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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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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주말을 보내고 마음껏 늦잠을 자다 일어난 일요일 오전, 또는 오후.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거실 바닥에 누워 TV를 켜면 기다렸다는 듯 영화 프로그램이 나옵니다. 희한하죠. 거의 비슷합니다. 아무리 다른 채널을 찾아보려 해도 볼 만 한 것은 없고, 아무리 더 잠을 자보려 해도 잠은 오지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저는 꼬박 그 영화 채널을 다 보고야 맙니다. 


의외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재미있습니다. 짧은 소개 따위로 이미 영화 한 편을 다 본 것 같고요, 어쩌면 남들 앞에서 알은 체를 할 수 있는 알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꼭 봐야 할 영화 목록'에 차곡차곡 영화를 쌓기도 하지요.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읽으면서 그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떠올린 것은 저뿐인가요? 




독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습니다. 짧은 이야기는 꽤 강렬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제목과 작가를 기억하기에도 좋습니다. 이 책이 아니라면 애써 찾아서 읽지 않았을 법한 작가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알은 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우선, 표제작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단연 제 마음을 끄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스타일(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만은)이 잘 녹아있는 소설이에요. 주인공 사색이 나름대로 귀엽고 재미있어서 자꾸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는 날카롭게 질문하려고 했지만, 그게 종종 생각대로 잘 안 된다. 한두 시간쯤 여유를 주면 나도 박스 커터만큼 날카로워질 수 있는데, 가끔 이런 즉흥적인 상황에서는 생각처럼 능숙하게 되질 않는다. -12쪽, <안 그러면 아비규환>


설정도 아주 흥미로워서 단편으로 끝나기엔 아쉽다, 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좀 더 보여줘!' 싶은 편집이나 마무리를 보는 기분이었을까요. 그래서 마사와는 어떻게 지냈을까나? 자꾸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늦은 밤에 혼자 있는 집에서 읽었는데, 혹시 이렇게는 절대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군요. 하얀 병원에 대비되는 빨간 핏자국이 꿈에 나타날까 무섭습니다.(그렇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꼭 그렇게 읽고 싶은 법이죠. 하하.)

무엇보다 꼭 찾아서 읽고 싶은 작가에 '마이클 크라이튼'을 넣게 되었으니 제게는 큰 소득이 아닌가 합니다. 


그제야 기분이 좀 나아졌다. -367쪽,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아. 다시 생각해도 무시무시하군요. 




그 외에도, 

<소금후추통 살인사건>이나 <앨버틴 노트>는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전자는 소금과 후추에 관한 재미있는 철학을 갖게 하는 신선한 시선이 있고요, 

후자는 아주 잘 짜인 미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현실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매 년 생일이 찾아오고 그 때마다 새롭게 축하하는 것처럼, 

일정한 때를 정해서 이 책을 반복해 읽어보면 어떨까. 그것은 분명 생일잔치를 매번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저만의 확신입니다. 





도대체 누가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싶어 하는데? (...)미리 알아버리면 할 얘기가 없어지니까. (...)특히 금방 일어날 일에 관한 얘기할 때는 논쟁이나 바보 같은 농담을 즐긴다. 누가 와서 한 방에 정리해버리면 싫어한다. 원래 그렇다. -23쪽, <안 그러면 아비규환>


어머니는 사진기 앞에서는 항상 웃었다. 그리고 셔터 소리가 찰칵 나자마자 다시 무표정해졌다. -359쪽,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그 얘기를 내가 다 다시 꺼낼 필요는 없겠지. 뭔가 생각해보겠다면, 이제부터 모든 침묵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406쪽, <앨버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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