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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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광수의 뿔난 생각'이 부제란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니, 백과사전을 쓴 광수는 뿔이 났을 것이고, 뿔난 광수의 생각이니까 '광수의 뿔난 생각'이겠지....
그러나, 귀엽고, 엉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현실에서 느낀 것들을 잘 표혀나는 악마인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사전을 잘 찾아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때론, 맞춤법이나 그 뜻을 내가 적당하게 잘 사용하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때에 간편하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사전의 의미를 알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때 느끼는 느낌들이 아주 보편적이고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사전적 의미에 반기를 들고 광수만의 사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다보면 광수만의 사전이 아닌 나도 그 내용에 공감이 가는 그런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광수의 뿔난 사전적 의미는 위트가 있고, 우리들 현실속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렇듯 '광수생각'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던 광수는 이번에도 광수 특유의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제시된 단어를 신나게 비틀어 주기도 하지만 너무도 우리가 미처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의미이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전적 의미는 때론 깊은 생각을 하게도 해주는 것이다. 어떤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겉들여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한, 그의 트레드마크인 '신뽀리'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신뽀리'가 어떤 캐릭터이던가? 어눌하고 덜 떨어진 것 같지만 순진하고 진실된 모습의 친근한 내 친구같은 캐릭터가 아니던가. 닳고 닳은 세상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뽀리' 과연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 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런데, 때론 그런 '신뽀리'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기에 놀라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가 그린 만화속의 절제된 많은 이야기들이 마지막 한 컷에서 말할 수 없는 공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크게 한 번 웃어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감동을 받은 이야기는 광수가 초등학교 시절에 벌을 서던 이야기인데, 미순이가 벌을 받던 중에 오줌을 싸게 되자, 이를 눈치챈 선생님이 양동이로 물세례를 주면서 벌을 서면서 졸고 있었다고 꾸지람을 하는 그런 배려가 우리들에게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배려란 이런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상대방을 힘껏 껴안아 주는 것. 그렇게 전해진 향기로 상대의 가슴 저 밑바닥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것. 누구나 충분히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막상 베품의 순간이 오면 가장 인색해지는 것. 그래서 어떤 이들은 진정한 배려란 용기와 동의어라고 말한다. (p142)
그런 선생님이셨기에 세상을 살아가다가 막막하고 힘들 때면 가끔씩 생각나고, 그때 일을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되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이고, 선생님이 몸소 보여준 배려가 아닐까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비교가 있어서 소개한다. 대통령과 남편의 공통점 3가지이다. 가정에서 소외되어가는 남편들이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첫째, 내가 뽑았지만 참 싫다!
둘째, 헤어지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셋째, 아직도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안다.(p151)
그래도, 남편들이여! 쓴 웃음을 짓지 마시라. 그 속에는 사랑의 마음이 남아있기에 이런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광수의 뿔난 생각은 촌철살인 그자체이다. '촌철살인'- 백과사전적 의미는 바늘로 사람을 죽인다. 간단한 말이나 문장으로 사물의 가장 요긴한 데를 찔러 듣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만약에 광수라면 이 단어를 어떻게 자신의 생각으로 풀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ㄱ' 부터 'ㅎ'까지의 순서로 단어들을 나열하여 사전적 의미와 뿔난 생각,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또 만화를 곁들이다 보니, 나중의 한글자모들에 이르러서는 그냥 빨리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서 자신의 과학적 색채를 더하고 인간의 영적,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담았다면, 한국의 박광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사전적 의미의 단어들에 그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일상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사전적 의미를 다시 썼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풀이했나? 아뭏든, 그냥 재미있께 한 번 웃고 넘어 가기에는 부담없는 책이다. 그리고, 그속에 때론 진한 감동이 있어서 더욱 좋은 것이다.
삶에 지치고 힘들때, '찻장의 차는 반을 마셔도 향기는 그대로다'의 뚯을 가진 다반향초(茶半香初)같은 사람과 마주 앉아서
진짜 사람답게 사는게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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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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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 터키를 갔다. 너무도 낯선 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간 터키. 터키의 항공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그만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비잔틴 문화의 상징인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그렇게나 많을 줄이야~~~~ 첫날 아침에 잠결에 들은 아잔 소리.....   우린 너무도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며칠간의 여행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고, 터키인의 친절함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 들려온 소식.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이 터키인이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도 그의 저서를 이것 저것 골라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생소한듯하면서도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대표작인 '내 이름은 빨강'은 '나는 지금 우물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라는 주인공 엘레강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 첫 문장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소설은 얼핏 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점점 쇠퇴해가는 이슬람 회화에 대한 예술가의 갈등하는 고뇌가 담겨있고, 또한 '사랑'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이번에 출간된 '순수 박물관'은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이후에 발표하는 첫 작품이라고 하니, 또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그런데, 오로지 이 책은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독한 사랑, 어찌 보면 처절한 사랑,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에 30 년 이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 사랑에 매달리고, 집착해야만 했던 사랑.  
 

지금 내가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저 여자를 잃지 않는거야. (p220)
왜 케말은 처음에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그는 터키의 상류층의 자제였기에, 미국 유학도 갔다 오고, 유럽도 드나들 정도로 개방적이고 부유한 생활에 익숙했다. 그의 약혼녀 역시 파리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던 여자.
케말에게 먼 친척인 퓌순은 단순한 연애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회적 위치에서는 결혼을 하기에는 좀 부족한....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첫 순간부터 가슴 떨리고 황홀한 사랑이었던 것이리라. 퓌순이 떠난 후에 그의 존재는 더욱 케말에게 인생의 전체로 다가오는 것이다.

 '순수 박물관1'에서는 케말과 퓌순의 44일간의 사랑.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에 339일만에 만나게 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도, 칼럼도, 물론 우리를 지금 행복하게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아름다움과 힘은 우리 영혼에 얼마나 깊이 인상을 남겼느냐에 따라 평가되지요. (p227)
케말은 그녀와 관련된 추억들을 하나, 하나 수집한다. 그것은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인 것이다. '순수 박물관'에 전시할 물건들. 그것을 수집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빌어서 이 작품을 쓰고 있다.
'오스만 파묵'의 작품에는 항상, 그만의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 전개 과정이 있다.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빌린다고 해야 할까. 또한, 인물을 이야기할 때의 그의 특징을 이름앞이나 대명사앞에 붙이는 특징도 있다. 가령, '귀찮은' 아저씨, '콧수염 달린 똥 같은 이웃', '물론 기혼인' 사업가, '사생아' 힐미....
'순수 박물관'이 지독하고 처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터키의 상류사회의 모습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1권은 1975년의 이야기로 시작되기에 그 당시에 터키인들이 어떤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지, 사랑, 성문화 등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퓌순과 어렵게 만난 케말, 그러나 순탄하지 않은 만남의 이야기가 계속되어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순수 박물관2'로 넘어간다.
기대~~ 상당히 기대가 되는 후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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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 - 행복한 삶을 위한 틱낫한 스님의 지혜로운 조언
틱낫한 지음, 진현종 옮김 / KD Books(케이디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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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틱낫한'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익은 스님이시며,그동안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그 책들 속의 글들은 아주 짧으면서도 쉽게 쓰여져 있기에 몇 권정도는 읽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대 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 역시 먼저의 스님의 책들과 별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아주 쉽고 짧막한 문장들이지만 한 구절도 빠트릴 수 없을 정도로 주옥같은 구절들인 것이다.
이번에 스님께서 전해주시려고 하는 주제는 '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오르는 '화'란 무엇이며, 그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를 이야기 해 준다. 곶감보다도 더 무섭다는 '호랑이'에 비유하여.....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많은 심리상태중에 사랑은 쉽게 증오로 변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증오는 화로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화'는 오로지 '전념(專念, mindfulness)만이 있다. 그 전념의 대상은 '씨앗'인 것이다. 우리 마음속의 많은 씨앗중에 '화'라는 씨앗에 물을 주어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속의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전념. 이것은 마음모음, 마음챙김, 깨어있음, 각성 등의 낱말로도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다.
 
 

전념해서 호흡를 하고 야외에서 전념해서 거든 수행을 하는 것은 화를 보듬어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p85)
행복은 개인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상대방이 행복해 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p107)
삶이란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p193)
우리가 누리는 행복의 양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자유의 양에 달려 있다. 가장 커다란 자유는 후회, 두려움, 걱정 그리고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p213)
이런 이야기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아주 짤막짤막하게 시적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필요한 순간마다 읽어본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part 1, part2 가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말씀이라면, part3, part4 는 옮긴이인 진현종이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를 찾아서 그곳에서 체험한 수행담을 이야기한다. 진현종은 이전에도 몇 번 틱낫한 스님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그곳을 찾았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곳의 명상센터에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없는 상태에서 수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 다른 명상센터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이런 구성으로 될 때에 이전의 책에서도 이런 구성이 있었듯이, 틱낫한 스님의 말씀과 옮긴이의 명상센터 체험과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낯익은 글들이기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행복이 우리안에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삶을 어떻게 느끼고 즐기느냐 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화를 다스린다는 것도 결국에는 내 안의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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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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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이야기같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지금도 이런 일이 행해지고 있으리라는 것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몇 년전에 방영된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제와도 근접해있는 두가지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공교육의 무너짐과 사교육의 독버섯처럼 뻗어나가는 폐단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읽는내내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아니샤 라카니'의 데뷔작인데, 최근까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기에 이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체험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명문대를 갓 졸업한 애나가 부모가 원하는 돈 잘 버는 애널리스트를 마다하고 맨해턴의 명문 사립 중학교의 교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애나는 선생님이 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난,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제일 좋아,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삶의 목적이 뚜렷해 보일 때가 없다'(p21) 고  말하지만, 그녀의 첫 수업은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완전 개판'이란다. 못 가르쳐서가 아니라, 맨해턴 명문가,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는 맞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학교의 수업보다는 학교 밖의 가정교사에 더 관심이 많고, 그들의 가정교사가 해 주는 과제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당돌한 십대 학생이 그의 가정교사에게 던지는 당돌한 말. "내가 작성한 것처럼 써요, 알았죠?" (p9) 
  당돌한 것은 맨해턴 사립학교의 학생들뿐이 아니라, 돈으로 모든 과제물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류층 부모들. 그리고 물쓰듯 던져 주는 갖가지 명목의 돈들에 길들여지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명문가 가정교사화.
가정교사 1시간당 200달러,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숙제는 1000 달러.
공교육과 사교육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미국 상류계층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이 책이 가지는 흥미로운 부분들이고, 명품에 쏠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들이 접하고 있는 현실의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상당 부분이 있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 그리고 상류층의 방종(?)......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를 들여다 보아도 이것이 학생들의 숙제가 아닌 엄마 숙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이니.
학교 수업후에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그들에게 부과되는 각 과목의 수행평가들. 그리고 때론, 학생들이 하기에는 버거운 내용들로 뒤범벅이 된 과제들. 보다 못한 엄마들은 수행평가에 매달리게 되고, 학생들은 이런 현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중의 애나의 깨달음의 한 마디.
'바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비싼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표류하는 기분'(P259)이었다는 말. 이것은 그녀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또한, 랜디의 추억속의 선생님."만약 옷만 잘 입고 수업을 엉망으로 하셨다면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을 따르진 않았을거예요. 그분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였어요, 나한테 그분은 '교사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통념에 도전한 최초의 선생님이었죠. 뛰어난 수학 교사인 동시에 패션과 음악을 비롯한 모든 대중문화도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우린 '이거 아니면, 저거'일 필요가 없었어요." (p277)
'화려한 수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그리고 학생들의 역할.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의 가치, 그리고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
교육현장이라는 테두리안의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그곳이 아닌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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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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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저자인 손미나에게서 느껴지는 단상들은 도전과 열정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던 용기와 도전. 그 이야기들을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담아 독자들을 찾아 왔다. 그후에는'태양의 여행자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로 도쿄에서의 일상들을 잔잔한 행복에 담아냈다. 이어서 이제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인 아르헨티아를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이미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그녀의 필치와 여행패턴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스페인과 닮은 나라, 아르헨티나. 그곳은 19 C 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부국이었고, 국내자원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나라이다. 그러나, 오랜 독재정권의 장악으로 인하여 경제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어서 20C 인류 역사의 최고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도달했다. 오죽하면 식당메뉴에 '이 가격은 음식을 다 드시고 나가실  때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이 쓰여지기도 했다니, 그 엄청난 경제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잇단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현상의 반복.....그런 악순환속에서도 아르헨티나에는 축구가 있고,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또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의 축구에 대한, 예술에 대한 열정은 그들에게는 예술이 삶 그자체이고 삶을 지탱해주는 전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그녀의 책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에 실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에세이와는 많은 차별화를 가지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아르헨티나를 소개하는 여행에세이들은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슬쩍 지나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책에서는 진정한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손미나'의 여행에세이의 특징이 그러하듯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그곳에 머물면서 여행자이면서도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보고 느끼고 몸소 체험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축구이야기. '디에고 마라도나'의 축구 인생을 찾아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열정적인 춤인 탱고. 손미나가 이것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는 것이다. 탱고 역시 직접 배워본다.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기도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인 '비야21'의 '훌리오'를 찾아 그곳을 탐방하기도 하고. 아르헨티나의 농축산업의 중심지인 중앙의 팜파 농장의 체험. 그리고 아르헨티나 가장 남쪽의 '파티고니아'의 빙하, 그것은 평생 한 번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 없을 것 같은 아름다움 빙하지대.
 
  이 책 속에는 이런 작가의 체험이 담긴 아르헨티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르헨티나의 역사,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체험속에서 자연스럽게 글로 쓰여지기도 한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후에 간 여행이야기이기에 그녀가 느낀 인생의 참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너무도 아름다운 마음과 함께.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면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가끔은 이해할 수 없기에.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고 또 사랑해야 하는 것드리 있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처럼, 너 자신처럼, 그리고 너의 인생처럼 말이야. (P232)

 
  그리고, 손미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스페인에서, 일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그녀가 가는 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그 만남은 잠깐 스쳐가는 만남이 될 것이지만, 끈끈한 정과 사랑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헤어질 때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아니면 흐느껴 울 수 있을 정도의 깊은 정과 사랑이 짦은 만남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녀가 정말 너무도 우연히 만났던 골든벨 소녀 수영이 이야기는 어쩌면 손미나를 꼭 닮은듯한 도전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하는 이야기여서 너무 너무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다. 누가 가난해서 자신의 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아마도 손미나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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