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시집은 참 많다. 아니, 어쩌면 거의 모든 시집이 사랑에 관한 시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은 사랑 시집을 발견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무의미한 넋두리나 한탄, 맹목적인 사랑 타령이 도리어 시 자체를 질리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내가 만난 사랑 시집 중에 으뜸이다. 아프고 그리운 사랑이면서도 건강한 사랑을 위하여 끝없이 자신을 달래고 키우는 시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은 그저 나를 바친다거나, 무조건 나를 희생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노래를 하고 있지 않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가꾸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기쁘면 같이 기뻐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한데 모을수록 더 큰 사랑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힘이 되어 주고 비록 사랑을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되니까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런 때 이렇게 따뜻한 시집을 열게 된다면 이 겨울을 나기가 한결 수월하리라. (y에서 옮김20010120)
[인상깊은구절]
스무 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번쯤 연애 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못할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며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곤 했었지
-연애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