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지름신의 활동이 전방위적이다. 지름신이 이끄시는 대로 미뤄놨던 것들을 하나씩 구매하려니 신이 난다.  그런데 요새는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내가 아무리 많이 질렀다고 해도 말이지..이렇게 원 플러스 원을 자꾸자꾸 주면 좀 곤란하지 말입니다..  하하하.

 

친구가 구매대행을 해 준 베개 커버다. 예전에 친구에게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법을 배운 후로도 여전히 내게는 인터넷 구매가 힘이 든다. 친절한 친구는 내가 힘들어하는 물품의 경우 구매대행을 해준다. 이쁜 친구. ㅎㅎㅎㅎ  이 베개커버는 땅콩 베개 전용 커버여서 색깔이 이렇게 단색으로 나온단다. 분홍 옷도 입어본 적이 없긴 하지만, 분홍색을 베개에 씌워놓으니 좀 여자방 느낌이 난다. 그나저나

 친구는 그 오랜간 인터넷 구매 라이프를 살아오면서, 여직 한 번도!!!       물건이 추가로 온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지? 나는 추가로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틀 연짱으로 말이지. 일단 베개 커버는 친구가 연락을 해서 가져가라고 하기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밑의 요녀석은 내가 연락해야 한다. 

 

 

또다른, 미학오디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전질이어서 한 권이 아니고 3권짜리다. 그러니까 3권이 추가로 왔다는 이야기.. 아직 비닐을 벗기지 않고 있다. 비닐은 읽기 전에 벗길려고 냅둬놨다. 3권짜리라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를 읽기 전에 먼저 보려고 주문해놨지만, 하자르 사전을 다 볼 때까지는 책 표지만 보고 있을 생각이다. 아..오늘까지만 전질 2부의 뿌듯함을 만끽하고 내일 알라딘에 연락해서 가져가라고 해야겠다. ㅋ 

 

 

저녁에 퇴근 후 나가사키 짬뽕을 끓여보았다. 하얀 국물인데 매콤한 맛이 느껴졌다. 푸른 고추로 보이는 형상은 맛을 보니 피망이다. 피자 맛이 살짝 도는 피망까지 넣어주다니 좋은데? 빨간 당근도 좀 덩어리 있게 썰어서 씹는 맛이 있었다. 면을 다 건져먹고 남은 국물을 입에 넣었는데 앗, 왠 건더기? 씹히지 않는 딱딱함이 느껴진다. 헉..이게 뭐지?   

하필이면 나는 평소엔 보지 않던 라면의 바닥을 체크했었다. 게다가 물로 헹구기까지 했단 말이다. 그러니 이건 라면에서 나온 게 맞는데..음..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걸로 봐서 무슨 털 종류도 아니다. 십 여분을 궁리 끝에 겨우 알아냈다. 이건 생선가시의 일종이다. 마침 아침에 생선을 먹으면서 가시를 발라내느라 고심했던 게 떠올랐다. 음..그렇다면 용납이 가능하지..뭐 사실 다른 종류라도 어쩌겠어. 식당에서 국 시키면 머리카락이나 쑤세미 한 올 등이 종종 같이 담겨서 오기도 하니까.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시는 국도 마찬가지. 그냥 건져내고 또 먹는거지 뭐.  

라면 건더기가 맛있어서 집에 있는 야채건조기로 당근이랑 피망이랑 버섯이랑 파랑 기타 다른 것들을 건조해볼까 생각 중이다. 일단 야채건조기가 어딨는지부터 찾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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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었다. 음악은 오랫동안 들었던 곡처럼 편안하게 나를 꿈결로 인도했다. 굵은 스트링으로 깔리는 첼로(맞나..) 선율은 내 마음을 가라앉혀주었고 규칙적인 피아노 리듬은 심장박동처럼 일정했다. 

볼륨을 조금 올려 보았다. 음량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렸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계속 들었다. 서서히 갑갑함을, 숨이 막혀옴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얼마전 그림책에서 봤던 그 느낌과 닮았다. 

"엄마, 너무 갑갑해. 내게서 저 하늘을 걷어줄 수 없어? 저 하늘이 너무 갑갑해." 

아이를 위해 하늘을 걷어내 줄 수 없는 엄마를 떠나서, 꼬마 성자는 길을 떠났다. 하늘이 없는 곳을 찾아서.  

텅 빈 공간. 지상의 번잡한 것들이 없는 무공해의 공간처럼 여겨지는 파아란 하늘이 갑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꼬마 성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느낌을 내 나름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소녀는 행색이 그리 좋진 못하다. 옷이 화려하지도, 신발이, 두건이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무엇보다도 호기심이 사그라진 표정이다. 자연의 들판에서 한때의 휴식을 즐기지 못하고, 근처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대지를 툭툭 치며 잠시의 휴식을 때우고 있을 뿐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 세상의 비밀을 알아버린 표정. 세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터득한 표정. 저 아이에게는 무엇이 위안이 될까. 온통 풀밭인 자연이 갑갑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래, 온통 자연. 온통. 

온통 무엇으로 가득차서 내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그 순간의 느낌. 그런 느낌. '온통'엔 그런 느낌이 있다.  나의 의지가, 나의 개입이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무심한 자연에게 내가 어찌할 것인가.

 

 

  

듣고 있는 음악도 '온통' 음악이다. 음악으로 꽉 찬 공간에 들어간 느낌. 음악 이외의 딴 생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음악으로 충만한 공간. 어쩔 땐 희망이기도 한 공간이,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땐 갑갑함의 대명사가 된다. 이 양자간의 차이는 그저 그 속에 있는 인간의 변덕에 불과한 걸까. 

가을이다. 강변가의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지상으로 나폴거리며 떨어지는 작별의식이 있을 터이다. 떨어지는 낙엽은 '온통 자연'의 느낌에서 쉴 수 있는 숨구멍의 기능을 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생각하자, 그제서야 나는 조금 숨통이 틔었다. 그림의 소녀도 온통 풀밭의 공간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쌓이며 밟히다 사그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순간의 여유를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면 이전의 갑갑하던 완벽한 풀밭은 어느새, 

그리움이 가득찬, 수줍은 새싹들이 고개를 들며 소녀에게 인사를 하는 봄의 계절로 바뀔 것이다. 다시 찾아오는 여름의 완벽한 풀밭은,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황량함을 기억하는 소녀에게 더 이상 갑갑하지 않을 터이고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나자, 음악으로 꽉찬 연주곡이 더 이상 갑갑하지 않게 느껴졌다. 완벽한 잠시의 시간을 견딜 수 있어졌다. 비에른스타의 다른 곡이 마저 듣고 싶다. 음악의 낙엽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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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1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공간에서 한동안 죽치며 듣고 있는 음악들 중 유독 마음에 드는 음악이다. 비에른스타.

다락방 2011-10-1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그림이 좋은데, 밑에 링크해두신 책 [인상주의]의 표지 그림은 더 좋으네요. 책 좀 자세히 구경해봐야 겠어요.

2011-10-19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생수 애장판 1~8 박스 세트 (완결)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 번은 봤던 만화인데, 절판의 아픔을 다시 느끼기 싫어 지름신 강림때 카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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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10-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입니다!!^^
저도 그런 만화 제법 있죠.. 황미나님의 엘 세뇨르는 아직도 못 구하고 있다는.. 크흑

달사르 2011-10-19 13:3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꼬마요정님도 그 슬픔, 그 아픔을 아시는군요! 와..동지 한 사람 발견한 기쁨이? 하하하하.

저도 황미나님의 엘 세뇨르가 절판인 거 확인했어요..ㅠ.ㅠ (혹시나 들르는 만화방에서 저 책을 발견하믄 혹시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볼께요. 크흑..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

꼬마요정 2011-10-20 19:11   좋아요 0 | URL
크으.. 감사합니다. 혹시 구할 수 있다면 꼭 좀 연락주세요ㅠㅠ

달사르 2011-10-23 10:24   좋아요 0 | URL
넵~ ^^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황미나님의 책을 구하실 수 있을 거에요. 불끈!

pjy 2011-10-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련을 어렵게 떨치고 있습니다^^; '하늘은 붉은 강가'를 비롯해서 ....

달사르 2011-10-19 13:38   좋아요 0 | URL
악! '하늘은 붉은 강가' 는 지를까 말까 종목에 저도 들어가 있다는...

ㅋㅋㅋㅋ 같은 책을 아끼는 마음이 왜케 좋은 걸까요? 히히히.
 
은하영웅전설 완전판 스페셜 박스세트 - 전15권 이타카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내일이면 도착이다! 7년 기다린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몇 일 기다리기도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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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램프 도트 무릎담요

평점 :
절판


날도 추운데 하루특가가 자꾸 돌아다니며 유혹하니 아니 사곤 못 배기잖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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