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 - 지도로 읽는다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유성운 옮김 / 이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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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그저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철학자, 석학 들의 깊은 사고의 산물이며, 유토피아라는 단어부터가 성 토마스 모어의 사회 비판 저작에서 처음 유래한 걸 봐도 이 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동물학자, 진화론자인 필립 스클래터는, 여우원숭이가 현재는 사라진 어느 대륙에 서식했으리라는 가정을 근거로 "레무리아"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레무리아는 지금의 인도양을 차지하며, 인디아 남단, 마다가스카르, 오스트레일리아 서단의 삼각 지점을 연결하는 모습으로 p49에 나옵니다.

저자는 "3대 사라진 대륙" 중 이 레무리아가, 화려함, 낭만은 덜해도 전문성이나 사실성 면에서는 무 대륙, 아틀란티스 대륙을 능가한다고 말합니다. 에른스트 헤켈은 이 레무리아야말로 인류의 발상지라고까지 단언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시되기 시작한 건 레무르 화석이 여러 대륙 곳곳에서 두루 발견되고부터라고 하네요(특정 고대륙의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 그러나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설득력을 다시 얻고부터 이 학설도 재주목을 받았다는 겁니다.

<라마야나>에는 랑카라 불리는 곳이 나오는데, 이게 실론 섬이며 현재의 스리랑카를 가리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현재의 그 작은 섬을 넘어, 보다 큰 대륙의 존재를 상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근대 들어서 생물학자들에 의해 주장된 어느 대륙이, 고대 인도 문헌(서사시)에서도 그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낭만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합니다.

노아의 방주 건조 위치에 대해서는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이가 터키의 아라라트 근방으로 비정하기도 했지만 에덴 동산에 대해서는 정말로 많은 설이 난무합니다. 책에서는 현재의 아덴이라든가, 인도양의 셰이셸 제도 등을 꼽는 주장을 소개합니다. 또 성서의 비손, 기혼 등이 대체 어느 강을 가리키는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차라리 구체적인 지명이 애초에 언급 안 되었더라면 그저 상징적 서술이거니 하고 넘어들 갔을 것입니다. 여튼 에덴을 묘사한 다양한 명화라든가 많은 주장, 학설을 이 책에서 정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유익합니다.

미국의 버지니아 주는 탐험을 후원한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념하며 그리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왕과 긴밀한 관계였던 월터 롤리 경은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을 탐험했는데 남이 기아나 고지에 엘도라도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낭만적인 시대였으며, 이 논쟁에 학문젹으로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수백 년 후의 훔볼트 경입니다.

프레스터 존의 전설도 유럽에서 유명합니다. 투르크 등 이슬람의 강력한 정복 세력이 자꾸 서방을 압박하고 오자 기독교 문명은 생존에의 위협을 느꼈을 만합니다. 먼 동쪽에 기독교를 지지하는 더 강력한 군주가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심리도 이해할 만은 한데... 몽골(원)의 쿠빌라이칸이다, 혹은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다, 중앙아시아에 있다 등 설이 난무했으나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습니다. 나중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고착되었는데... 여튼 인간의 약한 심리라는 게 여러 국면에서 확인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불교를 오래 믿어 왔기 때문에 나찰이라는 존재가 설화나 예술 속에 익숙합니다만 p188에는 여성 나찰만 사는 나라가 상상되었다고 하여 흥미를 끕니다. 우리나라에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있지만 일본에도 그 비슷한 게 있었는데 교키도(行基圖)라든가, <본조도감강목>이 그것입니다. 나찰이든 루시퍼이든 창조주의 "실패작"으로 꼽히는 건 비슷합니다.

이 책에는 "고지도", 또 "유토피아"를 키워드로 하여 여태 선인들이 언급하거나 지도로 묘사된 사항은 모조리 망라된 듯합니다. 도판의 상태도 무척 좋고, 저자께서 최대한 주관은 자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많은 정보를 한데 모은 게 무척 유익하고 재미납니다. 교양 있는 독자도, 또 나이 어린 독자도 모두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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