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표정으로 그 시간적 간극을 압축해 조명 아래에서드러내 보인다. 현재의 얼굴에 과거를, 또 미래를 모두 담고서. 얼굴의 유동적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연기는 불가능하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42
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 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
_ 엄마없는 아이들 중 - P145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47
봄의 울음과 달리 슬픈 감정은 전혀 없었다. 물론 상실감은 있었다. 연극이 끝났다는 것, 더이상의 술자리는 없다는 것, 그리고 엄마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_ 엄마 없는 아이들 중 - P156
울음의 주도권은 울음이 쥐고 있었다. 그때 객석의 한쪽 귀퉁이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힘을 내라는 의미의 박수라는 걸 깨달은 다른 청중이 동조했다. 박수 소리는 이내 객석 전체로 퍼졌다. 다시 한번, 그 밤의 빛이 희진의 눈앞에서 출렁거렸다.
_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중 - P162
멀미에 시달리면서. 그 밤, 바다에서 나는 마크 로스코의 빛을 보았네, 라고 한번 불러보고, 괴롭고 힘들어서 좀 쉬었다가 다시, 내가 눈을 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빛을 보았네, 라고 불러보고, 음을 바꿔보기도 하고, 박자에맞춰 손으로 두드려보기도 하면서 그대로 두 팔에 얼굴을 파묻고엎드려 제발 멀미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뒷부분을 불러봤지. 한 사람을 기억하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라고. 그러고 나니 그 부분이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그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거야. 자는 듯 마는 듯, 웃는 듯 우는 듯, 한 사람을 기억하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라고 흥얼거릴 수있어서.
_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중 - P182
첫번째 사랑은 두번째 사랑으로만,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은 마지막 사랑으로만 잊히는 법이니까. 하지만…………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193
"언제나 마음이 유죄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196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_ 사랑의 단상 2014 중 - P210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_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중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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