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네 개흙 잔치
안학수 지음, 윤봉선 그림 / 창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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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네 개흙잔치

핥아 먹고 키가 크는 고둥조개들
찍어먹고 모래 빚는 칠게 방게들
갯지렁이 개불 속 짱둥어까지
개흙을 좋아하면 아무나오라.

솜씨좋고 너그러운 낙지 아줌마
손톱없고 뼈도 없는 빨판손으로
즐먹즐먹 개고 이겨 부풀린 반죽
부드러운 진흙요리 차진 버무리.

바특하고 태깔나니 보기도 좋아
맛도있고 몸에 좋은 자연산 개흙
오늘도 개펄마을 푸짐한 잔치
목마르고 배고프면 누구나오라

값도 없이 베푼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몰려온 청둥오리 떼
눈치 보며 서성이는 하얀 두루미
가족들을 불러오는 괭이갈매기.-20쪽

갯돌

뾰룩뵤룩 뾰루지
따개비는 부스럼

찌덕지덕 생딱지
눌어붙은 굴딱지

새까맣고 얼룩진
울퉁불퉁 못난이

그래도 그 품에
아기 달랑게를 품었다.

그래도 그 등에
꼬마 갯강구를 업었다.-26쪽

참 갯지렁이

진흙 속에 살아도
나는 안다.

점점 흐려지는 수평선
그 길이가 몇 리인지,

자꾸 탁해지는 바닷물
그 깊이가 몇 길인지,

갈수록 좁아드는 갯벌
그 남은 넓이도 얼마인지
다 안다.

길쭉한 내 몸은 줄자.
총총한 지네발 눈금으로
똑바로 재어 보아
아주 잘 안다.-32쪽

돌멩이랑 파도랑

돌멩이를 사랑하는 파도
고운 돌을 만져주다
하얗게 맑아지고,

파도를 사랑하는 돌멩이
맑은 파도를 받아서
색깔마다 고와지고,

서로 쓰다듬고 비벼 주어
자꾸 맑아지고 매일 고와지고.

그걸 보고서
바람이 싱그럽고 강산이 말끔하고,
그걸 닮아서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높아지고.-50쪽

찹쌀떡과 메밀묵

찹싸아알떠어억!
처음 들어 보는 서투른 소리,

메미이일무우욱!
아빠는 많이 들었다는 소리.

얼마나 외쳤기에
찹쌀떡이 늘어지나?
얼마나 팔았기에
메밀묵이 힘이 없나?

찹싸아알떠어억!
피자면 좀 팔릴 것 같은데,

메미이일무우욱!
햄이면 맛난 반찬 될 텐데.-70쪽

매미 소리

매미 형제는
자랑할 것이 많나 보다.

뭘 보이려고
따르라는 건지,
무엇이 있기에
오라는 건지

동생 쓰르라미는
따아르~ 따아르~부르고,
형 말매미는
와라아~ 와라아~ 난리다.

매미네 집에 가보고 싶다.-78쪽

개미 한 마리

어디로 가야나,
얼마나 가야나.

더듬어도 모르는 길,
가고 가도 낯선 마을.

진종일 굶주려 배고픈 허리,
땡볕에 그을려 새까만 얼굴.

바삐 걸어도 못 다다른 길,
여태 왔어도 못 찾은 고향.-95쪽

잉어새 이야기

수천년 전, 옛날
물 밖 세상만 바라며 강에 살던 잉어 하나
절간 처마 끝에 매달려 좋을 치는 건
새가 되고픈 까닭이었다.

만 년 동안 종을 울리면
날개를 얻게 된다는 전설만 믿고
마르다 지치도록 꿈꾸며 바람 타며

땡랑, 땡랑, 땡그랑 땡강....

낮에나 밤에나

날아가자
날아가자

하늘을 우러르며
등에 날개 나오기만을 그리는 잉어새
오늘도 십구만리를 날고 있다.-108쪽

돌나물 꽃

양식거리 담았던 반달 바가지
장난치던 떼구름이 엎질렀구나.

돌나물 밭에 쏟아져 수북수북한
해님 지을 저녁거리 겉보리 한 되.-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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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4-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시가 많네. 난 사진 찍는 것이 싫어서 엄마가 찍자고 할 때마다 이상한 표정을 지어버려서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사진 중에 서재이미지 할 게 없어. 담에 제대로 찍어서 올릴께.^^ 내 생활뉴스에 울산대공원 가면 얼굴이 좀 보이는 사진 있어.^^ 근데 셩이는 서재이미지 사진 전에 것이 아주 예쁘고 딱이야. 도로 올려줘잉.^^

지금여기 2006-04-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지금 서재 이미지 사진은 좋아. 초록이 가득해서. 묘 하나와 목련꽃과 초록나무들, 그리고 그림 그리는 한 소녀 풍경이 한가로와서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