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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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이었던가? 내가 연애소설이라고 알고 있던 형식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애소설이 연애만큼 다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 또한 나의 편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이 소설집을 평범한 연애소설로 읽지 못한 이유를 적어 보려 한다.


두근거림이 생기지 않았다. 연애라면, 모름지기 연애를 하는 당사자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 다니면서 두근거리기 마련인데 그럴 틈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너를 좋아하나 보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건가? 내가 좋아하는 너를 다른 사람이 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를 좋아하는 그의 마음을 내가 모르고 있었나?.. 등등의 궁금증이나 긴장감은 일어나지 않고. 이러다가 뭔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 작가가 뭘 숨기고 있는 것이지? 등장인물들 간에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연애 그 자체보다는 상황에 몰입하도록 하는 전개로 인해 읽는 내 마음에 연애 감정이 생겨나지 못했던 것이다. 연애소설을 읽다 보면 보통 반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건만.


소설이 재미 없었던 건 아니다. 늘 그랬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읽는 재미를 준다. 다 읽고 나면 딱 이 작가의 작품 같다 싶다. 괜히 연애소설이라는 선입견에 다른 것을 기대했던 게 무안해지는 느낌이다. 연애가 뭐라고, 사랑이 뭐라고, 아직도 이런 말에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나도 좀 딱하고(ㅎㅎ).


사랑을 찾아 떠돌고 있을 세상의 모든 청춘들에게 행운을 빌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사랑이라는 게 겪어 보면 별것 아니지 싶어도 또 막상 얻지 못했을 경우에는 더없이 그리운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실망할 때 실망하더라도 귀하고 소중하게 다룰 수 있을 동안에는 충분히 사랑해 볼 수 있기를. 사랑 또한 결혼만큼이나 안 해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니. (y에서 옮김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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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사랑 노래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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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어지간하다. 얼마나 더 노래할 것이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 사랑 정도 되면 우리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함께 더불어 숨쉬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질기게 이렇게 막무가내로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엮은 시집이다. 사랑이라는 소재 혹은 주제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난다면 그 시의 주인의 온전한 시집을 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 시집을 언제 샀던 것인지는 기억에도 없고, 읽었던 흔적은 남아 있는데, 이 시집에서 본 몇몇 시인의 시집을 구해 읽어 본 듯도 하고. 순서가 섞이면서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겠으나 한번 괜찮았다 싶으면 이후로도 계속 괜찮아서 내 마음은 좋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한꺼번에 읽는 글맛도 풍요롭지만 여러 시인의 작품에서 내 취향을 골라 만나는 재미도 근사하다. 낯익은 시인은 낯익어서 반갑고 낯선 시인은 낯설어서 새롭다. 새로운 시인의 이름을 하나 얻게 되면 새로운 세상 한 곳을 열고 들어 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보았으나 기억에 없어서 이번에 다시 새겨 보는 이름 몇몇을 따로 적어 둔다. (y에서 옮김20160309)

한 물결이 다른 물결을 일으키듯이, 한 바람이 다른 바람을 펄럭이듯이(채호기) - P9

나에게로 오는 햇살을 참빗처럼 거르며(채호기) - P10

50년이 걸렸네 바보같이

그것이 그리움인 줄 아는데

안팎으론 눈보라치는데(문충성) - P20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함성호) - P22

불타는 말 접어두고 시방

시오리길쯤 나선 걸음으로 그대 찾아가거니,

모란꽃 빛깔 잃지 않을

저녁답까진

산그림자마냥 가 닿겠거니(신중신) - P25

맑은 하늘과 비어 있는 거리

멈춰 선 버스와 흘러가는 시간 사이로(이철성) - P36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황지우) - P41

나를 기다리는 우연 하나

이미 지나쳤으니

네가 와서 들추면 지워진 자취(김명인) - P103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도록

마음이 타올랐다 꺼지고 또 타오르고

그렇게 쌓인 재들이 수북하게

가슴을 가득 메웠던

내 사랑은



살아서 단 한 번도 나의 것이지 않았던 죽음은,

기억하지 말아다오

살아서 단 한 번도 나의 것일 수 없었던

모든 그리운 것들의 거처를(조용미) - P136

정녕 그대를 사랑한 것은 내 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은빛 시린 서리처럼 오랜 세월 말없이 견디는 계절의 눈빛마다 속 졸이며 현상되는 기억을 대웅전 연꽃무늬 문살에 새기다가 사람의 가슴에도 깊이가 있다면 그대보다 멀리 있는 그대의 그리움 또한 아득히 잠기겠지요(신용목)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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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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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결말의 내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마디마다 확인해 나가는 재미. 범인을 잡는 것보다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주인공과 친구의 고군분투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조마조마했다. 살면서 이런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배경은 스키장. 스키보드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으니 이야기도 스키보드를 따라 이어진다. 마치 드론을 타고 하얀 스키장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으로 글을 읽었다. 스키는 탈 줄도 모르면서 스키장에 막 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고. 그것도 일본의 스키장까지. 이러다가 스키 신발까지 신어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작가의 이야기 전개 솜씨는 여전하다. 쉽고 편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그 안에 현재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구석구석 담아 둔다. 이 소설에서는 스키장 혹은 온천 지구의 운영 문제나 젊은이들의 취업, 결혼 문제까지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참, 형사라는 직업이 갖는 어려운 점도 있었다. 형사들끼리, 특히 본청과 지역 경찰청 사이의 알력이라고나 할까, 경쟁심리라고나 할까, 세상의 직업 어디에나 있는 갈등 요소들을 미묘하게 배치하여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애정을 쏟는 인물이 자부심이나 사명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결과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해피 앤딩인 거지.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벌 받을 사람은 벌 받고, 상 받을 사람은 상 받고, 지금 꼬인 문제가 있다면 언젠가는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 주고. 그게 현실에서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 가능한 상태라서 아직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소설에서라도 이렇게 위로를 받고 희망을 꿈꿀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고.


기분 전환을 위한 소설로는 더 바랄 바가 없다. (y에서 옮김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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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
    안광복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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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게 흔들리든 거세하게 흔들리든 우리의 삶은 늘 흔들린다.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 그러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뿌리의 일부가 뽑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위로 자라고 옆으로 퍼지고 자라면서 잃고 잃으면서 얻는다. 모든 삶은 이러할 것이다.


    인생 오십이 되면 많은 일이 그 전과는 다르게 와 닿을 줄 알았다.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오십이 되면 철학 정도는 마주해야 하는 것으로.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오십이 되어야 알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전에도 깨닫고 알아낼 수 있는 때가 있고 오십이 넘어 백에 이르면서도 여전히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수도 있다. 철학은 과정에 있는 것이지 해답이 아니므로. 

    책은 산뜻하게 구성되어 있다. 총 4부, 사계절로 나누고 각 부에는 주요 핵심어와 철학자들을 연결시켜 놓았다. 마음이 끌리는 핵심어를 골라 먼저 읽을 수도 있다. 삶도 철학도 인생도 돌고 있으니 어디에서 시작하든 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나이만큼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나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여전히 한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영원히 철이 안 드는 경우처럼. 

    좀 많이 심심했다. 특별히 기대하고 펼친 책은 아니었다. 내게는 책의 제목이 근사했던 셈이다. 매일 매순간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 나는 이것을 철학적 선택이라고 여긴다. 선택하는 순간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고. 무료해졌다가 위험을 느꼈다가 행복했다가 우울해지는 모든 순간들을 인식하고 살려고 한다. 내 방식대로의 철학적인 삶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소식은 용서하고, 반성하고, 음미하고, 감사하고, 고요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뉴스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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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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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읽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새책이 나왔으니 안 읽을 수가 없지. 모두 9편의 단편. 비교적 짧은 글 안에서도 반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글이다. 초반에 읽으면서 내가 짐작하는 의도대로 풀린다면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은근히 작가와 겨루는 기분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는 생각으로 마땅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을 속인다는 것, 더 잘 속인다는 것, 이런 것도 키워야 하는 능력인가 싶다. 안 속이고 안 속고 살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세상이 너무 심심하려나. 그렇다고 재미 있으라고 남을 속이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욱이 그게 범죄와 관련이 된다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기분 좋게 해 주는 속임수도 있기는 하다. 속아서 기쁘기도 하고 속여서 다행이기도 한 그런 순간들. 추리소설을 속고 속이는 구성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평가가 되겠지만,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이 점이 작용한다. 속고 싶지 않다는 것,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 보면 속지 않을 능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으로.

     

    나는 참 잘 속는 편이다. 뒤늦게 깨닫고는 난감해 할 때도 종종 있고. 끝까지 깨닫지나 말면 덜 속상할 텐데, 늦은 깨달음이 오고 마는 것이다. 아닌가, 깨달을 때까지 속고 있어서 그런가? 이렇게 계속 읽어서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y에서 옮김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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