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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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완전히 사랑하는 일과 한 사람을 죽이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일의 끝이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집착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사랑도 계획 살인도 결국은 대상을 향한 집념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에 대해, 아주 사소한 습관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파악하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쓰다 보니 두 경우를 하나로 취급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렴, 사랑과 계획 살인이 비슷하다고 간주해서야 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사랑을 잘 하지 못하면, 소설 속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살인에 이를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도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고 하고. 왜 그런 상황이 빚어지는 것일까. 못 믿게 되었거나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내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 둘 중 한쪽에서 어긋난 것이었을 텐데. 다소 어긋나더라도 삐걱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 어긋남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하는 영혼 또한 있다는 것이니까.


모처럼 범죄자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읽은 책이다. 책 시작부터 범죄를 저질렀음을 암시하면서 어떻게 살인을 하게 된 것인지를 풀어 나가는 서술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는 것일까. 고단한 범죄자였지 싶어 쓴웃음이 고였다. (y에서 옮김20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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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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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판절판


    죄를 지었는데 죗값을 치른다는 것, 면죄부, 죄를 사하여 준다는 것, 이런 것에 대해 나는 꽤 삐딱한 편이다. 우선 죄는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죄를 지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는 게 마땅한 것이며, 벌을 받았다고 해서 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니, 죄를 짓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경우에도 죄에 값하는 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게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믿고 싶은 탓도 있다. 


    문제는 죄의 값을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으며, 누가 어떤 방법으로 그 죗값을 치르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대 법치국가에서는 법으로 정해 놓고 실행하고 있다지만, 어느 시대든 누구나 인정할 만큼의 공정함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따른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도 억울하거나 섭섭한 심정을 갖지 않도록 하는 법의 판결,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진다.


    이 작가의 소설이 이 문제를 들여다 보게 한다. 사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문제. 그동안은 막연하게도 사형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여겨왔다. 혹시 모를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의도로. 그런데 새삼스럽게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보게 되었다. 과연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인지. 범죄자 혹은 가해자가 법의 판결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짐을 벗어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짐지운 십자가가 공허해져 버리고 만다면, 이건 과연 공평한가 아닌가. 범죄자는 오히려 홀가분해졌는데(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가족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상실감밖에 느낀 게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죄와 벌의 의미는 제대로 작용하는 것인가 어쩐가. 


    재미는 있었으나 마음은 무겁다. 개인의 의지나 선택에 의한 게 아닌 결과로 인한 불행은 어떤 경우에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y에서 옮김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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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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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이름을 의식하면서 읽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의 단편 소설 작품을 본 것 같기는 한데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도 없는 것 보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건성으로 보아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내 기억에 담는다, 그의 이름을. 이제 나는 또 한 명의 소설가를 얻게 된 것이니. 


    정말 소설처럼 읽었다. 모름지기 소설이라면 이런 맛을 주어야지 하면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면서 막상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은 묘한 이중장치, 소설이니까 소설에서는 다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소설처럼 그대로 상상해 보아도 되는 것이다. 소설 속이니까. 


    내 나이, 내 처지, 내 고민, 내 할 일 다 잊고 잠시 빠져 있었다. 소설 밖으로 나온 뒤에도 그다지 배신감이 느껴진다거나 공허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나와는 절묘하게 맞았다고 해야겠다. 


    그의 소설들을 좀더 보고 싶다는 생각,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y에서 옮김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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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그래요 - 이만하면 용케 잘 살고 있는 우리의 하루하루 이야기
    빨간고래(박정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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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보는 책인 줄 알았는데 다 본 후 작가 이력을 찾다 보니 앞서 내가 본 책이 있었다. '혼자 놀고 싶은 날 숨은그림찾기'라고. 어쩐지 그림들이 조금씩 낯익다 싶더라니. 애써 챙기지 않아도 이렇게 이어지는 걸 보면 이 또한 내게는 인연 한 자락이 된 것 같다. 마음이 더 훈훈해진다.


    사계절 그림일기 형식이다. 혼자서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음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여 주고 있는 듯한, 그렇게 제 삶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의지가 담뿍 담겨 있다. 비슷한 주제를 갖고 세상에 나오는 책이 많은 시절이다. 그 많은 것들 중에 누군가에게 선택되고 감동까지 전해 주려면 독창적인 무엇을 품고 있어야 하리라. 글이든 그림이든 삶을 대하는 자세든. 


    이 책에서 나를 더 꼭 붙잡은 것은 그림보다 글, 글로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였다. 이런 생각과 이런 태도로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는 작가라면 단 한 권의 책으로라도 응원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하루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제 길을 걷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상큼한 그림들. 너도 나도 이렇게만 살아도 괜찮다고 토닥여 주는 듯이 보이는 따뜻한 구절들.    


    작가가 컬러링책도 냈다는데, 조금 더 심심해지면 구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y에서 옮김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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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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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소설로서는 모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꽤나 두근두근한 편이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 아니어서 산뜻한 기분이다. 시간을 들여 빠져들고 있었던 게 서운하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살인 사건을 줄거리의 축으로 삼고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결과를 자세히 보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생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사기를 치고 있는 삼남매를 나는 노골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었으니. 


    별로 어울리지 않는 교훈이기는 하지만 삼남매의 사기 행각을 보고 있자니, 사기도 제대로 치려면 상당히 전문적이어야 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리라 싶다. 하기야 이 세상에 공을 들이지 않고 성공을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는가마는, 또 이왕이면 사기쪽으로 들일 공을 긍정적인 쪽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임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마음 속 모순을 인정하면서, 어떤 종류의 범죄는 들키지 말았으면 싶은 내 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아마도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는 정의의 그릇된 희망이리라. 소설이니까, 소설 속에서라도...... (y에서 옮김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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