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독 - 유혹하는 홍콩, 낭만적인 마카오의 내밀한 풍경 읽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시골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취향이 촌스러워서 그런 건지, 나도 도시가 좋다. 자연이 멋지다는 시골 여행보다는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도시 구경이 더 재미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내 취향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내 로망은 자연보다는 도시 쪽이라는 것.

 

홍콩, 마카오. 이제까지 큰 관심이나 호기심 없었다. 홍콩 영화를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쇼핑에도 관심이 없는 편이니 굳이 내가 홍콩에 가 보게 될 날이 올까 여기면서 지내왔다. 책을 보며 넘기는데 살살 들썩이는 것이다. 홍콩 역시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만의 홍콩은 아니었으니. 할 수만 있다면 기회를 만들어 넘겨다 볼 만한 땅, 문화 배움터가 될 것 같다.

 

이 작가의 글을 오래 읽어온 편이다. 기행문의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넣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다니, 초기에는 부러운 마음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떠돌아 다녀야 하는 삶이라니 싶어 괜히 내 마음이 애잔하다. 작가 쪽에서는 한 곳에 붙박혀 있는 우리네 삶이 답답할 수도 있는 노릇인 것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만도 아니고 마냥 불평하는 것만도 아닌 생,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를 해 줄 수도 있는 것일 테지.

 

도시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겠다. 사람과의 부딪힘, 그게 도시 여행의 본질일 것이고. 게다가 사람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 다니는 일일 테니, 사람을 싫어한다면 도시 여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정한 거리감만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는 일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니까.

 

홍콩, 나도 구경하러 한 번 가 봐야지. (y에서 옮김20140407)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덧없어 보이는 외양들이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 트램 지나가는 소리, 번쩍거리는 상품 광고, 어둠에 잠겨드는 건물의 흐릿한 경계와 빛나는 가로등……. 시시각각 변해가는, 근원이 모호한, 진짜가 아닌, 덧없는 시뮬라크르들. 그런데 그것들이 발산하는 표정, 소리, 움직임, 꿈틀거림, 에너지 들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황홀함을 느낄 때, 원본과 복제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어졌다. 나와 저 사물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의미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여기서‘ 꿈틀거리는 빛나는 것들이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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