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 탕가피코 강에서 배우는 나눔의 규칙 ㅣ 모두가 친구 35
디디에 레비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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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이 재미있고 유익하다. 세상 어느 곳에선가 이런 유형의 여행이 있다면, 이런 여행에 참가할 사람을 모은다면, 글쎄, 주최측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잠깐 해 보고. 아니, 그럴 마음만 품고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 결국 해 보고 싶다는 건 내 막연한 동경일 뿐이고 실제로 해 볼 의지 같은 건 없는 것으로. 


아버지를 찾아서 오지로 배를 타고 간 어린이의 여행. 중간중간에 이곳저곳을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각자 가진 것으로 원주민과의 물물교환을 한다. 어린 주인공은 이게 또 영 마뜩하지 않다. 자기 물건을 빼앗기는 듯 여기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응하는데. 그러나 언뜻 봐서는 필요 없을 듯했던 물건들이 이후 여행에서 중요한 필수품이 되는 걸 보면서 서서히 마음이 달라진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었으니, 이런 취지의 여행이라면....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여행의 배경지는 내 취향이 아니다. 갈 일도 없고. 다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만큼은 썩 근사했다. 나눔의 의미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본 기회이기도 했고. 나눈다는 건 내가 내놓고 싶은 것을 내놓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걸 내놓는 것이라는 점. 그게 내게도 귀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그러니 나눔도 쉬운 일은 아닌 거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마음이 열려 있으려나? 이 책도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y에서 옮김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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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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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서 2009년까지 발표된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과 같은 평론집은 글이 나온 시기를 기억하면서 읽는 게 좋다. 적어도 시간 상의 착오로 오해를 하지 않게 되니까.  

 

모두 6부로 이루어져 있다. 비평가로서의 작가가 다른 작가들을 크게 시인과 소설가로 나누어 편집해 놓은 구성으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문학의 전문가들은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작품들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비평가의 설명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가는 독자로서의 개인적인 선택이고 영역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길 것까지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작가의 글은 근사한 맛이 있다. 앞서 읽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빌려 본 건데 만족스럽다. 이 책이 나올 당시에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내 마음이 궁금하기는 한데 지금 이렇게 괜찮게 여겨지는 걸로 봐서 그때 읽었더라도 만족했을 것 같다. 글의 세계에서 10년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미 읽은 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작가에 대해 써 놓은 글을 읽을 때는 당연히 반가웠다. 내가 놓쳤거나 무시했거나 부정했던 사항들을 멋지게 되살려 놓은 표현들 앞에서는 감탄했다. 그래, 이게 전문가지. 나는 왜 이만큼 읽어 낼 수 없나 하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이 작가처럼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사람도 있는데 없는 능력 때문에 한탄하면서 스스로를 들볶을 필요는 없다는 것까지 알게 된 나이가 되기도 했고.

 

제일 좋은 건 비평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작가의 이름을 얻을 때다. 내가 이미 좋아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서 이 비평가가 내가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확인하면 뿌듯하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즐거움의 영역이 넓어진 것은 아니니까. 내가 몰랐거나 제대로 못 읽어서 못 누린 작품과 작가를 소개받게 되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으면, 나는 비평가에게도 빠지고 만다. 지금처럼. 그리고 김경주 시인을 더 얻었다. 

 

3부에 모아 놓은 짧은 글들도 산뜻하게 읽었다.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다. 다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한숨이 난다. 우리는 좀처럼 변하지 못하고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얼마나 더 읽어야 스스로를 안아 줄 수 있게 될까? (y에서 옮김20200101)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 P9

독자가 이 가치들을 전달받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것이 먼저 찾아오기 때문에 독자가 마중을 나가기만 하면 될 때도 있고, 그것을 만나기 위해 독자가 낯선 길을 더듬어가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분명하게 눈에 보여서 편안하지만 그래서 재미가 덜할 때도 있겠고, 너무 희미해서 과연 그것이 있기는 한가 수상쩍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대개 전자를 ‘고전적’이라 하고 후자를 ‘실험적’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의 고전은 어제의 실험이었고 오늘의 실험은 내일의 고전이 될 수 있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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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6 33호 - Vol 33 : 감정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다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33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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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언제부터 나는 감정이 이성보다 수준이 낮다고 여기게 되었을까? 감정적이 되면 손해를 본다고, 감정을 앞세우면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어떤 경우에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성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내 생의 어느 시기에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게 되었던 것일까?


이제 와서 이것을 꼭 알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저 내 감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니까. 심지어 이성보다 더 챙겨야 할 것이 내 감정이라는 것까지. 나이가 들어서 막연하게 이성보다 감정 편이 되었던 것인가 싶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격려와 지지를 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생각 잘 하고 있다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게 아니라고, 이참에 이 책을 참 잘 읽은 것이라고. 


내 감정, 소중하다. 인간이 느끼는 기본 감정을 심리학자들은 6개에서 8개 정도로 본다는데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 놀라움이 6개로, 신뢰와 기대를 보태면 8개로. 이들은 하나씩 작용할 때도 있고 둘 이상이 섞이면서 생겨날 때도 있단다. 이론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나는 이 정보를 만나서 느끼는 감정에만 충실하겠다. 앞으로 점점 더 내 감정을 헤아리고 매만지는 생활로 가기 위하여.


이 잡지를 읽다 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 만남도 즐겁다. 이번 호에서 내가 고른 그림은 박이소의 <팔방미인>.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이 잡지를 계속 구해 볼 의지와 흥미가 사라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 살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매 순간의 경험이 곧 우리의 삶이고, 우리가 해석하는 대로 의미가 부여되는 인생이다.
- P22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이 기회로 가득해 보인다. 기분이 나쁠 때는 똑같은 현실이 대처하기 힘들 만큼 벅차게, 심지어는 해롭게 느껴진다.
- P35

청소하고 요리하고 가족을 돌볼 때, 내 삶의 근본적인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실존적 자아를 되찾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가사 노동의 쳇바퀴를 벗어나고 싶어도, 사랑하는 가족과 본질적인 관계로 얽힌 일상, 내가 준 사랑만큼 아니 그 이상을 되돌려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은 살아볼 만하다. - P56

<대화록>에서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다. 우리가 좌절하고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이 진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을 헐뜯을 때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가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이 나쁘다는 당신의 생각이다. 우리의 감정은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 내면의 해석으로 형성된다. - P80

조건만 적절하게 주어진다면 그 순간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살아내고 느끼고 상상한 경험을 자기 앞의 경청자는 물론 역사 자체와 연결 짓게 된다. - P88

무언가를 표현하는 사람은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며,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자신 안에서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 P95

우리가 진짜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것이 감정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 P96

삶의 모든 순간, 우리는 의미를 만든다. - P112

권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운 사람은 민주적 재화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거나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 사람은 이웃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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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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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교수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5편의 단편소설. 사건의 고리를 물리학적 지식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많다면, 그것으로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이렇게 좋은 점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가진 세상에 대한 지식은 내 삶에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이런 소설을 연달아 읽고 있으니, 한동안 미국 범죄 드라마를 줄창 보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동기가 생기는 배경, 우리의 마음 속 선과 악의 정체, 숨기고 싶은 이야기와 캐내고 싶은 의지. 다른 사람이랑 함께 살아야 하는 데에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기는 하다. 사랑도 우정도 중요하겠지만 시기나 질투, 원망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y에서 옮김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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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트머스 ㅣ 문학동네 시집 83
    윤성택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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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은 빨리 읽어버릴 수도 있고, 천천히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무심한 듯,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넘겨 가면서 읽을 수도 있고, 한 줄 한 줄 따지면서 아끼면서 읽을 수도 있다. 시집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마음 쓸 데 없을 때는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마음 바쁠 때는 후다닥 달아나는 시간. 시집을 잡고 있는 내 손이 책장을 넘기는 것에서 확인하게 된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모처럼 한가했다. 책에 나온 프로필 사진으로 보아 젊은 시인인 듯했고, 시 속의 화자를 통해 추측해 보아도 젊은 사람인 듯 보였다. 젊은 시인은 충분히 고민할 줄 안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더라도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할 줄 안다. 어쩌면 고민이 아니라 고뇌라고 말해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니 고민보다는 고뇌가 더 어울릴지도. 


    감히 그가 사용한 시어들에 대해 말할 생각은 없다. 신선하다느니, 진부하다느니, 통속적이라는 말까지 그 속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다만 나는 그의 시를 신선하다고 느끼면서 읽었다. 아, 이렇게도 느끼고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시의 제목들만 보더라도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시의 제목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스테이플러, 스트로, 리트머스, 수배전단, 탈수, 러닝머신...이런 것들로도 시를 쓸 수 있다니. 이 시인은 이러한 메마르고 딱딱한 기계 혹은 소모품 속에서도 사람과 삶을 볼 줄 안다. 우리는 이미 너무 깊이 그리고 오랫동안 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시를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시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괜찮으리라고. (y에서 옮김200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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