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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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이 오래되면,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의 삶을 겪으며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 집이라면, 그래, 집이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아쉬운 것일 테고, 보고만 있어도 이야기가 흘러 나와 흘러 가는 느낌을 알아채고 이를 들을 만한 집 앞에 서 본다면. 더는 무섭지 않을 것 같다.


대단한 그림이다. 1656년에 처음 세워진 집, 1999년까지의 모습을 15개의 그림으로 보여 준다. 처음 세운 뒤로 허물어졌다가 다시 손질을 해서 사람들이 살았다가 떠났다가 바뀌는 동안의 여러 모습들. 특히나 세계 전쟁이 있었던 무렵의 그림들은 집의 입장에서 보아도 서글프고 암담하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못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래도 눈을 맞는 집, 비를 맞는 집 그림은 참 근사하다. 속사정은 내내 아릿하지만.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집도 사람마냥 시든다. 책 속 '새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옛말'이 이렇게 슬프게 들릴지 몰랐다.  


이 책도 어린이 대상의 동화책으로 분류되어 있기는 한데, 세월의 흐름에 시들해진 어른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다. 20세기 전쟁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본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집의 수명이라면, 적어도 사람의 한 목숨보다는 더 길어야 하지 않을까, 아파트나 빌라 따위 말고 집이라면 말이야, 저택까지는 못되더라도. 궁시렁거려 본다. (y에서 옮김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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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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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시간 보내는 방법 하나 - 추리소설 읽기. 남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생각은 배제하고. 


범인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채 글을 읽어 나가면서 범인을 추측하는 것, 그리고 작가가 감추어 두고 있는 게 무엇인지 동시에 파악해 나가는 것. 작가의 의도를 소설의 끝장에 이르기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졌다!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상쾌해지는 뒷맛. 그 맛을 느끼고 싶다는 게 이런 글을 읽는 이유 중 하나이겠지.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일찍 알아버린다면 알아낸 자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시시한 소설이었다고 할 테고, 끝까지 읽었음에도 작가의 의도를 깨우치지 못하게 된다면 끝맛이 쓴 소설이었노라고 불평하게 될 것이고. 


히라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이런 나의 기대에 적절히 부응한다. 내가 만족하는 이유이다. 계속 그의 글을 읽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루하지 않다는 것, 이건 재미에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니까. 


한낱 추리소설이라고 하겠지만 범죄가 일어난 곳에는 예외없이 오해나 욕망이나 질투가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거나 납득할 수 없었다거나 두고 볼 수 없었다거나 참을 수 없었다거나. 그럴 수 없었다는 것, 그걸 좋은 표현으로 열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결국 범죄에 이르고 말았다면 열정은 아니었던 것일까. 집착이나 병이었다고 해야 할까.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었던 병. 재미와는 따로 생각해 볼 거리인데,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있을 그런 속성의 일부가 맞물리다 보니 더 쉽게 빠져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움을 받지 말아야 할 것, 의외의 사고를 염두에 둔다면 이 또한 고려해야 할 처신이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인간은 어지간히 불완전한 존재이니까 말이다. (y에서 옮김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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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타카코 씨 6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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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를 끝내는 책이다. 모르고 구한 건데 다 읽고 나니 아쉽다. 행복이라는 게 대체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고 싶고 가지고 있는 채로는 자꾸만 잊어버리곤 하는. 


    행복한 상태로 지내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듯하다. 작가는 남보다 유독 잘 듣는, 잘 들리는 소리들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생각해 내고는 이 만화를 그렸다는데 배경이 된 그 마음이 잘 느껴진다. 나도 궁리해 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이란. 이 또한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혼자서 지내야 하는 시간도 있고 남과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겠지. 이런 좋고 좋지 않음의 경계를 어느 쪽으로 당겨서 사는가 하는 게 각자의 성향 혹은 취향이 되는 셈일 텐데, 이 문제를 요즘들어 더욱 활발하게 탐구하는 듯하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시대가 된 것일까. 이 항목만큼은 나도 요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y에서 옮김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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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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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 형사 시리즈 2번째다. 1권에서는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2권에서는 시간을 훌쩍 넘어 형사가 되어 있다. 여전히 독신인 채로,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던가 어쨌든가. 


    이번에는 배경이 발레단이다. 발레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정리했을 작가의 수고로움이 얼핏 보이는 듯하다.(나로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취재 열성을 가진 작가를 나는 존경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가가' 형사는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유가와 교수의 결정적 역할과는 비교가 된다. 책 3분의 2 이상을 읽을 때까지도 무슨 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하게 되어 있다. '가가'도 내놓고 생각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그저 현상만 따라 읽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게 묘하게도 흥미진진하다. 결말을 빨리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이대로 좀더 미루어 두고 즐기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사람 마음은 참 모를 일이다. 배신감, 이게 은근히 무섭다. 적어도 인간 관계에서 배신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배신감을 느낄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쪽에서 완전하게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니 최소한 내 몫의 양심과 절개는 지켜 주어야 할 일. 그리고 사람은 잘 사귀어야 할 일이고. 관계를 끊더라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혜롭게. 


    사람을 죽이고도 안 그런 척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본능 중 하나일까. 내가 살아야 한다는 본능. 겉모습과 속은 같을 수가 없다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살자고 하는데, 여전히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텐데. 


    3권으로 넘어 가면 '가가' 형사가 사랑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알 수 있게 될까? (y에서 옮김20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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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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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이라는 게 뭔지, 행복하겠노라고 취하는 일들은 또 다 무엇인지. 저마다 다르고 저마다 할 말이 또 다른 행복, 무슨 강박처럼 갖겠다고 갖겠다고 끝없이 갈망하는 그 행복. 이러다가 이 행복 때문에 도리어 덜 행복해지고 말겠는 걸 싶어지기까지 하니. 정말 행복이라는 것에 이 정도의 가치를 두어야 하나 의심이 들 때가 종종 생긴다. 실제로 행복을 느끼는 마음 상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가끔 어떤 이의 행복은 보고만 있어도 같이 행복해진다. 이게 참 좋다. 행복이 좋은 쪽으로 전염되기도 한다는 상황에 해당하는 말일 테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사자는 행복하다는데 보는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 이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두기로 하고.) 자신도 행복하면서 그 행복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행복에 대한 탐구. 이건,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일이다. 이 만화를 보고 있을 때와 같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주제로 삼은 이 책은 이제 5권에 이르렀다. 연달아 읽는 것도 아니고, 띄엄띄엄 읽다 보니 매번 새롭다. 타카코의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전해 받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가끔은 정말 타카코처럼 행복해지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이전에는 몰랐던, 모르고 넘겼던, 바로 그 평온하고 그윽한 마음 상태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특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지극히 사소한 발견과 울림과 설렘과 인정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일렁임으로.


    잊지 말자, 제발. 내가 지금 많이 행복한 상태라는 것을. (y에서 옮김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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