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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마리오 베네데티 지음, 김현균 옮김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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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선물
홍순미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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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문학- 철학이 사랑한 사진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사진가들
이광수 지음 / 알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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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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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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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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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선 결과가 나오고 며칠을 답답한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주변에 징징대다가 혼자 한숨 쉬다가 결국 할 말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글쎄요.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답답함이 좀 덜 했을까?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 할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답답했고 힘들었습니다. 

그 후, 어쩌다가 박노자의 책을 꺼내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일종의 선언이 유혹적이었는지도요. 국가에 대한 원망, 존재 이유와 국가 기동 원리에 대한 회의 같은 것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나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는 게 지금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국가폭력을 비판함과 동시에, 우리는 통상적으로 국가에 너무나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우리가 강력하게 요구만 하면 국가가 비정규직 양산을 정지시킬 것이고, 반값 등록금 실천부터 시작해서 기초적인 복지망을 구축, 확대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31~32쪽 


국가는 과연 우리를 위한 조직일까요?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선의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이성적 합의체일까요? 

새로운 질문은 아닙니다. 
얼마 전 친구와 이 질문에 대해 짧은 토론을 벌였었죠. 친구는 '역사는 발전하고 있고 사회체제는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어요. 그런데 그 말이 저에게는 얼마나 '낭만적'으로 들렸는지 모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이 사회에 나타나는 몇 가지 징후들. 맑은 눈으로 그 징후들을 직시하고도 '합리적인 국가론'에 대해 주장할 수 있을까요? 


오늘자 뉴스 몇 꼭지를 담았습니다. 
합리적인 국가가 기능하고 있다고 믿기 힘든 징후들. 매일 보도되고 너무 많이 보도되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이 뉴스들의 무게감이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이 찰나의 사건들이 모두 발전적으로 해결되고 있나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가 합리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있나요? 아닌 것 같습니다. 


박노자는 일관되게 국가 체제가 기득권, 지배계층을 위해 작동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한 역사적 근거들이 함께 담겨 있는데요. 지배계층의 '사무총국'으로서 국가를 명명하는 근거로 전쟁과 종교, 문화 영역까지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을 통해 국가(지배계층)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았고,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국가는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정의로운 전쟁' 운운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국가의 이득이 있으니 전쟁을 합니다. 전쟁에 동원되는 건 힘없는 피지배계층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가 개죽음(!) 당하느니 가족들과 함께 안전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국가는 그런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세뇌시킵니다. 전쟁영화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이야기를 담아 희생하는 개인을 순결한 영웅으로 만들어 대중을 호도합니다. 종교인들도 거들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으로 국가는 유지됩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국가의 지배계층이 안정적으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카르텔은 이제 너무나 공고합니다.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는 이상 국가 스스로 어떤 선의를 발휘하여 자연스럽게 권력을 이양하거나 나누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낭만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제 원망스러울 지경입니다. 

이제 저에게는 개개인의 희생에 기대, 그야말로 역사에 무임승차한 우리 세대가 뒷세대에게 남겨줄 유산은 무엇이냐. 이런 질문이 남게 되었습니다. 

2013년 해가 밝았고, 앞으로 더 많은 분노의 나날이 되겠지요. 
부디 강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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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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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어린 시절-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불평등의 대물림
아네트 라루 지음, 박상은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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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Book] 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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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 돈이 누구 뱃속으로 들어가는지 생각하면 뱃속이 뒤집히는 기분입니다. 화려한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지는 씁쓸함도 비슷합니다. 스캔들에 휘말려 몇 년 간 방송활동을 하지 않다가 토크쇼에 나타난 스타(이 호칭도 쓰기 싫습니다)가 그간 겪어야 했던 생활고에 대해 늘어놓고 있는 꼴을 보노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혼자 중얼거리게 마련입니다. 


대중매체, 혹은 대중문화에 대한 이런 염증을 주변에 이야기라도 하는 날엔 돌연 괴짜가 돼 버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아버지는 늘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사람들을 쉽게 현혹하는 대중문화에 욕조차 퍼붓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다, 고 생각하는 수밖에요. 


그런 제가, <템테이션>을 읽고 난 소회는. 뻔 하죠 뭐. 




작가 지망생으로 살던 비루한 무명시절, 생활고로 비롯된 부부갈등, 마침내 성공, 화려한 할리우드의 삶, 할리우드 자본 끝판왕과의 만남, 뜻밖의 위기...

이런 줄거리만 봐도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에 응하듯 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빠른 대화로 이야기를 끕니다. 현실성 높은 상황 묘사도 한 몫 단단히 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덕분에 멈출 줄 모르고 책을 읽었네요.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이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주인공은 처음부터 "늘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솔직히 밝힙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화려한 삶을 택한 자신에 자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늘 부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주변을, 또 독자를 이해시킵니다. 좀 열 받긴 하지만 차라리 솔직하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게 "로스엔젤레스의 무자비한 현실성(431쪽)"이니까요. 그리고 자본주의에 빠져있는 전 세계 대부분 사람들의 욕망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을 이루지 못하죠.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121쪽


남들이 보기에 '꿈(욕망)을 이뤘다'고 할 만한 사람도 끝내 욕망을 이루지 못합니다. 욕망이 욕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대중문화이며 자본이겠죠. 소설 속에는 욕망 권하는 거대한 조직의 실체가 아주 자세하고 다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연예계를 가깝게 경험하기 힘든 우리 일반 사람에게는 적당히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사실 그 욕망이라는 것에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가 또는 TV를 보다가 욕을 퍼부을지언정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별 다를 수 있겠습니까?(우울하네요, 갑자기.) 다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책을 읽다가 이 세계가 놀랍도록 사람들에게 욕망을 권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욕망에 짓눌려 죽어버릴 지경인데, 내가 상상도 못하는 또 다른 욕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싫어집니다.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446쪽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냐? 

또 이런 생각에 빠집니다. 



나는 정말로 바비를 좋아했다. 과시적인 자기 홍보, 능글능글한 태도, 그런 것들이 바비의 전부인 듯해도 나는 그 너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비도 무관심한 이 세상에서 자기 흔적을 남기려 애쓰며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사람이었다. -59쪽


플렉 같은 부자가 월세를 지불할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걱정하는 기분, 전화요금 낼 돈도 없어 노심초사하는 기분, 출시된지 10년도 넘은 차에 기어가 잘 들어가지 않아도 수리비가 없어 그냥 타고 다녀야 하는 기분이 어떤지 알기나 할까? -133쪽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어차피 그런 동네다. -4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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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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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주말을 보내고 마음껏 늦잠을 자다 일어난 일요일 오전, 또는 오후.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거실 바닥에 누워 TV를 켜면 기다렸다는 듯 영화 프로그램이 나옵니다. 희한하죠. 거의 비슷합니다. 아무리 다른 채널을 찾아보려 해도 볼 만 한 것은 없고, 아무리 더 잠을 자보려 해도 잠은 오지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저는 꼬박 그 영화 채널을 다 보고야 맙니다. 


의외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재미있습니다. 짧은 소개 따위로 이미 영화 한 편을 다 본 것 같고요, 어쩌면 남들 앞에서 알은 체를 할 수 있는 알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꼭 봐야 할 영화 목록'에 차곡차곡 영화를 쌓기도 하지요.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읽으면서 그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떠올린 것은 저뿐인가요? 




독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습니다. 짧은 이야기는 꽤 강렬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제목과 작가를 기억하기에도 좋습니다. 이 책이 아니라면 애써 찾아서 읽지 않았을 법한 작가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알은 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우선, 표제작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단연 제 마음을 끄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스타일(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만은)이 잘 녹아있는 소설이에요. 주인공 사색이 나름대로 귀엽고 재미있어서 자꾸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는 날카롭게 질문하려고 했지만, 그게 종종 생각대로 잘 안 된다. 한두 시간쯤 여유를 주면 나도 박스 커터만큼 날카로워질 수 있는데, 가끔 이런 즉흥적인 상황에서는 생각처럼 능숙하게 되질 않는다. -12쪽, <안 그러면 아비규환>


설정도 아주 흥미로워서 단편으로 끝나기엔 아쉽다, 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좀 더 보여줘!' 싶은 편집이나 마무리를 보는 기분이었을까요. 그래서 마사와는 어떻게 지냈을까나? 자꾸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늦은 밤에 혼자 있는 집에서 읽었는데, 혹시 이렇게는 절대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군요. 하얀 병원에 대비되는 빨간 핏자국이 꿈에 나타날까 무섭습니다.(그렇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꼭 그렇게 읽고 싶은 법이죠. 하하.)

무엇보다 꼭 찾아서 읽고 싶은 작가에 '마이클 크라이튼'을 넣게 되었으니 제게는 큰 소득이 아닌가 합니다. 


그제야 기분이 좀 나아졌다. -367쪽,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아. 다시 생각해도 무시무시하군요. 




그 외에도, 

<소금후추통 살인사건>이나 <앨버틴 노트>는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전자는 소금과 후추에 관한 재미있는 철학을 갖게 하는 신선한 시선이 있고요, 

후자는 아주 잘 짜인 미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현실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매 년 생일이 찾아오고 그 때마다 새롭게 축하하는 것처럼, 

일정한 때를 정해서 이 책을 반복해 읽어보면 어떨까. 그것은 분명 생일잔치를 매번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저만의 확신입니다. 





도대체 누가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싶어 하는데? (...)미리 알아버리면 할 얘기가 없어지니까. (...)특히 금방 일어날 일에 관한 얘기할 때는 논쟁이나 바보 같은 농담을 즐긴다. 누가 와서 한 방에 정리해버리면 싫어한다. 원래 그렇다. -23쪽, <안 그러면 아비규환>


어머니는 사진기 앞에서는 항상 웃었다. 그리고 셔터 소리가 찰칵 나자마자 다시 무표정해졌다. -359쪽,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그 얘기를 내가 다 다시 꺼낼 필요는 없겠지. 뭔가 생각해보겠다면, 이제부터 모든 침묵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406쪽, <앨버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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