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통력 공부 - 아이의 인생에 나침반이 되어줄
현진아 지음 / 라온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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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공부를 기대만큼 잘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도 걱정이고 고민입니다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회적 관습을 빨리 익히지 못하는 것도 큰 근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주로 후자에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사회성 떨어지는 아이에게 엄마 입장에서 주로 케어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심도 있게 설명하지만, 상황에 따라 아빠 역시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가 가장 만나는 사람은 엄마이며, 아빠는 그에 비해 거리가 좀 있습니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아빠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도와 줘야 하며,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 자신이 아빠와 친밀한 소통을 보이는 모범(p37)이 되는 것입니다. "아빠 회사 다녀오세요 빠이빠이~" 어린 아이를 안고 보통 엄마가 아이를 대변(?)해서 이런 말을 해 주는데 이게 그냥 엄마 재미있으라고 혼자 어떤 놀이를 하는 게 아니고 알고 보면 아이한테 교육을 시키는 의의가 또 있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야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지만, 아빠는 약간 낯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엄마가 아빠한테 무관심하거나 데면데면하면 아이 역시 사회성이 조기에 심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경각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역시 엄마는 차라리 다정다감하고 유난스러운 편이, 그 반대인 편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네요.

"크면 알겠지(p26)"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뭔가 서투른 모습을 보일 때, 엄마가 그저 외면하고 싶거나 케어할 마음이 안 내키면 이런 합리화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아이의 사회성 형성에 크게 해로울 수 있으며, 이상한 면이 있으면 즉각 행동에 나서서 문제를 교정하려 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지금 안 되는 건 제법 커서도 안 될 수 있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지경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대처가 아이의 사회성을 결정한다" 꼭 염두에 둬야 할 말입니다.

예컨대 TV 프로그램 <슈돌> 같은 걸 보면 저자는 도경완씨의 리액션, 육아 방법이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엄마, 혹은 육아하는 부모의 풍부한 표현력은 곧 이를 모범으로 삼는 아이의 표현력으로 연결되며,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가 대체로는 사회성도 뛰어나게 크기 마련입니다.

"순한 아이가 순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커뮤니티 같은 데에 엄마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아이가 순한 아이라서 다행"이라는 글을 종종 봅니다. 반대로 말하면 "순하지 않은 아이"는 엄마 입장에서 참 힘든 과제, 대상일 수도 있다는 뜻이죠. 책에서는 아이가 반응하기 전에 미리미리 우유 주기, 기저귀 갈기 등을 예정 시각에 딱딱 기계적으로 해 주는 부모가,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적당히는 주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투정할 시간도 주지 않고 너무 따박따박 용돈을 잘 주는 엄마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좀 더 커서도, 아이 입장에서는 투정하는 재미, 또 그를 통해 엄마와 더 밀접히 소통하는 재미가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에서 항상 강조하는 건, "부모와 애착이 밀접히 형성된 아이가 바람직하다"입니다.

앞에서도 "아이를 너무 자주 안아 주면 버릇을 망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은 아이를 자주 훈육하는 건 바람직하다는 뜻도 됩니다. 물론 혼만 낸다고 능사가 아니며, 책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훈육은 "아이가 납득하는 훈육"입니다. 이게 잘 이뤄지면 무작정 싸고도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어서 책에는 "원하는 대로 다 들어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이 아이에게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장자크 루소의 명언도 인용(p130)됩니다. 대체로 이처럼 아이한테 뭐든 베풀어주는 방식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편의를 위해 이뤄지는데 이런 점에서도 아이한테 해롭고 부모에게만 이기적으로 편한 방식입니다. 특히 저자는 스마트폰이 아이한테 엄청 해롭다고 말하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건 순전히 부모 편하자고 내리는 결정이라고 지적합니다.

화가 나면 엄마를 때리는 아이도 있는데(...) 저자는 "화가 난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엄마를 때리는 게 잘못인데 이를 납득 못 시키고 무작정 혼을 내면 아이는 둘 중 무엇이 잘못인지 배울 수 없게 된다(p140)"고 합니다. 사실 애를 안 키워 봐서 엄마를 때리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는데, 여튼 육아 과정에서는 별 일이 다 생기기 마련이므로 엄마는 일이 닥쳐서 충격 받지 말고 미리미리 이런 책을 보고 대비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없이 잘 성장기를 넘기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말입니다.

피아노는 어려서 누구나 배우다시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떨어지곤 하죠. 사실 저는 어려서의 이 경험 때문에 "참고 배울걸" 하는 죄책감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아무튼 아이가 흥미와 적성이 없는데 억지로 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그만해도 괜찮아"를 가르쳐 주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언사를 함부로 하여 "스티그마 효과"를 남기는 걸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군요. 반대로 긍정적인 말을 해 줘서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념하라고도 합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자율성과 자기조절력"을 심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아이가 큰 후에 뒤늦게 자율성을 요구하는 게 과잉부모의 특징(p205)"이라고 합니다. 참 생각할수록 아이러니입니다. 스스로 클 기회, 배울 기회를 주지 않고 나중에서야 "넌 왜 스스로 하지 못하니?"를 추궁하다니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잉부모"가 스스로나 혹은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교육에 지극정성인 좋은 부모로 비춰진다는 사실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행복회로만 돌린다면 문제지만 아직 감정이 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한테는 이런 과정도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평생 불행한 사람으로 남을 테니 말입니다. 관계 맺기가 서투른 아이한테 역으로 어떤 강박관념을 주는 것 역시 해롭다고 합니다. 크면 알아서 해결하겠지 처럼 방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이는 알아서 크는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야 적절한 모방 본능, 학습 능력으로 이리저리 보고 배우며 해 내겠지만, 사회에서 성공하거나 혹은 스스로 행복해질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는 건 또 별개 문제 아니겠습니까. 공부 잘하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어른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행복을 찾을 줄 알고, 어떤 상처에 내내 시달리거나 하지 않는, 그런 원만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 구체적 각론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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