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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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 개정판 이전의 이 책을 e북으로 읽고 리뷰를 올린 날이다.

 

작품 셋을 읽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아무래도 낮익어서, 아무래도 읽은 듯해서 Yes24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 발견해 낸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데,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고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 e북을 구입하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종이책만 살폈던 게 착오였다. 어쩔 수 없지, 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자 하는 내 마음과 이미 읽은 책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 덕분이라고 해야지.

 

그나저나 어떤 책의 경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알고 두 번 읽는 것과 모른 채 두 번 읽다가 뒤늦게 깨닫는 것은 차이가 아주 큰데? 이제라도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을 다시 정리해 둬야 하나 어쩌나? (y에서 옮김20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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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사고와 의도적이지 않은 사고는 얼마나 제대로 구별되고 있을까. e북으로 읽기에 적절한 이 작가의 작품,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크레마 터치로 넘기면서 읽고 마치기에 적절한 분량과 그 안의 긴장감. 범인들의 노골적인 의도에 좀 질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인물이기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위협을 받을지도 몰라서. 


개인이 느끼는 피해 의식은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열등감이든 자괴감이든 피해 의식이 잘못 발휘되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될 테니까. 사람들이 받는 일차적인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개인의 선천적인 성향도 범죄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사고로 얻은 피해 의식을 복수심으로 갚는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를 텐데. 


누구든 자신과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이웃들에게도 나쁜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확대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다. 어떤 이는 인성이 그릇되어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실수로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무지하여 해를 끼치고 어떤 이는 억울해서 해를 끼치고...... 그리하여 슬퍼지고 고단해지는 세상살이. 


추리소설로만 읽고 덮을 일은 아니다. 읽을수록 인간의 한계 그 너머에 있는 악의 본성이 언뜻언뜻 보이는 듯하다. (y에서 옮김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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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도 혼합 공간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71
김리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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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머무는 게 수월하지 않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들, 시어는 투명하게 보이는 듯했지만 겹겹으로 포개져 있었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들만 다시 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섭섭하고 좀 답답했다.


각 시의 길이가 긴 편이다. 한달음에 읽지 못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앞에서 읽고 세운 내 고유의 이미지들이 무너지고 나는 다시 낯선 땅에 선 느낌이 든다. 이게 이것대로 신선하면 좋을 텐데 이런 기분이 들기보다는 겨우 붙잡은 것을 놓친 듯만 해서 안달이 난다.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구나, 내 호흡이 짧구나, 다시 읽으려고 돌아가는 대신 책장을 넘기고 만다.  


각주가 꽤 많이 달려 있는 시집이다. 시마다 거의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만큼. 시가 먼저였는지 각주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이 먼저였는지 모르겠으나 이 시인은 이렇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좋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상을 보고 시를 쓰거나 시를 쓰다가 기억 속에서 그 대상을 찾아내거나. 내게는 편한 구조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시어와 반복되는 형상들이 있다. 시인이 좋아하는 풍경일 것이다. 빛, 미래, 유리, 물, 여름 등등. 투명한 것들이다. 투명한 게 늘 투명하게 와 닿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y에서 옮김20230113)



오래된 거리를 걸으면 가로수들은 영원히 자랄 것 같다 - P9

도시는 빛을 감추기에 좋고 원한다면 어떤 빛도 눈여겨보지 않기에 좋다 - P13

여름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여름을 잊어가고 있었다 - P17

자그마한 발을 가진 작은 새들 - P39

창문을 등지고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과
창문을 마주 보고 시선을 잃어버린 사람이
마주 앉아 신년 운세를 읽는다 - P61

보이는 모든 걸 만질 수 있다면 보이는 대로 믿게 되겠지 - P63

물의 형태는 순간 속에만 있고 순간을 떠난 물에게는 사라질 수 있는 몸도 없겠지 - P74

아무리 봐도 움직이지 않는 돌 위로
오후의 햇빛이 돌의 능선을 돌아 걸으며 빛나고 있다 - P87

시간은 계속 도착하고 있고 미래는 끝없이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 - P95

시간을 견디며 점점 아름답게 완성되어가는 장소와
지금을 갉아먹으며 점점 더 미숙해지는 시간이 함께 늙고 있다 - P111

따뜻한 공간이라고는 주머니밖에 없는데도 주머니에 넣어둘 것이 없었지. - P134

영원하다는 것은 죽지 않는 일에 가까울까 끝없이 태어나는 일에 가까울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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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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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긴장하면서 읽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작가가 보여 주는 인물들은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가, 인물을 통해 독자를 혼란시키려는 장치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는 어느 지점에서 깜빡 속아 넘어가려 하는가, 걸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읽었는데 이번에도 진 셈이다. 오죽 답답하고 궁금했으면 마지막 페이지를 슬쩍 넘겨다 보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눈치를 못 챘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런 유형의 소설 독자로서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읽어도 매번 잘 속아 넘어 가 주고 매번 재미를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가는 가벼운 듯한 느낌으로 다루는 소재를 통해 은근히 무거운 의미를 전한다. 이번에는 동물 실험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다가 내가 프랙탈의 의미를 놓쳤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동물 관련 에피소드에 정성을 담아 놓았으니, 주인공이 수의사라는 직업도, 어릴 적 트라우마도 그렇고. 그래서 정작 소설 제목을 유의하지 못했다. 복선이 담겨 있었던 것을.


아무려나, 재미있게 읽었으니되었다. 계속 기다리고 있으려고 한다.  (y에서 옮김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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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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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 배경이 되는 독일의 역사를 찾아 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소설은 그저 그런 셈이 되고 말았고 역사 정보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해야겠다. 소설보다 역사적 사실이 더 흥미로웠을 정도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독일, 소설 속 4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가 심심하게 여겨질 정도였으니.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들이 가진 영사라는 직위가 제일 먼저 궁금했다. 영사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 19세기 독일 북부의 한자 도시인 뤼베크에서 상인 엘리트 계급이자 귀족적인 직함이었다고 한다. AI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였고 소설을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다가 소설은 안 읽고 AI한테 전부 물어 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 아닌 염려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독일사 산책을 읽은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귀족 가문이 4대로 이어지는 동안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그려 놓은 소설. 전쟁이라든가 재난과 같은 외적인 상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역량이 줄어들면서 가문이 점차 축소되고 사라져가는 모습이라 의외의 느낌을 받았다. 소설이 이렇게도 전개될 수 있구나, 극적인 사건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몰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구나, 이게 오히려 진짜로 사람 사는 모습 같구나, 소설이면서 소설이 아닌 것만 같은 글. 토마스 만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니. 독일의 지방 도시에 있는 가문 하나가 이렇게 서운하게 스러질 수도 있다니 소설로 생생하게 지켜본 기분이다. 

매력적인 인물이 없어서 섭섭할 정도로 싱거웠다. 아직도 사람에게 매력을 기대하다니 내가 철이 안 드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소설의 요소들이 활약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이룬 일생의 성과와 업적이 아들로 손자로 이어지면서 확장되는 게 아니라 무너져 내리고 마는 과정은 흔한 듯해도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가진 능력의 근원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뛰어난 부모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지극히 어려운 방법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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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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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생은, 사는 일은, 이어져 있다. 가로로 세로로, 내가 살아온 시간으로, 남들과 더불어 살아온 시간으로. 혼자 있었어도 혼자인 적이 없고 같이 있었어도 같은 마음이었던 적은 없으니. 우리는, 나는,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이만하면 잘 살아온 듯도 싶은데.


배경은 시골 기와집을 책방으로 꾸며 놓은 곳.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남자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여자는 서울살이에 지쳐 책방 옆에 있는 이모네 펜션으로 쉬러 왔다가 둘은 만난다. 남자의 어릴 적 짝사랑인 그녀, 여전히 사모하고 있는 그녀. 사랑은 이어지고 삶도 이어진다. 한번도 끊어진 적이 없었던 채로.


이 작가의 연애 이야기, 상큼하고 애절하고 애틋해서 좋다. 각각의 인물이 지닌 옛 상처나 시련들은 소설적 장치로 효과있게 작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본 인간성이 반듯해서 마음에 든다. 여기에도 나쁜 사람은 나쁘지만 좋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서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현실에서 모두 모아 만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내가 그들 중의 한 사람쯤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작은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방 주인의 희생과 각오? 글쎄, 이래서야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돈을 아주아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하염없이 베풀며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책방 주인도 밥을 먹고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한다면. 도대체 책을 몇 권 팔아야 책방은 문을 닫지 않을 수 있을까. 나만 해도 돈 주고 사는 책보다 공공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이 훨씬 많은데.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책방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이 책방에서 책을 사는 마음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기만 한 것인지. 


해원과 은섭의 사랑이 예뻐서 읽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y에서 옮김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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