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명의 1
하시구치 타카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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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정한 직업을 소재로 삼는 만화에는 으레 천재가 등장한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게다가 바른 마음과 뜨거운 열정까지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소 질투나지만 흠잡을 곳 없는 이런 천재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완벽한 천재 의사가 등장하는 만화가 한 편 나왔다. 어려서 심장 수술을 받은 후 자신을 살려준 의사를 따라 소아외과의를 꿈꾸는 한 소년이 주인공인 <최상의 명의>. 하늘인 내려준 특별한 능력과 롤모델은 물론, 열정과 끈기와 의지를 모두 갖춘 우리의 주인공은 승승장구하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국땅에서 훌륭한 실력을 가진 의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는  출세의 길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와 소아외과가 없는 병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다. 한 명의 의사라도 더 소아외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뒤를 따라와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신이 부여한 재능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되고,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은 더욱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의 몫이다. 즉, 천재가 천재로 자라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실력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도 어렵고 자신이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노력한 만큼의 보상 또한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만화 속 천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갈 길을 정하고 오로지 그것만 보며 노력한다. 시기와 질투도 받고 장애물도 가득하지만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기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국 꿈을 이루어낸다.  

꿈을 이루는 것만도 대단한데 <최상의 명의> 속 미코토는 자신이 최고의 의사가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소아외과의 발전을 목표로 뛰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감에 차 있고 모난 곳도 없으며 긍정적이다.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현실에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이렇게 빛이 나는 존재의 활약은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자신이 천재가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늘 넘어지고 깨지기만 한다고 해도 미코토처럼 꿈을 이루고 더 큰 꿈을 위해 뛰는 인물을 보며 잠시나마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인간은 언제나 환상 속에서 현실에 대응할 힘을 찾는 존재이기 때문에 희망은 환상이어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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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마음대로 1
이자와 레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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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메이드는 꾸준히 만화의 사랑을 받아왔다. <엠마>처럼 메이드가 주인공인 작품들은 물론 메이드 복장을 한 여자 캐릭터들을 만화 속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이드는 여자에 한정되기 십상이다 보니 주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면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서 메이드와 비슷한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집사다. 

최근 집사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집사를 소재로 한 만화가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물론 남자 주인공이 집사인 순정만화도 빠질 수 없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 중에 <집사님 마음대로>가 있다.

표지만 보고 주인 아가씨와 잘생긴 집사를 상상했다면 빵점. 이 만화의 무대는 명문가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이고 설정은 <꽃보다 남자>를 빼다박은 듯하다. 명문가의 잘난 아들딸들이 가득한 소우세이칸 학원에 전학 온 여자 주인공.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복잡한 사정으로 이 명문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집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인 '버틀러 클래스'에 다니지만 사실은 거대그룹 후계자이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다른 명문가 자제들과는 다른 밝고 솔직한 여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고 급기야 그녀의 집사가 되기로 한다는 뻔한 설정.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순정만화는 늘 그렇듯 대부분의 작품이 뻔한 설정에서 출발하니까. 문제는 그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이다. 우연도 필연처럼, 유치함도 사랑스럽게 포장하는 작가의 능력이 만화의 재미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합격점이다. 흠잡을 데 없이 잘난 남자 주인공과 평범하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 만났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아웅다웅 싸우기는 커녕 좋은 친구로 시작한다. 물론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세력도 있지만 남자 주인공은 집사다운 꼼꼼함으로 그녀를 보살핀다. 덕분에 이 만화는 시작부터 별 충돌도 없이 평온하게 이어진다. 다소 밋밋해질 수 있는 내용을 남자주인공을 보필(?)하는 두 캐릭터의 개성으로 충실하게 채워넣은 점도 이 작품의 미덕.

아직 1권만 보고 판단하기는 성급할지도 모르지만 순정만화에 순정만화다움만을 기대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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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칼 Jackals 1
김병진 지음, 무라타 신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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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직이 지배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청부 살인업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자칼>. '자칼'은 바로 그 킬러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 중에서도 엘리게이터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사용하는 니콜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강하지만 어느 곳에서 속하지 않은 자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도망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싸워서 이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칼>에서 부패한 도시의 역겨운 현실, 사람 목숨이 길거리의 쓰레기만도 못하게 여겨지는 사회의 슬픈 이면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 주인공의 고독함도 아니고, 자유와 신념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의 힘겨운 싸움도 아니다. 단지 즐길거리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이 작품은 자칼들의 외모적 매력과 무기를 휘두르는 아름다운 신체의 움직임이 무척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정말 만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비현실적으로 길고 탄탄한 몸으로 거대한 무기를 사용해 상대를 해치우는 멋진 남자의 모습은 여자 독자들에게도 이 만화를 볼 충분한 동기를 제공한다. 그림 작가인 김병진 씨의 굵은 선과 세심한 묘사는 그런 남자들의 매력을 100%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어두운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남자들의 환상적인 격투 장면에 온통 눈을 빼앗기기 일쑤. 그래도 1권을 읽는 동안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지 않은 것이 전적으로 멋진 남자 주인공과 격투 장면 덕은 아니다. 따라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2권, 3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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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교 1
이즈미 카네요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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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BL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잔뜩 나온다. 왜냐하면 제목처럼 남자들만 있는 학교가 배경이니까. 

 
이 작품은 순정만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괴상하다. 일단 배경이 그렇다. 깊고 싶은 시골 어느 구석에 처박힌, 300여명의 남학생들만 우글우글한 세이호 고등학교가 이 만화의 주무대다. 한창 나이의 남학생들에게 감옥과도 같은 이 곳에서 무슨 순정만화가 그려지겠냐, 라고 생각한다면 정답. 이 작품 속에 잘생기고 멋진 남자주인공과 가녀리고 예쁜 여자주인공의 러브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환상 속의 사랑이야기보다 훨씬 다양하고 유쾌하고 가슴 아픈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남학교>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물들일 뿐이다. 가슴 떨리는 고백은 연애로 이어지지 않고, 여자의 마음을 흔들 만한 미사여구 따위는 배운 적도 없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가슴에 묻을 뿐이다. 그래도 젊기에 그들은 늘 여자를 꿈꾸고, 사랑을 기다린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매일매일 사건을 일으키고 웃고 떠들며 조금씩 커간다. 

 
순정만화의 틀 속에서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남학교> 속 남학생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F4가 아니라 야한 잡지를 뒤적이고 땀냄새 풀풀 풍기는 보통 남자아이들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충분히 밝고 귀엽고 멋진 녀석들이다. 그 녀석들의 좌충우돌 기숙사 생활을 보면서 하루의 우울함을 웃음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면 만화의 정체정 따위야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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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칠전팔기편
요시타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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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강렬한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칠전팔기 편>. 책 표지부터 '오타쿠'라는 글자를 강조했지만 사실 내용을 읽어보면 오타쿠 이야기보다는 샐러리맨 이야기다. 샐러리맨이지만 조금 오타쿠일 뿐이다. 

 
이 책은 보너스 만화를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가 딱 한 페이지로 끝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화장실에서 보기 딱 좋은 용도랄까(난 화장실에서 책을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순서도 관계없고 정말 눈 감고 펼쳐도 두 편의 완성된 만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 페이지를 너무 고수한 나머지 가끔은 한 페이지에 억지로 우겨넣은 듯한 에피소드가 눈에 띄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20대 후반의 솔로인 남자 샐러리맨들이 본다면 꽤 많이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20대 후반의 솔로지만 샐러리맨이 아닌 여자에게는 그다지 공감도가 높지 않다. 그래도 만화적 재미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볼 만 하다. 만화는 감정이입의 도구가 아니니까. 게다가 주인공이 오타쿠임에는 분명하지만 오타쿠의 일상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에서, 집에서, 술자리에서 겪는 달콤쌉싸름한 에피소드에 중점을 두고 그리고 있어 오타쿠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크게 부담갖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만화를 다 보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잠시 표지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책을 산 사람들이 만화 속 요시타니를 보며 '그래, 이거 내 얘기야, 내 얘기.' 하면서 웃고 울다가도 띠지에 쓰여진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3개월 만에 3억 원을 안겨준 2008년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를 보면 질투와 함께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책 한 권에 '일희일비'하지는 말자. 내일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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