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진짜로 궁금했어
마스다 미리.다케다 사테츠 지음, 박정임.이연식 옮김 / 이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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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런 기획 신선하다. 누구나 생각은 해 보았겠지만 그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고 그림이나 글로 나타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텐데, 이 책을 만들어 내겠다고 참여한 사람들은 해 낸다. 막상 이렇게 만들고 보니 또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건 맞는 것 같고.

남녀 간의 성. 참 야릇하고 미묘한 대상이다. 본능이고 일상이라면서도 의식주와는 달리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문화마다 나라마다 다루는 범위에서의 차이도 크고 수준도 다르다. 대체로 금기시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여자 입장에서는 만화로 보여 주고 남자 입장에서는 글로 보여 주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두 작가가 각자의 몫을 이렇게 정했겠지. 나는 마스다 미리 팬인 관계로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이 책을 구했던 건데 막상 읽고 보니 또 그런 대로 볼 만했다. 마치 성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는 어른들에게 어린 날, 성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던 그 모든 시절을 선물해 주는 것처럼. 이게 야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그것조차 제대로 구분이 안 되는데, 그럼에도 또 야한 게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요상한 분위기가 있더란 거지.

그런가, 그 시절, 남자 중학생들은 그런 생각들과 그런 행동들을 했더란 말이지? 우리 여자들은 그 시절에 이 책의 만화에서 보여 주는 만큼도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었는데. 어쩌면 내가, 내 친구들이, 이런 내용을 좀더 외면하던 사람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혼자서 피식피식 하면서 본 책이다. 굳이 누군가에게 권할 정도는 못 되겠고, 그것 참 이런 내용으로도 책이 되는구나 이 생각만 계속 했네. (y에서 옮김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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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근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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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있었던 일은 과거로 여기고 그냥 흘려 보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그 일은 어떤 식으로든 현재와 연결되어 있고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앙금은 미래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니까. 과거의 역사가 남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현재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되는지 이미 확실하게 보고 있기도 하고.

코끼리가 기억을 잘 하는 동물이던가. 이번 책에서는 이 말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한다. 아니, 사건이 일어난 건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조사하는 일을 한다. 푸아로 경감이 등장하는데 경감의 친구인 소설가 올리버 부인이 사건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오래 전에 공식적으로 덮인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일, 할 만한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과거의 그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어도 남은 자녀들은 그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으니.

모처럼 살인 사건보다 기억이라는 인간의 정신 활동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해 준 책이다. 이 작가의 사고 영역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읽고만 있는데도 숨가쁜 느낌이 든다. 무엇을 기억하는가, 어떻게 기억하는가. 기억은 나를 어떻게 살게 하는가. 기억에 대한 이론들을 더러 읽어 보기도 했지만 이번만큼 강렬하고 불안하게 다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완전히 믿을 수도 없는 것,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 기억, 내 생의 지난 날들,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시간과 공간들. 그건 정녕 있었던 일이었을까?

사소한 기억들은 사소한 정도로만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억은, 또 과거의 어떤 진실은 남은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이런 경우일 것이다. 기억을 숨기고 조작해서 다른 이의 행복을 빼앗아 제것으로 삼는 사람들은 혼을 내야 한다는 것,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 코끼리는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y에서 옮김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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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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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풍경이 늘 근사해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이번에 읽은 작품의 배경은 좀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카리브 해라, 가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 볼 것 같지도 않은 곳, 영화로 흘러 넘기면서 봤던 기억을 되살리며 소설을 읽었다. 그렇다고 내 상상 속의 바다가, 리조트가, 풍경이, 실제 카리브 해 근처의 어느 곳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렴 어때?

마플 여사가 모처럼 카리브 해의 휴양지에서 머물고 있던 중에 겪게 되는 사건을 담은 내용이다. 고향인 세인트 메리 미드에 비해 너무 따분하고 지루하다며 불평을 하던 중에 사건 아닌 듯 시작해서 점차 커지는 사건들로 점점 빠져들게 되는 마플 여사. 사건이야 마플 여사가 결국 해결할 것이고, 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호텔과 해변에서 즐기는 과정을 따라다니며 가상 체험을 해 보는 재미를 즐겼다. 그 시대에도 이렇게 호화롭게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었더란 말이지.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볼 만 했을 것 같다.

카리브 해를 지도에서 찾아 보았다. 카리브 해 주변에 있는 나라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새삼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이 나라가 이 위치에 있었구나,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곳을 관광지로 휴양지로 다녀가는 사람들은 여러 차이가 있겠구나, 소설 속에 그런 대목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속성을 헤아려 봐야 한다는 것, 그 사람의 참과 거짓을 구별해 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할 경우 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면... 사람, 참, 어려운 존재다. (y에서 옮김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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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는 연애중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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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연애를 하는 모습에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하면 하는가 보다, 안 하면 안 하나 보다 정도. 내 연애가 중요하지 남의 연애에 이렇다 저렇다 말해 주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그래서 이 만화가 더 신기했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도 있구나, 옆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했으니까.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주의깊게 본 만화였다.

연애라는 게 또는 사랑이라는 게 나이와는 상관없이 오간다고는 했는데, 새삼 그리울 나이도 아니다 보니 먼 산 구경하는 기분이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산, 당장 자리에서 일어선다고 나설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게 아닌 산, 굳이 찾아가 보고 싶은 만큼 끌리지는 않는 산, 구태여 그 힘든 오르기를 뭐하러 싶게 하는 산, 가 봤자 또 그 산이 그 산인 산. ㅎㅎㅎ 걷는 일은 좋아해도 등산은 싫어하는 나로서는 연애 혹은 사랑이라는 게 딱 그래 보인다. 그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랑을 많이 하셔야지요.

남동생이 보는 누나의 연애라. 남동생은 아직 제대로 사랑을 못해 본 순진한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누나는 연애와 실연을 오가고 있다. 아직 못해 본 사람이 지켜보는 사랑의 물결이라니. 덩달아 흔들리기도 할 것 같다. 많이 궁금하기도 하겠지.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염려되고 그러면서 남들 다 한다고 하니 자기도 해 보고 싶고. 사랑, 참 흔하면서도 내것이 되기에는 쉽지 않지.

이토록 순진한 이 남동생, 언젠가는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되겠지. 그러면 그때는 누나 입장에서의 만화가 나오게 되는 걸까. 살짝 기대가 된다. (y에서 옮김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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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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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른다, 여자의 말을. 여자는 끝내 이해가 안 된다, 남자가 여자의 말을 모른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거리감을. 더 이상 안 되는 거라고 포기해야 하나, 그래도 될 때까지 노력을 해 보아야 하나. 노력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둘 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 텐데,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읽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일 텐데.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갈등 중의 하나인 남녀 간의 갈등, 여자의 말과 남자의 말의 차이.

언제나 그랬듯이 소소하게 재미있다. 변하지 않는 단순한 그림, 담백한 대사, 그럼에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뒷맛. 그리고 끄덕거리게 되는 공감. 이것이었지, 그래,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때 그래서 기뻤고, 그때 그래서 서운했던 거야,...... 미처 생각 밖으로 떠올려 보지도 않고 넘겼던 상황들이 슬며시 그러나 강하게 되살아나면서 새삼스럽게 인정하도록 만들어 준다. 우리는, 여자인 나와 남자인 그는 이렇게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인 그는 끝내 내가 한 말의 의도를 몰랐던 것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게는 누나인 딸과 동생인 아들이 있다. 얘들도 이런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라서, 또 남자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말의 의미들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인지. 이러한 속뜻을 조금만 더 잘 파악해도 인간 관계의 많은 부분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인데. 아니다, 어쩌면 남녀 간의 혹은 사람들 간의 모든 문제들이 우리 자신이 조금 더 이기적인 쪽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를 더 이해해 달라고, 내 말뜻을 네가 먼저 알아 달라고, 나보다 네가 더 신경 써 달라고, 그런 바람을 품고 있는 건지도.

사이 좋은 오누이의 일상을 담은 만화, 보기에 좋았다. (y에서 옮김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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