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 눈 오는 날의 기적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샘 어셔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의 '기적' 시리즈는 상당히 흥미롭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햇볕에 쨍쨍하거나, 고양이가 등장하거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내용의 책을 아직 못 봐서) 살면서 스치듯이 넘기지 말고 좀 오래 곱씹었으면 하는 메시지를 각 배경에 어울리게 담아 놓았다. 아이보다 나같은 메마른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이 책, '눈 오는 날의 기적'에서 전하는 주제는 기다림이다.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 그 가치를 얻기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기다렸다가 얻고 보면 훨씬 풍요롭다는 것. 순간에 휘둘리며 급하게 급하게만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책 속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우리 주위에 드물어서 그런 걸까. 그러다가 아이들이 지금의 어른들보다 더 조급한 성격을 가진 어른이 되고 말면 어떻게 하나.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말이다. 지금 이 시절의 이 엉망진창인 분위기는 따지고 보면 지금의 기성 세대가 다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을.  


느긋해지고 싶다. 더 여유로워지고 더 잔잔해지고 싶다. 눈 내린 마당을 제일 먼저 밟지 않으면 또 어떤가. 이미 밟고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함께 노는 것도 좋은 일인 것을. 먼저 밟은 쪽이 뒤에 오는 이들에게 자신이 먼저 밟았다고 못 밟게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늦게 왔으니 같이 놀지 못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아니, 이것도 이미 어려운 문제이던가?


동화 속 풍경이 벌써 그리워지려고 한다. (y에서 옮김202110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영화 '백야행'을 보고 혼자 충격을 받고(일부 내용의 잔인함 때문에), 이어 그 영화의 대본 원작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두 번 놀랐다. 참 내 취향과 안 맞는 사람이군,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굳이 내가 이 작가의 글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군, 그러면서 살짝 제꼈다. 안 읽어도 읽고 싶은 글은 충분히 넘쳤으니까. 


그런데, 이미 읽은 독자들의 평을 보니 어째 좀 달라진 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통된 게 글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전혀 아니었는데, 무서웠는데, 끔찍하고 잔인했는데, 그때 그 하나의 작품에 너무 큰 인상을 받은 탓에 내 마음이 좀처럼 돌아서지 않으려고 했으나 자꾸만 끌어당기는 유혹, 이 책 읽어 보라고. 제목도 표지 그림도 어쩐지 무섭고 기괴하기보다는 따뜻한 불빛처럼 보였으니. 


그리고 결국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편견만 남기게 되었을 텐데. 인간의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줄 아는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바로 그 점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굳이 읽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을 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이서 내내 외면하게 될 것 같았는데. 이 책이 내 편견을 바꾸어 준 것이다. 이 작가 역시 사람의 좋은 면, 선량한 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면,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내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일본도 요즘 그런가. 우리와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은가. 삶은 고단하고 정은 무뎌지고 그럼에도 누군가 나와 내 삶은 지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무리 국제화, 글로벌화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우리가 사는 모습들은 너무 비슷한 게 아닐까. 쇠퇴하는 지방 도시의 모습이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피곤한 일상이나 가족의 해체 과정이나 날로 메말라가는 우리네 정서나 어찌 이리도 비슷한지. 내가 살고 있는 시골의 길거리 어느 한갓진 곳에 나미야 잡화점 같은 곳이 꼭 있을 것만 같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나쁘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준 환경의 탓이 크다는 것, 작가가 강조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지.(백야행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이러저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위 세대 어른들의 잘못이고, 오늘 지구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위 세대 정치가들의 욕심과 그릇된 판단 때문이고, 오늘 우리의 청소년들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우리 부모 세대가 잘못 키운 결과이고, 오늘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우리 위 세대가 제대로 안내해 주지 못한 잘못 때문이고........ 그러하고 그러하고..... 그렇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마음이 외롭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울고 있는 요즘이다. 책과 독자가 바로 증거다. (y에서 옮김201304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ㅣ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띵 시리즈의 1권이다. 현재 29까지 나와 있다는데 흥미가 마구 돋는다. 차근차근 입맛 당기는 순서대로 다 봐야지. '먹어야지'가 아니라 '봐야지'가 살짝 어처구니가 없지만. 읽을 것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은 내게 퍽 흡족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먹을 것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지만. 


조식, 아침, 브랙퍼스트. 이런 말들에 어떤 의미를 새기는가 하는 것이 사람마다 정체성을 만들어 주기도 하겠는데, 이 말로 책을 낸 작가라, 내게는 이 점이 특출나 보인다. 아침을 먹을 일에 대해서만 생각해도 벅찬 일상에, 이를 소재로 글을 쓸 작정을 하다니, 그리고 기어이 띵 시리즈의 1권 자리를 차지하다니. 


글의 내용은 사소하고 평범하고 다정하고 온화하다. 아침밥을 먹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되기도 하고 아예 없는 일상이기도 할 텐데 먹자 하고 들어서면 이렇게나 깊은 속 사정이 있는 것이 아침의 세계다. 가볍게 먹든 옹골차게 먹든 생략하고 말든 기어코 챙겨 먹든 아침을 먹는 일에도 그 사람의 가치관은 드러난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되고 있으니까.


어려서는 아침을 꼭 먹었고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에는 시간에 쫓겨 못 먹은 게 대부분이었고 이제는 몸에 좋다는 것으로 챙겨 먹고 있다. 사는 게 별 게 있나, 하루 세 끼 먹고 살 수 있으면 되었지, 딱 요만큼의 자족 상태로. 


작가는 아침에 대해 생각했다는데 나는 먹는 것 자체를 생각하면서 읽었으니 어째, 내가 성공한 기분이다. 


책의 크기는 작은 편, 두께는 얇은 편, 읽기는 편한 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39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가 내리는 날에 이 동화 작가는 어떤 기적을 보여 줄까, 이게 궁금했다. 그게 무엇이든 비를 좋아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는 있었는데, 역시였다. 축축하고 온통 젖어버리고 자칫 우중충해지기 쉬운 마음을 산뜻한 기대로 바꿔 놓은 작품,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자연에서 나쁘게 보일 현상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그게 또 맞는 일이기도 하고.(눈 내리는 날의 기적도 기대된다.)


비가 오면 우선 귀찮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부터 우산을 써도 어쩔 수 없이 빗물에 젖고 마는 옷이나 가방이나 신발 등의 뒤처리, 그리고 빗물따라 점점 가라앉고 마는 기분까지. 이 기분을 느끼는 즈음부터 이를테면 어른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은 아무래도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으니. 비를 맞는 게 아무렇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신이 날 지경이면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건 분명하고. 어느 게 좋다, 안 좋다를 구별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신 나는 일이 줄어드는 것도 어째 맞는 것 같고. 


가을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가 여러 가지로 떠오른다. 당장 창밖으로 보이는 사과나무들이 걱정된다. 남의 과수원 사과나무라도 지금은 한창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아서 열매를 익혀야 할 시기이건만. 저러다 자칫 물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우리 마당의 꽃들도 연일 계속되는 빗물에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는 게 보이는데.


같은 자연현상 앞에서 좋은 쪽보다 안 좋은 쪽을 먼저 떠올리는 게 어른의 입장인가 싶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좋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가끔은 걱정 많은 어른이기보다 그저 설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 어린 마음에 빠져 있고 싶지만, 그래서 이게 또 하나의 기적이 되나 보다.  (y에서 옮김202108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탐정 갈릴레오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해 낸 매력적인 인물, 유가와. 물리학 교수이면서 형사 친구인 구사나기에게 범인을 잡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이 책 이후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에도 등장하게 되는데, 나도 다른 작품에서 유가와 교수를 먼전 만난 셈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하여 '봐야겠군'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 것. 


유가와 교수가 탐정의 역할을 하게 된 초기 작품이라 그런가, 한 편 한 편의 분량이 적고 내용 전개도 간단하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거쳐 좀더 세밀한 묘사와 전개를 보이는 장편소설로 나아갔을 것 같다. 나로서는 궁금해서 읽을 만하다 싶으면 그만 해결되어 버리는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유가와 교수가 서둘러 설명해 주는 방식을 통해서. 이후에 출간된 장편과 비교한다면 이런 식의 친절한 설명이 장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계속 궁금증을 유지하도록 의도적으로 뒤로 미루어 둔다고나 할까. 


나로서는 물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편인데 그럼에도 물리학 관련 이론으로 범죄의 현상을 설명하는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다. 유가와 교수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지적인 추리를 해내다니, 근사하군 여겨지면서.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런 방식의 설명을 해 주는 과학 교수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친구 구사나기는 늘 놀림을 당한다고 투덜대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그저 재미있는 정도다. 어쩌면 그런 지적 허영을 채워주는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흥미 위주의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과학 지식도 담겨 있는 괜찮은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정도로. 물론 이 또한 작가가 마련한 장치이겠지만. 


유가와 교수 이야기는 계속 읽으려고 한다. 당연히 재미있으니까. (y에서 옮김201409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