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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 (2disc)
데이빗 실버맨 감독, 빌리 크리스탈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괴물들만 사는 마을이 있다. 인간 아이들을 놀래켜서 아이들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에너지의 원천으로 살아가는 괴물들이 있다. 우리네가 석유, 석탄, 원자력에서 에너지를 얻듯이 괴물들에게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꼭 필요하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에너지 탱크에 모아서 그걸로 공장도 돌리고 전기도 밝히고 집집마다 전기가 들어가고 세상이 돌아간다. 괴물들의 세상에서는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아이들의 비명 소리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점점 고갈되는 에너지원에 대비해서 태양열 에너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하듯 괴물들도 대체 에너지를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놀라다 놀라다 식상해져서 덜 놀랄 수도 있고, 오히려 그걸 즐기는 아이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되어서 에너지원이 고갈되어버리면 안될테니 말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커다란 덩치의 털뭉치 괴물은 침대 한 켠에 놔두고 싶다. 나는 사람 형상의 인형을 어릴 때부터 싫어, 아니 무서워했다. 사람과 꼭같은 모양이기에 인형 역시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으며 잘 때는 꼭 인형을 돌려놓고 잤다. 잠결에 눈을 떴을 때 인형의 눈과 마주치다가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를 잘 못 보고 겁이 많은 탓도 있다. 그런데 사람 형상 이외의 인형들은 전혀 무섭지 않다. 동물도 괜찮고 괴물 인형도 괜찮다. 털뭉치 괴물을 보자마자..아..살 수 있다면 사서 내 침대 옆에 놔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마이크 괴물은 귀엽다. 커다란 외눈박이 눈을 끔벅거리며 털뭉치 괴물을 도와 아이들의 방을 잘 찾게 도와주는 녀석인데 썩 일을 잘 하고 수다도 잘 떤다. 아, 여자도 잘 꼬신다.
여느날과 다를바 없는 어느날, 둘은 출근을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라고 적힌 커다란 건물에 출근을 하는 걸 지켜보니, 여느 공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둘은 출근 카드를 긁고 괴물들과 서로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한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저멀리서 벽장문들이 굵고 튼튼한 줄에 매달려서 하나씩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선수 괴물들 앞에 꽂힌다. 문이 열리고, 괴물들은 으헝! 류의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의 꺄악! 소리가 화답으로 들린다. 아이들이 많이 놀랄수록 게이지는 올라가며 에너지 탱크는 꽉 찬다. 우리의 털뭉치 괴물은 단연 1위. 아주아주 커다란 입을 마구 벌리고, 왕방울 눈을 한껏 부라려서 어흥!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으앙! 울어준다.
워낙에 뛰어나니 시기심을 가진 경쟁자가 없을 수 없다. 변신도마뱀 괴물. 색도 마음대로 변신하기도 하지만, 투명하게 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이들을 놀래키는데는 변신력이 그닥 의미가 없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털뭉치괴물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시기심이 생긴 변신도마뱀 괴물은 다행히 머리가 좋다. 나쁜 계획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그 첫 계획으로 어느 날 밤, 모두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몰래 문을 하나 열어놓는다. 그러나 우리의 털뭉치 괴물이 운이 나쁘게도! 그 문을 열어보게 된다. 아이..가 없다..? 놀래키는 괴물..도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닫고 돌아나오는 털뭉치괴물의 등판에 앙증맞은 여자 아이가, 여자 아이가.. 붙어있다. 헉!!! 놀랬다. 조카랑 같이 봤는데 둘다 헉! 소리를 냈다.
괴물네 마을은 인간 아이들의 우는 소리만 필요할 뿐이지 인간 아이들의 물건이나 인간 아이들 자체는 견디지 못한다. 그것들은 너무나 유독하기 때문에 연약한 괴물들이 그것들에 접하게 될 경우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등판에 아이의 양말을 묻혀온 어느 얼빵한 괴물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단 말이다. 즉각 소방대원들이 출동해서 공기를 정화시키고, 완전멸균기계로 부르르 떨면서 양말을 괴물에게서 떼어내 멸균기로 덮은 다음, 소각을 할 수 있어서 겨우 그 괴물이 살아났다. 만약 아이라도 괴물에게 붙었다가는 괴물은 그 즉시 즉사!
아..무서워..조카와 나는 괴물 나라에 완전 이입되었다. 다른 괴물의 위험한 예를 미리 봤었기에 우리는 털뭉치 괴물 등짝에 붙은 여자아이를 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봐. 뭐하는거야. 얼른 떼어내. 떼어내지 않으면 니가 죽을거야. 조심해." 털뭉치괴물이 겨우 여자아이를 떼어냈다. 아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난리났다. 겨우 아이를 방으로 데려갔나 싶었더니 그걸 떼어놓지 못하고 괴물 몸에 아이용품이 잔뜩 붙었다. 털뭉치에 아이용품이 얼마나 잘 붙겠냐 말이다. 아아! 큰일이다. 아까 양말 한 짝에도 그 난리를 쳤는데 이제 털뭉치 괴물은 곧 죽겠구나. 아아. 초반인데 벌써 죽다니..는 아니겠고, 시름시름 앓으려나..아이쿠..불쌍해서 어떡해. 조카와 나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이기 시작했다. 근데 아이는 계속 뛰어다니는데 털뭉치괴물은 아이를 쫓아다녔고, 몸에 붙은 아이 용품은 손으로 집어서 아무 사물함에나 쑤셔박았다. 박..았..다? 어..손으로 만졌는데도 이상이 없어..? 어..뭐가 이상한데..이거 왜이래..영화가 왜이리 엉성해..? 털뭉치 괴물은 죽기는 커녕 아이를 숨기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리고 모험이 시작되었다.
"불쌍한 털뭉치괴물을 괴롭히는 여자아이야..빨리 좀 집으로 들어가란 말야. 왜 남이 싫다는 걸 자꾸 하고 그래..이 여자아이야.." 난 역시나 같은 인간인데도 여자아이가 짜증이 났고, 털뭉치괴물이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모험을 하면서 여자아이는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그 무엇을 해도 아이의 반응에 괴물세계는 전기가 번쩍번쩍거리며 난리가 났고, 심지어 과부하로 전기가 끊어지기까지했다. 무시무시한 여자아이야. 빨리 니네 방으로 들어가..왜 집에 안가니..엄마 보고 싶지 않아? 괴물들 그만 괴롭히고 제발 집에 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꼬옥 쥐고서, 괴물들을 응원하며, 계속 봤다. 아..다행!히, 역시!나 반전이 있었다. 여자아이의 사연을 알게 된 나는 그제서야 여자아이의 표정이 이해되었고, 여자아이의 겁먹음을 이해했다. 털뭉치괴물과 여자아이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아..다행이다, 다행. 그들은 롤러스케이트 타듯 벽장문들 사이를 스릴감 넘치게 타고다니기도 했고, 설원을 내달리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게 잡혀가기도 하는 등 갖은 고초를 겪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같이 한다. 영화 말미에야 나는 그들의 이름을 인식했다. 이제 그들은 괴물, 여자인간아이가 아니라 부드러운 털을 가진 '셜리'와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꼬맹이 여자 아가씨 '부'로 바뀌었다. 이제 '부'는 더이상 겁을 먹지 않고 밤에 잠을 잘 자며, 다른 아이들도 괴물의 등장에 놀라서 울지 않으며, 되려 그들을 기다리기까지한다. 도대체 그들의 모험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