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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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는 지나가는 파리의 풍경을 택시의 차창을 통해 묵묵히 바라보았다. 놀라웠다. 애틋한 감정은 없고 친절한 말들만이 있었다. 이 무의미한 편지들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부와, 남편이 죽었을 때 벨몽 부인을 사로잡았던 그 치명적인 슬픔을 서로 연결시키기가 힘들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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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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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삐딱해졌고, 비스듬한 시선은 그녀의 성격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저열함이 곧표출되리라는 것을 예고했다. - P115

이 공보국이 파리의 명사들 전체를 초대한 것이다. 이것은 전쟁인 동시에 파티였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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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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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무 의미 없는 의식을 치르듯 체념한 표정으로 대피소로 내려갔고, 비행기 없는 공습경보와 전투 없는 전쟁이 한없이 늘어졌다.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적(敵)이었다. 항상 똑같은 적, 반세기 동안에 세 번째로 한판 붙으려고 하는그 적이었는데, 이 적 역시도 목숨 걸고 싸움에 뛰어들 마음은별로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참모부가 전선의 병사들에게 - P14

「 당신의 벗은 모습을 보고 싶소..」그가 말했다. 딱 한 번만.
그냥 보기만 하고 다른 것은 안 해요.」 - P16

이들은 복도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슬쩍슬쩍 만지곤 했는데, 당시에 이런 행동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고 어디에서나 일어났다. - P20

벨몽 모녀에게 호텔은 부자들, 혹은 바캉스를 즐기거나 유행에따라 사는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었다. - P31

이때 그는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빼 들고 있었고, 자신의 머리에 대고 한 발을 쐈다. - P34

가브리엘은 전쟁이 일어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여기서는 아무도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마지노선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직 근무, 통로를 따라 놓인 접이식 탁자들, 비좁은 내무반, 그리고 식수 제한과 더불어이곳을 잠수함의 내부처럼 느껴지게 하는 이 좁아터지고 답답한 분위기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 P41

티리옹 의사의 끔찍한 머리 모습이 전에 자신의 전우와 함께 여기서 살았던 퇴역 군인의 그것과 겹쳐졌다. - P65

사법 관례의 차분함과는 동떨어진, 이렇게 중간중간 뜸을들이는 방식에는 뭔가 기괴하고도 음란한, 그리고 끔찍하게 위협적인 것이 있었다. 이를테면 자유재량적인 사법이라고나할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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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구름 한 점 날마다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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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우리 눈에 보이는 이유는 그 입자들이 햇빛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의크기, 형태, 방향이 정확히 들어맞기만 하면, 빛이 꺾이고 분리되면서 온갖 형태의 원호, 테, 점, 띠를 만들어낸다. 대기의 이런 광학현상들은 광학효과 지도의 도움을 빌려 살펴보자.

_ 머리글 중 - P13

간과하기 쉬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것을 예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리고 이것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안다면?"

- 레이첼 카슨,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1956) - P15

구름에 덮인 탑들, 화려한 궁전들, 근엄한 사원들, 위대한 지구globe 그 자체. 그래, 그것이 물려받은 모든 것이 녹아내려 사라져가는 이 공허한 가장행렬처럼 구름 한점 뒤로 남기지 않으리라. 우리는 그런 존재이니. 꿈은 만들어지고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도 잠으로 마무리되는구나.

-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1623) 4막1장

지훈은 돌아섰다. 그러나 떠날 수가 없었다. 거기, 방금 전까지자신이 앉았던 자리, 조명이 꺼진 그 테이블에 고요하고 은은한광채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건, 달빛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보지못한, 그 빛이 거기 그대로 있었다.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201

뿐만 아니라 겨울 서귀포의 눈송이와 봄 통영의 벚꽃과 여름 경주의 물안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금세 사라지는지,
어떤 여자를 생각하면 왜 어깨의 주사 자국과 등의 점들과 콧잔등의 주근깨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지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202

꽃이 지는 건 꽃철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이 끝나는건, 이제 두 사람 중 누구도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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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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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표정으로 그 시간적 간극을 압축해 조명 아래에서드러내 보인다. 현재의 얼굴에 과거를, 또 미래를 모두 담고서. 얼굴의 유동적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연기는 불가능하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42

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
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

_ 엄마없는 아이들 중 - P145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47

봄의 울음과 달리 슬픈 감정은 전혀 없었다. 물론 상실감은 있었다. 연극이 끝났다는 것, 더이상의 술자리는 없다는 것, 그리고 엄마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56

울음의 주도권은 울음이 쥐고 있었다. 그때 객석의 한쪽 귀퉁이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힘을 내라는 의미의 박수라는 걸 깨달은 다른 청중이 동조했다. 박수 소리는 이내 객석 전체로 퍼졌다. 다시 한번, 그 밤의 빛이 희진의 눈앞에서 출렁거렸다.

_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중 - P162

멀미에 시달리면서. 그 밤, 바다에서 나는 마크 로스코의 빛을 보았네, 라고 한번 불러보고, 괴롭고 힘들어서 좀 쉬었다가 다시, 내가 눈을 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빛을 보았네, 라고 불러보고, 음을 바꿔보기도 하고, 박자에맞춰 손으로 두드려보기도 하면서 그대로 두 팔에 얼굴을 파묻고엎드려 제발 멀미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뒷부분을 불러봤지. 한 사람을 기억하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라고. 그러고 나니 그 부분이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그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거야. 자는 듯 마는 듯, 웃는 듯 우는 듯, 한 사람을 기억하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라고 흥얼거릴 수있어서.

_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중 - P182

첫번째 사랑은 두번째 사랑으로만,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은 마지막 사랑으로만 잊히는 법이니까. 하지만…………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193

"언제나 마음이 유죄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196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210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_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중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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