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18 2호 - Vol 2 : 상품화된 세계 속의 인간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2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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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의 마지막 호이다. 발간 순서가 아니라 내가 구입한 순서로. 과월호까지 다 구해서 읽고 나란히 세워 놓으니 뭔가 흐뭇하다. 이 또한 물건을 소유한 행복 하나쯤 되겠다.

 

물건이란 무엇인가. 누가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가. 우리들 각자는 어떤 물건을 더 더 더 갖고 싶어하는가. 나는 물건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따지고 보니 새삼스러운 생각은 아니었다. 이 책이 나온 시기 즈음부터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지 그 전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고) 나도 꽤나 오랜 시간 물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물론 아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고, 짐이다시피 하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물건을 갖지 않는 게 더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해야겠다.(못 가지는 게 아니라 안 가지는 것이라고, 이게 사실은 아니지만) 

 

이 책도 그 시기에 읽었더라면 내게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훨씬 빠르고 훨씬 수월하고 훨씬 가볍게 정리도 버림도 할 수 있었을 테니까.(나눌 만한 건 썩 없는 처지라 생략하고) 물건 하나를 사는 일도, 그 물건 하나를 갖고 관리하는 일도, 사소한 물건이라도 선물로 주고받는 일조차도 다 철학에 속한다는 것, 안다고 여겼다가도 순간순간 잊는다. 그리고는 단순한 욕망에 자신을 끌어들인다. 이건 해도 된다고, 이건 갖는 게 좋다고, 이건 가질 수밖에 없노라고 스스로를 채근하면서. 그리고 이어지는 후회와 한탄, 왜 그랬던가 하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는 모든 순간이 내 철학의 발현이 되는 시간이라는 걸, 지나서 깨닫는다. 이것조차 삶인 걸까.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여전히 넘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될 책이 아닐 것 같다. 기분 상하기에 딱 좋을 것 같으니까.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면? 좀 그럴 듯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다.

 

지속가능한 상태로 우리네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물건에 대한 탐구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물건을 탐구하다 보면 쓰레기 문제는 저절로 뒤따르게 되는 셈이니. (y에서 옮김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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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걸렸던 자리
구효서 지음 / 창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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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의 작가, 2005년에 출간된 책. 지금은 2026년. 그리고 내 나이.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 동안 4가지 조건을 자연스럽게 챙기고 연결시켰다. 작가와 독자인 나와의 거리, 소설이 나온 시기와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과의 거리, 이 거리감이 소설을 읽는 맛을 한껏 북돋워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요건 하나를 충분하게 확인하였다.


40대 중년의 남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이 더 돋보였다. 어쩔 수 없다, 이 일치감과 내 만족감은. 절절하게 글자로 이미지로 자각으로 파고 들어오는 느낌을 어찌할 수가 없으니. 감탄하고 한숨쉬며 느긋하게 읽었다가 후다닥 읽었다가 머물렀다가 잠시 외면했다가,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이러하였다. 이 시간이 내내 흐뭇하였다. 


소설은 어느 한 편 평온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화자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깝거나 쓸쓸하거나 허무하거나 당황스럽거나 하였다. 더러 나도 그 자리에 서 있곤 하였다. 소설의 가치를 느끼는 순간이 된다. 글을 읽는데 내 안에 숨어 있던 나를 만나는 기분, 소설이 주는 기회다. 이 작가의 글을 통해 자주 얻는 아픔이자 회개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 찾아가서 나 이전의 나를 새로 찾아내는 화자, '밤이 지나다'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나를 찾고 다시 잃는 화자, '소금가마니'와 '자유 시베리아'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의 태도를 탐구하는 화자, '앗쌀람 알라이 쿰'에서는 끝내 사라져 버린 것을 애도하는 화자, '이발소 거울'에서는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는 화자, '호숫가 이야기'에서는 마치 환상처럼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서 발견하는 화자를 만났다. '스프링클러의 사랑 2'에서는 특이하게도 스프링클러의 시선으로 지극히 모순된 우리네 인간성을 보았으며, '달빛 아래 외로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순응의 캐릭터를 만나 당황스러워하는 화자를 보았다. 이 화자들이 나에게 건넨 위로들이라니.  


책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고 작가도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또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고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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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48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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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이 만화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어 보지는 않았다. 소다츠가 쓴 것으로 나오는 하이쿠 중 여름 장면을 찾다 보니 든 생각이다. 여름과 맥주와 나,  어째 점점 더 어울려 가는 듯하다. 입으로 마시든 눈으로 마시든. 

책 앞쪽에 봄여름가을겨울의 한 장면씩 칼라 그림으로 나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작가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가져다 놓았다. 많이 본 그림들, 그 안에 소다츠와 일행들의 모습을 살짝 끼워 그렸다. 만화라는 장르에서 받는 가벼움이 신선한 무게로 바뀐다. 작가의 실력인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에 나오는 유리잔의 차이에 대한 에피소드 둘이 인상적이다. 술은 담는 용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점. 나는 이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병맥주와 캔맥주의 맛이 차이라든가, 캔맥주를 유리잔에 부어 마셨을 때의 차이라든가... 와인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고. 술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마시려면 얼마나 많이 마셔야 할까? 이 물음에 이르면 결국 안 마시고 마는 것이니 나로서는 영영 모를 일이다. 

내년 여름도 올해만큼 혹은 올해보다 더 덥다면, 다른 책은 더 읽기 어려워질 듯하다. 이 만화책이나 다시 보면서 가상 술 체험을 할 수밖에. (y에서 옮김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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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뉴필로소퍼 vol.1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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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의 한국판 창간호다. 2013년 호주에서 창간된 계간 잡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처음으로 발행했나 보다. 최근의 잡지들에 이미 푹 빠져 있던 터라 내용이나 편집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해야겠다. 이미 이때부터 이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더란 말이지, 나는 모르고 있었고, 몇몇 블로그 이웃님들이 좋다고 하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있었고. 한마디로 내게 철학적 사고력이 없었다는 증거이겠다. 그래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아주 적으나마 의식의 바탕에 깔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 마음이 놓인다.

 

창간호에서 '접속'이라는 주제를 다룬 게 좀 낯설었다. 그보다는 철학의 더 기본적인 메시지를 알려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내 식대로의 편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또한 내가 알고 있는 바와 모르고 있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혼란에서 비롯된 일임을 책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지만. 접속이라는 게, 연결이라는 게, 이어지고 끊어지고 끌어당기고 물리치는 모든 일과 시간과 과정이 철학적 사고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이 속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철학을 배우고 익히고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까지.  

 

세상 모든 이치가 그러하겠지만 대상이 무엇이든 일방적으로 좋거나 일방적으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진실을 찾아가는 노력만이, 끝내 도달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 부족함을 매순간 확인하면서 일깨워나가는 생이어야 한다는 것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마나 자주 쿵쿵거렸던지, 책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었다.

 

한 편 한 편 허투루 읽은 게 없다. 그림 한 조각까지도.  (y에서 옮김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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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47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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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북돋우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일을 한 가지라도 가지고 있는 이의 삶은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 나와 이 단 한 가지를 얻는 것만 해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이 만화를 나온 순서대로 보다가 갑자기 가장 최근호가 궁금해졌다. 뭐가 달라진 게 있으려나. 그래서 구해 보았는데. 평소 세밀한 태도로 만화를 봐 온 게 아니라 그림에서는 딱히 달라진 바를 못 느꼈다. 그런데도 뭔가 묘하게 달라진 분위기가 있어 이전 책과 이번 책을 나란히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비교를 해 보았다. 우선 번역가가 다르다. 몇 권부터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소다츠의 하이쿠 번역 글자체가 완전 달라졌다는 점이다. 옛 책이 분명하게 보여 읽기 좋았는데 지금 글자체는 멋스럽게 보이려는 의도로 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금방 안 읽힌다. 나빠진 내 시력 탓이겠지만 살짝 짜증이 난다. 


주인공 소다츠는 작가를 대신하여 여전히 맛있는 안주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찾아 마시고 다닌다. 건강해서 참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잘 먹고 잘 마시는 게, 이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일이 재주가 되고 직업이 된 세상에 소다츠와 같은 사람은 또 이대로 살 맛이 날 것 같다. 나만 해도 얼마나 꾸준히 남이 마시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가 말이다. 


가끔, 아주 가끔 만화 속 안주에 눈이 머물 때가 있다. 잘 없기는 한데 이런 음식이라면 먹어 보고 싶은 걸 하는. 이번 호에서는 달달한 유부초밥이 그랬다. 내가 만든 것 말고 누가 만들어 주는 걸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도 괜찮겠고. (y에서 옮김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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