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연애. 그 이유는?
 
 
  살아가며,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는 마음들이 많아진다.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순수한 행동들 속의 여린 마음, 작은 미소, 작은 행동들은 복잡한 관계들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마음 속 시냇물 옆 작은 풀꽃처럼 숨쉬고 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타인의 작은 몸짓과 언행에, 자신의 표정과 마음이 변해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나친 소유욕과 마음이 앞서,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끝난 아픈 사랑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짝사랑, 모두 사랑은 인간을 좀 더 성숙하게 만든다 생각한다.
 
  행복한 연애기간에는 사진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생각한다. 서로에게 빠져있던 그 순간들은 사진을 보지 않아도 연일을 보며 행복한 기분과 감사한 마음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그 순간의 설레임을 떠올리기 좋은 사진, 연애 사진이라는 제목을 보며 작가가 지나가 버린 첫사랑의 이야기를 하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떠나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들, 자신의 컴플렉스를 부끄러워하는 짝사랑에 빠진 남자아이와 그런 아이를 사랑하는 여자아이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이다. 순수와 낭만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이런 소설을 만날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상식의 잣대로 인정할 수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안내원이 되어 어린 시절의 풋풋한 마음이 숨어있던 곳으로 이끈다.
 
 
#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있던, 사랑의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다.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고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들킬까봐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일이 힘겨운 마코토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모와 지성을 갖춘 미유키를 짝사랑한다. 사진찍는 일을 좋아하는 그는 차가 끊이지 않는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손을 들고 서 있는 작고 가벼운, 콧물을 흘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꼬마아이같은 용모의 시즈루를 만난다. 다른 횡단보도를 알려주고 돌아서며 찍은 한 장의 사진, 그 사진은 그가 그녀를 찍었던 858장의 사진의 첫번째 사진이다. 정원에서 모이주기, 작은 도너츠 등 작은 에피소드 등이 겹쳐가며 그들은 친한 친구가 된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시즈루의 마음을 알지만 그는 미유키를 좋아하는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시즈루에게 사진찍는 일을 가르쳐주고, 집에서 쫓겨난 그와 동거생활을 하면서 그들은 조금씩 깊어지게 되는데...
 
  미유키의 주변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오만한 성격의 시라하마, 섬세한 성격의 세키구치, 그런 세키구치를 좋아하는 섬세한 성격의 사키, 생기를 잃어버린 야채처럼 무기력한 유카까지 캠퍼스 내에서 서로에게 화살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그들의 청춘시절을 보다보면, 현실과 타협하며 잊고 살던, 사랑의 작은 흔적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을 때의 설레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저버릴 수 밖에 없는 마음 등 다양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진행하고 있었다.
 
  행복했던 순간은, 몰입을 한 이후에 느끼는 '과거형'의 감정이라는 말처럼, 마코토와 시즈루는 친구처럼 투닥거리며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그 아름답던 순간들은 누군가 떠난 이후 절실하게 다가온다.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머물대다 놓쳐버리는 사랑의 안타까움, 신이라면 미래를 알 수 있기에 어느 때가 가장 좋은 때인지 타이밍을 알았겠지만, 인간은 늘 현재에 살기에, 지나간 후에야 그때가 좋았다는 걸 알게된다.
 
 
  "정말 즐거웠어요.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워서, 그녀와 함께 지내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서, 거기에 끝이 있으리라는 건 생각도 못하고 이렇게 그녀를 잃어버리다니, 나는 정말......"
 
  "다들 그래, 다들 그렇다니까"
 
  "그래도 내내 생각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어."

 
 
  누구든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주인공의 말에 공감한다. 사랑이 끝난 후, 다시 함께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아무 마음없이 그냥 무채색으로 일상을 사는 것보다 더욱 아름답고 의미있는 삶이라 믿는다. 무기력한 일상이,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뀔 수 있는 놀라운 힘,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마음쓰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겨진다는 점을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아기자기한 동화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메마른 일상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가슴 속 작은 연애세포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되어버리면, 초등학생처럼 행동할 수 없다. 이미 그 때가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을 할 때에는 초등학생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타인의 호의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는 그 마음, 바보 같은 짓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그 마음이,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닌, 세상의 많은 감정을 겪어낸 어른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대학생이지만, 초등학생의 마음을 잊지 않은 주인공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왜 추천했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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