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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도서관을 많이 애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불만이 있다면 소위 잘 나가는 책은 어김없이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데 신작은 신청인부터 대여가 되고 내가 읽을 때 쯤엔 거의 헌 책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을 쫓는 아이>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두 권은 모두 그런 경우다. 두께도 상당하다. 너무 기다려서 일까 읽으려는 드는 순간 김이 빠져 결국 못 읽었다.
신작은 역시 아직 따듯한 기운이 있을 때 읽어야 그 느낌이 제대로 나온다는 나만의 법칙에 맞아 떨어졌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6년만에 나온 <그리고 산이 울렸다>(2013. 7 현대문학)은 이미 앞선 베스트가 된 두 권의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내게 제대로 된 감동을 맛보게 해 준 책이다.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는 어디에 있는 곳인지 지도를 찾아 보았다. 나라 이름보다 탈레반이나 테러라는 단어가 먼저 붙어 있는 나라, 한마디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위험이 있는 나라가 아닌가 선입견으로 뭉쳐진 나라로 각인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먼길을 떠나야 하는 아버지가 잠이 오지 않는 뒤척이는 남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마가 상징하는 이는 누군지 짐작만 하고 넘어갔는데 다 읽고 난 뒤 다시 읽었을 때 누군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생 파리가 좋아했던 깃털과 함께..
현재와 과거의 인물들의 등장이 뒤섞여 나온다. 동생 파리를 낳다가 죽은 엄마 대신 새어머니 파르와나의 이야기, 카불에 일하러 갔다가 주인공 두 남매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나비 삼촌과 주인 와다티의 이야기, 그들이 모두 떠난 뒤 카불에 살 게 된 , 구호를 위해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모두 뒤엉켜 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도대체 두 남매는 언제 다시 만날까였는데 그 두 남매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에 묻혀 버렸다. 동생 파리는 양어머니인줄 모르고 프랑스에서 살았고 ,오빠 압둘라는 미국에서 각기 살다 다시 만난다. 그동안 그들의 나라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고 그들을 도우러 온 사람들이 겪어 낸 이야기가 그랬었군 하며 짐작할 따름이다.
떠난 이에게도 현재 아프카니스탄의 나라 상황을 묻는 사람들, 그들의 전쟁에 무기를 팔며 살아가는 아이러니, 부서진 건물과 도로를 재건하고 다친 이들을 돌보기 위해 먼길을 달려온 사람들 저마다의 입장에서 말하는 내용을 볼 때 나와 그들의 입장은 별로 다를 게가 없구나였다. 모두 이방인구나..
한때 고아 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이를 멀리 타국으로 보내 성장 한 뒤 고국을 찾은 많은 입양아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웃는 모습 뒤에 숨겨진 뼈아픈 아픔이 보인다. 그처럼 이책의 주인공 두 남매는 다시 만났을 때 울컥하게 되는 것은 그들 역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지게 되고 난 뒤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서로를 기억해 내지 못한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