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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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익숙한 소재와 주제와 인물과 배경과 사건과 구성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아주 새롭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 제목의 '하쿠다'라는 말에 이끌려 빌려 본 책인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달픈 현실을 달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딱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괜찮았으면 싶은 마음을 위하여. 


다만 내게는 작가가 담아서 내보이려는 의도가 좀 넘치는 듯 느껴졌다. 책 한 권에 다 담으려는 성급한 면, 즉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흔한 문제점을 좀 많이 담으려고 했다고 해야 하나. 구성면에서 아쉬웠다. 사진관을 운영하는(운영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에피소드로 만들었더라면. 어수선하게 섞여 있는 것처럼 보여 선택과 집중의 묘미가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다. 


읽는 재미는 괜찮았다. 각각의 인물들이 고유한 사정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살아가려는 의지에도 응원하게 되었다. 응원이 정작 당사자에게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말로 마음으로 하는 응원은 도무지 힘이 못되는 시절인 것만 같아서.   


재능을 갖고 의지를 갖고 기다리고 있으면 좋은 인연과 좋은 날은 기어이 오게 되는 걸까. 소설이라서 희망을 품게 되지만 그만큼 현실은 아득하기만 하다. 사진관 운영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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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2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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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게 날마다 반복되고 있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잊고 사는 날들. 잊어도 잊혀져도 부담스럽지 않을 그 평온과 안락과 여유가 바로 행복일 것이다. 작고 일상적인 행복. 이 만화 속 일상처럼.


그래서 같은 주제, 같은 그림인데도 질리지 않는 것이 아닐지. 어제 밥 먹고 오늘 또 밥 먹는 일처럼, 어제 자고 오늘 또 자는 달콤한 쉼처럼, 어제 만나 투닥거리고 잠시 잊었다가 오늘 만나 또 투닥거려도 내일 다시 만날 것을 알아 마음 놓는 좋은 사람처럼, 특별한 것이 아니어서 더 고마운 일상과 행복.


우리 사는 일에 가슴 터질 듯한 벅찬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일생에 만남 몇 번, 사건 몇 번 정도여야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매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런 우연이 반복되기라도 한다면 못 살 것 같다.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일, 현실은 좀 시시하고 따분하고 그날이 그날 같고 저에게는 기막힐 일이라도 남이 보기에는 그다지 큰 일이지 않을 그런 일들의 연속선에서 이루어지는,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을 평범의 일상. 그러니 그러한 일상을 의식적으로 짚어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축복된 삶이리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만화는 앞서 읽은 책의 느낌 그대로 단순하고 경쾌하다. 제목만큼이나 평범하다. 그래서 보고 있기가 좋다. 치에코도 사쿠짱도 참으로 평범한 인물들이고.


먹는 것에 꽤나 큰 기쁨을 드러내고 있는 만화다. 그렇지, 산다는 것이 결국에는 하루 3번 밥 먹는 일일 테니까. 지금 내가 차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모든 조건, 내 일상에 고마움의 뜻을 남긴다. (y에서 옮김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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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ㅣ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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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6권을 모두 사 놓고 처음으로 잡은 책.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5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여성 작가가 탐구하는 여성의 심리.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바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대작가는 그들끼리 통하는 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비슷해지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여자의 속마음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읽는 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두근두근하게 하는 걸까, 이 소설에서는 어떤 반전을 가져오려는 걸까. 결국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제야 스멀스멀 섬뜩해졌다.


사람, 안 변하는 거다. 변하려고 할 수는 있었겠으나 결국은 본성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것. 변하려고 애쓰는 그 과정이 삶의 모습인 것일 테지.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려고 한다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이려고 할 때 기울이는 노력들.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오래오래 애를 써 보았던 것 같으나 결국은 도로 다 접고 내 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평온해졌던지. 학교 생활, 직장 생활 다 끝내고 난 뒤 이제야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본성을 이기는 노력도 삶에서는 짐이 되는 셈이다. 저마다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다를 뿐. 


조앤은 조앤이었다. 조앤 같은 사람을 더러 보았다. 내 안에도 조앤의 어떤 면이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있을 악의. 나쁜 마음이라기보다는 악한 마음이라고 할 것 말이다. 둘의 차이라면? 나쁜 마음은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악한 마음은 죽기 전에는 없앨 수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범죄 추리 소설을 자꾸 읽다 보면 이 악의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범죄 소설이 아닌데도 악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악의가 있지 않을까. 이 마음을 어느 정도 발휘하고 사는가 호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사는가에 따라 인간성이 달라지는 것이고.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라서 공감하는 어떤 부분은 놀랍고 난처하다. 특히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기거나 숨기고 싶은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경우, 마치 나의 약점이나 단점을 감추려고 했던 게 들키기라도 한 것마냥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한다. 조앤처럼, 나도 그러곤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하겠고. 그럼에도 조앤에게는 어떤 동정도 연민도 가질 수 없으니,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내 약점을 보는 듯한 기분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니 그런 걸까?    


이제 남은 5권에서 나는 어떤 나와 마주하게 될까.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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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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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기억력도 관찰력도 없는 나로서는 퍽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뭐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화도 안 나고 따로 절망스럽지도 않고, 그래, '바로 이런 게 나의 소소한 행복이지.'라고 받아들이는 자신을 본다. 흠, 꽤 많이 너그러워졌단 말이야.  


제목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니 의심이 살짝이라도 들었다면 주문하기 전에 확인을 했을 것이다. 작가가 새 만화를 낸 줄로만 알았지. 이전에 나온 책을 출판사가 바뀌었다고 새로 낸 것처럼 등장할 줄 알았나. 책을 받고 4장까지 읽다가 아무래도 본 듯한, 그제서야 치에코 씨의 남편의 직업이 구두 수선공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던 나를 확인하는 순간의 당황스러움. 마스다 미리의 책이 있는 책장으로 갔다. 1권부터 4권까지 나란히 꽂혀 있는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이라니.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본다. 흐흐. 이건 참, 책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 이름만 다르고 겉부터 속까지 똑같다. 이렇게 된 바에야 한번 더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속을 펼쳐 본다. 정말로 세세한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으니까. 신기하게도 치에코 씨 부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알콩달콩이다. 내가 나한테 무안해서 옛 책의 리뷰를 찾아 읽지도 못하겠다. 


이런 이벤트, 이 환한 봄날에 선물처럼 받은 것으로 여기겠다. 2권, 3권, 4권은 더 안 사지 않겠는가. (y에서 옮김20210409)  


만화책의 묘미는 우선 그림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인가, 내가 빠져드는 그림인가. 일반적으로 잘 그렸다는 평가말고, 오로지 내 기준으로만 받아들이는 그림.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글과 작가의 생각. 괜찮았다, 이 작가의 그림과 글.


행복이 거창하고 거대한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안정,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과 존중, 그 이상이 필요 없는 감정이리라. 이 만화에 등장하는 치에코와 사쿠짱은 그 속에 있는 짝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서로의 내일을 기대하고 도와주는 주인공들. 부러울 만한 관계. 


그림이 화려하지 않아서, 단순하고 소박해서 좋다. 이렇게 편하고 간단해 보이게 그려도 팬이 생길 수 있구나.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은 단순한 매력. (y에서 옮김201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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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나를 깨운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90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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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는 시집을 또 샀다. 무엇보다 내 리뷰가 없었고, 읽었다는 기억은 당연히 없고, 그런데 이 시인의 시집을 갖고 싶기는 하고, 사고 다시 보니 이미 책장에 있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가수의 시디를 여러 장 산다고도 하던데, 이참에 나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기로 한다. 고작 시집 두 권이라 민망한 마음도 들지만.


리뷰는 없어도 시집은 있으니 오래 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새로 구한 시집으로 새로 읽는다. 시집의 장점 중 하나가 거듭 읽어도 거듭 새로워진다는 것. 제목처럼 슬플 때는 더더욱.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하찮은 슬픔 몇 조각이 나를 좀 깨워 주기를 감히 바라면서.


시집 초판본은 1990년. 책장에 꽂혀 있는 시집이 초판본이다. 이번에 내가 산 것은 2023년판. 모르고 있다가 숨어 있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그래, 그때 내가 이 시집을 샀구나, 삭막하기만 했던 젊은 어느 날이었을 텐데.



오랜 시간을 건너 새로 읽는 시들은 썩 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의 어떤 감정도 건들이지 않았다. 슬픔도 평온함도 무너짐까지도. 이런 날도, 이런 시집도, 이런 생도 있는 것이다.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지 않겠나.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 P17

홀연히 너를 만나도 좋겠는데
무연하기만 해라, 우리는.
나는 콧노래를 부른다.
거울을 향해 걷는 듯
끊임없이 나인 듯한 것들이
마주 걸어와
나를 투과한다. - P52

햇빛이 오래 앉았다 간 자리
바람이 오래 만지작거린 하늘 - P60

어디로 갈까, 보고 싶은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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