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강아지 이 음식 먹여도 될까요? - 반려견 맞춤 식재료 바이블
박은정.유승선 지음 / 길벗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사람도 체질이 다양하므로 먹는 건 조심해서들 먹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오이를 못 먹고, 어떤 사람은 땅콩 같은 걸 먹으면 알러지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나마 누가 신경을 써 주기도 하고 알려진 정보도 비교적 많지만,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사정이 꼭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일이 닥친 후에 인터넷 등을 찾아 보면 원하는 정보가 빨리 안 나올 뿐 아니라 이미 늦을 수도 있고, 그러는 동안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편이 훨씬 현명한 대처이며, 이 역시 아는 게 힘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사람에게는 보통 6대 영양소를 거론합니다.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물 등이죠. 강아지에게도 필수 영양소가 있다고 합니다. 책 p20에 예쁜 표가 나오는데 내용은 사람하고 거의 같으며, 물만 생략되어 있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너무 많이 먹이면 안 되며 당근, 단호박은 과잉 섭취가 안 되도록 주의하라고 합니다. 간이 허약할 때는 반대로 지용성 비타민을 신경 써서 섭취시키라고 합니다. 이것 관련해서 책 저 뒤 p62에도 다시 언급이 있습니다. 지질은 특히, 반려견에게는 (사람과 달리) 동물성 기름이 우선된다는 p81의 설명입니다.

가열하지 않은 어류에는 특히 기생충이 서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합니다. 사실 사람도 특히 민물고기는 조심해야 하죠. 달걀흰자도 가열을 해야 하며 이를 게을리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좀 의외였습니다. 사람에게는 거의 이런 일이 안 생기지만, 강아지에게는 아비딘이 "단기간에 적혈구를 파괴할 수 있다(p23)."고 합니다. 송어(p68)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포도도 똑같이 적혈구를 파괴할 수 있다(p22)는 점도 꽤 의외였습니다. 아니 포도가 뭐가 어때서... 사람이 포도 먹고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습니까? 개가 아무거나 잘 먹고 튼튼할 줄만 알았는데(그렇기도 하지만), 여튼 이런 생각지도 못한 함정(!)이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적혈구 파괴 위험이 있는 다른 음식으로는 양파, 부추, 파가 있고, 초콜릿도 먹이지 말라고 합니다. 초콜릿은 중독 성분 때문에 그러는 건데, 소간(p73)도 베들링턴테리어에게는 중독 염려가 있다고 나옵니다. 다만 소간은 철분이 풍부하고, 조의 풍부한 엽산이 이에 더해지면 혈액에 좋다고 합니다(p103).

달걀흰자뿐 아니라 콩도 반드시 익혀서 먹여야 합니다(달걀 관련해서는 p71도 참조하십시오). 콩은 빈혈 관련이 아니라 장내 가스 발생 때문에 개가 고생을 해서 그렇습니다. 렌틸콩 관련해서는 p107에 설명이 있습니다(검은콩은 p108).

개 하면 뼈를 좋아하니 막 던져 줘도 된다고들 알지만 삼킬 염려가 있으니 이 역시 익혀서 줘야 하며 구강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도 여름이 되면 설사가 잦을 수 있는데 개 역시 마찬가지라도고 합니다. 역시 지나친 수분이 문제입니다. 수박, 멜론을 특히 조심하라고 하네요. 한약재 중에는 갈근이 좋다고 책 p31에 나옵니다. 기름진 음식이 피부에 안 좋은 건 사람이나 개나 같으며 한약재 중에는 길경, 창출이 제격이라고도 하네요. 메밀(p98)도 설사, 구토의 위험이 있습니다. 오이(p55)도 조심해야 합니다.

오리고기(p80), 우유(p82), 무염버터(p83), 메밀(p98), 보리(p102), 단삼(p132)도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고 합니다. 반대로 변비에 안 좋은 건 율무(p139)라고 합니다. 율무는 대신 체내 노폐물 제거에는 좋다고 하네요. 오리고기 관련해서는 책 p161에 브로콜리 오리고기 볶음 특식 레시피가 따로 나오는데 이 특식은 피부 알레르기를 완화한다고 합니다. p193에는 오리고기 애호박찜 레시피가 나오는데 이것은 폐에 좋은 요리라고 하네요. p219에는 오리죽 레시피가 나오는데 몸 속 유해물질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공저자 중 한 분이 한의사이셔서인지 책에는 한의학 정보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입니다. p32에는 한의학 용어 중 일반인도 자주 보는 몇 항목이 간결하게 정리되었는데 이것은 사람한테도 통하므로 (반려견을 안 키운다고 해도) 상식 삼아서 알아 두면 좋을 듯합니다. 담음(痰飮)은 간단히 말해 노폐물이라든가, 울(鬱)은 스트레스를 받아 몸의 순환이 안 되는 상태 등을 가리킵니다. 우울이라고 할 때의 그 "울"이죠.

몸이 지나치게 차면 양허(陽虛)인데(사람도 마찬가지죠?), 추위를 많이 타고 따뜻한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설사가 잦다, 소화 안 된 음식이 변에 섞여 나온다, 배가 차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게 많으면 양허라고 합니다. 이런 개한테는 양고기와 계피를 추천한다고 합니다(양고기에 대해서는 p77에 따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뿐 아니라 개의 체질을 pp.33~35에서 아주 보기 편하게 분류해 놓았으니 애묘인들이 오려 두거나 해서 수시로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책이 가볍고 예쁘니 뭐 꼭 이 부분만 오릴 필요는 없겠네요.

앞에서 콩도 복부 가스 발생 때문에 익혀서 먹이라고 했는데 양배추(p53)도 조심하라고 합니다. 아니, 개가 당뇨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당뇨 관련해서 이렇게 조심할 음식이 많은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감자(p41)는 칼륨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비트는 나트륨이 많으며, 아스파라거스(p52), 청경채(p56), 녹두(p105), 귤(p110), 멜론(p112. 칼륨 문제), 바나나(p113, 역시 칼륨 때문), 크랜베리(p118), 키위(p119), 인삼(p120), 산사(p137, 칼륨 이슈) 등입니다. 브로콜리와 귤을 함께 먹으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도 합니다(p48).

개의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도 많은데 밤(p46), 양송이버섯(p92), 흑미(p100), 톰밀(p101), 현미(p104), 렌틸콩(p104), 검은콩(p108), 작약(p121), 팥(p138) 등입니다. 알레르기 음식도 주의해야 하는데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 갈치(p64), 고등어(p65), 배(p114. 매우 드물다고는 합니다) 등을 특히 신경써서 먹여야 합니다.

반려견에게 좋은 특식 레시피가 책 후반부에 많이 나오니까 이 부분 잘 숙지하셔서 한번 시도해 보시면 좋겠네요. 매 끼니를 이렇게 주기보다(그러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주 1회 1가지 특식을 주는 편이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장기간 보관하지 말고 빨리 소진하는 게 권장된다고도 하네요. 오일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과 개가 이렇게나 다른 줄도 처음 알았습니다. 특식뿐 아니라 개에게 주는 모든 음식은 대체로 데워서 줘야 하며 차면 일단 탈이 난다고도 합니다.

돼지 등 식용 가축에게도 잔반 따위를 줘서 키우다 보니 온갖 탈이 나고 사람에게도 결국 피해를 끼치는 결과가 발생됩니다. 하물며 까다롭고 연약한 반려견은 더욱 더 먹는 것에 조심시켜야 합니다. 내용도 유익하고 풍부한 정보가 들었지만 컬러 사진이 많고 독자가 읽고 참조하기에 편한 편집이라서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려견 키우는 분들은 필독서라고 해도 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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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듀윌 공인중개사 민개공 30일끝장 - 민법 및 민사특별법,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 과목별 맞춤부록 제공
심정욱.이영방.김희상 지음 / 에듀윌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민개공"이라 함은, 민법(및 민사특별법),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등 3개 과목을 가리킵니다. 이 책 p6에도 나오지만, 민개공 중 부동산공법은 원래 2차 과목 중 하나이며, 민법(및 민사특별법), 부동산학개론 등이 1차 과목입니다. 그런데도 저 세 과목을 한 책에 묶은 이유는, 이 세 과목을 함께 공부해야 같은 연도에 시행하는 1차, 2차에 동시 합격하는 게 대체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p9에는 에듀윌에서 추천하는, 30일 동안에 어떻게 민개공 3과목을 마스터할지에 대해 표준적인 계획안이 제시됩니다. p8에는 "과연 30일 안에 민개공 마스터가 가능한지?" 같은, 누구나 품음직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이 나와 있습니다.

책은 민법(및 민사특별법),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등 세 파트로 딱딱 분책이 가능한 체제입니다. 위에서 수직 방향으로 내려다 봐도 세 파트가 거의 비슷비슷한 분량으로 나뉩니다. 본문은 올컬러이며 편집이 예쁘게 되어 있어 공부하는 데 질리지 않고 가독성을 최대한으로 뽑았다는 느낌입니다. 원래 에듀윌 교재들이,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편집이 이처럼 깔끔합니다. 안 그래도 공부하는 게 피곤한데, 편집이 어지럽거나 반대로 단조로우면 어디 공부할 맛이 나겠습니까? 일단 에듀윌 교재들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구미를 당기게 만들더라는 게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체제는 일단 내용 설명, 개념 요약이 나옵니다. 내용도 이 정도면 제법 자세한 편입니다. 요약집은 이 책보다 훨씬 내용이 축약되어 있습니다. 개념+기출 해설+예제 등으로 코스를 밟아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용이 다 이해가 되는 식입니다. 물론 책만 보고 내용 이해가 힘든 분들은 따로 인강을 구해서 들어야 합니다. 개념 설명은 핵심 구절에 황색으로 하이라이팅이 되어 있어서 눈이 덜 피곤합니다. 필요한 곳에 법조문도 제시되어서 따로 법전을 찾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1권 민법 및 민사특별법

p57을 보면 난이도 ★★★의 예상 문제가 나옵니다. 대리권에 관한 사례 문제입니다. 선지 ②에서 표현대리(表見代理)는 과연 유권대리이냐, 아니면 무권대리이냐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입니다. 다수설은 무권대리라는 건데, 학자 중에 이영준 박사님(전직 판사로서 김증한 교수님의 제자) 등은 조심스럽게 다른 학설을 펴시죠.

p57 하단 해설을 보면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은 (대리인이 아닌)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청구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이는, 일단 본인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1) 아무런 하자가 없는 유권대리이든가 2) 그게 아니라면 보충적으로 표현대리라도 성립을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면 청구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답은 ③이겠습니다. 강행법규 위반일 경우에는 법률행위 전체가 무효이므로 유권대리건 표현대리건, 혹은 대리를 떠나 당사자 간 책임이건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⑤는 아주 유명한 판례인데, 만약 매수인 丙이 乙을 상대로 본인(계약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왜냐면 甲에서 乙로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배임이라서 원인무효이므로 이렇게 되겠죠), 보충적으로 丙이 乙을 상대로 표현대리 책임은 물을 수 있겠느냐는 건데... 만약 이걸 허용하면 사기꾼이 일단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팔아먹을 때 매수하는 사람이 다 표현대리라고 우겨서 자기 땅으로 만들지 않겠습니까? 이걸 인정하면 법이 사기 수법을 공인하는 셈이 되어서 대 혼란이 빚어지겠지요.

④가 맞는 이유는 매매계약 성립 후에 악의(惡意)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약 전부터 악의였다면 애초에 "정당한 이유"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p85 기출문제 풀이에는 등기를 해야 물권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를 묻고 있습니다. 모두 다섯 가지 경우 중 ㈁㈃을 정답으로 제시합니다. 이 문제 풀이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냥 답과 해설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섯 가지 선지 옆에 해당 법조문을 다른 색깔(황색)으로 제시하여, 왜 이건 답이 되고 이건 안 되는지를 명확히 이해시킵니다. 이런 깔끔하고 입체적인 편집이 에듀윌 교재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 대해서 해설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3조라고 근거를 명시합니다. 이 역시 "법률 규정에 의한 변동"이므로 등기가 필요 없는 거죠. 즉, ㈀,㈂과 이유가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개인 간의 법률 행위에 의한 건 등기가 반드시 필요하고(등기를 안 하면, 뭐가 누구 것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저 법규정에 의한 것은 따로 등기가 필요 없다, 수험생 입장에서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는 사실, 꼭 법을 공부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회인의 상식에 의해서도 당연한 것입니다.

소유는 소유라고 쳐도 (소유와 별개인) 점유는 그럼 뭐냐, 이 부분이 참 어렵습니다. 법은 소유뿐 아니라 점유에 대해서도 일단 보호를 해 주는데, 만약 사실 상태인 점유를 그것 자체로 보호하지 않으면 무법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정당한 소유권자(혹은 전세권자, 임차인)인지는 재판에서 나중에 따져 보고, 일단 누가 어떤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일단은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나중에 따져 보고 권원이 없는 게 밝혀지면 그때 가서 축출하고 추가로 손해배상을 물리면 되니 말입니다.

제 경험상 p103 예상문제에서 ③을 보면 같이 공부하는 많은 이들이 왜 이게 올바르냐고 의문을 가지더라구요. 이거 틀린 거 아니냐는 거죠. 아니 甲은 소유권자이긴 하지만 점유는 乙이 하고 있지 않냐, 그럼 소유권에 의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해야지 왜 점유권을 근거로 삼느냐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책에서는 "간접점유, 혹은 타인을 매개로 삼는 점유"라면서 그 근거를 밝혀 줍니다. 사실 이 부분 이해가 꽤 어려운데 책에서 간결하게 핵심만 정리해서 독자를 납득시킵니다. 공부하면서 이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p215를 보면 역시 난이도 ★★★(上)의 예상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잘 짜여진 예상 문제만 꼼꼼히 풀어 봐도 실력이 엄청 늘고, 정말 문제가 거의 그대로 나올 듯한 안도감도 듭니다. ③에서 대항요건 상실은 점유(의 상실)를 가리키는 거죠. 즉 임차주택에서 퇴거하면 대항 요건 중 점유가 덜컥 상실되는 건데, 이러면 모순이죠. 그래서 대항력을 일단 취득하면 소송 내내 그 효력은 지속되는 것입니다. ⑤가 답인데 자칫 잘못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최(最)"우선변제권이 인정 안 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우선변제권은 인정이 당연히 되겠죠. 안 그러면 (비록 나중에 들어왔을망정) 임차인을 두루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겠습니까.

2권 부동산학 개론

p16을 보면 부동산학에 대해 김영진, 조주현, 안정근 세 분 교수님의 각각 다른 정의가 모두 소개됩니다. 이처럼 국내 유력 학설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멋진 편집으로 독자, 수험생에게 정리해 주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p19에 보면 부증성이란 말이 나옵니다. 한자로 쓰면 不增性인데, 증가하지 않는다,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의 대전제가 "재화의 유한성"인데, 그 중에서도 토지는 극단적인 경우죠. 간척 사업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부증성은 저 앞 민법 물권 파트에서 부종성(附從性)하고 발음, 한글 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특히 학습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두 용어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한 분이라면 부동산학에 나오는 개념 중 상당수는 눈에 익을 것입니다. p31에는 난이도 ★★의 기출문제 해설이 나오는데, 여섯 개의 선지 중 유량 변수가 뭔지를(=몇 개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유량(流量. flow)와 저량(貯量. stock)의 구분은 경제학에서 아주 기초적인 것입니다. 자산은 저량이고, 소득은 유량입니다. 통화량 같은 것은 자칫 착각하기 쉽지만 저량(스톡)입니다. 통화량 같은 것을 일정 기간에 걸쳐 측정하면 무한대 값이 나오겠죠. 그래서, 기간이 아니라, 어떤 특정 시점을 딱 찍어 놓고 값을 내야 합니다.

p89에는 도시공간구조이론이 나오는데 이걸 경제지리학에서 다룯기도 하지만 원래 버제스, 해리스 등은 지리학이나 도시공학에서 활약하던 거장들입니다. 난이도는 대개 중(中. ★★) 정도이며 공부할 때 이해를 하면 물론 더 좋지만 암기로 해결 가능한 항목들입니다.


p121에는 정부가 임대용 부동산의 임대인에게 재산세를 부과할 경우 조세 귀착에 대해 옳은 걸 고르게 합니다. 수요 탄력성 같은 것도 원래는 경제학에서 다루는 토픽들이죠. 확실히 이런 파트는 경제학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긴 합니다. 아니면, 상경계가 꼭 아니라고 해도 대학생들 중 취업 스펙 쌓기 위해 매경테스트(매테), 한경테샛 같은 자격증 따는 분들도 많을 텐데, 그런 분들에게는 이게 비교적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쪽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분들은 감정평가사 수험생들이죠.

p231에서 현재원가법에 의한 적산가액을 구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해설을 보면 분모에 2년+48년이라고 하는데, 48년은 잔존내용연수가 48년이라고 문제에서 그냥 주어집니다만 앞의 2년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더군요. 준공일이 2019. 4. 15이며 기준일이 2021. 4. 15이므로 여기서 2년이 추가되는 겁니다. 그리고 건축비 상승 10%는 복리로 계산하여 (1+0.1)*2로 재조달원가를 계산합니다. 감가누계액은 문제 조건에 정액법으로 한다고 했으므로 그냥 곱하기 2만 하면 되겠네요.

2권 말미에는 "학개론 필수 암기 공식집"이 역시 별권으로 분책 가능하게 나옵니다. 휴대하면서 수시로 참고하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3권 부동산공법

부동산공법에는 국토의이용및개발에관한법률, 도시개발법, 건축법, 농지법 등등 해서 총 여섯 개의 법률이 출제 범위입니다. 아마 건축기사라든가 건축산업기사 등 다른 자격증 과목에서도 대략 이 정도를 출제범위로 삼을 것입니다. 대개는 암기 과목이므로 기출 문제 중심으로 철저한 암기를 바탕으로 하여 학습에 임해야 할 듯합니다.

p27에 보면 난이도 ★★★(上)의 예상문제가 있습니다. ③이 옳은 선지인데 주민이 제안할 수 없는 건 사실 상식으로도 당연합니다. ④에서 도시-군기본계획에서 공청회가 필수라는 건 시험에 자주 출제되므로 반드시 알아둬야 하겠습니다. ⑤에서 시장 군수 등이 타당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 정비하는 기간이 10년이 아니라 5년이 맞다고 나오는데, 이 5년 부분은 해당 법이 제정된지 20년도 넘었지만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책에는 없는데 이 규정은 해당 법률의 23조 1항입니다. 물론 번호까지 알 필요는 없고 그 내용만 알면 충분합니다.

p60에 보면 기출문제(2016년에 출제되었던)가 나오는데 당시에 오답률이 꽤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①에서 토지 매수 의무자는 구청장이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맞다는 거고요. 이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기업"이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므로 (현금 대신으로) 채권 발행을 통해 대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역시 헷갈리기 쉬우므로 반드시 숙지해 둬야 하겠습니다.

p92에도 참 틀리기 쉬운 사항을 다룬 기출문제(이 문제는 2019년 출제였습니다)가 나오는데, ④를 보면 총면적이 1만㎡ 미만이 아니라, 분할 후에, 그 각각의 지구 면적이 하나하나가 1만㎡ 미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도시개발에서 총면적이 1만㎡이면 대략 3천여평인데 이러면 개발 대상에 해당될 건이 별로 없겠죠?

p156에서 건축물 용도변경시 상위군 변경은 허가를 득해야 하며, 하위군 변경시에는 신고만으로 충분하다고 나옵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데도 막상 공부할 때는 꼭 반대로 외우는 분이 주위에 있습니다. 여튼 이런 게 헷갈리기가 쉬운데 교재는 베테랑 강사분들이 이미 다 그런 수험생들을 많이 겪어 보고 노하우를 반영해서인지 적절하게도 콕콕 집어 강조하고 있네요.

시험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므로 교재는 최대한 수험생의 편의에 맞춘 편집이 필수입니다. 에듀윌 책은 탁월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이 깔끔하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올해(2021)는 8월 9일에 접수 시작이고 10월 30일에 1차, 2차 시험이 있습니다. 이 교재만으로도 열심히만 하면 합격이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이며, 혹시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이 책과 tie-in된 인강도 같이 찾아 보시고 도움을 받아야 되겠지요. 여튼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으로 열공해서 접수시까지 1개월하고 2주 정도 남은 동안 민개공을 다 마스터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교재 덕분에 공부할 힘이 절로 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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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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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30여년 전에 브램 스토커가 캐릭터로 빚어낸 드라큘라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 포맷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납니다. 그러니 이 고전 문학 작품이야말로 진정 늙지도 죽지도 않은 "드라큘라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큘라는 물론 영국의 문필가 브램 스토커가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캐릭터이지만 그 성격은 그닥 서유럽적이라기보다 다분히 동양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도 신출내기 변호사 조너선 하커가 처음 트란실바니아 땅에 들어설 때 서양을 떠나 동양에 들어선 느낌(p11)이라는 말을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p80에는 멋진 말이 하나 나오는데, "현대성만으로 소멸시킬 수 없는 구시대의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확실히,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자 작품 자체가 창작된 시대의 특성 때문인지, 현대 문명의 이기라고 할 만한 요소가 자주 언급됩니다. p55에는 코닥 사진기가 등장하고, p223에는 손으로 적는 편지, 일기뿐 아니라 녹음 포맷이 언급되죠. p306의 축음기 납관, p330, p340, p475, p674 등에서 계속 언급되는 건 "녹음"입니다. p473에는 런던의 지하철도 나오는데 역주(각주 형식)를 통해 이 시기의 열차는 증기기관차였다는 설명을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p404에는 패딩턴 역에 대한 언급이 있고, p413에는 올드 파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1980년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저렴이(ㅋ) 위스키 중에 그랜드 올드 파라는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드라큘라의 용모는 어떠할까요? 흡혈귀(그에게 물린 피해자들 포함)은 자주 용모, 인상이 바뀐다는 게 특징인데 정상적인 사람인 척 할 때에는 아주 품위 있고 우아하지만 일단 그 악마 같은 영혼이 튀어나왔다 하면 그 사악함이 누구라도 벌벌 떨게 할 만큼입니다. p37에는 "백작"의 손을 강철 바이스에 비유하기도 하며, p44에는 "그의 손은 희고 고왔다"고 하는데, 그게 순간순간 달라지기라도 하는지 바로 다음 문장에는 "잡역부의 손처럼" 손가락이 짧고 손 모양이 뭉툭했다는 묘사도 있습니다. 귀신(?)에 홀리면 우리 인간의 지각은 오락가락하기 마련인지 p113에는 "내려쳤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처럼, 자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몰라하며 헷갈리는 조너선 하커의 당황한 모습이 생생합니다. p43에는 눈썹이 짙어 미간을 가린다는, 늑대인간 등에 대한 아주 전형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영화 <반 헬싱>에서는 두 캐릭터가 동맹을 이루죠. 

 

드라큘라의 성격과 특징에 대한 묘사는... 음 일단 젊고 경황이 없는 조너선 하커의 증언은 사실 크게 믿을 수 없죠. 꿩 잡는 게 매라고 드라큘라 때려잡는(?) 전문가인 우리 반 헬싱 교수님이 하는 설명이 믿을 만합니다. "그는 오래 살았을 뿐 아니라(p415)" "아는 것도 많다(p511)"며 반 헬싱 교수는 드라큘라에 대해 극도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p520, p647, p685 등에서는 원래는 인격자에 가까운 게 드라큘라 백작이라며 숙적의 장점에 대해서도 잘 파악합니다. 그래서인지 2014년작 루크 에반스 주연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 보면 이 캐릭터가 대단히 영웅적으로 묘사됩니다. 원전에 이런 (짧은) 근거가 있으니 영화도 그런 컨셉을 잡고 일종의 프리퀄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책 p747에는 "악마의 영리함"을 환기하는 선장의 말(비명?)이 나옵니다.

 

드라큘라의 지난 내력에 대해 본인은 엄청 자부심이 강합니다. p13에 제켈리 족에 대한 설명이 처음 나오고 드라큘라 백작은 헝가리인도, 왈라키아 인도, 작센 인도 아닌 이 제켈리 인이라는 설정이 p65에 자신의 입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니 백작이 루마니아인이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리라는 우리의 선입견은 이 원전을 읽으며 여지없이 깨지는 셈입니다. 제켈리 인은 대체로 투르크 족의 먼 방계로 알려졌는데, 백작은 정작 오스만 투르크와의 기나긴 항쟁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켈리는 제켈리일 뿐 다른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겁니다. 제켈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인터넷에 "세케이"를 키워드로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십시오. 

 

p15, p105에는 슬로바키아인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약간 혐오감이 풍깁니다. p758에는 이런 일에 적합하다며 다시 한 번 해당 인종을 비하하는 듯한 대목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커를 배신하고 곤경에 빠뜨리는, 드라큘라 백작의 주구로서 스거니 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집시의 일족입니다. p462에는 노스페라투라는 현지어(흡혈귀라는 뜻)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p53에는 "하커 조나선"이라며 우리식(제켈리식?)으로 성을 먼저 말한 것에 대해 백작이 사과하는 장면이 있는데, 유럽에서 현재 성 먼저 이름 나중 식으로 관습이 정해진 나라는 헝가리와 핀란드뿐입니다. 그럼 저건 백작이 헝가리계라는 뜻인가? 물론 그렇지 않고, 오히려 조금 뒤에는 "우리 제켈리인이 헝가리 왕조 해체에 기여했다"며 자랑하는 대목마저 나오죠. 다시 강조하지만 백작은 그저 제켈리 인의 정체성을 가졌을 뿐입니다. p65에는 백작이 마치 왕처럼 "우리"를 주어로 쓴다고 하는데 이른바 "존엄의 복수(plural)"이라는 용법입니다. 일개 보야르 주제에 말입니다. 

 

반 헬싱 교수님의 외모는 어떠할까요? 2004년작 영화 <반 헬싱>을 보면 타이틀 롤인 휴 잭맨은 훤칠하게 잘생긴 배우인데, 이 원전에 나온 묘사는 p391의 "보통 체구에 다부진 모습" 정도입니다. 나이는 들었고요. 이는 여주인 미나 시선에서 본 것입니다. 반 헬싱의 등장 자체는 p241에서가 처음입니다. 

 

p417에서 반 헬싱이 명언을 하나 하는데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무작정 선입견을 갖고 해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랬으면 이 드라큘라 수수께끼는 영원히 해결 못하고 런던에서는 피해자가 속출했겠지요. p234에는 실존 인물 디즈레일리의 명언 "예상치 못한 일은 종종 일어난다"가 인용됩니다. 

 

아무래도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이해가 좀 어려운 대목이 있었는데, 반 헬싱 교수가 p379에서 중혼자와 수혈을 두고 농담을 하는 대목 같은 게 그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다니... p464에서는 순수한 호의에서(?), 죽은이의 약혼자였던 이를 지목했다고 하는데 과연 애인의 가슴에 말뚝을 박게 시키는 게 (물론 죽지 않고 떠도는 흡혈귀의 운명으로부터 구해 주려는 의도라 하지만) 무리가 없는 요청이겠습니까? p798에는 "루시한테 그런 짓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생판 모르는 여인들에게 또 하자니..."라며 머뭇거리는 대목이 있는데 역시 잘 이해가 안 되는 심리입니다. 19세기 말 영국인과 현대 한국인의 정서 차이라고 여겨야겠죠. 재미있게도 p134에는 조선(코리아)에 대한 언급도 나옵니다. p373에는 미국이란 나라가 앞으로 강대국이 될 것"을 예견(?)하기도 합니다. 하긴 이는 심지어 구한말 개화파 지식인들도 다 하던 말이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떤... 십자가의 사용이라든가, 성체 반죽이라든가 하는 걸 보면 종교적 상징과 이 고전의 태도가 밀접하게 관련되었지만, 그렇다고 종교적인 성격은 물론 아닙니다. p19를 비롯 묵주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p172, p64 등), 처음에 조너선 하커는 "성공회 신도로서" 우상숭배가 아닐까 하여 꺼려졌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성공회 신자들도 묵주를 쓰긴 하는데 십자고상이 없죠. 

 

이어서 하커가 묵은 트랜실바니아 현지 호텔 여주인이 "오늘은 조지 성인의 날"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장면이 있는데. 성 조지는 원래 잉글랜드, 즉 하커의 고국에서 수호 성인으로 받들어지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입니다. p748에는 "웃기지도 않는 미신"이란 말이 나오고, p775에는 "미신에 과하게 의존"한다는 평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로마 가톨릭, 혹은 정교회적 상징은 모두 미신과 어느 정도 연관을 맺고 기능하는 셈입니다. p273에는 동풍이 불길한 상징이라는 역주가 있는데 BBC 드라마 <셜록>에도 똑같은 설정이 있죠. 

 

이 소설에서 가장 매혹적인(혹은, 무서운) 대목 중의 하나는 하커가 처음 백작의 영지에 발을 디디는 장면이겠습니다. p26, p31 등에는 "개들이 얼마나 사나운데요"라며 마부가 하커를 극구 말리는 장면이 있죠. 우리도 어쩌다 저 남양주 같은 데 가면 개 사육장이 여럿 있는 걸 보는데 짖는 소리가 그악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떤 분이 물려 죽기도 했죠. p59에는 그 유명한, 거울에 비치지 않는 드라큘라 백작의 속성 언급이 나오며, p83에는 달빛을 등진 그림자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코폴라 감독의 1992년작 <드라큘라>에 보면 광인 렌필드(배우 탐 웨이츠가 연기)가 징그러우면서도 무섭게 묘사되는데 p505, p526등에서 그의 장황한 말이 외견상으로는 어떤 논리를 갖추고 이어집니다. 이것 관련 p81, p486 두 군데에서 <리어 왕> 중 광기와 길에 대한 대목이 (변형)인용됩니다(역주에 설명이 있습니다). 직접 관련은 없으나 p526에 <리어 왕>의 다른 구절이 인용되기도 합니다. p538에서는 반 헬싱 교수를 만나서 영광이라며 또 길게 이야기합니다. p222에서는 마치 재소자들이 한니발 렉터 박사를 섬기듯 "주인님"이라며 드라큘라 백작을 모시는 태도가 나오네요. 

 

백작은 칼을 즐겨 쓰는데 이 칼은 쿠크리라고 불리며 드라큘라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p808에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 헬싱 교수 일행이 지니는 무기로서 보위 나이프가 나오는데 이건 우리가 아는 이른바 람보 나이프와 같은 겁니다. 역주에서 "부이"라는 서부 시대의 인물에서 유래했다고 설명이 나오는데 존 웨인 주연의 고전 서부영화 <알라모>에도 이 칼과 해당 인물이 언급됩니다. p721에는 전투 종족으로 유명한 구르카 족(현재의 네팔 인)의 나이프도 잠시 언급됩니다. 

 

p54에 청년 변호사 하커가 백작과 카팍스라는 부동산의 처리를 논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 카팍스는 한참 뒤 p561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작가 브램 스토커는 법률에 대단히 박식한 면모를 이 소설 여러 군데에서 보여 줍니다. 거의 과시한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p70에는 복(復)대리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공인중개사 때문에 민법 공부해 본 분 정도만 되어도 들어 본 적 있을 겁니다. 제가 원문을 찾아 보니 "agency one for the other"이라 되어 있었습니다. p357에도 상속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설명이 있습니다. p708에는 "재산 병합"이란 말이 나오던데 이건 원어가 hotch-pot이었습니다. p733에는 범죄학자로 유명한 롬브로소의 이름이 나옵니다. p174에는 "양도불능소유권에 대한 법규 위반"이라고 해서 대체 뭘까 하고 원문을 찾아 봤습니다. mortmain에 대한 설명이던데, 꽤 어려운 내용인데도 번역에서 알기 쉽게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느낌이들더군요. 

 

번역이 참 좋아서 잘 읽히는데 p381의 역주에도 나오지만 유아어 bloofer를 "암다운"으로 처리한 건 멋졌습니다. p71에는 "거절은 사양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원어는 take no refusal이었습니다. 역주는 원문에서 저지른 작가의 날짜 오기를 일일이 짚는데 p232, p45, p587, p677 등 모두 네 군데입니다. p231에는 "추추신"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원문에도 pps라고 되어 있습니다. p118에서는 어떤 대목에 띄어쓰기를 일부러 쓰지 않아 효과를 내며, p627에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고 해서 제가 원문을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이 고전은 등장인물들의 편지, 일기 형식으로 시작하며 대부분이 서간과 저널 형식으로 구성되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그런 형식의 효과는, 악마인 드라큘라 백작의 실체에 대해 서서히 그 정체를 (객관적으로) 밝혀가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죠. 독자로서는 천천히 읽어가면서 등장인물들의 주관적 관찰들을 통해 진상을 스스로 구성해 나가는 이지적인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막판 드라큘라와의 대결전 과정도 박진감 최고이며, 고전은 이래서 과연 고전이라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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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 - 당신을 위한 퇴근 편지
조유일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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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과연 이게 바르게 사는 걸까? 남들만큼 열심히 사는 걸까? 먼 훗날 나 자신을 돌이켜볼 때 크게 부끄러워지지은 않을까? 이렇게 열심히 산다 쳐도 내게 마지막에 남는 건 무엇일까?

이런 불안과 질문에 어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단지, 비슷한 의문과 미련을 가진 이들과 감정, 의견을 공유하고 어떤 위안, 안정을 얻을 뿐입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졌는데 각 부(部)는 사계(四季)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목차를 보면 과연 각 계절마다 그리 느낄 만한, 혹은 떠올릴 만한 토픽이 들어 있고 그 하나하나의 제목 아래 정갈한 시(詩) 한 편이 등장합니다. 무엇을 체감하고 무엇이 깨달아져야 올바르게, 혹은 보람 있게 사는 건지는 여전히 확신이 안 서지만, 저자가 수 놓은 계절의 상념에 맞추어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생각과 성숙의 눈금을 맞춰 볼 수는 있을 듯합니다.

사실 날이 많이 남지 않은 어르신들께 당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드리는 게 자연스러운 마음씀인데, 당뇨가 있어 관리를 하셔야 하는 분이 믹스커피를 드시겠다면 참 난감합니다. 원칙대로 커피를 성분 조절해 가며 드시는 건 그나마 문제가 덜하겠는데 말입니다. 간결한 시 안에, 늙으신 부모님을 마치 자녀가 그 입장이 바뀐 듯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나 어렸을 때 편식하고 투정 부릴 때도 어머님이 이런 마음이셨겠거니 하며 말입니다. 아무리 요즘 당뇨가 흔하다 해도 흔한 만큼 고통과 심각성이 덜해지는 건 아니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맛있게 먹으면 0kcal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다 자기기만입니다. 책에는 어느 전문가의 말을 빌려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이게 정답이지만 우리는 이미 "먹고 싶은 만큼"에 대해 아주 잘못된 감각을 몸에 붙여 놓고 삽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적당한 만큼만 가까워지거나 사랑하는 절제, 만족을 강조하며 한 꼭지를 마무리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로 태어날래(p14)." 나무는 "다가오는 너를 기다리며, 너에게 그늘이 되어 주고, 작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또는 붉은 열매를 맺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을 사람으로서 이 생에서 (진심으로) 품을 수 있다면 이미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 된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든 나무는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이겠으니 말입니다.

"이별이란, 연습이 없기에 잘할 수가 없다(p93)." 과연 그렇습니다. 또, 이별은 설령 연습을 통해 잘할 여지가 있다 해도, 아무도 그런 연습을, 고작 "잘하는 이별"을 하나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지 싶습니다. 그럼, 만약 이별이 아프지 않았다면, 이건 내가 잘한 건가 어떤 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건 아마 당신이, 너무 아파서 고장이 난 것이거나, 고장난 채로 사랑을 한 것"이라 말합니다. 의외의 순간 독자에게 놓아진 일침인데 얼핏 들어도, 또 곱씹어 봐도 맞는 말이라 더 아픈 듯하네요. 바로 앞 페이지에는 "고장난 마음"에 대한 멋진 아포리즘이 나옵니다.

매번 고민하고 매번 방황(p71)하고 도대체 나아질 줄 모르는 너(사실은 "나")이지만, 이에 대한 답은 "흔들려도 괜찮다"이며, "흔들리는 것조차 (여전히, 분명히) 너"라고 말해 줍니다. 슬퍼서 제정신이 아닌 것도 나고, 너무 괴롭고 너무 아파서 초라해지고 싫어지지만 그 역시 나라는 점을, 조용히 내게 타일러 주면 사실 마음이 좀 나아지기는 합니다.

사실 버킷 리스트는 그리 점잖은 말은 아닙니다. 어느 영화 때문에 미국(거기서는 원래 있던 말이지만)을 넘어 한국에서도 널리 유행하게 되었으나 어원이 고상하지 못하고 뭔가 경망스럽습니다. 저자는 특히 "꿈을 먹고 사는 주제에(p103)" 이런 말을 쓰는 게 어색했는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꿈을 먹고 산다는 건 아직 젊다는 뜻입니다. 아직 살 날이 쇠털처럼 많은데 왜 저런 리스트를 만들고 의식해야 합니까. 저자는 "딱 그 정도 온도로만 삶을 대해도 괜찮다"고 하는데, 앞서 말한 "진정 먹고 싶은 만큼만 먹을 때 살이 빠진다(p30)"는 얘기,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아니 관계적 거리 두기(p28)과도 통합니다.

아무리 틀리고, 틀려서 손해를 봤다거나 기분이 나빠졌다거나 해도 우리는 결국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저자는, "밉다 밉다 해도 결국은 너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나"와 닮았다고 합니다. 참 속상합니다. 사이코패스처럼 관계를 좀 척 끊어내지 못하고 말입니다(달리 말하면, 그렇다고 관계를 척척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란, 바로...).

"이보다 더 힘든 것도 내가 다 겪은 사람이다." 사실 이런 말은 우리 나라 사람만 입에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내가 더한 시련도 다 극복했다는 자신감 표현, 호언장담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견뎌야 하는 아픔이 너무 커서 힘들어 죽겠다는 자백으로 들립니다. 저자는 그래서 "괜찮다고 거짓말하는 내가 더 우습다(p166)"고 합니다. 이건 진짜 맞는 말입니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 속마음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무기력한 하소연, 무너짐, 절망, 비명 같은 것에 가깝습니다. 강하게 만든 게 아니라면 적어도 익숙해졌다는 건데, 고통과 아픔에 익숙함 따위는 없습니다. 그런 게 있다면 아마 죽음에 가까워진 방증이라는...

크게 될 필요 없으니,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으면 창피해하지 말고 허우적대라. 이게 아픈 청춘들에 대해 작가분이 해 주는 말입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목표 일부에 대해서나마 애착을 갖고 열심히 몰두하는 청춘을 그 누가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그거 다 덧없다며 진 빼는 소릴 하지 말고, 그저 도닥여 주는 게 좋겠네요. "청춘은 아프단다(p190)"라는 말이,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는 격려"인지, 아니면 "누가 그러는데 청춘은 아픈 것이래!" 같은 약간의 풍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는 이별연습이 나왔는데 갑자기 그 대목을 읽으면서 예전 가수 원미연의 "이별여행"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p197에는 "바보 여행"이 나오는데, 여행만 떠났다 하면 집이 그리워지는, 그래서 떠난 게 약간 후회되는 바보 같은 여행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히 여행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라스트 마일 중에는 정말로 집이 그리워지긴 합니다. 또 여행 중에 집이 그리워지더라도 이건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린 느낌을 좀 받으려는 게 여행의 여러 목적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작가분은 "거절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다(p239)"고까지 말합니다. 이 역시 "관계를 철저히 계산"해서 이어가야 가능한 경지(?)이겠는데, 그래서 저자는 저 앞에서 "관계적 거리 두기"를 이야기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토픽이 겨울을 다룬 제4부에 있고, "관계적 거리 두기"가 봄을 다룬 제1부에 나오니 돌고돌아 다시 처음("집")에 복귀한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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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팀장 - 갑자기 팀장이 된 당신과 당신의 팀원을 위한 ‘진짜’ 피드백 기술!
이시다 준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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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게 팀장 노릇입니다. 예전과 달리 직원 통솔만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 주어진 프로젝트는 그것대로 완성도 있게 해 내야 합니다. 또 조직 내에서의 인적 스트레스는 어떻습니까? 팀장급은 밑에서 치받고 위에서 누르는 이중삼중고에 시달려야 합니다. 성실하다고 다가 아니라 여러 사람 의도를 두루 읽으며 센스 있게 균형감각 있게 처신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기계적으로, 혹은 의지나 부지런함이라는 덕목만으로 충족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간관계(휴먼 엔지니어링)나 업무 역량 면에서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러야 성공적인 팀장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타계한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을 논한 바 있습니다. 이 책 p28에 나오는 대로 "기존 방식의 파괴를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특히 p28이하에서는 회의의 형식에 대해 신랄한 비판, 그리고 철저한 반성에의 촉구가 나옵니다. 아니 대체, 성과가 안 나오고 사람만 힘들게 만드는 회의를 뭐하러 하냐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회의를 위한 회의, 윗사람은 폼만 잡고 위엄만 세우려 들고, 아랫사람은 PT 잔재주와 아부 스킬 경연대회에만 열중한 채 구체적인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하는 회의, 이런 회의는 당장 조직에서 폐기해야 하는 암적인 요식절차입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회의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혁신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팀장은 언제나 기로에 서 있는 입장입니다. 과연 팀장은 실무자인가 관리자인가?(p38). 답은 "둘 다"입니다. 그리고 둘 다의 역할을 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딜레마이며 동시에 위기이고 기회입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경제가 지금은 과거 1960~80년대 같은 호황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갑이고 직원이 을입니다. 직원이라 함은 이제느 사실상 널리 임원도 포함이라서 임원이란 별을 달아도 영업(?)을 못하면 가시방석입니다. 임직원이라는 말 자체가 임원과 직원의 엄연히 구별되는 처지를 가리키는 용어였는데도 말입니다.

과거 같으면 회사가 인재를 모셨으나, 이제는 어지간히 특급 인재이거나 솜씨 좋은 개발자 아니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야 합니다. 회사가 팀장더러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라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가야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또 사내에서건 사외에서건 인재는 확보를 해야 합니다. 책에는 특히 p41 같은 곳에서, "업무의 90%는 팀장이 수행하고, 나머지 10%을 팀원들이 할 뿐인 사례도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게 일부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로 많이 발견이 됩니다. 일을 못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있으면 결국 팀장이 다 마무리를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나중에 결과가 나쁘면 독박은 팀장이 쓰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또 책에서는 이런 팀장의 "잔업 시위"를 보고 나머지 팀원들도 은근, 아니 노골적으로 동참하기를 원하는 행태, 이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지적합니다. 팀원 중에는 자기 몫은 다하고도 이런 팀장의 "압력"을 보고선 괜히 잔업,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며, 이런 팀이 전체적으로 사기가 저하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번 잘못 꿰어진 단추가 연쇄적으로 악순환을 낳는 것입니다. 또 저자는 이 대목에서 "쓸데없는 회의를 제발 줄이거나 없애라"는 충고를 다시 덧붙입니다. 

팀장은 본인도 유능하고 노련해야 하지만, 평소에 유능한 사원(다른 팀이라고 해도)의 행동과 성과를 잘 봐 둘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p50, p53). 이걸 가리켜 핀포인트 행동(p49)의 발견 공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잘 관찰하여 자팀원들, 혹은 자팀의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를 고스란히 적용시켜 최대한의 성과를 뽑게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팀장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팀장은 괜히 팀장이 아니라서, 팀원들과 최대한 시간을 많이 내어 "일대일 대화(회의가 아닌)"를 가지라고 합니다. 이는 오히려 쓸데없는 회의를 대체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저자는 "가뜩이나 노동인구가 부족한 현실"을 거론하는데 그 중에서 인재를 추려야 한다면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회사나 팀장이 얼마든지 덜어 줄 수 있는 고충을 미연에 발견하여 해결해 주면 당연히 그 유능한 인재는 회사에 더 오래 남고 애착을 가지며 더 높은 품질의 성과를 낼 것입니다. 상위 20%의 우수한 인재를 제발 좀 쓸데없는 회의에 오라가라 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대화를 더 자주 가짐으로써 사기도 높이고 성과도 더 끌어내라는 거죠.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이론 중에는 MORS의 법칙(p59)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Measured - 측정 가능하다
Observable - 관찰할 수 있다
Reliable - 신뢰할 수 있다
Specific - 명확하다

위의 네 가지 기준은 "팀장이 후배에게, 부하직원에게 가르쳐야 할 행동"의 요소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은 "행동"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며, 따라서 팀장이 잘못이라는 겁니다. 책에서는 "고객에게 진심을 다해 인사한다" 같은 걸 잘못된 가르침의 예로 꼽습니다. "진심"을 위 네 가지 중 무엇으로 판단하겠냐는 이유에서입니다. p72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건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이론은 맨 먼저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데 그처럼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이제 무슨 행동을 팀원들에게 두루 가르치고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그저 성과가 높은 직원을 포상하고 격려(이건 당연한 거고요)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직원이 영업이면 영업, 기안이면 기안, 어떤 과정과 이유, 혹은 비결이 있어서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핀포인트 행동을 팀장이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핀포인트 행동을 발견했다면 이를 "분해"하여 "매뉴얼"로 만들라고 합니다(p78). 그래야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를 모범으로 삼아 확대 적용하고 모두의 자산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해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분해하고 분해하고 또 분해하여 최대한 많은 이들이 그 행동을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역시 팀장의 역량에 속합니다.

예전에는 "승진"이 직장의 유일한 모토이자 지상 목표였습니다. 승진 한 마디에 어떤 직원이라도 목숨을 걸고 주어진 과제를 달성해 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라 해도, 직원들이 일부러 과장 이하의 자리에 머문다고 합니다. 그 막중한 책임도 책임이거니와 노조 등의 시스템에 기댈 수 있기에 평직원으로서 오래오래 직장에 머물며 챙길 수 있는 급여, 복지,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꼭 이런 실리적인 계산이 아니라 해도, 요즘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양하여 자신만의 행복을 더 우선시합니다. 따라서 팀장은, 이런 요즘 직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 부여를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책은 금전 외에 다양한 보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 뒤에, 구체적으로 어떤 다른 인센티브가 가능한지(p98)를 설명합니다.

1) Acknowledgement 감사와 인지
2) Balance of work and life 일과 사생활의 양립 (이른바 워라밸)
3) Culture 기업 문화와 체질
4) Development 성장 기회의 제공
5) Environment 노동 환경 정비


하다못해 회사 건물의 뷰가 좋다, 책상과 의자가 앉기 편하다, 이런 사소한 이유도 직원에 따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 미국 교육기관 World at Work에서 제안한 내용이며 이를 "토털 리워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p99).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자가 6번째 항목, 즉 F로 시작하는 사항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6) Frame 구체적 행동의 명확한 지시

이는 저자의 독창적인 기여일 뿐 아니라, 앞서 행동 매니지먼트 이론의 대전제로 나왔던 MORS 원칙에도 부합하는, 실용적이고 치밀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건 업무 지침이나 지시로서의 자격도 없으며, 요즘처럼 똑똑한 직원들이 많은 세상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될 수도 없습니다. 아랫사람들에게서도 일일이 메모를 해 가며(때로는 음성 녹음까지!) 나중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려는 풍조가 요즘은 일반적입니다.

앞에서 일대일 면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대화라는 것도 무한정 길어지거나 형식적인 것, 겉도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책에서는 면담이 실패하는 이유 여럿을 듭니다(p127). 반대로 말하면, 이것과 반대로만 하면 면담이 성공한다는 뜻도 됩니다.

1) 친밀도에 따라 편차를 두지 말라. 친한 상대와는 시시콜콜 잡담, 안 친한 상대와는 하나마나한 대화, 이런 것은 시간낭비일 뿐.
2)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 "더욱 열정을 가지라"는 식의 모호한 격려는 아무 소용 없음.
3) 끝없는 동어반복
4) 결론 없는 끝맺음


p132에는 성공적인 대화의 요건이 따로 정리되는데 이것은 위 네 가지 사항을 정반대로 뒤집었을 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단 1분씩이라도 꾸준히 이뤄지며, 오늘의 업무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야 합니다(pp.163~172). 이런 대화는 팀원뿐 아니라 이를 주도하는 팀장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대목은, 팀장이 팀원을 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선생들도 그렇고 회사의 부장들도 그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생과 직원을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선생이 설령 학생을 잘 대해 준다 해도, 이는 성적을 올려 교장이나 이사회 임원들에게 좋은 실적을 보고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고, 이런 관계가 인간적 진정성의 어떤 통로가 될 리가 만무했죠. 회사에서라면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건 이제 지난 시대의 구태일 뿐이며, 팀장이건 팀원이건 인간적으로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 달성하는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에 초점이 놓여야 합니다. 책 곳곳에서 "인간다움, 진심" 등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성과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 잘 살고 행복해지자고 내는 것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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