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잭 ㅣ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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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 중 안 읽은 책인 것 같아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아무래도 뭔가 기억 속에서 겹치고 있었다. 본 듯 아닌 듯. 스키와 관련된 내용을 본 것 같은데, 명확하지가 않네 하면서. 집에 같은 책이 없는 걸로 봐서 봤다면 빌려 봤다는 것일 테고, 리뷰가 남지 않은 걸 보면 안 읽은 것일 수도 있고, 아~~~ 그냥 읽고 말자, 이왕 산 책이니, 읽는 내내 갈등했던 책.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었던 책.(끝까지 읽어도 책의 기억을 불러들이지 못해 그만 잘 읽었다고 결론 내려놓고.)


이 리뷰를 쓰기 직전에 검색을 해 봤다. 내가 본 것은 '질풍론도'라는 작품이었더라는 것. 배경이 겨울 스키장이었으니, 내 기억력이 이만큼이나마 살아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뭘 또 굳이 두 번씩 읽을 만큼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으니. 그랬더라면 많이 안타까울 뻔했을 것이다, 이 시간에 다른 책을 읽을 걸 하면서.


권력자들의 음모가 질릴 정도다. 사람 몇몇만 모이면 이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기라도 한 것인지. 좀더 이익을 챙길 쪽으로, 내 욕심 챙길 쪽으로 서로서로 궁리해서 도모하는 현상. 그게 회사든 학교든 나라든 국제 사회든. 하기야 우주 개방이 된다면 우주 사회라고 달라질 게 있을까 싶은 한탄도 들고.


우리 인간에게 생존 본능을 넘어서는 욕심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인류의 시작부터? 정착하면서 사유재산을 갖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부터? 쌓아 놓고 죽을 때까지 풍요롭게 쓰고 싶다는 그 자각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 때문에 문화가 시작되기는 했겠지만 문화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나 살자고 남 죽이는 방편을 마련하다 이루어놓은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참내, 소설 한 편 읽다가 도저히 안 보고 안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연결시키다 보니 한심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이러려고 내가 소설을 읽는 건 아닌데.ㅋㅋ) 


그래도 올바른 사람은 있다, 있을 것이다,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리에 어긋나는 욕심 따위는 내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을 도리에 맞게 해내는 사람들, 언제나 어디에나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름 남기지 않는 백성들로서. 그렇지 않고서야 이 속 터지는 세상을 버틸 방법이 없다. (y에서 옮김201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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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코코
정미진 글, 안녕달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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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잠을 잘 못 자는 상황에 이르고, 왜 잠을 잘 못 자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그래서 불면증에 시달린다 싶고, 혼자서는 해결을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이 책을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타고 떠났다가 더 잠 못 드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래도 괜한 걱정과 억지 생각으로 신경을 끓이는 것보다 이 책 속의 상상으로 빠져 드는 게 좀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책 속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맞기는 했나 보다.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분량이 꽤 되는데 싶었으니까. 글자의 크기도 작은 편이었고 내용도 길었고. 아무리 어른이 읽어 준다고 해도 아이가 들으면서 집중할 만큼의 수준을 넘고 있는 게 아닌가 했고. 내가 잘못 알고 있어서 그렇지 어린이 중에서도 충분히 읽어 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른이, 잠 못 드는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수면제 대신에 이 책을 펼쳐 본다면 혹시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기분......


낮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밤잠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잘 자는 사람은 그 자체로 복을 누리는 것이라 그저 부럽다. 자고 싶어도 잠이 들지 않아 괴로워해 본 사람에게는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상상은 도리어 잠을 방해한다고도 했으니 함부로 상상의 세계로 가 보라고 말해서도 안 되는 것일 테고. 


그래도 오늘 밤에는 이 책을 본 뒤 내 잠의 세계와 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글도 그림도 아늑하고 호젓해서 그 안에 머물다 보면 어지러운 생각의 뒤끝이 사라질지 모르니까. 아직도 종종 쫓기는 꿈을 꾸다가 고단해 하는 잠 속의 내 풍경이 차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y에서 옮김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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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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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고 주제는 적당했고. 뭐랄까, 모범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고 해야 할까.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인물들의 행동에 이유나 근거를 짐작해 볼 만한 정도의 궁금증을 일으켰다. 늘 그랬듯이 쉽게 읽히는 사건 전개, 숨기고 비틀어 놓은 갈등이라고 해도 별로 복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식은 부모에게 빚을 지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고. 아래로는 한없이 베풀 수밖에 없고, 위로는 결국 다 알아채지 못하고, 알만 하다 싶을 때는 이미 계시지 않고.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내 아이는 바르고 곧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내가 희생이 되더라도 내 아이는 나보다 나은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작가쯤 되면 소설을 어떻게 쓸까? 주제 먼저 정해 놓고, 인물들 배치하고, 사고는 어떤 식으로 일으킬까 궁리해 보고, 독자들에게는 읽는 내내 숨기면서 마지막에 깨닫도록 하려는 장치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 넣을까 생각하고 그럴까? 자꾸 읽다 보니 쓰는 사람의 의도까지 헤아려 보게 된다. 재미있게도.


가볍게 읽었다. (y에서 옮김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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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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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야단법석』의 내용과 많이 겹친다는 느낌이다. 『야단법석』은 사례 중심으로 되어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스님이 갖고 있는 원론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싶기도 하고, 아쉬움의 원인을 더듬어 보니 내가 사례 쪽에서 더 감동을 얻은 듯하다.

 

소제목을 다시 한 번 훑어 본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내 삶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하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해 준다.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만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연습이 된다. 그 과정에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또 행복하다. 내 감정을 헤아리는 것도 해 본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어떤 생각과 다투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괴로운지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까지도.

 

스님의 말씀을 듣고 스님이 하라시는 대로 따라 해 보는 게 스님의 덕분인가 내 자신의 의지 덕분인가. 스님은 모든 게 결국은 실천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계기는 스님의 말씀을 들은 덕분이므로 잘 읽었노라고 여기련다. 어떤 방향으로 관심을 갖고 있으면 그 방향에서 신호가 온다고 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내 마음이 움직인 거라면 이미 흔들리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바람직한 흔들림, 좋은 흔들림, 마르지 않는 흔들림 속에 있고 싶다. (y에서 옮김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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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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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라는 게 완전하게 믿을만 한 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에 완전한 게 하나라도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우리 자체가 불완전하니 완전함을 향한 욕심을 갖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일 테지. 알면서도 완전함을 추구하고, 또 완전함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세워 완전하다고 믿는 것을 무너뜨리려 한다거나 완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처리하려고 하고. 사람, 참 불완전하면서 위험한 존재다.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을 꽤 부지런히 읽었다고 여겼는데, 놓친 작품이다. 영화로도 나온 모양인데 딱 그만큼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소설로 읽어도 좋을 만큼 흥미와 집중력을 갖게 하는 작품. 독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교훈이나 반감을 느낄 요소들도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혹은 누군가가 나를 관리하고 통제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는 일. 절대 유쾌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미 우리는 우리의 많은 부분을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혹시 나에게 닥칠지 모를 위험한 상황을 예방한다는 전제 아래에. 그래서 자유가 매력적인 것이겠지. 누릴 수 있을 역량을 갖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힘. 나를 속박하고 구속한다고 해도 기꺼이 바치겠다는 소심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자유의 매력. 


신분도 계급도 권력도 야망도 다 한통속이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위대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 어떤 식으로든 지배해야만 한다는 것, 이 불쾌하고 씁쓸한 사실을 끝내 부인하지 못하고. 우리는 정녕 싸움 없이, 갈등 없이, 오해 없이, 욕심 없이, 경쟁 없이,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 존재일까.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하고 애써도 이른바 '본능'이라는 것을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일까.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가끔 내 안의 내가 무서워질 때가 있다. 내게도 다중인격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나쁜 인간성은 발휘되지 않도록 내내 잘 다스리며 살아야 할 텐데. (y에서 옮김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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