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일기를 썼다. 딱히 쓸 게 있지는 않았지만 괜히 손에 볼펜을 들고 뭔가를 끄적여보고 싶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제목을 우선 적은 다음 날짜를 적다가 깜짝 놀랐다. 익숙한 느낌인데? 이 날이 무슨 날이었지?

 

아! 그 사람, 생일..이었구나.. 매년 꼬박꼬박 챙겼지만 언젠가부터 챙기지 않게 된 날. 한동안 내 통장의 비번이었던 날.

 

멀리 있는 그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머리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언젠가부터는 그에 관해선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는데 왜 나는 갑자기, 그것도 하루를 마감하는 밤 12시를 고작 1시간 남기고서, 기어이 날짜를 적어버렸는지. 이제는 옛 추억 조차 빛이 바래 조금의 두근거림도 남아 있지 않음에 미소를 슬그머니 지으며 나는 계속 일기를 써내려갔다. 몇 줄을 써내려갔을까. 나는 그에 관해 다시 잊어버렸다.

 

 

대신, 서랍에 넣어둔 채 까먹은 것 처럼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알라딘의 내 일기장이 떠올랐다. 많은 글을 썼고, 쓰면서 많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던 내 일기장. 간만에 들어와 옛 글들을 읽어보았다. 마치 다른 차원의 내가 지금 차원의 나를 이해하려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은 이런 생각들을 했었구나. 이 사람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이미 다 까먹어버려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된 듯 기억 조차 나지 않는 일들이 꽤 많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반가웠다. "안녕. 잘 있었니?"

 

 

눈 내리는 소리가 듣고 싶다.

세상이 다 조용해지는 소리. 그의 속울음이 묻히는 소리. 나의 바램이 바래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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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3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안녕? 오랜만이에요. 가끔 생각했어요.

달사르 2012-12-30 22:4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안녕? 저도 다락방님 생각 종종 했어요. 멀리 있어도 친근한, 그런 느낌.
서울은 눈 많이 왔나요?
여긴 대박이에요. 눈 치우다 몇 일째 몸살 중인지 몰라요. ^^

탄하 2012-12-3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오랜만이예요!(와락~~!)
지금 동생 책 고르느라고 메신저 켜놓고 있는데 요녀석이 딩동!하고 달사르님 소식을 알려주네요.
그래서 거의 실시간으로 달려왔죠.^^

그간 몸이 안 좋으셨나봐요. 새해에는 건강부터 잘 챙기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눈 내리는 항아리, 너무 귀엽고 예뻐요. 안에 뭐가 들었을까...건강해지는 비법약이 들어있기를..^^

달사르 2012-12-30 23:17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 기능도 있어요? 딩동?
헤헤헤. 저도 와락! (부끄...)

저 항아리는 엄마의 신주단지임닷. 눈이 오면 전 이상하게 저 항아리가 그렇게도 이뻐보이더라구요. 분홍신님이 항아리를 이뻐해주시니 사진으로 찍어놓길 잘했다 싶네요. 내년엔 카메라를 좋은 걸 사서 출사를 좀 많이 댕겨볼까 합니닷. 분홍신님 계신 동네에도 한번..?

2013-01-01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2-3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난이 장독항아리 세자매, 왠지 그 위로 빗금긋는 눈이랑 정겹게 보여요. 오랜만이라 더 반가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시길요.^^

달사르 2013-01-02 18:08   좋아요 0 | URL
눈이 억수같이 내리니까 사진을 찍어도 저렇게 빗금이 그어지더라구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프레이야님, 저도 반가워용~~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니 뭔가를 새롭게 하나라도 해 볼까..싶은 생각도 막 듭니닷. 올해는 알라딘에 출석을 자주 해야지..생각도 하구요. 알라딘에서 자주 뵈어요. ^^

hnine 2012-12-31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반갑습니다. "안녕, 잘있었어요?" ^^


(사진을 어떻게 저렇게 찍을 수 있지요? 눈이 내리고 있는 궤적이 나타나네요.)

2013-01-02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2-12-3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저에게도 일기장과 다름 없는 공간이에요.
달사르님보다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적어 가끔 창피하기도 하지만,,^^;;
달사르님 제 댓글에도 달았지만 정말 보고싶었어요!!
가끔 달사르님 서재에 들러 방문횟수만 늘려드리고 흔적은 안 남겼어요.
무뭔가 자신이 없었달까???^^;;;
세 항아이를 보니까 달사르님의 어머님이 어떤 분이실지 짐작이 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3-01-02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1-0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보니 좋네요. 눈구경 못한지 오래라서 그런지, 더욱 그러네요. 이곳에서는 눈을 보려면 스키장에 가야합니다. 서부이고 SF일대라서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이에 맞는 쌀쌀함이 가득하네요. 햇살에 속아 대충 입고 나가보면, 매우 춥습니다.ㅎㅎ
좋은 한해 시작하시길 바래요.

달사르 2013-01-02 18: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눈구경 하기 힘든 동네에 사시는군요! 다음 번에 한국 오실 때는 겨울에 한번 오셔서 눈구경 좀 하셔야겠어요. ^^ 여기는 부곡과 가까워 사람들이 주말이면 곧잘 스키 타러 간답니다. 저는 겁장이라 안 가지만요..ㅠ.ㅠ

눈 사진 보니 눈이 괜스레 시원해지는 것 같지여? ^^

2013-01-10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3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