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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 여름, 터키를 갔다. 너무도 낯선 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간 터키. 터키의 항공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그만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비잔틴 문화의 상징인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그렇게나 많을 줄이야~~~~ 첫날 아침에 잠결에 들은 아잔 소리..... 우린 너무도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며칠간의 여행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고, 터키인의 친절함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 들려온 소식.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이 터키인이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도 그의 저서를 이것 저것 골라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생소한듯하면서도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대표작인 '내 이름은 빨강'은 '나는 지금 우물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라는 주인공 엘레강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 첫 문장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소설은 얼핏 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점점 쇠퇴해가는 이슬람 회화에 대한 예술가의 갈등하는 고뇌가 담겨있고, 또한 '사랑'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이번에 출간된 '순수 박물관'은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이후에 발표하는 첫 작품이라고 하니, 또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그런데, 오로지 이 책은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독한 사랑, 어찌 보면 처절한 사랑,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에 30 년 이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 사랑에 매달리고, 집착해야만 했던 사랑.
왜 케말은 처음에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그는 터키의 상류층의 자제였기에, 미국 유학도 갔다 오고, 유럽도 드나들 정도로 개방적이고 부유한 생활에 익숙했다. 그의 약혼녀 역시 파리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던 여자.
케말에게 먼 친척인 퓌순은 단순한 연애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회적 위치에서는 결혼을 하기에는 좀 부족한....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첫 순간부터 가슴 떨리고 황홀한 사랑이었던 것이리라. 퓌순이 떠난 후에 그의 존재는 더욱 케말에게 인생의 전체로 다가오는 것이다.
'순수 박물관1'에서는 케말과 퓌순의 44일간의 사랑.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에 339일만에 만나게 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케말은 그녀와 관련된 추억들을 하나, 하나 수집한다. 그것은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인 것이다. '순수 박물관'에 전시할 물건들. 그것을 수집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빌어서 이 작품을 쓰고 있다.
'오스만 파묵'의 작품에는 항상, 그만의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 전개 과정이 있다.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빌린다고 해야 할까. 또한, 인물을 이야기할 때의 그의 특징을 이름앞이나 대명사앞에 붙이는 특징도 있다. 가령, '귀찮은' 아저씨, '콧수염 달린 똥 같은 이웃', '물론 기혼인' 사업가, '사생아' 힐미....
'순수 박물관'이 지독하고 처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터키의 상류사회의 모습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1권은 1975년의 이야기로 시작되기에 그 당시에 터키인들이 어떤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지, 사랑, 성문화 등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퓌순과 어렵게 만난 케말, 그러나 순탄하지 않은 만남의 이야기가 계속되어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순수 박물관2'로 넘어간다.
기대~~ 상당히 기대가 되는 후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