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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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읽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새책이 나왔으니 안 읽을 수가 없지. 모두 9편의 단편. 비교적 짧은 글 안에서도 반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글이다. 초반에 읽으면서 내가 짐작하는 의도대로 풀린다면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은근히 작가와 겨루는 기분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는 생각으로 마땅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을 속인다는 것, 더 잘 속인다는 것, 이런 것도 키워야 하는 능력인가 싶다. 안 속이고 안 속고 살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세상이 너무 심심하려나. 그렇다고 재미 있으라고 남을 속이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욱이 그게 범죄와 관련이 된다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기분 좋게 해 주는 속임수도 있기는 하다. 속아서 기쁘기도 하고 속여서 다행이기도 한 그런 순간들. 추리소설을 속고 속이는 구성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평가가 되겠지만,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이 점이 작용한다. 속고 싶지 않다는 것,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 보면 속지 않을 능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으로.

 

나는 참 잘 속는 편이다. 뒤늦게 깨닫고는 난감해 할 때도 종종 있고. 끝까지 깨닫지나 말면 덜 속상할 텐데, 늦은 깨달음이 오고 마는 것이다. 아닌가, 깨달을 때까지 속고 있어서 그런가? 이렇게 계속 읽어서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y에서 옮김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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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 - 숲의 시 8
안도현 / 푸른숲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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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시집은 참 많다. 아니, 어쩌면 거의 모든 시집이 사랑에 관한 시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은 사랑 시집을 발견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무의미한 넋두리나 한탄, 맹목적인 사랑 타령이 도리어 시 자체를 질리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내가 만난 사랑 시집 중에 으뜸이다. 아프고 그리운 사랑이면서도 건강한 사랑을 위하여 끝없이 자신을 달래고 키우는 시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은 그저 나를 바친다거나, 무조건 나를 희생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노래를 하고 있지 않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가꾸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기쁘면 같이 기뻐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한데 모을수록 더 큰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힘이 되어 주고 비록 사랑을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되니까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런 때 이렇게 따뜻한 시집을 열게 된다면 이 겨울을 나기가 한결 수월하리라. (y에서 옮김20010120)


[인상깊은구절]

스무 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번쯤 연애 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못할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며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곤 했었지


-연애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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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력의 태동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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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늘 느꼈던 것과 같은 질과 양의 재미를 받은 책이다. 이 작가의 작품 배경이나 소재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쪽의 이야기다. 범죄 사건이 아니고, 시기나 질투에서 비롯되는 모함 이야기가 아니고, 알 수 없는 현상을 신기하게 해결하고서 산뜻한 기분이 되는 이야기들. 


    책에는 총 5가지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1장부터 등장하는 서술자는 젊은 침구사 구도 나유타다. 나는 초반에 이 사람이 여자인 줄 알았다. 곧이어 바람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소녀 우하라 마도카가 나타난다. 이 소녀가 앞서 읽었던 책 [라플라스의 마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삐걱대면서도 구도가 아는 사람 중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준다. 이 문제 해결 과정이 소설의 주 내용이라고 여기면 된다.


    두 주인공은 과학적 이론을 한껏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현실에도 이런 일이,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범죄나 안타까운 사고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고, 제대로 해결이 안 되어 억울한 사람이 남겨지곤 하니까.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이런 문제가 소설 속에서나마 해결되고 있으니 속 시원한 맛도 있는 것이겠지.  


    내게 다행인지 안타까운 일인지 잘 구별이 되지는 않는데, 이 책의 전작인 '라플라스의 마녀' 줄거리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읽고 다시 즐거워해야 하나 어쩌나. (y에서 옮김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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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ㅣ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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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소재들도 이야기가 되고 만화가 되고 책으로도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작가에게 기본 경력이 있으니 이런 편집이 가능했겠지. 오사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고, 딱히 궁금한 것도 아니지만 작가가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바를 글로 그림으로 나타낸 내용은 친숙하고도 정감이 있었다.

     

    오사카에서 죽 살다가 도쿄에 가 보니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인상이 있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되었다. 도쿄는 서울로 오사카는 부산쯤으로. 그런가, 사람마다 살아온 지역의 특성을 알게 모르게 갖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우리도 쉽게쉽게 입밖으로 내뱉곤 하니까.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 없이 일부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일화들을 읽으니 흐뭇하다. 지역 감정을 이용해서 싸움을 일으키고 그 사이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음흉한 욕심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다. 이런 내용으로 저마다의 고향을 소개하는 컨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좀 있었다. 일본어를 모르니 말과 관련되는 일화들은 덧붙인 설명에도 뭘까 싶었고, 이를 이용한 언어유희의 예시에서도 웃지 못했다. 알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은 했지만. 오사카 사람들도 이 만화를 볼까? (y에서 옮김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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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사 산책
    닐 맥그리거 지음, 김희주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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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재미있게 읽고 아주 유익했다고 적는다.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읽던 중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궁금하여 독일 역사책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브란덴부르크라는 이름은 읽던 소설의 제목과 헷갈리다가 겨우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리뷰를 끝내고 나면 나의 엉성한 기억력 탓에 다시 헷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러라지. 


    아무튼 나는 독일의 역사를 읽었다. 읽는 족족 앞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고 넘긴 듯하지만 읽었다. 신성로마제국과 루터의 종교개혁과 특히나 소설의 배경과 관련된 한자동맹과 칸트와 괴테와 비스마르크와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독일 통일에 이르기까지. 들어본 적은 있으나 내 말과 글로 설명할 수는 없는, 한때는 열심히 외웠겠으나 이제는 아득하기만 한 세계사 속의 독일 정보들. 재미있구나, 역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구나, 읽어도 읽어도 계속 읽을 수 있겠구나, 역사라는 영역에서는, 우리나라든 이웃 나라든, 먼먼 나라든 상관없이. 


    이 책의 작가가 특별해 보인다. 영국박물관장을 지낸 사람인데 독일 역사책을 썼다. 독일을 어떻게 여겼기에 책으로까지 만들어내었을까. 호감이었을까? 혼자 쓸데없이 궁리해 본다. 호감과 애정과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정성 가득한 자료집을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덕분에 나는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은 독일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독일 지역에 남아 있는 여러 기념비적인 장소와 역사적인 인물과 유물을 바탕으로 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현재와 잇는 방식을 취한다. 시간의 순서대로 줄세우는 역사 지식을 원하는 이에게는 성가신 구성이 될 수도 있겠다. 나도 책 초반에는 이게 무슨 방식인가 하여 어리둥절했고. 곧 부담 없이 읽자 하고 나서 보니 이것은 이것대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브란덴부르크를 비롯하여 지금도 남아 있는 곳곳의 유적지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었으니까.  


    이제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이 책에도 토마스 만이 등장한다. 아주 반가웠다. 이런 접점을 만나고 나면 내 안의 세상 한 면이 부쩍 넓어진 느낌이 들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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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2 1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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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3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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