러 이후 한국인 순수 혈통의 왕조나 사회 질서가 과연 이어지기나 했을지 의문이 들 판이었습니다.

귀주 대첩, 살수 대첩 등은 우리보다 수적으로 우월한 정규군을 상대로 이룩한 전과였으나, 황산 대첩은 형식상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또 앞 두 전과와는 달리 어떤 기발한 전술이 동원되었다기보다(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이성계 개인의 어떤 무공, 개인기, 초인적인 투지, 완력에 의해 이뤄진 면도 크다는 게 특이합니다.

이성계 같은 사람은 만약 고려처럼 철저히 문치주의적 틀에 의해 운용되는 공간이 아닌 다른 성격의 조건에서 활동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을 어떤 정복 군주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주원장이나 누르하치 같은 이보다 더 큰 스케일로 뭔가를 이뤘을 만한... 여튼 이 정도의 초인적 역량을 갖고서도 후세에는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자신의 나라로 기존의 체제를 탈취한 장군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건 참 안된 일입니다.

소설은 엄청난 리얼리즘이 지배합니다. 특히 이 작에서는 그의 "늙은 나이"가 내내 당사자의 의식을 짓누르는 악조건으로 작용하는 게 특이합니다. 하긴 당시 무장에게 젊은 나이란, 요즘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부과되는 어떤 악조건 이상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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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 마피아의 계보 큰글자 살림지식총서 145
안혁 지음 / 살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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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 혁 교수는 안과전문의인데도 이런 책을 냈습니다. 소개글에 의하면 "1996년부터 취미로 미국조직범죄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 초반부에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마피아라는 조직, 혹은 문화 주체가 탄생했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뮬산이 풍요롭고 풍광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민족, 외부세력 들이 이곳을 번갈아가며 지배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지배세력으로부터 가혹하게 수탈당했으며 그런 까닭에 결코 사회 상층부를 믿지 않고 자신들만의 별개 질서를 비밀리에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시칠리아인들이 19세기부터 미국에 이주했고, 이주한 후에도 역시 현지 질서와 문화에 동화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조직과 문화를 이뤘다는 게 중론입니다.

초기 보스였던 마세리아와 마란자노 사이의 항쟁 과정에서 마피아의 프로토타입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영화 <자유시대>가 잘 묘사하는데 마세리아 역을 무려 앤소니 퀸이 맡았습니다. 마란자노 역은 마이클 갬본 경인데 헤리 포터에도 나왔고 <슬리피 할로우>에서 조니 뎁의 장인이 될 뻔했던 지역 유지 역의 그 배우입니다. 재미있는 건 조니 뎁이 저기서 불의와 타협 않는 정의로운 인물로 나오지만 사실 그만큼 깡패 역을 자주 맡은 배우도 드물다는 게 의외죠.

초기 보스들은 젊고 패기만만한 신진 깡패들에 의해 교체되는데 이 과정이 충격적입니다. 이때 가장 크게 대두된 이가 찰스 럭키 루치아노입니다. 럭키 루치아노만큼 영화에서 자주 묘사된 인물도 없는데 시사주간 <TIME>에서도 1997년에 영향력 있는 인물 100위 안에 선정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1997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자유시대>에서 럭키 루치아노 역은 그 당시 가장 잘나가던 청춘스타인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맡았는데 같이 나온 로드니 이스트먼도 그렇고 젊은 깡패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멋지고 폼나게 나온 영화도 드뭅니다. 물론 범죄 미화는 결코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마피아는 몇 세대를 거치면서 미국 사회 주류로 편입되었고 현재는 아시아계(특히 중국계), 러시아계, 라틴계에 완전히 자리를 내 준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서 아직도 곳곳에서 암약 중입니다. 마피아가 얼마나 유명했으면 사회 각 분야에서 행세깨나 하는 세력의 대명사가 바로 "마피아"라 불리겠습니까. 책은 매우 분량이 짧으나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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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 - 지도로 읽는다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유성운 옮김 / 이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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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그저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철학자, 석학 들의 깊은 사고의 산물이며, 유토피아라는 단어부터가 성 토마스 모어의 사회 비판 저작에서 처음 유래한 걸 봐도 이 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동물학자, 진화론자인 필립 스클래터는, 여우원숭이가 현재는 사라진 어느 대륙에 서식했으리라는 가정을 근거로 "레무리아"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레무리아는 지금의 인도양을 차지하며, 인디아 남단, 마다가스카르, 오스트레일리아 서단의 삼각 지점을 연결하는 모습으로 p49에 나옵니다.

저자는 "3대 사라진 대륙" 중 이 레무리아가, 화려함, 낭만은 덜해도 전문성이나 사실성 면에서는 무 대륙, 아틀란티스 대륙을 능가한다고 말합니다. 에른스트 헤켈은 이 레무리아야말로 인류의 발상지라고까지 단언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시되기 시작한 건 레무르 화석이 여러 대륙 곳곳에서 두루 발견되고부터라고 하네요(특정 고대륙의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 그러나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설득력을 다시 얻고부터 이 학설도 재주목을 받았다는 겁니다.

<라마야나>에는 랑카라 불리는 곳이 나오는데, 이게 실론 섬이며 현재의 스리랑카를 가리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현재의 그 작은 섬을 넘어, 보다 큰 대륙의 존재를 상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근대 들어서 생물학자들에 의해 주장된 어느 대륙이, 고대 인도 문헌(서사시)에서도 그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낭만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합니다.

노아의 방주 건조 위치에 대해서는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이가 터키의 아라라트 근방으로 비정하기도 했지만 에덴 동산에 대해서는 정말로 많은 설이 난무합니다. 책에서는 현재의 아덴이라든가, 인도양의 셰이셸 제도 등을 꼽는 주장을 소개합니다. 또 성서의 비손, 기혼 등이 대체 어느 강을 가리키는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차라리 구체적인 지명이 애초에 언급 안 되었더라면 그저 상징적 서술이거니 하고 넘어들 갔을 것입니다. 여튼 에덴을 묘사한 다양한 명화라든가 많은 주장, 학설을 이 책에서 정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유익합니다.

미국의 버지니아 주는 탐험을 후원한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념하며 그리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왕과 긴밀한 관계였던 월터 롤리 경은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을 탐험했는데 남이 기아나 고지에 엘도라도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낭만적인 시대였으며, 이 논쟁에 학문젹으로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수백 년 후의 훔볼트 경입니다.

프레스터 존의 전설도 유럽에서 유명합니다. 투르크 등 이슬람의 강력한 정복 세력이 자꾸 서방을 압박하고 오자 기독교 문명은 생존에의 위협을 느꼈을 만합니다. 먼 동쪽에 기독교를 지지하는 더 강력한 군주가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심리도 이해할 만은 한데... 몽골(원)의 쿠빌라이칸이다, 혹은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다, 중앙아시아에 있다 등 설이 난무했으나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습니다. 나중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고착되었는데... 여튼 인간의 약한 심리라는 게 여러 국면에서 확인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불교를 오래 믿어 왔기 때문에 나찰이라는 존재가 설화나 예술 속에 익숙합니다만 p188에는 여성 나찰만 사는 나라가 상상되었다고 하여 흥미를 끕니다. 우리나라에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있지만 일본에도 그 비슷한 게 있었는데 교키도(行基圖)라든가, <본조도감강목>이 그것입니다. 나찰이든 루시퍼이든 창조주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건 비슷합니다.

이 책에는 "고지도", 또 "유토피아"를 키워드로 하여 여태 선인들이 언급하거나 지도로 묘사된 사항은 모조리 망라된 듯합니다. 도판의 상태도 무척 좋고, 저자께서 최대한 주관은 자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많은 정보를 한데 모은 게 무척 유익하고 재미납니다. 교양 있는 독자도, 또 나이 어린 독자도 모두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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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99%는 피드백이다 - 하버드 협상연구소에서 알려주는 대화의 기술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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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피드백만큼 중요한 과정도 없습니다. 이 책은 아예 제목에서부터 일의 99%가 피드백이라고 말합니다만, 실제로도 피드백은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중추적인 구실을 합니다.

물론 내가 한 일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왔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불쾌하거나 혹독한 피드백이었다면 이를 받아들이거나 소화하는 게 참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한테 하는 말을 조심하라거나, 긍정적인 반응과 평가를 부탁한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유학생 출신이 한국에 돌아온 후 소속이 된 직장 안에서,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을 못 받는다고 여기는지 몹시 괴로워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이런 건 소통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당사자의 성숙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책은 그런 사람한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왜냐면, 이 책은 기본적으로 "대화의 기술"을 주제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스킬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아마도 "협상"일 텐데, 이 책은 하버드대에서 협상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로스쿨 교수 두 분의 저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신에게 불쾌한 피드백을 해 온 사람도, 그 사람의 소통 기술이나 피드백 노하우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성과나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자발적으로 충고를 수용하는 게 목적일 텐데, 그렇지는 못하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반발만 초래했다면, 그 사람 역시 소기의 목적은 달성 못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튼 상대방이, 더군다나 상사나 CEO, 혹은 다루기 어려운 거래처 직원이기라도 하다면 그의 피드백 방식을 내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방식은 내 올바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또 상대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조직 속에서 최대한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바꿔 가면서 우리의 성과를 개선하고 우리의 지위를 상승시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내 노력이 닿지 못하는 부분은 원래부터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피드백은 왜, 그것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가? 책에서는 첫째 갖고 있는 데이터가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p96)이라고 합니다. 또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고(p101) 누가 영웅이며 누가 악당인지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갖기가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들면, 사람인 이상 당연히 반박을 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친구, 동료들과 "장난삼아" 피드백 발신자의 단점, 오류를 찾아내며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술집 등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감정적 상처, 혹은 스트레스 등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라면, 구태여 상대방에게 직접 반박을 하거나 틀린 점을 지적하려 들지는 말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피드백을 하는 사람은 좋은 의도로 나의 잘못을 지적합니다(p190).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역시 좋은 의도로" 그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이렇게 해서 논쟁, 대립 중인 두 사람이 자신의 의도에 대해 확신을 가진 이상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습니다. 저자는 이럴 때에 "관계의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황을 객관화하라고 충고합니다. 조직 안에서 사실 끝에 이기는 사람은 관계와 조직을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p264에는 더 구체적인 충고가 나옵니다. 핵심만 요약하면, 나를 관계(그 중에는 대립도 포함됩니다)의 한 당사자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상황을 큰 관점에서 바라보며, 상황을 관찰하는 위치로 자신을 상정할 것을 제안하는 거죠. 나는 이처럼 감정이 상했고, 또 절실하게 내 입장을 외치지만, 내가 아니라 이게 제3자였다면 과연 내가 어떻게 대처했을지를 상상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왜곡"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단호하게 굴되, 감사한 마음은 표현하라(p325)" 비판은 고사하고 설령 유익한 충고라고 해도 이를 수용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억지 춘향식으로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해도 됩니다. 다만 이런 경우 역시 그 상대방의 충고가 유익하고 객관적으로도 바람직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감사의 표시는 잊지 말라는 게 저자들의 제안입니다.

"자기계발"은 많은 경우 학습(p447)과 동의어입니다. 개인 차원이건 조직 전체를 보건 간에 학습하는 문화,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야 발전이라는 게 가능합니다. 또 피드백 제공자의 입장에서 마음가짐과 정체성을 관리하라고 합니다(p454). 이 역시 조직 안에서 피드백 발신, 수신에 지나치게 감정을 부여하지 말고, 내(1인칭)가 아니라 제3자로서 자신과 전체의 상황을 객관화화며 그 바탕 위에 종래의 단계보다 적어도 몇 발짝 더 나아가는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런 걸 보면 소통이다 피드백이다 직장 안에서의 관계나 소통이라는 게 모두 인격 수양과도 통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바탕 위에 인재 능력의 계발, 성과의 촉진도 가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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