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 방귀 뀌는 나무 어린이 자연 학교 1
리오넬 이냐르 외 글, 얀 르브리 그림, 김보경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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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는 산책길에 얼마전부터 노란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작년에도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애기똥풀'이란다. 작고 소박한 느낌의 꽃. 그런데, 꽃의 한 가운데는 가느다랗고 긴 꼬투리가 달려 있고, 그것은 열매로 변하여 무르익으면 그 속에는 씨가 들어있다가 살며시 터져서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간다. 화려하고 큼직한 꽃은 아니지만, 차라리 풀꽃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무리지어 노랗게 핀 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참 궁금했던 것은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이름중에 '애기똥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풀꽃들은 그 이름이 기이한 것이 많기는 하지만.... 며느리밑씻개. 쥐오줌풀, 털쥐손이, 노루오줌풀, 며느리밥풀꽃 등....
그런데, 오늘에야 그 의문이 풀렸다. '뿡! 방귀 뀌는 나무'의 첫 페이지에 '애기똥풀'이 소개된 것이다. '애기똥풀'의 가느다란 줄기를 꺾으면 진노랑의 유액이 흘러나오고 그 냄새가 불쾌하고 독성이 있다고 한다. 뿌리쪽으로 갈수록 유액은 붉은 빛을 띤다고 하니 '애기똥풀'은 아마도 아기들의 똥을 연상해서 지은 이름인가보다.
  '뿡! 방귀 뀌는 나무'에는 이처럼 산과 들에 이름도 알 수 없고, 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잡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27가지의 식물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상한 식물들이라고 해야 할까....
 
 

뚝뚝! 피를 흘리는 식물,  킁킁!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식물,
끈적끈적, 끈적이는 식물, 뿡뿡 ! 방귀 뀌는 식물,
퉤퉤! 침뱉는 식물, 주르륵! 눈물 흘리는 식물,
찰삭! 달라붙는 식물, 따끔따끔! 찌르는 식물,
싸악! 할퀴는 식물, 깊은 상처를 내는 식물, 또 다른 식물.
의성어, 의태어와 함께 어우러져서 표현된 식물의 특징이 재미있게 느껴지면서 그 식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이다.
자연계의 식물들은 이처럼 특이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식물들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거나, 달라붙거나,찌르거나 하는 이 모든 몸짓들은 식물들이 자신을 초식동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고, 툭툭 터져서 3m 가 넘겨 튀어 나가는 것은 씨앗을 옮기기 위한 몸짓이며, 그것은 곧 식물들의 번식을 위한 행동인 것이다.
  '포도나무의 눈물'이라고 말하는 포도나무의 가지를 쳐줄 때에 짧게 쳐주면 그나무들이 눈물을 흘린단다. 물론, 아름답게 표현한 수식어이겠지만.... 가지에서 흘러나오는 투명한 방울이 바로 '포도나무의 눈물'인데, 눈물을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포도송이가 많이 달린다고 하니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풀밭지치라고 하는 식물, 일명 독사초는 척박한 황무지나 모래흙에서 자라는데, 처음의 분홍색 꽃이 짙은 보랏빛 꽃으로 변하고, 그 꽃은 독사를 연상하는 하게 하는 붉고 길게 늘어진 꽃 수술이 뱀의 혀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니 참 기이한 식물이 아닌가....

 
 
우리들이 생활속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던 식물들에 이런 특이한 모습이, 색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식물들의 이름의 유래, 쓰임, 특징, 용도, 약효 그리고 '알고 있나요?'를 통해서 식물들의 생태를 알 수 있게 해주어서 참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린이 자연 학교' 시리즈로 구성된 책인 것같은데, 다른 이야기들은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늘부터 산책길에 마주치는 식물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식물들을 잘 눈여겨 보았다가 주변에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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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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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튜는 멀리로 던진 공을 찾으러 떠나고 없어. 더 이상 우리가 마튜를 도와 공을 찾아 줄 수 없는 그런 곳으로 가버렸지.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 남아있는 토마는 점점 더 멍하니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구나, 그런 지금 그대로 아빠는 너희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려 한단다. 내 아들들을 위해 아빠가 쓰는 책이야. 우리 모두가 너희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책이요, 너희 들이 그저 장애인 증명서에 붙여진 사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쓰는 책이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을 적는 그런 책..... (p8)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블랙 유머 작가이자 연출가인 '장 루이 푸르니에'가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다. 위의 글로 독자들은 짐작을 했겠지만, 장애를 가진 두아들을 둔 아버지의 아들들에 대한 기록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아들, 마튜와 토마.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앞을 볼 수도 없고, 부서지기 쉬운 뼈,두발은 뒤틀리고, 등도 굽었으며, 귀도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 똑똑한 토마는 자동차를 타면 묻는다. 어눌한 발음으로 '아빠 어디가'  '집에 간단다.' 1분후에 또 '아빠, 어디가.' 그리고, 또. 또. 또.     100번쯤이라고 해야할까.....
    
두 장애인의 아버지로 그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천사와 마음이 필요했고, 천사의 인내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의 아빠인 '장 루이 푸르니에'는 천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책으로 하지 못한 말을 남긴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태어난지 약 40여 년이 지난후에. 그의 첫번째 아들인 마튜는 이미 15살의 나이로 멀리 떠나간 후에.
'두 장애인 아들의 이야기'라는 민감하고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유머가 넘치는 '장 루이 푸르니에'가  어떻게 표현했을까?
우리집 가족 앨범은 넙치만큼이나 얇다. 토마와 마튜의사진은 별로 없으며, 또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원래 정상적인 아이들의 사진은 정성들여 찍는 법이다. 온갖 포즈를 다 찍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찍어댄다. 첫돌 사진,  (...)그리고 찍어 놓은 아이의 모습을 지긋한 눈길로 바라본다. 조금씩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장애아는 다르다.... 난, 아이가 조금씩 퇴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얼마 되지도 않는 마튜의 사진을 볼 때면, 우리 마튜가 참 못났었구나 인정하게 된다. 정상아가 아니라는 사실이 한 눈에 보인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 그걸 보지 못했다. (p61~62)
이 책은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 책이 출간된 당시에 관련기사를 보면 '적절한 톤으로 그려낸 유머와 감동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수많은 독자들이 '마튜'의 죽음에 대한 표현마저도 절망과 웃음을 적절하게 배합했다는 표현과 함께 수많은 격려 편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확실히 '장 루이 푸르니에'의 장애인 자식들에 대한 표현과 글들은 시중에 나온 많은 이런 류의 작품들과는 큰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
자식의 장애를 힘겹게 받아들이면서 순응하는 표현이거나, 그 힘겨움을 극복한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서, 이 책은 자식의 장애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독자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아니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차마 표현을 하지 못했던 그런 류의 표현을 서슴치 않고 글로 써 내려가고 있다.
장애아나, 그들의 부모에 대한 편견, 그들을 보는 시선이 '장 루이 푸르니에'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쓰여졌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너무 지나치거나 심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글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장애 자녀를 둔 솔직한 심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다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글로는, 입으로는 뺃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좀 심한 것이 아닌가. 이건 좀 과하다 싶은 표현과 단어들 앞에서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정을 불러일으키고, 눈시울을 적시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쳐야 할 얘기를 정말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내는, 심지어 죄없는 아이들을 놀려대는 듯한 아버지의 마음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를 것이다. (p207- 옮긴이의 글 중에서)
작가 역시도 이 문제에 있어서 '적절한 톤'이 어디까지 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평에는 대부분 '푸르니에'의 유머가 장애 자식들에 대한 글에 적절하게 배합되었다고 하지만,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재치와 유머의 표현은 어찌 보면 더 큰 슬픔을 승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장애아를 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그것까지도 눈물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식에게서 느끼는 마음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 마음을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장애아의 아빠는 항상 우울한 표정이어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고통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쳐서도 아니된다. 장애아의 아빠는 웃을 자격이 없다. 웃는다는 것은 최고로 눈치없는 행동일테니까 말이다. 장애아를 둘이나 가진 아빠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곱빼기가 된다. 장애아를 둘이나 가지 아빠는 곱빼기로 슬픈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운이 없는 사람은 운이 없는 모습을 해야 하며, 또 불행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살아가는 지혜이다. (p46~47)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아니, 아버지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것일까?' 하는 의아심이 들다가도 차츰 차츰 그의 글들에 익숙해지면서, 그것이 바로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의 솔직한 심정이며, 차마 그 누구도 과감하게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이렇게 뺃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것이 진정으로 장애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표현이라는 생각에 눈물겨워지는 것이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난 성탄이 되면 왠지 너희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했었단다. 이를테면 만화 『탱탱』 같은 것 말이야. 나중에 그 책에 대해서 너희들과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겠지. 아빠는 『탱탱』을 속속들이 다 꿰고 있단다. 앨범이 나오는 족족 다 읽었거든. 그것도 여러 번이나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너희들에게 책을 선물하진 않았지.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너희들은 글을 읽을 줄 몰랐거든.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글을 읽을 수 없겠지. 그러니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너희들이 받을 성탄선물은 오직 장난감 나무토막이나 장난감 자동차일 뿐…… (p7)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읽을 수 있었다. 99개를 가진 사람들이 100개를 채우기 위해서 안달을 하면서, 그 1개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왜 그런 우(遇)를 범하는 것일까?
내가 이 세상을 볼 수 있음을.... 내가 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내가  걸을 수 있음을....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되지 않을까......
자녀들이 부모들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힘들어 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큰 사치가 아닐까.....
'장 루이 푸르니에'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불평과 불만은 아침의 이슬처럼 사라질 것이다.
푸르른 5월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음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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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가족 만만세! - 아고라를 뒤집어놓은 됵한 가족 이야기
나야나 지음, 양시호 그림 / 큰솔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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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고라 누적 조회 수 9백만 !
유머와 희망이 꽃처럼 펼쳐진 명랑 서민기!
지금, 가족을 보는 눈이 사랑스러워진다 (책소개글 중에서)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형식을 벗어던져버린 파격적인 편집에 한 번 놀랄 것이다. 그리고,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글을 쓴 아버지의 유머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유롭고 숨김없이 내뺃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요즈음에 보기 드물게,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3대가 오손도손 모여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6식구가....
가장인 '나야나'는 초딩 수준의 순진한듯하지만, 가족들의 이야기를 꿰뚫어보는 결혼 13년차의 5대 독자. 그가 가족들을 향해서 내뿜는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참 독한 내용들이다. 개그의 '독한 놈들'이 독하지 않을 정도로 독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독한 이야기가 읽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어찌 저리도 잘 꿰뚫어볼까 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그런데, 그 이야기속에는 유머가 한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피식'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론 박장대소를 하면서 혼자 소리내어 웃게 된다. '나야나'씨의 가족들에 대한 심리표현과 상황표현은 가족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글들이다.
요즘에 부모와 자식이 이처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가 그리 쉽지가 않은 일인데, 더군다나, 이 부부는 맞벌이 부부이다.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가 그저 '공부해라' '잘 먹어라' 정도인 많은 가정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족애가 느껴진다. 이 가족에게는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책속의 유머 한마디)
아줌마들과 조폭의 공통점 세가지: '뭉쳐 다닌다.' '문신을 한다.' '형님이란 칭호를 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 더 웃긴다. 아들이 부모에게 묻는다. '할머니 눈썹이 왜 파래?' '응, 문신이 오래되어서 지워져서 그래.' 아들의 반응, '할머니가 조폭이었어~~~'  (엥~~ 웃지 않고 못배긴다. 그런데, 웃으면서 생각한다. 손주가 그만큼 할머니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요즘 어떤 손주가 할머니 얼굴을 자세히 관찰할 정도로 정겹던가.....)
아버지와 아들이 '아이돌 가수'의 멤버수를 알아 맞추기 하면서 틀리면 꿀밤을 먹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부자간의 끈끈한 결집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손자 손녀와 TV 만화 영화의 캐릭터 이름 맞추기를 한다. 할머니가 비슷비슷하고 어려운 캐릭터 이름을 맞출리 없으니, 할머니가 새롭게 게임을 바꾸어 화투패를 가지고 손주들을 제패한다. '비풍초똥팔삼' 손주들이 알리가 있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기도 한다.
대화가 있기에 가능한....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아주 사소한 가정이야기이지만 요즘 이렇게 가족간에 사사건건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간에 주고 받는 가정이 있을까 할 정도로 단란하고 재미있는 가정이 여기에 있다. 가족들이 가족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행복한 가정.

푸르른 5월.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에 우리 가정은 어떤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남편과 작은 내용의 이야기까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한 적이 언제인가를....
그리고, 공부를 하느라고 떨어져 있는 아들과는 언제 대화를 해보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가족들에게 '나야나'씨는 못될지언정, 따뜻한 말 한마디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되면 어떨까~~~
71년생 동갑내기 커플. 서로가 첫사랑이라 우기며, 속이며 살아온 징~한 세월 13년. 결혼생활 세미프로 유부남, 유부녀의 끈적끈적한 하루하루를 엿본다. 그리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은근슬쩍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똘똘 뭉친 여섯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행복이 별건가? 사랑하는 가족끼리 오손도손 모여 앉아 치킨 한 마리에 쐬주 한 잔 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뭐! (책속의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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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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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의 글처럼 '독서는 패션이다.' '독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다.' '독서는 독이기도 하다.' 등등.... 이처럼 독서란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한다면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습관인 것이다.' 어릴적부터의 습관.
습관처럼 읽는 책들. 그래서 내곁에는 항상 읽을 책들이 최소한 10권정도는 있다. 그 책들을 읽을 순서를 정해서 책장에 쌓아 놓고, 한 권씩, 한 권씩 정독을 하는 것이 나의 독서습관이다. 어떤 사람들은 몇 권의 책을 한꺼번에 같이 읽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독서 방법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가끔씩 2 권 정도는 함께 읽기도 한다. 내용이 좀 난해하고 어려운 책일 경우에는 아주 쉽고 재미있는 책과 함께 읽으면, 머리도 맑아지고 집중력도 생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독서의 달인들, 고수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읽게 된 책이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너무도 딱딱한 느낌이 들고, 이 책의 저자인 '마쓰오 세이고'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책을 보는 순간부터 부담스러운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의 내용들은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와 이 책을 옮긴이인 '김경균'님과 인터뷰 형식의 글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록처럼 '특별대담'이 실려 있어서 창조적 책읽기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주는 책이었다. 저자의 삶에서의 책과의 만남 등을 예시를 통해서 풀어주기 때문에 딱딱한 건조체의 나열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 형식의 글의 한 꼭지의 글이 끝날 때마다 요점정리를 해주어서 읽으면서 장마다 나온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저자인 '마쓰오가 세이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일본에서는 출판, 저술활동, 책읽기 등에 있어서 꽤 잘 알려진 사람이다. 지금은 온라인 ISIS (아시스)의 편집학교를 운영하고 '비추얼 북시티'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특한 오프라인 서점도 기획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장르와 미디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전개한다. 한마디로 책을 읽고, 편집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책을 통한 지식의 방대함, 그리고 독서에 대한 열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세이고식 책읽기'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때와 장소에 따른 다양한 느낌의 독서들'이라면서 나열된 독서 방법들.
感讀, 耽讀, 惜讀, 愛讀,감독(敢讀), 范讀, 食讀, 錄讀, 味讀, 雜讀, 挾讀, 亂讀, 吟讀, 攻讀, 系讀, 引讀, 廣讀, 精讀, 閑讀, 蠻讀, 散讀, 組讀, 筋讀, 熟讀, 逆讀, 雜讀....
아찔하신가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독서의 방법이 있다는 것만을 알려 줄 뿐이지, 그에 대한 자세한 요령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이고는

진정한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는 것 (옮긴이 서문)
독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지식을 편집하느 방법론을 터득해야 한다. (P6)
 아무리 많은 독서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많는 방법이 있을 것이며,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는 생각이라면, 2권 이상의 책을 조합하여 번갈아 읽는 조독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권장하는 방법중에 '세 권의 나열'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에도 선택의 기준이 되는데, 근처에 전시된 세 권의 책을 연결하여  구입하여 읽는 방법이다.
그보다 더 관심있게 생각되는 방법은 관련이 있는 책을 함께 읽는 것이다. 장르를 무시하고.... 소설을 읽는다면, 그 소설과 관련된 민속학책이나, 역사책을 함께.
그리고 그가 즐기는 독서 방법중의 대각선으로 책을 읽는 방법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인 민속학 책과 물리학 책을 함께 읽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은 '센야센사쓰'인데, 이것은 저자 '마쓰오가 세이고'가 온라인에 매일 밤, 한 권의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책의 서평이나, 비평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여행감상문을 쓰듯이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이다. 그는 공감체험을 안내하는 기록이라고 칭한다.
독서란, 일상생활에서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다독술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주었다. 그러나, 각자 독자들에게는 자신에 맞는 독서 방법이 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읽으면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독서방법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정독이 독서하기에 수월한 사람도 때론, 소설책과 그 당시의 역사책을 함께 읽는다면, 소설의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책읽는 법이 있으며, 각자 좋아하는 방법으로 읽으면 됩니다. (P178)
웅덩이라니요? 웅덩이나 작은 연못입니다. 웅덩이나 연못을 들여다 보면 크고 푸른 하늘과 주변의 건물들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작은 연못이지만 들여다 보면 각도에 따라 큰 하늘도 들어갈 수 있지요. 더 바짝 들여다 보면 자신의 얼굴이 투영됩니다. 이것은 '눈쌍 구름을 타다' 입니다. 저는 이 한 권으로부터 저의 독서 인생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91)

 


독서에 몰두하여 책에 빠져 살다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과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모두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그리고, 독서를 하는데 드는 시간도 만만하지가 않으니, 독서를 제외한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갖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지게 된다.
이럴 때에 복선적이고 복합적 방법인 '창조적 책읽기'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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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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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아름다운 말은, 그러나 더욱 잔혹한 피를 불렀다.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으니 누구나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되기 전에도 황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피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65쪽

배반하지 말라, 무엇도 배반하지 말라. 그리고 의심하지 말라! 내가 다만 조선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음이니!-75쪽

그러나 같은 시간, 세자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긴 자와 진 자의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굴복해 보지 않은 자는 더 알지 못하는 것이다.진 자의 자리는 바닥이 아니라 바닥 아래보다 더 낮은 곳이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그 자리가 바로 죽음이었다. 벌판에 세워져 있던 또 하나의 막차 안에서 패국의 세자는 언젠가 그들의 자리가 바뀌게 될 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기다려도 안 된다면 그 다음 생에. 또 그다음 생이 있을 것이다. 조선이 살아남는다면 결구 그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자의 염원이었다. -314쪽

내가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미천함과 부족함을 논할 자리에 있지 않으니, 나의 유일함을 세상에 떨칠 날이 있으리라. 그러한 날이 오리라. 그 때에 네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니 나의 한 몸인 형제여. 어디에 있거나, 어느 자리에 있거나, 어질고 강건하거라.-328쪽

강물이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시게 되더라도 다만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자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기억들.... 그때 고요히 흘러 넘치던 세자의 고독을.... 드러낼 수 없어 더욱 깊은 외로움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던 것을 그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신 강물이 그를 마침내 진실로 고독하게 만들 것이므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때에는 자신의 곁에 누구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봉림이 알지 못했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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