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38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차 안에서 먹고 마시는 일, 이제는 예전과 아주 달라지고 말았다. 기차 안에서 대놓고 맛있게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맛있는 간식과 술을 팔기도 했는데, 잠깐 정차하던 역에서 우동도 팔았는데, 어린 그 어느 때 나도 어른이 되면 저 우동 사 먹어야지 꿈도 꾸었는데. 옛날 역사 기록 책 안에서만 나올 듯하다. 밤새 달렸던 밤기차와 같이.

이번 호는 참 무난했다. 다 보고도 다시 떠오르는 일화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마치 한 편 읽을 때마다 한 잔씩 마신 후 홀랑 잊어버린 것처럼. 실려 있는 내용이나 안주들이 기억해야 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보고 넘기고 잊어도 그다지 무리가 없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뭐라고 써 보려고 해도...

다시 펼치고 뒤적여 찾아낸 것이 '밤의 고속열차'이다. 술보다는 기차에 대한 그리움이 더 떠오른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이런 밤기차가 없는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밤에 기차가 달리려나?  (y에서 옮김20241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강릉, 프라하, 함흥 ㅣ 문학동네포에지 66
이홍섭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포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개정판 시인의 말에서) 걸어보고 싶다, 걸어보리라, 멀지 않은 어느 때에. 이 시집을 열고서 처음 가진 계획이다. 어떤 시들은 이런 꿈을 갖게도 하는구나, 신기하여라, 글이 아니라 내 몸을 쓰다듬게 해 주는. 


1998년 초판, 2004년 2판, 그리고 이번에 3판으로.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리즈의 한 권이란다. 절판되어 만날 수 없었던 시들을 다시 살려냈다고. 나는 이 시인의 이름을 몰랐고, 몰라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겼고, 이 미안한 마음에 조금 더 천천히 보았고, 천천히 읽으면서 내 젊은 날을 오갔다. 이렇게 또 나를 만난다. 그리 반갑지 않으나,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는 내 어린 시절의 일기를 펼쳤을 때처럼. 좀 많이 무안하게.


시는 쉽게 읽힌다. 빙빙 꼬았다거나 낱말과 낱말 사이, 행과 행 사이에 함부로 짚어내기 힘들 정도의 비유 같은 게 별로 없다. 그럼에도 머물게 만든다. 자꾸만 멈춰서 돌려 읽게 한다. 밝은 분위기에서 흔들리는 게 아니다. 좀 서럽고, 좀 안타깝고, 좀 아프다. 돌아보는 날들이 이래서야 어디 시를 읽겠나 싶은데, 쓴 맛 아린 맛 뒤끝은 만족스럽다. 내가 메마른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를 얻은 듯해서.   


강릉은 알겠다. 프라하도 짐작이 간다. 카프카를 품고 있는 시인. 함흥은 어떤 마음으로 품고 있는 곳일까. 알아내지 못했다. 모른대도 괜찮은 기분이다. 나로서는 프라하든 함흥이든 나만의 강릉 같은 곳과 이어지는 곳으로 바꿔 품으면 될 테니까. 시 속 이미지는 언제나 공간마저 무한으로 확장시켜 놓곤 하니까. 


[해설]이 없어서 나는 퍽 좋았다. (y에서 옮김20230326)


-woojukaki님 고마워요-

쓰라린 불빛도
멀리서 바라보면 꽃이다 - P20

기차 바퀴처럼 따스했던 수선스러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 P28

지나간 삶이
지금 지나가는 그늘만하겠다는 생각을
어느 다 자란 느티나무 아래서 해본 적이 있다 - P33

내 나이는 아직 젊고 나는 행복에 관하여 노래하고 싶다
스쳐가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무덤 속을 열어 보이는지
……나는 보고 싶지 않다 - P50

풍비박산의 아름다움 속에 사는
헛것인 영혼들 - P59

나에게도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 길로 가면 그대가 아프고
다른 한 길로 가면 내 마음이 서러울까봐
갈림길 위에 서서 헤매인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길 아닌 길 없듯이
외로움 아닌 길 어디 있을까요
사랑 아닌 길 어디 있을까요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술과 바닐라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읽는 재미도 있었는데 읽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도드라져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자꾸 눌러 문지르면서 읽었다. 묘한 경계선에 선다. 이 작가의 글, 더 읽을 만한가, 그만해도 괜찮은가. 우리 소설일 경우 되도록 읽어 보자는 쪽인데, 읽는 마음이 고단하다. 고단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아주 잘 알아보고 있어서 더더욱.

결혼은 우리 시대에 어떤 것일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게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결혼도 선택 사항 중 하나, 결혼 상대자의 성별도 무조건이 아니라 선택이 되어 가고 있고, 출산은 더더욱 고민을 던지는 선택 요건이 된 시대. 남자든 여자든 아빠든 엄마든 저절로는 절대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시대. 삶의 마디마디를 확인하면서 챙겨야만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사는 이야기를 읽는다.

7편의 소설. 어느 주인공의 삶도 만만하지가 않다. 부부로도 엄마로도 딸로도 친구로도. 완전한 사람이 아니므로 잘못은 계속 생기고 저지르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생은 바라는 대로 흐르는 게 아니고. 내가 바라는 방향과 네가 바라는 방향이 다를 때마다 어긋나서 다투고 오해하고 외면하고 버리고. 우리는 정녕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부터 위선은 아닐까? 내 아이도 내 배우자도 내 부모도 내 친구도 내 이웃도 내게 도움을 주는 이들조차도. 아, 살기 쉽지 않구나, 알았지만.

누구의 것이든 더 나아질 삶은 없는 노릇이고 다들 이렇게들 살아 가는 모양이다 여기는 게 위로나 변명이 되어 줄 것인지.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래서 영 안 좋다.  (y에서 옮김202505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37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호 에피소드들은 평범했다. 따로 되새길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에피소드뿐 아니라 안주를 소개하는 내용도 술집을 찾아다녔다는 여행기도 다 무난하였다. 연달아 읽어서 그런 건지, 술집 탐방기에 익숙해져 버린 건지, 정녕 그림으로 그려진 술맛에 취하고 만 것인지. 

    기차 안에서 읽어서 그럴 수도. 맥주캔은 커녕 음료수 한 병 사 들지 않은 채로 3시간 이상을 앉아 있다. 그리고 이 만화책을 보았다. 내가 이 만화를 보는 동안 옆 자리 승객은 두 명이 바뀌었고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사람이 없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도 기차 안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건가? 예전에는 마신 걸로 아는데. 내가 마시겠다는 건 아니다. 요즘은 물이나 음료수 외에 뭘 먹는 사람을 보기 어렵기도 하고. 또 굳이 기차 안에서 술을 마실 것까지야 싶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고 술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로서는 술 문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해서든 자주 마시자고 널리 알리고 권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처럼 술을 적게 마시면서도 만화를 즐겨 보는 독자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겨 주지 않을까? (y에서 옮김202408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면 우리 작가의 글을 골고루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때 못 만났을 뿐 시간을 거슬러 보는 재미를 얻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집에 실린 글들은 낯이 익었다고 해야겠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니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게, 나의 허무하기까지 한 몹쓸 기억력이 이래저래 헷갈리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 찾아보기까지 한다. 읽었다, 분명히 읽고 기록도 남겼다, 이 중에 네 편,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신선한 제목까지도.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책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 

    은희경의 ‘우리는 왜 얼마동안 어디에’는 책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

    권여선의 ‘실버들 천만사’는 책 [각각의 계절]에서 

    정한아의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은 책 [술과 바닐라]에서

    최은미의 ‘내게 내가 나일 그때’는 책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기준영의 ‘들소’는 책 [사치와 고요]에서 


    읽고 잊고 읽고 잊고. 어쩌면 내 뇌는 이상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자꾸 읽어도 머리가 터질 일은 없으리라는 것. 


    신기한 일은 글에서 얻는 감동이 거듭 읽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읽었을 때 좋았던 글은 잊은 후 다시 읽어도 좋다는 것. 처음 읽었을 때 서운했던 글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서운하다는 것. 나는 김금희와 은희경과 권여선의 글에 두 번씩 반하는 셈이다.   


    마음을 깊이있게 짚어 내는 글을 좋아한다고 적는다. 내 마음이든 상대의 마음이든 화자의 마음이든 제3자의 마음이든. 그 마음이 정갈하면 정갈한 대로, 속수무책이면 속수무책인 대로. 이해하는 마음도 오해하는 마음도 사랑이 되었다가 환멸이 되기도 하는 세상. 답이 없는 물음 앞에 소설만이 방향을 보여 주는 듯해서. 이조차 제대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마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좋았던 소설은 더 좋아지고 덜했던 소설이 새로 재미있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어마어마하게 행복해질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