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아름다운 말은, 그러나 더욱 잔혹한 피를 불렀다.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으니 누구나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되기 전에도 황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피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65쪽
배반하지 말라, 무엇도 배반하지 말라. 그리고 의심하지 말라! 내가 다만 조선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음이니!-75쪽
그러나 같은 시간, 세자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긴 자와 진 자의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굴복해 보지 않은 자는 더 알지 못하는 것이다.진 자의 자리는 바닥이 아니라 바닥 아래보다 더 낮은 곳이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그 자리가 바로 죽음이었다. 벌판에 세워져 있던 또 하나의 막차 안에서 패국의 세자는 언젠가 그들의 자리가 바뀌게 될 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기다려도 안 된다면 그 다음 생에. 또 그다음 생이 있을 것이다. 조선이 살아남는다면 결구 그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자의 염원이었다. -314쪽
내가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미천함과 부족함을 논할 자리에 있지 않으니, 나의 유일함을 세상에 떨칠 날이 있으리라. 그러한 날이 오리라. 그 때에 네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니 나의 한 몸인 형제여. 어디에 있거나, 어느 자리에 있거나, 어질고 강건하거라.-328쪽
강물이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시게 되더라도 다만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자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기억들.... 그때 고요히 흘러 넘치던 세자의 고독을.... 드러낼 수 없어 더욱 깊은 외로움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던 것을 그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신 강물이 그를 마침내 진실로 고독하게 만들 것이므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때에는 자신의 곁에 누구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봉림이 알지 못했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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