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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뿔 1
고광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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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4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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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2012년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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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인터넷- 표현의 자유인가? 프라이버시 침해인가?
솔 레브모어 외 엮음, 김상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2년 10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2년 10월 09일에 저장
절판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2년 10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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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가 단순하던 시절, 

저는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마음은 없다고 믿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했고요, 편지로 마음을 자주 전했습니다. 마음이 글보다 단순한 세계에 살 던 때. 그 시간은 금세 지나갔습니다. 

여전히 세상을 다 알지 못한 저는,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들은 알아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진심이 통한다. 아름다운 환상입니다. 


과연 다른 이에게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요. 

이심전심(以心傳心)은 환상에 불과하다, 고 믿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 이 믿음이 언젠가 부서지기를 바라면서요.)


만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챌 수 있었다면, 

이 이야기들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카밀라와 지은, 엄마와 진남에 얽힌 이야기의 제목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인 것, 참 의미심장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심연, 바다, 바다의 흔들림, 파도... 이런 잔상들을 함께 연상할 수 있거든요. 어려서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카밀라의 삶 역시 제목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짐작하게 하고요. 


삶은 의외의 지점에서 새로운 길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그 지점이 새로운 길로 가는 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조차 시간이 지나야 알아챌 수 있지요. 삶은 늘 그런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카밀라가 유이치를 만나고, 글을 쓰고, 낳아준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지요. 

그리고 카밀라는 진실을 향해 나아갑니다. 진실

만일 영화에서라면 주인공은 꿋꿋하게 진실을 향한 열망을 가지고 가겠지만, 카밀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두려워하면서 한 걸음 힘겹게 내딛어요. 마치 우리의 그것처럼. 


하찮은 사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상식적 세계 전체와 맞서야만 하는 순간도 찾아오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50쪽


너라는 존재를 바꿔버려도 좋을 만큼 그 점들은 중요한가? 필연적인가? 진실은 과연 그토록 중요한가? -203쪽


그리고 주인공이 알게 된, 알아야 했던 진실은 그녀가 감당하기엔 지나친 것들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새로운 위치에서 생각해야 하는 사건들이 고구마처럼 달려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 매료된 건 그 때문입니다. 

짐작할 수 없는 감정을 짐작하게 해주는 작품이거든요. 사람 사이의 간극이랄까 한 사람의 깊은 내면이랄까 하는 것들이 짐작할 수 있는 언어들로 짐작하기 힘든 마음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놀라운 책이지요. 놀라운 글이고요. 이런 책을 만나면 저는 다시 환상에 빠지고 싶습니다. 혹, 이심전심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이 작품이 매력적인 점은 또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이 운명에 지배되는 인물이라는 점인데요. 좀 독특합니다. 흔한 주인공들과 다르죠. 운명을 개척한다거나 바꾼다거나 하는 일은 그리 일어나지 않습니다. 카밀라는 진실을 탐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이내 그 진실에 지배되거든요. 

이런 점은 다분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미래란 그리 존재하는 것 같지 않거든요. 구조에 압도되고 공간에 압도되는 것이 가녀린 한 인간이니까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285쪽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인 삶 안에서 인간은 운명에 지배되는 법이지요. 카밀라, 혹은 지은처럼. 




끝나지 않은 그들의, 우리의 이야기가 각자의 바람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나는 외로움 같은 것으로 에릭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14쪽


슬픔을 처리하는 일이라면 어려서부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이 상실감은 낯설기만 했다. -20쪽


뭔가 쓰는 순간, 되는 거지. -29쪽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34쪽


그 목소리가 번지고 또 번져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 엄마에게 반드시 가닿을 테니 엄마는 곧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70쪽


나는 인생의 불행이 외로움을 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불행은 불량한 십 대들처럼 언제나 여럿이 몰려다니죠. -82쪽


농부가 풍년을 기원하듯이, 두루미가 습지를 찾아가듯이, 이야기는 끝까지 들려지기를 갈망한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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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사람은 매일 변합니다.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있어 보여도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들을 보니 그 때와 지금의 나 역시 조금은 변했구나, 생각합니다. 올해가 가고 대통령이 바뀌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오겠지요(올까요?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 48%정도 믿고 있었는데...).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 깊이 깊이 생각합니다. 11기 서평단 마지막 추천 페이퍼를 쓰려니 감상적이군요. 





어쩌면 늘 이런 작품을 상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극단적인 설정, 치열한 탐구, 절대적 공포, 같은 것들. 일찍이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보여준 통제된 사회에 대한 공포가 떠오릅니다. 그 공포가 보다 더 먼 지점으로 치달으면 이 소설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은 한국영화에서도 종종 보았습니다. <악마를 보았다>라거나 <피에타> 같은 영화인데요. 사실 영화에서 조차 이런 설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 자체도 역시 '과하다'는 평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1970년대, 공산정권 아래 있었던 작가가 정권을 비판하려고 차용한 이 설정. 아주 기대가 됩니다.  






거르지 않은,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같은 언어로 쓰여진 소설. 찰나의 순간을 기가 막히게 그린 작품. 가을에는 그런 작품에 목마릅니다. 

번역을 거친 소설이나 다른 문화권의 감성을 가진 소설은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게 마련이에요. 소설을 읽을수록 같은 언어로 쓴 작품이 갖는 편안함과 불편함이 좋아집니다. 

잠시 김연수로 갈증을 달랬어요. 이제 하일지 소설을 읽을 차례가 됐습니다. 










거대한 욕망(돈, 자본주의) 앞에 개인의 가치관이나 믿음 따위는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개미 한 마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일부 집단 앞에 P세대는 노예처럼 끌려다닐뿐이지요. 

러시아나 멕시코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개미의 욕망과 좌절, 자본주의에 동화되는 하찮은 인생들.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하나하나의 삶은 그렇게 소비되고 말 겁니다. 이런 작가가 세상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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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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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확신'이란 것을 종종 합니다.(사실 굉장히 쉽게 하곤 하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가령, '나는 절대 바람피우지 않아'라고 자신 있게 말 하던 영화 속 남자 주인공(또는 여자 주인공)이 얼마나 쉽게 유혹에 굴복하는지요. 또는 '난 무조건 너를 믿어'라며 응원하던 친구가 배신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친한 후배는 "'절대'란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렇지 않습니까!?)


인간의 확신(신념이나 믿음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습니다)이 얼마나 허약한지 아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허약하기 때문에 지키려는 노력을 더욱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주인공 소피는 자신이 딛고 서 있는 세상이 아주 견고하다고 믿었을 겁니다. 

듬직한 아버지, 사랑하는 남편, 자신이 인정받고 있는 회사까지.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는 확실한 것들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소피 자신이 아주 작은 균열에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경계에 서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죠. 하기야 어느 누가 일상을 허약한 것으로 여기겠습니까?(그랬다가는 오히려 신경과민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겠군요.)


비극적이게도,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남자'의 미세한 공격에 소피의 일상은 모래성 무너지듯 허물어지고 맙니다. 


약속들, 사람과 사물들을 망각했고, 물건, 열쇠, 서류 등을 잃어버렸다가 우연히 다시 찾는 일이 반복되었으며, 몇 주 후에는 어처구니없는 장소에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 20쪽



그리고 발생하는 사건들. 평범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던 젊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들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주변 사람들이 죽고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져요.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욕망은 얼마나 강렬한지요! 여자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하고, 의외의 시도를 하죠. 이야기는 그녀를, 시간을, 독자를 흔들어 대면서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저자 피에르 르메트르는 독자가 어떤 이야기에 빨려 드는지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알렉스>도 정신없이 읽게 하더니 이 책,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는 엄청난 힘으로 독자를 유혹합니다.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는 단연 탁월합니다.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소피'가 되고, 또는 '프란츠'가 되어 긴장과 좌절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난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고, 눈에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문득 이 순간을 통해 내가 다른 사람이 되고 있다는 갑작스러운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그때까지 내가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든 일들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난 가까스로 그 일을 해냈지만, 그 일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그 아이와 함께 내 안의 무언가가 죽어버린 것이다. 내 안의 무언가...... 그것은 그때까지 내 안에 아직 살아 있던 어떤 아이였다. -256쪽





괜찮은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후련한 결말 덕분에 그리 찝찝하지 않게 책을 덮을 수 있거든요. 

단, 이 모든 것들이 절대로 일상에 일어나지 않을 꾸며낸 이야기라는 가정하에서 만요. 

(현실은 늘 더 충격적인 법이라;;) 





그녀는 그런 느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고약한 파리를 쫓듯 쫓아버리려 해도 그런 느낌은 집요하게 다시 돌아왔다. -18쪽


돌아올 가망이 없는 세계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사방이 위험투성이인 적대적인 세계. (...)이제 소피는 그 누구도 아닌 존재가 되리라. -56쪽


그는 홱 고개를 돌렸다. 소피의 머리가 보이지 않자 황급히 뛰어갔다. 거품이 붉게 물들었고, 소피의 몸은 욕조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소피!" -286쪽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고, 그녀를 가공하고, 조종하고, 인도하고, 정성껏 빚어온 결과, 지금 그녀가 그의 어머니 사라와 똑같은 얼굴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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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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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존재를 압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인간이 개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직장을 비롯한)사회가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요. 우리가 대통령 한 명을 뽑는데 이토록 거대한 에너지를 쏟아 붓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합니다. 개개인의 인권과 삶이 아무리 중요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 외쳐도 결국 구조 안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터무니없이 하찮아지는 거죠. 한 인간이라는 것은.


인권 신장의 역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조에 대한 예찬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슬프디 슬프도록, 지겹디 지겹도록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조 앞에 놓은 개인들의 처연한 삶이란.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214쪽



요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좀 지루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하기에 삶은 너무나 빠르고 바쁘거든요. 궁극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도 10분 이상 고민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사람답게 사는 것을 누군가는 '인간세상 역시 약육강식'이라고 설파하겠고요, 또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사는 거'라고 자조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작가는 중소기업에서 정리해고 당한 김영수(그 이름도 흔한 김영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독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면서, 평범하게 아빠노릇, 자식노릇, 남편노릇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요. 김영수 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9급 공무원이 되면 사람답게 살겠지, 돈을 많이 벌면 사람답게 살겠지, 동물로 살면 사람답게 살겠지. 


슬프고 화나는 이유는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삶이 대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도,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 음모를 꾸미지도, 남의 것을 모두 빼앗으려고 욕심 부리지도 않아요. 그저 이 사회에 두 발 딛고 설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구조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 편안하게 보호 받으며 사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요? 출발점이 다른 불공평한 달리기 시합에서 아무리 발바닥에 땀나게 달린다한들 제트기 타고 날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어요? 누가 감히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울한 질문을 우울하지 않게 풀어내는 건 이 소설의 장점입니다. 쉽지 않은 질문을 쉽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괴롭다가도 잔잔하게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이 소설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탈을 뒤집어쓰고 동물 흉내를 내지 않고도, 

인간 세상이 싫어 동물로 살겠다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도, 

인형 눈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지 않고도, 


얼마든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고,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한 구조의 사회를 꿈꿉니다. 이 상식적인 생각이 비상식이 되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벽 너머로 뛸까 말까 망설이는 초식동물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뛰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뛰면 서서히 죽는다. 차이는 그것뿐이었다. -68쪽


업무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 무대 같은 게 아니었다. / "궁금해서 물어봤어. 이런 건 신참들이 잘 알거든. 그나저나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였군, 그래." -116쪽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다. (...)그래서 인간으로 남고 싶었다. -183쪽


사람 구실 하겠다고 사람답게 사는 걸 포기한 나였어. 그러고 보면 사는 게 참 코미디지 싶어.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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