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광수의 뿔난 생각'이 부제란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니, 백과사전을 쓴 광수는 뿔이 났을 것이고, 뿔난 광수의 생각이니까 '광수의 뿔난 생각'이겠지....
그러나, 귀엽고, 엉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현실에서 느낀 것들을 잘 표혀나는 악마인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사전을 잘 찾아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때론, 맞춤법이나 그 뜻을 내가 적당하게 잘 사용하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때에 간편하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사전의 의미를 알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때 느끼는 느낌들이 아주 보편적이고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사전적 의미에 반기를 들고 광수만의 사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다보면 광수만의 사전이 아닌 나도 그 내용에 공감이 가는 그런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광수의 뿔난 사전적 의미는 위트가 있고, 우리들 현실속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렇듯 '광수생각'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던 광수는 이번에도 광수 특유의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제시된 단어를 신나게 비틀어 주기도 하지만 너무도 우리가 미처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의미이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전적 의미는 때론 깊은 생각을 하게도 해주는 것이다. 어떤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겉들여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한, 그의 트레드마크인 '신뽀리'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신뽀리'가 어떤 캐릭터이던가? 어눌하고 덜 떨어진 것 같지만 순진하고 진실된 모습의 친근한 내 친구같은 캐릭터가 아니던가. 닳고 닳은 세상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뽀리' 과연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 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런데, 때론 그런 '신뽀리'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기에 놀라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가 그린 만화속의 절제된 많은 이야기들이 마지막 한 컷에서 말할 수 없는 공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크게 한 번 웃어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감동을 받은 이야기는 광수가 초등학교 시절에 벌을 서던 이야기인데, 미순이가 벌을 받던 중에 오줌을 싸게 되자, 이를 눈치챈 선생님이 양동이로 물세례를 주면서 벌을 서면서 졸고 있었다고 꾸지람을 하는 그런 배려가 우리들에게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배려란 이런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상대방을 힘껏 껴안아 주는 것. 그렇게 전해진 향기로 상대의 가슴 저 밑바닥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것. 누구나 충분히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막상 베품의 순간이 오면 가장 인색해지는 것. 그래서 어떤 이들은 진정한 배려란 용기와 동의어라고 말한다. (p142)
그런 선생님이셨기에 세상을 살아가다가 막막하고 힘들 때면 가끔씩 생각나고, 그때 일을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되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이고, 선생님이 몸소 보여준 배려가 아닐까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비교가 있어서 소개한다. 대통령과 남편의 공통점 3가지이다. 가정에서 소외되어가는 남편들이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첫째, 내가 뽑았지만 참 싫다!
둘째, 헤어지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셋째, 아직도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안다.(p151)
그래도, 남편들이여! 쓴 웃음을 짓지 마시라. 그 속에는 사랑의 마음이 남아있기에 이런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광수의 뿔난 생각은 촌철살인 그자체이다. '촌철살인'- 백과사전적 의미는 바늘로 사람을 죽인다. 간단한 말이나 문장으로 사물의 가장 요긴한 데를 찔러 듣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만약에 광수라면 이 단어를 어떻게 자신의 생각으로 풀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ㄱ' 부터 'ㅎ'까지의 순서로 단어들을 나열하여 사전적 의미와 뿔난 생각,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또 만화를 곁들이다 보니, 나중의 한글자모들에 이르러서는 그냥 빨리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서 자신의 과학적 색채를 더하고 인간의 영적,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담았다면, 한국의 박광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사전적 의미의 단어들에 그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일상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사전적 의미를 다시 썼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풀이했나? 아뭏든, 그냥 재미있께 한 번 웃고 넘어 가기에는 부담없는 책이다. 그리고, 그속에 때론 진한 감동이 있어서 더욱 좋은 것이다.
삶에 지치고 힘들때, '찻장의 차는 반을 마셔도 향기는 그대로다'의 뚯을 가진 다반향초(茶半香初)같은 사람과 마주 앉아서
진짜 사람답게 사는게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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