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황당한 이야기같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지금도 이런 일이 행해지고 있으리라는 것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몇 년전에 방영된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제와도 근접해있는 두가지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공교육의 무너짐과 사교육의 독버섯처럼 뻗어나가는 폐단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읽는내내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아니샤 라카니'의 데뷔작인데, 최근까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기에 이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체험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명문대를 갓 졸업한 애나가 부모가 원하는 돈 잘 버는 애널리스트를 마다하고 맨해턴의 명문 사립 중학교의 교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애나는 선생님이 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난,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제일 좋아,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만큼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삶의 목적이 뚜렷해 보일 때가 없다'(p21) 고  말하지만, 그녀의 첫 수업은 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완전 개판'이란다. 못 가르쳐서가 아니라, 맨해턴 명문가,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는 맞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학교의 수업보다는 학교 밖의 가정교사에 더 관심이 많고, 그들의 가정교사가 해 주는 과제물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당돌한 십대 학생이 그의 가정교사에게 던지는 당돌한 말. "내가 작성한 것처럼 써요, 알았죠?" (p9) 
  당돌한 것은 맨해턴 사립학교의 학생들뿐이 아니라, 돈으로 모든 과제물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류층 부모들. 그리고 물쓰듯 던져 주는 갖가지 명목의 돈들에 길들여지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명문가 가정교사화.
가정교사 1시간당 200달러,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숙제는 1000 달러.
공교육과 사교육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오십보, 백보가 아닐까....
   
미국 상류계층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이 책이 가지는 흥미로운 부분들이고, 명품에 쏠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리들이 접하고 있는 현실의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상당 부분이 있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 그리고 상류층의 방종(?)......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를 들여다 보아도 이것이 학생들의 숙제가 아닌 엄마 숙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이니.
학교 수업후에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그들에게 부과되는 각 과목의 수행평가들. 그리고 때론, 학생들이 하기에는 버거운 내용들로 뒤범벅이 된 과제들. 보다 못한 엄마들은 수행평가에 매달리게 되고, 학생들은 이런 현상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중의 애나의 깨달음의 한 마디.
'바다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비싼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표류하는 기분'(P259)이었다는 말. 이것은 그녀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또한, 랜디의 추억속의 선생님."만약 옷만 잘 입고 수업을 엉망으로 하셨다면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을 따르진 않았을거예요. 그분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였어요, 나한테 그분은 '교사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통념에 도전한 최초의 선생님이었죠. 뛰어난 수학 교사인 동시에 패션과 음악을 비롯한 모든 대중문화도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우린 '이거 아니면, 저거'일 필요가 없었어요." (p277)
'화려한 수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그리고 학생들의 역할.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의 가치, 그리고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일깨워준다.
교육현장이라는 테두리안의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그곳이 아닌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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