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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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면 우리 작가의 글을 골고루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때 못 만났을 뿐 시간을 거슬러 보는 재미를 얻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집에 실린 글들은 낯이 익었다고 해야겠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니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게, 나의 허무하기까지 한 몹쓸 기억력이 이래저래 헷갈리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 찾아보기까지 한다. 읽었다, 분명히 읽고 기록도 남겼다, 이 중에 네 편,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신선한 제목까지도.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책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 

은희경의 ‘우리는 왜 얼마동안 어디에’는 책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

권여선의 ‘실버들 천만사’는 책 [각각의 계절]에서 

정한아의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은 책 [술과 바닐라]에서

최은미의 ‘내게 내가 나일 그때’는 책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기준영의 ‘들소’는 책 [사치와 고요]에서 


읽고 잊고 읽고 잊고. 어쩌면 내 뇌는 이상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자꾸 읽어도 머리가 터질 일은 없으리라는 것. 


신기한 일은 글에서 얻는 감동이 거듭 읽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읽었을 때 좋았던 글은 잊은 후 다시 읽어도 좋다는 것. 처음 읽었을 때 서운했던 글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서운하다는 것. 나는 김금희와 은희경과 권여선의 글에 두 번씩 반하는 셈이다.   


마음을 깊이있게 짚어 내는 글을 좋아한다고 적는다. 내 마음이든 상대의 마음이든 화자의 마음이든 제3자의 마음이든. 그 마음이 정갈하면 정갈한 대로, 속수무책이면 속수무책인 대로. 이해하는 마음도 오해하는 마음도 사랑이 되었다가 환멸이 되기도 하는 세상. 답이 없는 물음 앞에 소설만이 방향을 보여 주는 듯해서. 이조차 제대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마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좋았던 소설은 더 좋아지고 덜했던 소설이 새로 재미있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어마어마하게 행복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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