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을 리뷰해주세요.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2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 뱀파이어 소설인데,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로맨스 소설에 꼭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토라지거나, 화를 내더라도 그녀를 카리스마있게 잡아주는 남자라고 할까.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을 읽으며, 저자가 그려낸 여주인공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을 소중히하고 다른 남자를 질투하는 그런 남성에 대한 로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성은 생각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여성의 기대를 잘 반영한다고 할까. 남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남자는 없다는 말을 하래 했지만, 그런 작은 기대들이 연애를 이끌어주는 힘이며, 환상에 대한 기대가 관계를 이끌어가는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와 마찬가지로, 초변신인간 샘이 운영하는 바의 여직원 수키의 동료인 요리사 래피엣의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편을 읽은이라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내용에 몰입할 수 있지만, 전편을 모른다고 해서, 읽는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빌은 뱀파이어 구역상 5구역을 담당하고 있고, 그의 상관인 에릭과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수키와의 계약에 의해, 6구역인 댈러스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데 투입된다. 수키와 빌은 그곳에서 뱀파이어를 증오하는 태양공동체 집단과 6구역 담당 내의 배신자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다른 구역인 댈러스에서 벌어진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키는 같은 능력을 지닌 벨보이와 변신능력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댈러스의 변신인간을 만나게 된다. 하나의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들이 소속된 집단과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커지는 느낌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고 영향력이 큰 에릭의 유혹을 경계하는 빌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유혹의 상황에 빠지는 수키의 모습은 삼각관계와 흥미진진한 로맨스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소설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느끼면 좋겠지만, 로맨틱 뱀파이어 소설류는 흥미를 끄는 매력적인 요소와 지루하지 않는 전개를 통해, 이야기가 즐거워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냥 가볍게, 계속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 왔음을 느끼게 하는 가독성 높은 소설이다. 사건과 사건을 자연스럽게 맞물리게 하며, 전체적인 큰 틀이 유기적으로 잘 짜여진 구성은 작가의 소설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편에 등장했던 사소한 이야기가 후편에 이야기의 큰 틀을 이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꼼꼼하게 신경 쓴 작가의 섬세한 배치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도덕적인 성향을 지닌, 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소설이 허구라는 모든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이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소설과 영화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며 읽고 보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단해서 혹평하거나 과찬하는 이들을 모습은 당혹스럽다. 인간과 다른 존재를 통해, 인간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광신을 넘어선 맹신으로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는 공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귀엽고, 흥미로운 존재지만, 야생에 있을 때는 두려운 존재라고 할까.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없애려는 인간의 불안과 공포의 마음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뱀파이어를 소재로 다룬, 소설들간의 미묘한 차이.
 
 
  최근 『박쥐』, 『트와일라잇』시리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등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읽고 있다. 박쥐는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인 뱀파이어의 인간적 고뇌,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윤리를 두고 고민하는 내용이 있어 내용이 무겁다. 트와일라잇은 위기를 계기로 더욱 강해지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과정은 거칠지만, 내용은 달콤하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로맨틱과 스릴러의 매력이 함께 존재해서 흥미롭다.
 
  전작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와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모두, 살인사건이 처음 등장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변신인간, 뱀파이어, 인간사회 등 서로다른 존재들이 얽혀있는 모습이 등장한다. 트와일라잇의 남주인공 에드워드가 모든 여성들이 동경하는 완벽한 존재라고 한다면,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빌은 고지식하게 한 여성만을 사랑하는 여성의 기대를 만족시킨다. 소녀적 감성을 지닌 이에게는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사회적으로 얽히는 인간의 존재와 본능, 아름다움 너머의 비참함을 이해하는 이에게는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로맨스와 스릴러. 두 가지 재미를 한 권에서 느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달콤 쌀싸름한 이야기가 읽고픈 20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여성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가끔 인간은 순식간에 철이 들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

         
    하루동안 시골에서 생활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칼국수를 먹기 위해 동그란 큰 원의 공간 안에서 밀어내기를 통해 마지막에 살아남는 이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절반의 인원을 뽑는 게임이 생각난다. 6명이 게임을 하였는데, 그 중 한 명은 힘과 체력이 매우 튼튼해 그 사람은 꼭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보였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5명이 연대해서 힘이 센 그이를 제일 먼저 원 밖으로 밀어내 탈락시켰다. 약자의 연대의 힘과 함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는 곤란을 겪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미국 남부 본템프스의 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수키 스택하우스는 뱀파이어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4년 전 뱀파이어들이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이후, 그녀는 자신이 사는 곳에 뱀파이어가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하며 산다. 타인의 속내를 TV의 방송처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뱀파이어의 피가 성적흥분과 건강에 좋다는 소문으로 인해 그들의 피를 뽑아 제공하는 래트레이 부부의 함정에 빠진 뱀파이어 빌을 구해주는 일로 빌과 수키의 관계는 시작된다. 피를 보면, 마시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빌로 인해 곤경을 겪기도 하지만, 다른 이와 달리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에, 수키에게 그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뱀파이어들이 살인을 했다고 의심되는 연쇄살인이 마을을 흉흉하게 만든다. 범인을 찾는 중에,  할머니와 오빠와 함께살던 수키는 할머니를 잃게 된다. 마피아의 조직처럼 나이가 많은 에릭에게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빌, 수키는 자신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에릭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오빠를 구하기 위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 스릴러와 로맨스가 적절히 잘 어우러진 소설.
 
 
  연쇄살인의 범인을 찾는 흥미진진함과 이루어지기 힘든 로맨스가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 거처를 정하지 않고, 인간의 피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일반적인 뱀파이어와 다른, 정착하고 싶어하는 인간사회에 어울리고 싶어하는 닐이라는 존재와 타인의 마음을 능력을 읽을 수 있는 수키와의 로맨스, 수키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 닐이 나타나자 그녀의 매력을 느낀 변신인간
바의 사장 샘의 연정까지 어우러지면서, 삼각관계의 로맨스의 긴장감과 함께,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군지 찾아내는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기준에서 미치지 못한 이들만 열등감을 가지며 산다 생각하는 일반적 편견에 도전하는 책이라고 할까. 색다른 능력을 지닌 이 역시,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이 괴로울 수도 있다는 점,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게 된다.
 
  뱀파이어와 변신인간,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보면 특별한 존재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일반 사람들처럼,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친해졌다 멀어졌다 하는 과정을 거친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는 모습과 비슷해 어색하지 않았다. 그들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 등장인물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트와일라잇』과 비슷한 소재를 선택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첫경험을 하지 않은, 소녀의 로망을 채워주는 점은 흡사하지만,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연애를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첫사랑과 첫경험의 설레임과 두려움이 더 잘 드러난다고 할까. 한국보다 더욱 개방적인 성에 대한 의식을, 소설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을 사로잡는 로맨스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최후의 성역, 법조계의 실책들..
  
  
  신영철 대법관 사건으로 인해, 사법부가 신뢰를 상실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검찰은 중립성을 잃고, 신뢰도 잃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수뇌부 비리 폭로 때, 변호사 협회의 대응을 통해, 변호사 역시 신뢰를 잃었다. 대한민국 지도층의 마지막 보루, 법조계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지인이 토지와 관련해서 재벌을 상대로 소송을 했는데, 변호사를 잘못써서 패했다고 울분을 토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재판을 승소하던지 패소하던지에 관계없이 변호사는 돈을 챙기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결국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지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재판이 끝난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아직도 분해하고 있었다. 결과에 관계없이,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살기에, 법정에 갈 일은 없다 생각하지만, 촛불시위 등을 보면 꼭 단정지을 수 없다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분쟁의 관계를 가장 잘 푸는 일이 법정에 있다 생각한다. 왜? 사람들은 사법고시를 나온 사람을 알고 싶어하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일까. 저자의 심층인터뷰로 살펴보는 법조계 인사를 통해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 부담스러운 청탁, 거절할 수 없는 돈, 그리고 브로커.
 
 
  검사와 판사, 변호사, 사무장, 사무실 여직원 등 법조계와 관련이 있는 이들의 심층인터뷰를 통해서, 왜 판사와 검사가 돈을 먹는다고 말하는지, 브로커가 왜 존재하는 지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고고하고 공정한 재판을 할 것 같은 법조계에 회사 택시의 최소수당과 실적제와 같은 사무장과 변호사의 관계, 전관예우가 될 수 밖에 없는 부담스러운 청탁과 거절할 수 없는 돈의 배경과 구조적인 문제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여행이 설레임과 함께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낯선 정도에 혼자 떨어져있기에 모든 상황이 돌발상황이 되고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법정에 낯선 이가 내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부담감, 검사와 만남의 두려움 등이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를 찾게되고, 그 틈을 노려 브로커들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구조,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사무장의 내 몫도 챙겨야지 하는 마음들이 결부되면서, 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 서민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포를 줄일 수 있을 뿐.
  
  
  책을 읽으며 무력해지는 마음이라고 할까. 검사도 판사도, 도제관계와 같은 독특한 수업방식으로 인한 거절 할 수 없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신성가족이라는 법조계의 그들만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 수 없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브로커에 속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함에 한 번 더 상처를 받는 사람들, 가장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법조계이기에 더욱 개혁이 힘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대안으로 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브로커들이 '신통기'로 사용하는 『한국법조인대관』도 활용하고, 변호사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탄원서 등 가능한 방법을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검사와 판사의 업무량은 검사와 판사의 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생각한다. 검사와 변호사에게는 처리해야 하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뒤흔들릴 수 있는 절대절명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과의 평형 못지않게, 과정의 공평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시민권, 노동자의 파업권 등 세상의 권리는 뛰어난 지도자가 시혜를 베풀어 내려준 것이 아니라, 피와 눈물을 흘리면서 쟁취했다고 한다. 모두가 똑똑해지지 않는다면, 가진 사람들만이 더욱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더욱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이용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것 같은 검사와 판사 역시, 조직의 내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한국의 사회적 구조의 현실의 한계를 크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일주일 전에 읽을 때만 해도, 안개 속에 쌓인 법조계 내의 안쓰러운 분위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법계의 현실을 조망해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글을 마무리 하려 했었다. 가장 격동적인 정치적 사건 속에서,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순간에 글을 쓰려니, 글이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개혁하는 일밖에 방법이 없다. 가장 검찰과 법조계에 개혁적이였던 정치적 인물이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생을 버린 이 때,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망연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깃털 하나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의 리뷰을 써야하는 지금,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 정치적 사건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누군가를 추모하려는 작은 분향소 설치까지도 못하는 현실, 누군가를 추모하는 가장 사소한 일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건의 의미를 절감한다. 책을 읽을 때에 느끼던 아이러니가, 책에 대한 느낌을 적는 이 순간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젊은 시절 저자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상들이 현실에서는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우리에게 체험된다는 말을, 분향소 사건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힘들고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유머이다. 가볍되 가볍지 않았던 저자의 글을 읽으며, 살며시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여유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 팍팍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웃음의 여유를 찾아서...
 
 
  현재를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 속, 깃털처럼 가볍지만, 코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간지럼처럼 인생의 사소함 속에 묻어있는 작은 즐거움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한 살이라도 나이들어 먹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나이'에 대한 논쟁과, '술버릇', '패랭이 꽃에서 발견하는 인생의 지혜', '고독에 관한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을 웃음 가득 느낄 수 있게 하는 저자의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부모님께 듣는 잔소리처럼 뻔한 이야기가, 소탈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함과 곤란함, '사인을 받으려는 민망한 상황에서의 요청', '희귀한 성'에 대한 에피소드 등 가볍게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슬픔이던지, 기쁨이던지 이야기에 몰입해서 시간을 잊을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는 건 독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딴 사람을 사랑하면 인정하는 게 도리잖아"라는 저자의 막내아들 제제의 순정에 감동하기도 하고,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여유롭게 사는 '낙장불입' 시인과 버들치 시인과의 에피소드를 보며, 자유로운 삶에 대해 생각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들보 사이로 보이는 너무 많은 티끌들', 타인을 흉을 보는 문화 등 저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사회의 일상이 깃털처럼 가벼운 소소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  가벼운 일상 속에 숨어있는 소중한 지혜.
  
  
  가볍게 이야기를 읽다보면, 삶의 소중한 지혜와 대면하게 된다. 걱정의 80프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이겨내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독은 스스로 고독하지 않아야 사라지는 이상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에피소드와 함께 쿨하게 다가온다. 젠체하지 않는, 소탈한 화법이 도덕교과서에 잘 등장하는 지혜를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바꾸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얻을 기회를 준다.
 
  8개월간 이런저런 이유로 운전면허의 마지막 코스인 도로주행을 미뤄왔었다. 무엇보다 운전은 나 혼자만 잘해서 안되는 일이기에, 운전하다 당황해서 옆에 있는 강사까지 피해를 주면 어떻하냐는 두려움이 강했었는데, 『스타트 신드롬』이라는 책과 깃털에 나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톱질소리'의 신부님 에피소드를 읽으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꼭 저자의 글이 있어서, 도전하기를 결심한 건 아니지만, 마음을 굳게 먹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단한 진리도, 박장대소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은 아니다. 가볍게 일상을 돌아보고, 가볍지만 생각하기에 가볍지 않은 인생의 작은 지혜와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카페에서 매력적인 털털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좋아하는 차와 함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장소에서 읽으면 여유로운 마음일 때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연애. 그 이유는?
 
 
  살아가며,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는 마음들이 많아진다.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순수한 행동들 속의 여린 마음, 작은 미소, 작은 행동들은 복잡한 관계들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마음 속 시냇물 옆 작은 풀꽃처럼 숨쉬고 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타인의 작은 몸짓과 언행에, 자신의 표정과 마음이 변해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나친 소유욕과 마음이 앞서,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끝난 아픈 사랑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짝사랑, 모두 사랑은 인간을 좀 더 성숙하게 만든다 생각한다.
 
  행복한 연애기간에는 사진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생각한다. 서로에게 빠져있던 그 순간들은 사진을 보지 않아도 연일을 보며 행복한 기분과 감사한 마음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그 순간의 설레임을 떠올리기 좋은 사진, 연애 사진이라는 제목을 보며 작가가 지나가 버린 첫사랑의 이야기를 하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떠나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들, 자신의 컴플렉스를 부끄러워하는 짝사랑에 빠진 남자아이와 그런 아이를 사랑하는 여자아이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이다. 순수와 낭만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이런 소설을 만날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상식의 잣대로 인정할 수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안내원이 되어 어린 시절의 풋풋한 마음이 숨어있던 곳으로 이끈다.
 
 
#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있던, 사랑의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다.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고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들킬까봐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일이 힘겨운 마코토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모와 지성을 갖춘 미유키를 짝사랑한다. 사진찍는 일을 좋아하는 그는 차가 끊이지 않는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손을 들고 서 있는 작고 가벼운, 콧물을 흘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꼬마아이같은 용모의 시즈루를 만난다. 다른 횡단보도를 알려주고 돌아서며 찍은 한 장의 사진, 그 사진은 그가 그녀를 찍었던 858장의 사진의 첫번째 사진이다. 정원에서 모이주기, 작은 도너츠 등 작은 에피소드 등이 겹쳐가며 그들은 친한 친구가 된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시즈루의 마음을 알지만 그는 미유키를 좋아하는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시즈루에게 사진찍는 일을 가르쳐주고, 집에서 쫓겨난 그와 동거생활을 하면서 그들은 조금씩 깊어지게 되는데...
 
  미유키의 주변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오만한 성격의 시라하마, 섬세한 성격의 세키구치, 그런 세키구치를 좋아하는 섬세한 성격의 사키, 생기를 잃어버린 야채처럼 무기력한 유카까지 캠퍼스 내에서 서로에게 화살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그들의 청춘시절을 보다보면,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살던, 사랑의 작은 흔적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을 때의 설레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저버릴 수 밖에 없는 마음 등 다양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진행하고 있었다.
 
  행복했던 순간은, 몰입을 한 이후에 느끼는 '과거형'의 감정이라는 말처럼, 마코토와 시즈루는 친구처럼 투닥거리며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그 아름답던 순간들은 누군가 떠난 이후 절실하게 다가온다.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머물대다 놓쳐버리는 사랑의 안타까움, 신이라면 미래를 알 수 있기에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때인지 타이밍을 알았겠지만, 인간은 늘 현재에 살기에, 지나간 후에야 그때가 좋았다는 걸 알게된다.
 
 
  "정말 즐거웠어요.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워서, 그녀와 함께 지내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서, 거기에 끝이 있으리라는 건 생각도 못하고 이렇게 그녀를 잃어버리다니, 나는 정말......"
 
  "다들 그래, 다들 그렇다니까"
 
  "그래도 내내 생각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어."

 
 
  누구든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주인공의 말에 공감한다. 사랑이 끝난 후, 다시 함께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아무 마음없이 그냥 무채색으로 일상을 사는 것보다 더욱 아름답고 의미있는 삶이라 믿는다. 무기력한 일상이,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뀔 수 있는 놀라운 힘,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마음쓰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겨진다는 점을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아기자기한 동화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메마른 일상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가슴 속 작은 연애세포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되어버리면, 초등학생처럼 행동할 수 없다. 이미 그 때가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을 할 때에는 초등학생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타인의 호의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는 그 마음, 바보 같은 짓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그 마음이,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닌, 세상의 많은 감정을 겪어낸 어른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대학생이지만, 초등학생의 마음을 잊지 않은 주인공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왜 추천했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