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세 갈래의 실크로드 중 초원로를 답사한 기행록이다. 정수일 선생이 예전에 내신 <실크로드학>의 실물화로, 선생이 직접 행로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가며 가슴으로 쓰신 책이다.
고작 타국을 여행하고픈 생각이나 시베리아 열차를 타 보고 싶은 마음 정도로 책을 들었다가 문득문득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대한민국이 아닌 연변에서 태어났기에 조국에 대한, 조국의 역사에 대한 마음이 더 깊은 걸까. 한때 억울하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까지 하시고도 여전히 조국을 위한 연구에 손을 놓지 않고 계신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한국인이지만 또한 연변, 북한, 중국에서 생활을 하셨기에 실크로드학 연구로는 최적임자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실크로드는 서유럽을 거쳐 중앙아시아를 지나 중국에서 딱 그친다. 우리나라에 교역의 증거들이 있지만 실크로드는 고려 혹은 발해까지 오지 않는다. 힘센 중국의 장난질일까. 힘이 약한 국가의 슬픔일까. 증거품들의 미약함 때문일까. 정수일 선생은 이번 초원로를 다니면서 실크로드의 연장선이 한국까지 와닿기를 희망하시는 듯하다. 실크로드는 교과서 속에만 있는 길이 아니고 지금도 전세계인에게 아주 유용한 길이기에 그 길 끝에 한국이 하루빨리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연결이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걸쳐져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날 또한 빨리 오기를 바란다.
2.
이 책은 초원로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중국의 흑룡강성(중국발음으로는 헤이룽장성)에서 남으로 1200 Km에 걸쳐 내려오는 대흥안령(대힝간산맥, 다싱안링) 산맥 안쪽에 자리한 대흥안령 초원로,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 초원로, 유럽으로 가는 길목의 시베리아 초원로가 있다. 오늘은 대흥안령 초원로를 따라가보자.
대흥안령 산맥은 동으로 둥베이 평원, 서로 몽골 고원을 가르며 남쪽으로 내려오다 낮아진다. 산비탈은 풍요로운 목초지로서 문명의 요람 역할을 했는데 특히 남쪽은 10세기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의 발흥지(시라무렌강 부근)이기도 하다. 대흥안령 초원로는 산비탈과 평지를 의미하며 선생은 초원로 남쪽 시작을 선양으로 잡는다.
선양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인 압록강과 맞닿은 중국의 랴오닝성 내에 있다. 선양은 예로부터 교통이 사통팔달한 고장으로 뻬이징, 하얼삔과 일일생활권을 이루며 철도와 항공노선의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27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고도는 전국시대부터 개발되어 한, 고구려, 당, 발해, 원, 만청, 러시아, 일본 등 숱한 내외 이민족 권력들의 도시였는데 지명도 그만큼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한나라 때 요동군, 당나라 때 심주, 요 금 시대에 동경로, 원대에 심양로, 명대에 심양위, 청조에는 수도로서 성경, 베이징 천도 후엔 제2의 수도인 배도로서 봉천부(만주어로 무크덴), 일본 괴뢰 만주국 수도로서 펑톈시, 그리고 지금의 선양이다.
우리나라와의 인연을 생각해보자면 고구려 시절의 건국자 주몽이 부여를 탈출해 졸본으로 가는 길에 자라와 물고기가 만들어준 다리를 타고 강을 건넜다는 전설 속의 강인 훈강(=비류수)을 들 수 있고, 소현세자와 비 강빈의 비운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질로 선양으로 끌려간 세자는 볼모 생활 8년간 주청 조선대사의 역할을 하면서 서학 수용의 선구자였으나 보위를 노린다는 의심으로 인해 소환되어 숙청을 당하게 된다.
선양에서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요하강이 나온다. 한때는 우리 강토의 경계선이던 시절도 있던 요하강 진창물에는 갈대밭이 있으며 이것이 그 유명한 요택, 요하강의 소택지이다. 네이멍구(내몽고) 사막에서 흘러내리는 유사로 인해 생긴 소택지는 당태종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내침할 때 장장 200리 길이나 되는 진흙으로 인해 인마의 통행이 불가능해 되돌아갔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요하강을 지나치면 차오양(=영주)이 나오는데, 이 도시는 탑이 많은 고탑의 도시이다. 북연의 마지막 황제 풍홍이 북위의 공격으로 도시의 운명이 경각에 달리자 요동(=랴오둥)지방의 고구려로 피신하기 직전, 불을 질러 이 고도를 초토화시켰다. 박물관에 남은 유물들은 그래서 더 귀하며 정수일 선생은 여기에서 페르시아의 유리봉수병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주 황남동 98호 남분에서 나온 봉수형 유리병과 기형이 같으며 중아아시아, 이란, 터키 등에도 유사품이 있다. 이로서 지중해 연안에서 한반도까지 '유리의 길'을 설정해보는데 이 순간 정수일 선생의 기쁨이 얼마나 클지 생각만 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답사의 피로를 한 방에 풀어준 일이 아닌가 싶어진다. 길은 이제 츠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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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룽장성=흑룡강성>
지도에서 붉은 부분으로 마치 공룡(이나 용)처럼 생겼다. 아래로 지린성, 랴오닝성 세 군데를 합쳐(지도의 파란 부분) 둥베이(동북)지방이라고 하고 그곳에 넓게 둥베이(동북)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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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성=요녕성>
북한의 압록강과 맞닿는 부분으로 선양, 랴오양, 차오양 등의 도시가 있으며 동서에서 각각 발원한 랴오허강(=요하강)이 발해만(보하이만)으로 흘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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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강=랴오허강>
요하강은 서요하(시랴오허)강과 동요하(둥랴오허)강으로 크게 나뉜다. 서요하강은 서쪽(네이멍구=내몽골 남동쪽)의 대흥안령 자락에서 발원한 시라무렌강(분홍색 부분)과 아래쪽의 랴오하강(laoha)이 합쳐져서 (왼쪽 초록 부분)되어 흐르다가 장백산맥에서 발원한 동요하강(오른쪽 초록 부분)과 합쳐져 비로소 랴오허강(liao)이 된다. 이후 강은 아래로 흘러 발해만(보하이만)으로 흘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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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반도=랴오둥반도><산둥반도>
빨간 원이 요동반도이다.
빨간 원 아래쪽의 파란색 쪽의 튀어나온 부분은 산둥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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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션양=심양> 옛지명; 펑텐=봉천
사진의 노란 부분. 한국에서 건넜을 때 중국과 연결되는 초원로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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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양=요양>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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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양=조양> 옛지명; 영주
덧1; 네이버사전의 지도가 참 좋은데 퍼가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돈 주고 사려고 해도 팔지도 않는단다. 학생들 과제나 대학생들 논문에만 허용하고 일반 블로그는 안된단다. 공부하는 블로그도 있는데 말야..칫. 그래서 위키로 만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베끼기를 해서 수기로 그림을 그렸으나 너무도 지저분해서 ㅠ.ㅠ 차마 올리지 못하고 혼자 감상 중..ㅠ.ㅠ
덧2; 혹시나 틀린 지점이 보이면 조언 부탁드림. 알아가는 과정 중이므로 틀린 부분이 있을 가능성 농후함.
덧3; 새로 산 갤럭시노트 대빵 좋다. 컴맹도 이런 사진 첨부 가능하게 하다니..와우,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