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걸렸던 자리
구효서 지음 / 창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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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의 작가, 2005년에 출간된 책. 지금은 2026년. 그리고 내 나이.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 동안 4가지 조건을 자연스럽게 챙기고 연결시켰다. 작가와 독자인 나와의 거리, 소설이 나온 시기와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과의 거리, 이 거리감이 소설을 읽는 맛을 한껏 북돋워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요건 하나를 충분하게 확인하였다.


40대 중년의 남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이 더 돋보였다. 어쩔 수 없다, 이 일치감과 내 만족감은. 절절하게 글자로 이미지로 자각으로 파고 들어오는 느낌을 어찌할 수가 없으니. 감탄하고 한숨쉬며 느긋하게 읽었다가 후다닥 읽었다가 머물렀다가 잠시 외면했다가,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이러하였다. 이 시간이 내내 흐뭇하였다. 


소설은 어느 한 편 평온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화자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깝거나 쓸쓸하거나 허무하거나 당황스럽거나 하였다. 더러 나도 그 자리에 서 있곤 하였다. 소설의 가치를 느끼는 순간이 된다. 글을 읽는데 내 안에 숨어 있던 나를 만나는 기분, 소설이 주는 기회다. 이 작가의 글을 통해 자주 얻는 아픔이자 회개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 찾아가서 나 이전의 나를 새로 찾아내는 화자, '밤이 지나다'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나를 찾고 다시 잃는 화자, '소금가마니'와 '자유 시베리아'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의 태도를 탐구하는 화자, '앗쌀람 알라이 쿰'에서는 끝내 사라져 버린 것을 애도하는 화자, '이발소 거울'에서는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는 화자, '호숫가 이야기'에서는 마치 환상처럼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서 발견하는 화자를 만났다. '스프링클러의 사랑 2'에서는 특이하게도 스프링클러의 시선으로 지극히 모순된 우리네 인간성을 보았으며, '달빛 아래 외로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순응의 캐릭터를 만나 당황스러워하는 화자를 보았다. 이 화자들이 나에게 건넨 위로들이라니.  


책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고 작가도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또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고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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