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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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 작가들이 재미있는 기획으로 만들어 낸 책이다. 이제부터 냉면을 먹을 때마다 이 책 속의 냉면을 떠올리게 될 듯하다.

 

다섯 편, 소재는 같지만 각각의 작품들이 다른 성향을 갖고 있어 구별이 된다. 내 취향이 확실히 아닌 것은 '목련면옥'이다. SF라고 해도 굳이 읽고 싶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 

 

김유리의 작품은 SF 장르와 관계없이 읽어도 좋았을 작품이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하연옥에 가서 냉면을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범유진의 글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 하나를 다룬다. 다문화. 중화냉면을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앞으로도 먹을 것 같지는 않지만, 나의 이런 태도가 사람들을 대하는 편견으로 작용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dcdc의 작품은 신선했다. 남극의 얼음 아래 뭔가가 있다는 상상, 거기서 굳이 냉면을 먹겠다는 의도가. 즐겨 하는 보드게임 중에 엘드리치 호러라는 게 있는데, 이 게임의 배경 중 하나인 남극에서 '옛것'이라는 괴물이 나온다. 작가가 이 게임을 알고 있으리라는 것도 이 글에 가까워진 이유가 되었다.

 

곽재식의 글은 늘 그래왔듯이 내 취향이다. 유쾌하고 코믹하고 발랄하고 엉뚱한 상상. 그럼에도 현실의 문제를 중요한 사건으로 다룬다. 넉넉하게 풍자하면서. 다만 파인애플이 들어간 냉면을 먹고 싶지는 않다. (y에서 옮김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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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참마 ㅣ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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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생쥐 가족이 힘을 모아 참마를 캔다. 생쥐가 참마를 먹는가? 그림책에는 참마를 캐 와서 요리를 하고 함께 먹는다고 나온다. 인간인 나는 모른다, 생쥐들이 참마를 어떻게 먹는지. 그림책을 보면서 사실을 따지고 있는 나, 쯧쯧, 생쥐들이 도리어 나를 안타까워 할 것 같다. 


참마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 야채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다 적용된다. 그렇겠지, 참마구이, 참마전, 참마조림 등등. 본 적도 있다. 생으로 먹기도 하던데. 내가 안 먹고 있을 뿐. 끈적이는 그 성분이 마음에 들지 않더란 말이지. 


작가가 소재를 활용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아이와 이 책을 같이 보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아이에게 참마를 어떻게 설명해 줄까? 먹으면 맛있는 야채라고? 가족이 함께 참마를 구해 왔으니 더욱 맛있는 음식이 될 것이라고? 이 대목은 유의해야 할 것도 같다. 요즘 시대에 가족이 함께 음식 재료를 구해 온다는 과정이 쉬운 게 아니니. 가족 텃밭이라도 가꿔야 하나 어쩌나. 나로서는 전혀 쓰일 데 없는 고민을 해 본다. 즐겁다.  


14마리의 생쥐 가족이 사는 모습은 언제나 흐뭇하고 따뜻하게 여겨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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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아기 돼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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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에서 종종 봐 왔던 방법이라 이제는 낯설지 않다. 아마도 이 작가는 동요를 꽤나 좋아했나 보다. 좋아하는 동요 구절에서 소설 속 사건의 소재를 얻은 후에 글을 썼을지 혹은 글을 쓰다 보니 관련된 동요의 구절이 떠올라 제목으로 삼았을지 앞뒤 순서는 모르겠으나, 알 필요도 없겠고, 연결시켜 놓은 재치에만 감탄한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의 머릿속은 정녕 복잡하겠구나 여기면서.


다섯 마리 아기 돼지라는 노래처럼 다섯 명의 인물(푸아로가 보는 용의자)이 등장한다.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받아 16년 전에 끝난 사건을 되살려내는 푸아로. 결말은 다소 맥이 풀리지만 그 과정은 대단했다.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중요하기는 하지만) 범인으로 이어지는 증거를 수집하고 맥락을 잇는 푸아로의 추리가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이지만, 추리소설이지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소설로 실현시키려는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작가의 의도대로 사람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왜 그러한가, 왜 그러는가, 왜 나와 다른가, 왜 나는 이러한가...... 답이 없는 물음들. 한 개인의 어떤 솔직함은, 어떤 용기는, 어떤 당당함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좀 착잡해진다. 내가 살겠다는 의지와 다른 이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둘 사이의 경계가 너무도 불분명해서. 이게 또 삶이겠지만.   


그런데 16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서 글로 쓰라고 하면 쓸 수 있는 게 있을까? 아무리 큰 사건이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목격자나 관련자로도 활약하지 못하겠구나. 그러니 읽고 또 읽기나 할 수 있을 뿐. (y에서 옮김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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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 SF/환상문학 테마 단편선 ㅣ Miracle 5
이영수(듀나) 외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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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이라는 장르에 조금 더 들어가 본다. 아직 환상문학이라는 게 어떤 장르인지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편 읽고 보니 어렴풋이 잡히는 가닥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더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니까 조금 더 알 수도 있겠지.

 

상상은 우리를 얼마만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까. 막연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과학적이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상상, 그러나 현실과는 아주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아주 헛된 것은 아닐 것 같은 상상, 이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정말 이루어질 것 같은 일들의 상상.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장르의 소설들에는 이런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과학이 있고 우주가 있고 영혼이 있고 저승도 있다. 모든 것들이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면서 연결된다. 내가 내가 아닐 수도 있고, 네가 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있는 곳이 여기였다가 우주 저 건너였다가 과거 어디였다가 꿈속이기도 한다.

 

정신을 차리고 읽어야 한다. 소설가가 만들어내는 낯설어 보이는 단어들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만한 정도의 수고를 발휘해야 읽어낼 수 있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싶으면 들어서지 못하는 장르가 되고 말 것 같다. 내가 판타지 소설에 들어서려다가 실패했던 것처럼.

 

흥미를 느낀다. 이 작품에 실린 작가들의 작품을 더 읽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장르의 소설가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곽재식 작가로부터 시작되었음을). (y에서 옮김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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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중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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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읽었던 <비밀 결사>에서 활약한 토미와 터펜스가 결혼한 후에 탐정소를 차리고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단편 모음인 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커다란 사건들 대신 아기자기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이 귀여울 정도였다. 권총이 등장하고 납치를 당하는 순간들도 있어 자칫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읽는 이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했던 것인지 가볍게 그리는 것으로 그쳤다. 그래도 매 사건들의 흐름에 재미를 얻을 수 있어 괜찮았다.


젊은 부부. 딱히 돈을 벌 일이 없어 지인의 도움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소설이니 소설 자체로만 즐기기로 한다. 이런 문제를 현실과 연결시키다가는 괜한 문제만 생길 것 같고,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이 부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가 영국에서 6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고 하는데-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하고-기회가 닿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소설이 쓰였던 영국의 풍경을 짐작하는 재미가 크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와 러시아 등에 대한 언급도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유럽 국제정세라든가 스파이 활동 같은 것, 백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걸 보면 세상 참 안 변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작가의 솜씨가 그만큼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부부가 내내 함께 하면서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난 좀 회의적인데. (y에서 옮김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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