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ㅣ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6권을 모두 사 놓고 처음으로 잡은 책.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5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여성 작가가 탐구하는 여성의 심리.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바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대작가는 그들끼리 통하는 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비슷해지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여자의 속마음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읽는 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두근두근하게 하는 걸까, 이 소설에서는 어떤 반전을 가져오려는 걸까. 결국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제야 스멀스멀 섬뜩해졌다.


사람, 안 변하는 거다. 변하려고 할 수는 있었겠으나 결국은 본성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것. 변하려고 애쓰는 그 과정이 삶의 모습인 것일 테지.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려고 한다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이려고 할 때 기울이는 노력들.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오래오래 애를 써 보았던 것 같으나 결국은 도로 다 접고 내 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평온해졌던지. 학교 생활, 직장 생활 다 끝내고 난 뒤 이제야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본성을 이기는 노력도 삶에서는 짐이 되는 셈이다. 저마다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다를 뿐. 


조앤은 조앤이었다. 조앤 같은 사람을 더러 보았다. 내 안에도 조앤의 어떤 면이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있을 악의. 나쁜 마음이라기보다는 악한 마음이라고 할 것 말이다. 둘의 차이라면? 나쁜 마음은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악한 마음은 죽기 전에는 없앨 수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범죄 추리 소설을 자꾸 읽다 보면 이 악의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범죄 소설이 아닌데도 악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악의가 있지 않을까. 이 마음을 어느 정도 발휘하고 사는가 호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사는가에 따라 인간성이 달라지는 것이고.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라서 공감하는 어떤 부분은 놀랍고 난처하다. 특히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기거나 숨기고 싶은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경우, 마치 나의 약점이나 단점을 감추려고 했던 게 들키기라도 한 것마냥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한다. 조앤처럼, 나도 그러곤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하겠고. 그럼에도 조앤에게는 어떤 동정도 연민도 가질 수 없으니,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내 약점을 보는 듯한 기분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니 그런 걸까?    


이제 남은 5권에서 나는 어떤 나와 마주하게 될까.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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