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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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책을 보면서 마음을 떠나 보내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얄궂은 날, 아침저녁으로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공기로 마음이 설레는데, 한낮에는 여전히 더위 때문에 짜증이 물러가지 않는 날, 몸이 떠나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보내 주어야 한다. 자전거까지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 간절하리라.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자전거를 탈 줄 아는 것이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쁜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하다못해 2명이 같이 타는 자전거 뒤에서 앞사람 등에 얼굴을 기대고도 싶었는데, 하나도 못하고 나이만 먹었다. 내 아이들도 다 탈 줄 아는 자전거를 나는 아직도 못 탄다.


 


자전거 여행은 너무나 약오르는 내 꿈이다. 하루만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이 작가처럼 달려 보았으면. 이 가을, 가을빛에 젖은 산들을 아름다운 글로 보여주고 있는 이 작가처럼 나도 자전거를 타고 가을산을 볼 수 있다면. 아니, 우리 동네만이라도,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 사잇길로 내 아이들처럼 나도 자전거를 타고 돌 수 있다면, 마주 오는 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갓길로 자전거 핸들을 돌리면서 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y에서 옮김200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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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 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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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요리사 2에서 작가가 우승을 한 것을 보고 찾아낸 책이다. 책을 쓰는 요리사, 내가 좋아한다. 


    책은 수월하게 넘어간다. 구성은 큰 주제로 네 영역, '음식이라는 것-요리를 한다는 것-식당을 한다는 것-요리사로 산다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영역별로 10-11편의 글이 실려 있고 각각의 글이 짧은 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읽는 동안 나는 좀 싱겁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유별나게 극적인 사건도 없고 놀랄 만한 전환점도 딱히 없고 그저 꾸준하고 성실하게 요리를 하고 가게를 운영해 온 작가. 요리 프로그램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 아니라면 주목받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 평범한 내용의 글들. 글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서 책이 제 값을 갖게 된 것 같다.   


    싱거운 듯 싶었던 글들이, 싱거운 듯 싶었던 요리사로서의 삶이 책의 마지막에 이르자 제대로 보였다. 그래, 이런 과정이 제대로의 삶의 모습인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나 아무나 겪어나가지는 못하는,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생. 유별나지 않아서 도리어 은은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 


    작가가 언젠가-곧 열겠다고 했는데-국수가게를 열게 된다면 찾아가서 먹고 싶다. 국수 정도라면 값도 분위기도 나의 촌스러운 처신도 다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국수 한 그릇 먹겠다고 따로 돈을 모으지는 않아도 될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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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의 어리석음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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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 참 다양하게도 생각해 낸다는 점. 비슷한 배경과 주제를 가진 듯해 보여도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방식은 조금씩 다 다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는데도 자가복제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더러 실망을 느꼈던 바라 더 대단하게만 보인다. 어쩌면 요즘 추리소설마저 이 작가의 기술에 힙입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사람의 상상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내가 갖고 싶다는 건 아니고.


    가짜로 하는 살인 게임. 시나리오를 짜 놓고, 배경도 설치해 놓고, 희생자도 정해 놓고, 개요를 모르는 참가자들에게 범인을 찾게 하는 게임. 돈 많은 부자들은 이렇게 놀 수도 있구나, 초대된 손님들은 이렇게 덩달아 놀 수도 있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저 먼 곳이나 가까운 이곳이나. 현실의 어떤 대목과 겹쳐 씁쓸하면서도 또 소설을 읽는 재미는 고스란히 느낀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향한 욕심은 다를 바가 없구나 여기며. 나는 무엇을 가장 갖고 싶을까, 내 속에 물어 보는데.


    잘 만든 영화 한 편, 범죄수사 드라마 에피소드 한 편을 본 느낌이라 만족한다. 이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 역시 이 작가의 영향력을 얼마만큼은 받은 셈이겠지만. (y에서 옮김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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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ㅣ 마음 시툰
    김성라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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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작가가 힘을 모아 만든 마음 시툰의 또다른 책이다. 한 분은 시를 고르고 한 분은 그 시와 어울리는 만화를 그려 보이고. 주요 독자로 청소년을 염두에 둔 듯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누구라도 마음에 들어할 내용이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대상을 '시'로 삼는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이겠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도 시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내가 시를 좋아해 보니 이런이런 점이 좋던데, 이 좋은 것을 모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 이건 뭘까? 어떤 의도에서 갖게 되는 바람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야 있겠지만.  


    한때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또 시를 모른다는 학생들에게 시를 향해 마음을 열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해 보기도 했다. 더러 성공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 학생도 있었지만 여전히 시 앞에서 닫혀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동기란 늘 그랬던 것 같다. 다른 이가 심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스스로 열지 않으면 발을 내딛지 못하고 만다는 것. 자극을 주는 데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을 읽을 이는 누구일까? 이미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저 좋아서 읽을 것 같다. 나처럼 그림을 더 마음에 들어 하든 어쩌든. 국어 시험 공부를 위해서만 시를 보는 학생들, 학창 시절 시험 문제로만 기억하는 어른들, 용기 있게 그리고 가볍게 시를 펼쳐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이 마음만 되살려내어도 고단한 일상이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고 나면 다시 기운이 날 것 같아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노래 한 소절, 시 한 구절이 다를 바가 없을 테니.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을 따로 챙겨 본다. 더 봐야 할 시다. (y에서 옮김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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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코리 디코리 독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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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가 같은 낱말(히코리)에서 사건과 배경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소설 제목이 히코리 디코리 독이라 하여 무슨 독극물 중의 하나로 주요 소재로 쓰인 줄 짐작했는데 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동요 제목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히코리라는 동네라는 점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었을 뿐. 쓸 거리가 많은, 혹은 쓸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사람은 아무 것이나 이어 놓아도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푸아로 경감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비서인 레몬 양의 언니가 지배인으로 근무한다는 히코리 가의 하숙집에서 이상야릇한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게 발단이다. 당시 영국에 공부를 하러 온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이래저래 얽히고설키고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분위기에서 살인 사건까지 생기고. 레몬 양의 언니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푸아로가 현장으로 들어서고 그리고 마침내 해결하기까지. 사건 해결 자체보다는 하숙집에 머무는 하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럿이 한 공간에 모이면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같든 다르든 각각의 성격과 처지에 따라 우호 관계도 적대 관계도 생겨나게 되는 것인데. 작가는 이들 안에서의 관계를 절묘하게 설정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 준다. 특히 작가가 중요하게 다루는 인간 각자의 인간성까지 보여 주면서. 사람은 안 바뀌고 유전자는 유전자의 구실을 끝내 하고 만다는 것이 꽤나 씁쓸한 맛을 남기기는 했지만. 


    다가오는 2월에 이 작가의 작품인 나일 강의 살인이 영화로 나온다. 내용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다 알고 있는 바가 영화 화면으로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비교하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알아도 계속 찾고 다시 만드는 작품, 이게 중요하다. 이것이 매력일 테니. (y에서 옮김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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