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태퍼드 미스터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양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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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마음, 이게 묘하다.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질투하는 내 마음도 건강하게 여기고 남들이 질투한다고 하는 마음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다만 경계가 있어야 한다. 부러워하는 것, 부러워서 나도 그렇게 해 봐야지 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이 경계를 넘어서 시기하는 마음이 되어 버리면 아주 곤란하다. 아니, 곤란한 정도를 넘어서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이다. 나는 내가 이 경계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편한 마음으로 내 질투를 즐긴다.

 

이번 책에서는 작가가 늘 등장시키던 탐정을 고용하지 않았다. 완전히 낯선,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데 이건 이것대로 재미가 있다. 행여 푸아로 경감이나 마플 여사가 나오나 중반까지 기대하기도 했는데 아니어도 괜찮았다. 작가도 가끔 다른 분위기를 생각했을 것이다.

 

중심 소재는 질투다. 이게 정도를 넘어서면 무서워질 수 있다.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를 한창 볼 때도 이런 소재로 벌어지는 사건을 많이 만났다. 어려서의 질투심이 트라우마로 남아 어른이 된 뒤에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견딜 수 없어 질투심에 살인을 하는 행위 등 인간 사이의 위험한 관계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하는 소재였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해결이 되기 전까지 이런 배경이 전혀 나오지 않아 마지막에 더 극적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작가가 늘 관심을 갖고 다루고자 했다는 인간의 악한 본성들, 단지 재미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서 이만큼 오랜 세월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일 테다. 도덕이나 윤리 수업을 이런 책을 활용하면 어떨까, 괜히 짐작해 본다. (온라인 교육 시절이 되고 보니 집에서 책을 읽을 시간도 많을 텐데, 아니다, 도리어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만 더 많아지는 건가? 책읽기 수업은 더 멀어지는 건가? ... 중얼중얼) (y에서 옮김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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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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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혔다. 글의 고운 결도 잡혔고 결따라 포개놓은 작가의 생각도 내 힘 닿는 대로 찾아 읽었다. 애잔한 거리, 도달할 수 없는 그리움, 그것이 실제의 삶이든 소설 속 상상의 삶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먼 배경, 터키로 가서, 또 백 년 전으로 가서, 그때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과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의 삶을 굳이 비교하자는 것도 아닌데 비교가 되면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는 사람살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또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헤아려보게 한다. 후회하는 일 없도록, 미안해하는 일 없도록.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작가가 쓰는 시처럼 읽힐지도 모를 구절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했다. 소설 속에 시가 나오기는 했지만 내 기대에는 부족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찌 시를 기대하느냐고 나무란다고 한다면, 글쎄, 나는 여전히 이 작가의 시를 더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소설로 구현된다고 하던데, 이 작가가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소설 속에 담아보려고 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있었다. 작가의 체험과 상상을 글 속에서 내 식으로 구분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y에서 옮김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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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18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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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설정, 낯선 전개는 아니었으나 내 의식에 인상적이었나 보다. 읽고 난 뒤에 꿈을 꾸었다. 내가 호르몬을 제공받는 쪽이 아니라 제공하는 쪽으로. 지금의 내 나이와 상관없이 나는 호르몬을 주는 쪽에 더 이입했던 것일까? 어리지도 젊지도 않으면서 나는 나보다 더 가난한 청춘을 애틋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일까? 


꿈속에서 무서웠다. 내 목숨을 돈과 바꿔 나가야 한다는 전제가, 그렇게 이어야만 한다는 삶의 무게가. 살기 위해서 죽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인데. 꿈은 꿈이어서 순간의 공포만 남기고 곧 흩어졌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충격은 충격이었던 셈, 꿈에서 깬 뒤에도 괜히 뒤숭숭했다. 일상을 흔들 만큼은 못되어도 일상을 소중하게 되새겨볼 만큼은 되었다. 


이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 다른 소설책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봤을 수도 있는데, 내가 쓴 기록을 찾아 보면 작가의 이름을 새겼을 수도 있는데 지금 기억에는 없다. 더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또 나는 부자가 되고 있다.


책은 은행나무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이 시리즈, 욕심이 생긴다. 나는 방금 만난 내 탐욕에 몹시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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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날이야
김혜원 지음 / 고래뱃속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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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였다면, 모르면서 안 보이면서 다 알고 보이는 척 자만하는 어른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보고 안 보이면 솔직하게 궁금해 하는 아이였다면, 이 동화의 참맛을 훨씬 빨리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었을까? 아니, 이 또한 어른으로서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저에게 보이는 대로 볼 뿐, 남들보다 더 보겠노라는 욕심 따위 갖고 있지 않을 테니까.

투명하면서 파란 개가 나온다. 이 파란 개는 시우라는 아이를 따라다닌다. 그 곁에 갈색 개도 따라다닌다. 셋의 관계를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림보다 글에 더 매달린 탓인 것 같다. 누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그림책이 어째 불친절하다는 생각까지 하고 말았으니. 

파란 개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걸 알아채야 한다. 투명하다는 건 금방 알아봤는데, 왜 투명한 건지 금방 몰랐다는 건, 내 삶에서 투명하게 사라져간 반려동물이 없었기 때문일까. 새삼 알고 나니, 금방 먹먹해지고 만다. 시우는, 저 어린 시우는, 파란 개와 이별을 해야 할 텐데. 차도로 뛰어드는 갈색 개를 끌어안는 순간 이별과 만남이 바뀐다. 

멋진 날은 이렇게 온다. 오직 자연스러운 이별과 만남으로만 이어지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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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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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푸아로 경감도 마플 여사도 안 나오는 작품이다. 대신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아름다운 아가씨 앤 베딩펠드가 나와서 용의자를 쫓는다. 그것도 영국을 출발하는 배를 타고 남아프리카까지.

사건이나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나는 이 남아프리카 여행 일정에 재미를 더 느꼈다. 그 시대에 이런 형태의 배를 타고 이렇게 이렇게 탐험을 했더란 말이지. 다이아몬드를 찾겠다는 목적으로. 돈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찜 하면 그저 내 것이 되던 시절, 빼앗기는 쪽은 뺏기는 줄도 모른 채, 제국주의는 그렇게 실현되었더란 말이지. 지금도 어딘가에는 이렇게 탐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는 이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면 오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개인으로는 대체로 생이 마감되었을 시간이겠지만 가족 단위로 보면 후손이 살아 있을 정도인데, 선조가 그런 방식으로 얻은 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부자로 살고 있을 텐데, 영국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심지어 우리 역사에도 있을 텐데, 다이아몬드가 다른 대상으로 바뀌기만 했을 뿐, 빼앗아서 내 것으로 삼았던 어느 한 시절의 유산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되고 있는 것일 텐데...

앤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한다.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를 찾아가는 앤의 열정으로 작가의 열정까지 짐작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이런 방식으로 화려하게 겪어 볼 수 있는 것도 작가들의 능력일 테지. 나는 그저 편한 상태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의 소질은 없는 게 확실하고.

이제 정말 몇 권 안 남았다 싶다. (y에서 옮김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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