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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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추억을 되살려주는 똥친 막대기.
 

   초등학교 4학년때던가. 외가에 한 달정도 머물 기회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하고, 오줌통과 재래식 화장실에 모은 인분을 거름을 만들어 쓰던 때였다. 집 근처에는 철길건널목이 있었고, 차단기와 함께 철도청 직원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통제를 막기도 했다. 한밤중에, 또는 새벽녁에 들려오는 기차소리에 잠을 깨어 밖을 내다보면, 반짝이는 별과 환한 달이 하늘에서 자리를 지키는 그림이 떠오른다. 창고대신에 광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고, 돼지와 소에 여물을 주기도 했다. 이뻐해 주시는 할머니의 사랑을 그때는 당연하다 생각했었고, 할아버지를 따라 논에 농약을 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준비를 도와드리기도 했다. 지저분해 보이던 돼지가 매일 잠자리를 신경써줘야 할만큼 깔끔한 동물이라는 걸, 더러워 보이는 인분도 거름이 되어, 생물의 성장을 돕고, 다시 우리 입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외가의 터는 그대로지만, 재래식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로 아궁이가 있던 부엌은 따뜻한 보일러의 기운이 들어오는 입식부엌으로 바뀌었다.

  다른 무엇보다 잊고 지냈던 농촌의 풍경을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공부보다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풍경은 재희의 일상으로, 집 주변에 얽혀있던 싸리나무가 종종 회초리가 되었던 경우도, 순해 보이는 소이지만, 앞에서 줄을 끌면 절대 따라오지 않고, 뒤에서 가만히 잡아주어야 한다는 소소하지만 정확한 농촌의 풍경, 그 시절의 풍경들이 작가의 펜에 의해  폭의 그림으로 다시 살아났다.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50점을 주고 싶은 소설이라고 할까.


# 마음 편히,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다가오는 자그마한 교훈.


  기질이 못되어서 그런지, 누군가 하는 잔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알아야 하는 사실을 훈계식으로, 대단한 비밀을 가르쳐 준다는 식으로 알려주는 방식에,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 조금 돌아가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부딪쳐서 얻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쉽게 말해 가보지 않은 길을 지름길로 알려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미리 가 봤다 하더라도 말이다. 동화나 짧은 소설에서 나오기 쉬운 훈계의 느낌이 없어 좋았다. 백양나무의 한 가지로 숨쉬고 살던 나뭇가지가 기차소리에 놀라 일을 하다 말고 다른 곳으로 달아난 암소를 잡도리하기 위해 몸이 꺽여 회초리가 되었다가, 시험성적이 나빠 어머니에게 혼이 난 희재의 회초리가 되기도 하고, 화장실에 쓰는 똥친 막대기가 되기도 했다가, 논에서 어머니의 몸보양을 위해 개구리를 잡는데 쓰이는 낚시대가 되기도 한다. 나무가지가 화자가 되어 절박한 상황에서도 나무로 자라기 위해 꿈을 잃지 않는 마음을 지닌 막대기가, 오랜 고난을 거쳐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는 소설이다.

  가만히 있고 싶은 나무를 변화시키는 일련의 사건들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더욱 공감이 갔다. 작은 변화의 사건속에서 여러가지 상황에 처하지만, 결국 혼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정까지, 어쩌면 많은 사건들이 혼자서 묵묵히 시련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큰 힘을 준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농촌의 초등학생을 둔 가족의 풍경을 볼 수 있어 살가운 마음도 들었다. 농촌은 사라지고, 농업 노동자들이 생겨나는 현대 시대에 잊고 사는 풍경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할까.

  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웃다 보니 책이 어느새 끝나 있었다.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일에 매여 전하지 못해 기적을 울리는 기관사의 마음, 미처 대비하지 못해 놀라는 동물과 아기의 울음소리, 아비의 한 마디 호통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동네 아이들에게는 똥친 막대기를 흔들어 대는 말광량이, 그리고 회초리를 든 어미를 미워하지 않고 개구리를 잡아 보양시키려는 효심을 지닌 희재, 자상하지 않지만 속 깊은 아비의 딸에 대한 사랑과 어미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당돌한 딸의 행위와 말리지 않는 남편의 무심에 고민하다 결국 매를 들지만, 딸을 보살피는 어미 최씨의 마음까지, 굳이 사랑한다고 크게 속삭이고 말씀하지 않았지만, 깊은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부모님의 행동들도 엿볼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깊게 읽으려 하면, 다양하게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언어의 마술사 김주영씨의 글에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에 더욱 품격이 높다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나무에 관한 생물학 교과서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성장이야기 등 여러 모습을 지닌 소설이다. 청소년이 읽어도 좋고, 농촌의 풍경을 지닌 윗 세대가 읽어도 좋다. 여러 세대에게 두루두루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농촌에 살고 있는 귀여운 조카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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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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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힘이 없기에 살아야 하는 굴욕적인 삶, 슬픈 현실은 절박함은 되물림 된다는 것.


  히말라야 산 속의 작은 도시 칼림퐁. 허름하지만 대저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초오유에서 늙은 판사와 그의 외손녀 사이는 요리사와 함께 살고 있다. 가정교사였던 네팔계 인도인 지안과 사랑에 빠진 사이는 그가 방문하는 시간을 기다리지만, 그를 찾아오는 건 판사의 총을 빼앗으려 온 어린 청소년들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 요리사는 미국으로 간 아들이 크게 성공해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내와 결별하고 혼자 산 판사는 점점 무력해지는 자신을 늘 그를 지켜주는 강아지 뮤트를 보며 견디고 있다. 그들에게 찾아오는 네팔계 인도인의 자치를 꿈꾸는 GLNF의 점령과 횡포 뿐이다... 


# 꼬리에 꼬리를 이는 이야기, 슬픈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터운 책은 첫 만남부터 부담감을 전해준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표지를 바라보았을 땐, 인도와 미국으로 떠도는 슬픈 사람들의 아픈 포즈를 담긴 풍경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가족과 떨어진 채 칼림퐁의 작은 도시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했던 늙은 판사의 이야기와 그들의 딸의 러시아의 생활, 우리나로 따지면 일본과 한국의 아픈 역사를 가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미워하는 사회상에서 서로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다투지만, 다시 사랑을 기다리는 그들, 미국에서 그린카드를 얻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다시 인도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요리사의 아들까지, 민족의 분쟁, 가난한 처지 속에서 그들이 선택하는 결과들을 보는 일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현실과 많이 겹쳐 보인다. 가난할수록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도와야 하는 마음과 실제 미국에서는 서로 돕는 일보다는 개인이 살기에도 바쁜 현실, 영주권을 위해 위장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 등  1986년을 배경으로, 제 3 세계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좌절과 상실의 되물림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늙은 판사의 행동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을 등지고 영국으로 떠났지만, 그들의 인종차별로 인해 극심한 굴욕감을 느끼고, 인도로 공무원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족과 자신의 민족을 버려야 했던, 화이트 콤플렉스라고 해야 할까, 미국의 문화가 좋다고 동경하지만, 결국 미국인이 되지 못한채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의 사고를 하며, 한국인을 멸시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드러났다고 할까. 사회 지도층이 매여있는 미국에 대한 동경과 미국적 사고들과 너무 절묘하게 겹쳐보여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지배층의 미국이 우리 손을 떼면 우리는 다 망하니까, 굴욕적이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미국의 눈치를 봐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닮았다고 할까. 담담히 전해지는 서글픈 사람들의 슬픈 모습들이 우리의 사회적 현실의 맥락과 많이 닮아 있어 마음이 불편했던, 그래서 더욱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보고 싶은 장면만 보면서, 즐겁게 사는 일은 자기만족을 위한 기만이라고 할까. 밝은 태양이 있으면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러나듯이, 지식인의 책무는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는 부분을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미국에서 그린카드가 없어 굴욕적으로 많은 일들을 전전하고, 의료혜택도 받지 못하는 현실과 동남아시아인이 겪는 취업비자가 없어 겪는 고통은 너무나 닮아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풍경들, 동남아시아 등의 취업연수생들의 피와 땀으로 우리 경제가 발전했다는 점을 잊고 사는 사람들, 이제 너무나 늘어나버린 외국인가정들에 이제는 함께 살 생활을 고민하고, 코시안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후기에 나오는 보다 깊이있는 설명은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경제의 경기장이 평평해졌지만,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처를 할퀴기만 할 뿐이라는 말과 오래전에 이루어진 움직임이 그 모든 것을 낳았다는 말에 대한 해석들, 그런 깊이있는 해석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읽더라도, 한국 사회와 비교해 많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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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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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격변의 시대, 한 흑인 소년의 눈으로 다시 보는 미국의 독립전쟁.


  서아프리카 오요 제국에 속하는 에그바족의 공주인 카시오페아는 이웃 나라의 왕자와 사랑에 빠졌다. 질투를 느낀 다른 왕자는 거부하는 카시오페아의 나라를 침공하여 멸망시키고, 먼 바닷가로 그녀를 추방시켰다. 13살 임신한 몸으로 미국 보스톤까지 오게 된 그녀는 기트니씨의 제안을 받게 되고, 석학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다. 카시오페아의 몸에서 태어난 옥타비안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관찰받으며 생활한다. 자신의 대변, 행동, 생각 모두를 관찰받고 주시받으며 생활한다. 기트니라는 이름 대신 02-01로 그들을 부르는 석학협회 회원들과 생활하며, 옥타비안은 유럽의 왕자들이 받는 대접을 받으며 하루하루 생활을 한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의 왕자인 옥타비안이 예술과 과학을 습득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실헝대상이 되었다가, 후원자였던 첼소프 백작이 사망한 이후, 그의 재산을 이어받은 조카는 카시오페아에 호감을 느끼지만, 카시오페아는 자유의 몸이 아닌, 첩으로 받아들이려는 그의 청원을 거부한다. 그 보복으로 옥타비안의 연구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게 되면서, 기트니 백작은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식민지 상인과 대농장 소유주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옥타비안, 흑인이 열등하다는 연구로 선회하게 된다. 영국이 매기던 관세에 반발한 아메리카의 반발도 거세지게 되고, 천연두가 휩쓸리면서, 옥타비안과 흑인들은 천연두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모인 사람들 속에서 천연두 물질을 주입받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는 천연두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옥타비안은 어머니의 몸을 가르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데...


# 미국 독립 전쟁을 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소설.


  미국 독립 전쟁이 일어날 즈음, 백인의 시각이 아닌, 흑인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다. 돼지와 소 처럼, 품종으로 불리며, 제국주의 침략을 일삼았던 유럽 제국주의자들과 노예로 끌려가 굴욕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 세관원들이 폭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장면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역사의 현장과 가장 최하층의 인물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해 굴욕적으로 살아야 했던 장면을 보여준다.

  배고픔에 이틀을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끼를 먹는 소중함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지 못하고, 병들어 아픈데도 돈이 없어 약을 사 먹지 못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가난이 얼마나 서글픈지 알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그들의 지위를 결정하지만, 예전에는 이백년 전까지만 해도 인종에 의해, 부당한 삶을 당연하게 느끼는 삶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폭력을 일삼았던 가혹한 풍경들이 생생하게 전개된다. <상실의 상속>이란 책에서 기차를 타고 지나가던 수녀가, 기차가 지나가자 엉덩이를 까고 그들의 볼일을 보던 하층민들을 경멸하며 그들의 예의가 없다고 했던 장면과 겹쳐보인다고 할까.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일이 매너나, 인종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던 특정계층의 편견과 겹쳐보여서 마음이 많이 불편하였다.

  원하지 않게 주변 상황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었던 옥타비안의 삶과 현대인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옥타비안의 시대에는 폭력과 매질이 합법적이었지만, 현대에는 돈과 경제력으로 인간의 행동을 마비시키는 차지라고 할까. 역설적으로 천부적으로 내려온  인간의 존엄성 또한, 수많은 투쟁과 피흘림, 그 시대의 관념으로는 반역의 행위를 반복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지도자를 뽑으면 서민의 삶이 좋아지겠지, 재벌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일자리도 늘어나겠지, 라는 생각들은 다 노예근성에서 오는 헛된 기대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하는 일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는 건 무의미하다고 할까.

  같은 흑인이지만, 왕자의 대접을 받다, 가장 밑바닥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길로 여러가지 선택을 걷는 옥타비안의 행보를 2권으로 이어진다.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나는 그의 발걸음에 축복의 행운을 보낸다. 옥타비안이 수행했던 다양한 실험들이, 골상학과 나치가 유태인을 박해했던 실험들과 닮아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인간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시기에는 인간의 재능마저도 출신과 부의 정도에 따라 갈라지는, 합법적인 차별의 시대가 다다르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든다. 그런 시대가 다가온다면, 지금 이 시대가 가장 행복한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벌어지는 수많은 차별들과 불평등에 그냥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생각하기 귀찮아서, 도피하는 마음이 그들의 고통을 방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백인과 흑인의 중간으로 생각되어지는 황인종이기에 위와 아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백인이라고 주눅들지 말고, 동남아시아와 흑인 등 부유하지 못한 국가를 보며 유세 떨지 말라는 <건투를 빈다>의 저자의 메세지를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나 역시 그런 비정한 행위에 방관으로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할 화두를 던져준 책이었다. 미국에서는 인종간의 갈등이 분쟁의 초점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인종보다는 타민족에 대한 피해의식, 또는 우월의식, 여성과 경제적 차이에 의한 차별을 정당히 여기는 태도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자꾸 <완득이>가 떠오른다. 소외받는 계층에 대한 인간적 연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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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미국의 독립전쟁을 통해, 흑인들의 굴욕적인 삶을 엿 볼 수 있다.

  거기에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여러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경쟁보다는 평등을 배워야 하는 청소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이 세상은 말이란다. 네가 여기서 자라는 동안 탐닉한 사치스런 공상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들의 실제 세계는 온통 교역으로 바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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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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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의 씁쓸한 기억.


   몇 달 전, 서평을 도용당한 기억이 있다. 내 글을 그대로 베꼈는데도, 내 글이 아닌, 그의 글이 우수리뷰가 되어 어이없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평을 도용한 사람도 기분 나빴지만, 무엇보다 무관심하게 대처했던 인터넷 서점의 작태가 더 화가났었다. 내 것을 뺏긴 기분은 말도 다 할 수 없이 불쾌하다. 추리 소설 역시, 자신이 쓴 작품을 도작당했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수기로 부터 시작한다. 5년째 월간 추리 신인상에 도전하지만, 낙선의 고통을 겪는 야마모토 야스오는 이번에만 말로 꼭 신인상을 수상해서 부모님도 편안하게 하고, 쪽방에 살고 있던 삶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서점에서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고 영감이 떠오른 그는 하루에 30페이지씩 14일만에 원고를 탈고한다. 

  악필인 야스오를 위해 친구 기도가 그의 작업실을 빌려주고, 타이핑도 대신해 주었지만, 지하철에서 그만, 플로피 디스크와 출력본을 잃어버리고 만다. 좌절의 늪에 빠진 야스오는 다시 작품을 쓸 결심을 하고, 기도는 원고를 주었다는 이에게 백만원의 합의금을 제시받게 된다. 작품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기도는 제의를 수락하고 야스오를 부른다. 작품을 주었던 남자는 기도를 죽이게 되고, 기도의 요청에 그를 찾아갔던 야스오는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살인범은 기도를 죽이고, 거리의 여인이 지어준 시라쇼리 쇼를 필명으로 하게 되고, 야스오는 신인상 발표 작품을 보고, 시라쇼리 쇼가 작품을 탄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데...
 

#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사건에 휩쓸리다 보면...


  살인범과 시라토니 쇼의 애인, 그리고 야스오의 추격, 그 다음해의 <도착의 론도>의 작품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다. 치밀하게 구성된 서술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작품을 훔친다는 도작과 뒤바뀌어 거꾸로 됨이라는 도착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도사쿠로 같은 단어라고 한다. 두 글자의 미묘한 차이가 작품에 숨겨져 있다. 두 건의 살인과 계속 이어지는 도착, 마지막에 사건의 진실은 공개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슨 도작과 작은 부분을 살짝 비틀었다는 하나로, 작품 전체와 이야기 전체의 틀을 바꾸어 버리는 저자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3부를 꼭 나중에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서술추리의 장점처럼, 군데 군데 숨어있는 책의 트릭 속에서, 작품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절반 정도 추리의 비밀을 맞추었지만, 마지막 반전은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지럽지만, 마술사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처럼 허망할 뿐이므로, 생략한다. 비밀을 알고 나서, 책을 읽으면 두 배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쉽게 말해, 두 번째 읽어도 재밌는 책이라고 할까. 뛰어난 영화는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고 한다. 추리소설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이 소설은 에도가와 란포라는 일본의 뛰어난 문학상 후보까지 오른 작품이다. 수상에는 낙선했지만, 출간에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까. 그 해 일본추리작가상 수상에 또 낙선한 실제 작가의 삶은 왠지, 작품 속 매번 낙선하는 야스오의 삶과 닮아 있어 좀 마음이 아프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낙선 추리작가의 고투를 잘 그려냈다고 할까, 하지만, 그 자신감이 심사위원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 

  도착 시리즈는 3부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2부와 3부가 기다려져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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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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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했던 2008년, 키워드는 배신.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상식에 대한 기대가 많이 무너졌던 2008년이라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구조본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특검까지 만들어졌지만, 결국 한바탕 쇼로 끝나버렸고, 이건희 회장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수정으로,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고, 오랜시간 촛불시위가 열리며 국민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소고기 수입은 처리되었다. 대운하 사업은 무산되었지만, 4대강 치수사업과 경기위기에 대한 공포를 틀어쥐고 언제라도 대운하가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부, 비정규직을 늘려 기업의 이익을 도모한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민간보험의 활성화로 결국 건강보험마저 무너뜨리려 했던 정부의 행동을 보며, 정부는 서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너무나 큰 실망감, 배신감까지 느꼈던 한 해였다. 더 이상 기득권층에 대한 욕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던 한 해였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욕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원인과 어떻게 문제를 바라봐야 할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일년에 한 번, 21세기를 사는 지혜 라는 이름으로 한겨레 21에서 열린 오프라인 특강이 5회째를 맞았다. 이번 키워드는 배신, 3월과 4월에 열린 특강이다. 총선 전에 강연들이 열렸지만,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지금 읽어도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지금 사회의 큰 틀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다.
 

# 굵진한 현안들에 대한, 차가운 비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특검 쇼, 이건희 회장의 무혐의 처리 등 일련의 결과들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삼성에 얼마나 매여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삼성의 최고경영자와 구조본의 핵심 임직원들, 즉 총수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인과 공무원 등 이해관계의 대상을 돈으로 관리했던 현상에 비판했지만, 사회 일부에서는 개인의 품격에 대한 비난에 급급하거나, 국가를 위해 삼성의 신인도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의견들이 우리사회의 수준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데,  마음이 아팠다. 돈이 된다면, 다 괜찮아 하는 무의식적 생각들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딨어, 사람은 의리를 지켜야지라는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제일 뼈 아픈건 이런 문제점이 밝혀졌음에도 그것을 보완하려는 제도들에 대한 논의들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거야 라는 시민들의 반응에 익숙한 정치권과 경제권의 로비가 결합되어 결국 희생양 몇 명만 만들어 놓은 채, 사건은 묻혀지고 마는 점이 안타깝다.

  배신의 정신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의 특강도 흥미로웠다. 배신당한 사람은 많지만,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자신의 행동은 동기부터 생각하지만, 타인의 행동은 현상과 결과로만 생각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거나 기상 이변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가 배신을 느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많은 배신감을 느끼는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정확한 매커니즘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왜 배신감을 자주 느끼게 되는 건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에서 많은 부분은 실제 배신이 아닌, 내 욕망과 기대를 상대에 투사한 후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느끼는 실망감인 유사배신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을 연기했던 하정우씨도 실제 내 성격의 악한 기운이 있어 연기를 잘하는건 아닌지 고민했다는 말처럼, 내부고발자들 역시 스스로 많은 괴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양심선언을 했던 이를 매도하는 일은 줄여야 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박학기씨가 말했다던 사람은 태어나서 6살까지 효도를 다했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6살까지 부모가 시키는 데도 다 하고 그 이후부터 자아가 생겨,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기 시작하는 과정들을 부모의 기대되로 교정하고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말,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다.  

  진중권씨의 강연에서는 논객의 태도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지식인은 대중이 좋아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존재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대중에 대한 환호때문에 정치인들이 열광한다는 이야기와 지식인은 때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수많은 논객들이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다 그 정권의 말로와 함께 막을 내리는 모습도 겹쳐보였다. 대학생들이 보수화되는 경향 역시, 철저하게 관리된 시대였다는 주장,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정당을 무조건 지지 하지 말고, 정당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배신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며,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좋은 강연은 좋은 답을 내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이 고민하게 해 준다는 말과 부합되었던 시간이었다.

  정재승 교수의 강연에서 배신은 동물적인 본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신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배신의 이득이 누구에게 가느냐이며, 더 큰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해 하는 배신은 사회 공동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김용철씨의 배신은 삼성 내부에는 큰 손해이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에,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내부에서 배신하는 사람이 없었던 건 그만큼 그들이 삼성내의 조직체에 길들여 졌다는 이야기라는 점이 서글프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배신을 했을 때 우리 사회가 지지보다는 비난을 하기에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전체의 건강을 위해 그 하부 집단의 병든 곳을 꼬집는 일을 다 미룬다고 할까. 그렇게 방치하다가 암에 걸리고 병들면서 사회가 몰락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회적 윤리와 침해되는 부분들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머니 젖에서 나오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애착관계의 형성에 도움이 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말이 밝혀졌고, 이 연구결과를 통해 배우자의 부정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것이냐는 비판과 부정은 질병의 행위가 아닌가 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과학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큰 논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미리미리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함을 알 수 있었다. 영화 가타카의 개봉 후 2년이 흐른 후 인간 지놈지도가 완성되었다.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수록 과학기술과 윤리가 충돌하는 부분은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기술이 상용화 되기 이전에 미리미리 사회적으로 시대정신을 논의해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의 강연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747정책이 왜 사회적 약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기는 활성화되지만, 결국 수도권의 과밀화를 더욱 부각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는 말, 삼성에게 맞춤 법안을 한나라당에서 논의했다는 뉴스보도가 나오게 된 연유를 정태인 전 비서관의 강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FTA의 4대 독소조항을 하면서 결국 이익을 보는 건 재벌들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재벌들이 잘 산다고 해서, 취업이 많이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위 10퍼센트에 당신의 아이와 그 아이들이 들어간다는 보장이 있다면, FTA는 좋은 제도라는 말, 특권 계층의 독주가 이어졌을 때, 결국 그 사회는 말로를 겪었던 수많은 역사적 교훈들을 지금의 지도층이나 부유층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내가 그 10프로 안에 들어가면 돼지'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는데 부채질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조국 교수의 강연에서는 교수와 법률가의 배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법률인을 적게뽑는 제도를 통해 그들을 특권화시켰고 정권에 영합하게 만들었던 사실, 그리고 많은 제도들이 전문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마음 아픈 현실이었다. 어떤 집단의 이미지로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사회적 약속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내년에 재보선 선거가 돌아오는데, 그 선거에 어떻게 투표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려가느냐에 따라, 지금 정부의 행동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사회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현상이 어떤 방향을 예고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입장을 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법은 무관심한 대중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적확한 사실을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안을 내는 국회의원을 잘 감시해서, 부당한 법률을 내는 국회의원들에게 불이익이 가도록 행동하지 않는다면, 법률적 문제가 있는 사안들을 고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법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존재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약자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급급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식인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이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기득권의 문 앞에서 들어가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몰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주체 모두 이기적인 사실을 인정하고, 모두의 이익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정치의 묘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통제하고 억눌렀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한다는 말들이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한 변명이 되었던 사실들이 많이 보인다. 현상의 원인들을 엿보게 되었으니, 이제 필요한 일은 그 현상에 대고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꾸어 갈지 고민해 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좋은 강연은 내 기분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강연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알리고, 꾸준히 관심을 잃지 않는 일, 그 일부터 시작해야 함을 느낀다. 책을 읽고 나니, 강연자의 의견들이 내 머리에 쏙쏙 들어온 느낌이다. 강연자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기초로 비판하고, 사색하는 일을 거듭해 내 스스로 동의와 거부의 이유를 찾는 일, 결국 내 스스로 성찰하는 일을 수행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공부들, 하기 싫지만, 할 수 밖에 없는 건 그 일이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하는 데 작은 힘이 될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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